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충 커스텀' 육체를 버리고 새로운 몸으로 갈아타려는 사령관.

지금 당장 한 종류의 몸을 선택하더라도, 이 시설을 활용해 나중에는 또다른 건장한 신체를 장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보다 지금은 에바, 프레데터, 고블린 떼, 익스큐셔너, 철충의 본대까지

자신들이 알아야 할 것들은 너무나 많고 미지수의 적들의 눈을 피해 바짝 수그려 있을 수밖에는 없었다.


사령관은, 저항군의 활동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동안

여러 가지 지식과 교양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기초부터 배워나간다는 다짐 아래 소년의 신체를 선택해 생성한다.


전투를 지휘하고 부대를 통솔하는 법은 알고 있으되 커다란 무리를 이끌어 생계를 꾸리는 법은 모르며,

필요한 순간엔 자신이 휘어잡더라도 평상시에는 개성 넘치는 바이오로이드들에게 휘둘리기 일쑤에,

간혹 안전의식이 크게 결여되어 있다는 지적에 가까운 제언을 들으며 부하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마는

스스로를 사령관은 탓하고 있었다.


심리장악과 정치적 소양, 경제관념, 구 인류 사회의 문화와 지정학, 이를 바탕으로 한 바이오로이드의 제작기원 등등...

연이어 커다란 위협을 마주하고 자신의 몸까지 갈아끼워야 했던 마당에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 더욱 훌륭한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과 자신의 지식의 부족함을 통감하는 스트레스는

소년 신체의 영향을 받는 사령관을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수명이 천 년을 가는 바이오로이드의 신체와는 이야기가 다르다.

엄연히 인생주기를 거쳐 나이를 먹어가는 인간의 신체를 구현했기 때문에,

어린아이의 나이에 어린아이의 호르몬이 분비되어 어린아이의 사고회로와 감정을 갖게 되는 건

사령관의 이성만으로 틀어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기에 아주 적합한 나이였지만,

그 직책과 책임은 너무나 막중한 것이었기에

자칫 의욕과다로 제 풀에 지쳐버릴지도 모를 일.

알렉산드라와 아르망, 콘스탄챠는 큰 근심에 빠졌다.


어느 쪽이 먼저랄 것도 없이, 당시에 소년의 신체를 추천했던 마리와 접선해 상담을 하게 되었다.

마리는 분명 이 일을 해결하기에 적합한 인물이었다.

전도유망한 새싹을 늠름하고 훌륭한 인재로 길러내는 것이야말로 마리의 특기이자 소망이었으므로.


사령관의 학습 스케줄에는 군사학이 새로 추가되었다.

현재의 사령관에게 가장 익숙한 과목이자 심화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과목, 저항군의 향후에 대해 자연스레 논의할 수 있는 시간,

그리고 이러한 명분 아래 마리의 카운셀링을 제공할 구실이었다.


소년에게는 다행히도, 마리는 자신이 이끄는 바이오로이드 사단과 인간 소년 사령관을 명확히 구분 지을 줄 알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스스럼 없이 레드후드가 통솔하는 훈련캠프에 그를 대뜸 밀어넣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대신, 마리는 저항군의 상황에 사령관이 배운 지식을 응용할 수 있도록 천천히 논의를 진행했다.

그리고 각하께서는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고, 너무나 기특하시다고 쓰다듬으며 살포시 안아주었다.


사령관이 자신에게 얼마나 마음을 의지하며 부담감을 털어낼 수 있었는지는, 마리와의 네 번째 시간에 어린 각하가 자신의 품을 눈물로 적실 때 아주 잘 느낄 수 있었다.


정말로, 그 마음을 전해 받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애초에 멸망 이후 지금껏 아주 오랜 기간 동안 패전만을 거듭하고,

수많은 부하와 자매들의 희생 위에 서서 스스로를 보전했다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죄책감으로부터, 각하께서 먼저 자신을 구원해 주셨기에.


함부로 결점을 드러내 보여서는 안 될 두 사람은,

그런 자신들의 마음을 겉으로 드러낸 적은 그제까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각자의 불안정성, 불완전함에 있어 서로를 버팀목 삼아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어린아이의 마음도, 오감도 호르몬도 온통 마리를 향한다.

사랑하는 누나에게 엉겨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소년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완성되었다.

마리에게는 꿈만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자신의 충심, 연심, 자애를 모두 담아

마리는 방 문을 잠가 어린 각하를 꼭 껴안고, 함께 꿈을 꾸러 떠났다.





더 디테일이랑 대사 살려서

창작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