전편 : 아름다운 세상에 어느 남자 줄거리 - 6 


입구에 서있는 바이오로이드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나는 에스컬레이터를 향해 전진했다. 내 꼴을 보면 그런 반응을 보이는게 당연할수도 있다. 온몸 구석구석에 가을비가 마르지도 않고 뚝뚝 떨어지는 이 남자를 입구에서 거절해야하는가, 아니면 그래도 손님으로서 받아들여야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나라도 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녀가 그런 판단을 내리기 전에, 나의 행선지는 명확했다.

8층의 그 풍경은 아직도 그대로였다. 아직 나의 회사가 살아있던 시절, 나는 콘스탄챠와 함께 유모차를 끌며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곤 했었다. 여기서 가끔 식사도 하곤 했다. 아주 고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럴듯하게 나오는 집들이다. 하지만 오늘은 먹으러 온 것이 아니다.

옆을 슬쩍 본다. 난간에는, 여전히 있으나마나한 그물망이 설치되어있었다. 조금만 힘을 줘서 뛰면, 그물망 안쪽으로 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분명 시청 등지에서 시찰을 나오면 안전을 문제삼았겠지만, 그렇다고 이 모든 구역에 그물망을 설치하면 미관상 보기가 안좋을 것이라는 건물주의 지침이 있었을 것이다. 그 결정에 감사를 해야겠군.

“저... 손님?”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을 신호로, 나는 난간 올라타서 힘차게 발을 뻗었다. 예상대로, 그물망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났다. 어떤 여자의 비명이 들린다, 점점 그 음은 낮아졌다.

 

 

“오늘 오전 11시 경, 시내 모 백화점 안 8층 난간에서 40대 남성이 5층 바닥으로 투신하였습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남성은 백화점 안전관리팀 직원 신고를 받고 출동한 시티가드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저 치료를 받던 중 숨졌습니다. 시티가드 관계자는 ”백화점 안 폐쇄회로 CCTV 확인 결과 범죄 혐의는 없었다며 유족을 상대로 경위 등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철창 너머 TV 속 남자는 한번 숨을 골랐다. 그러고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다음 소식입니다. 국내외 캐릭터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 캐릭터 산업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티비가 급하게 꺼지고, 멀리서 짤랑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불이 꺼진 티비에서 시선을 돌아보니, 새삼 느끼는거지만 인간들은 참으로 고약한 취미를 가졌다. 깔끔한 건물을 지을 기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로망이라는 이유로 어두컴컴한 땅굴을 재현해놓았다. 이래야 분위기가 산다나. 

문득, 초콜렛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졌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진짜 내가 그걸 원하고 있는가? 애당초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 태어난 존재들이다. 우리는 인간이 원하는 대로 설계되고, 생각하고, 행동하고, 버려진다. 지금 떠오르는 초콜렛 아이스크림도, 제작자들이 ‘이러면 더 많이 팔릴 거야’라고 생각해서 넣은 기능에 불과하지 않나. 

그때, 초콜렛 아이스크림을 사주러 편의점에 나를 보내던 그 남자의 눈빛에서 나는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이 남자, 나를 뭔가에 이용할 생각이구나. 굳이 자신이 무슨 일을 할 것을 알린 점, 시동을 켜고 운전석에 대기하라고 한 점, 사장의 전화에도 불구하고 굳이 편의점을 한번 들렸다가 간 점 등, 그날의 남자는 석연찮은 부분이 많았다. 아니나 다를까, 차량에 타고 있을 때 갑자기 차량이 급발진했다.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관련 계통은 말을 듣지 않았고, 그대로 사장을 치고 말았다. 남자는 다가오는 빛이 뭔지 알고 있었기에 급히 피했지만 술에 취한 사장은 뭔지도 모르고 그대로 깔려버린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엑셀을 밟았다고 시티가드 수사에서 말했다. 그 원칙에 따라 시티가드 수사는 금방 종료되었고 나는 처분시설을 거쳐 여기로 오게되었다. 그 남자, 뭘 목적으로 했는지는 몰라도 지금은 행복하게 있겠지. 

 

우리는 이렇게 살아지고, 사라진다.



-끝-



후기: 아름다운 세상에 어느 남자 줄거리 -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