좆됐다.

진짜 좆됐다.

평소처럼 출첵 참치만 받고 통발이나 던져놓으려고 라오를 켰는데 눈 한번 깜빡이니 풍경이 달라져있다.

딱딱한 느낌을 주는 금속으로 된 방과 내 앞에 놓여진 책상 위 서류더미들 그리고 타블렛pc.

아무래도 난 라스트오리진 속 사령관으로 빙의하게 된 것 같다.

그러면 어디 무슨 능력이 있나볼까?

이왕이면 라오챈 공략을 볼 수 있는 능력이면 좋겠는데...

"상태창."

?

왜 아무 반응이 없지?

이게 아닌가?

"스테이터스! 정보창! 공략! 라오챈!"

다급하게 떠오르는 단어들을 내뱉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난 내 스스로 덱을 짤 줄 모르고 공략깎는 노인들이 깎은 공략만 볼 줄 아는 라최지다.

그런데 공략을 못 본다는 것은...

"시발... 좆됐네..."

좆됐다.

아이샤는 게임 속 사령관은 플레이어 자신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사령관처럼 지휘를 하거나 전술을 짤 수 없다.

그러나 철충과 싸우라는 명령 정도는 가능하다.

어차피 전략은 지휘개체들에게 맡기는게 나보다 더 나을테니까...

일단은 내가 이 몸의 원주인을 몰아내고 빙의했다는 사실을 최대한 숨겨야한다.

자신들의 사랑하는 주인님을 몰아내고 어디서 굴러먹다온 능지박살 좆간이 몸을 차지했다는 소식을 들은 그녀들이 나한테 뭔 짓을 할지 모르니까...

짧은 시간 동안 내가 세운 계획은 이렇다.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한다.

1. 라비아타를 불러 몸이 안좋아 업무를 당분간 못본다며 오르카호의 운영을 맡긴다.

2. 몸이 안좋으므로 지휘도 불가능하다며 전투명령만 가능하다고 지휘개체들을 속인다.

3. 몸상태를 숨기기위해 그 누구도 예외 없이 내 방으로 못 들어오게하고 최대한 시간을 끌며 돌아갈 방법을 찾는다.

(이때 전투명령을 위해 지휘패널을 방에 꼭 가지고 들어가야하며, 식사는 문 앞에 두고가라고 한다.)

시간을 벌기 위해 방안에 틀어박히는 것이 내 계획이다.

누구는 그냥 바이오로이드들과 질펀하게 즐기라고 하겠지만 직접 이 상황을 마주하니 두려울 뿐이다.

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선 라비아타를 불러야겠지.

설마 라비아타가 부재중이거나 지금 명령이 필요한 전투상황은 아닐거라고 믿는다.

"흠흠... 거기 누구 없...어?"

그러고보니 사령관 말투도 모르는 상태이다.

말투가 이상하다고 눈치채는건 아니겠지?

"아! 주인님! 여기 리리스가 왔어요오옷!!!"

부른지 몇 초 지나지 않았는데 문이 열리더니 리리스가 들어온다.

"와... 존나 예쁘네 미친..."

"네?"

"ㅇ..아니야! 그냥 리리스가 오늘따라 예뻐 보인다고 하하!"

"하읏! 주인님 갑자기 그러시면..."

화면으로만 보던 리리스를 실제로보니 말실수가 나왔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네...

"그래서 무슨일로 부르셨나요 주인님?"

"아, 라비아타 좀 호출해 줄래? 맡길 일이 있어서."

"네!"

통신기로 라비아타를 호출하려는 리리스를 잠시 혼자 생각할게 있다며 직접 데려오라고 내보낸 뒤 생각을 정리했다.

잠깐, 근데 라비아타가 이상함을 느끼고 날 적대하면 어쩌지?

설마 '무슨 속셈이지? 이 괴물!' 당하는 건 아니겠지?

불안하긴해도 일단은 사령관 업무를 넘기는게 중요하다.

눈 앞에 있는 서류를 대충 살펴보니 도저히 내가 감당할 업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그냥 결재하고 사인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더니 직접 계획에 예산책정까지 내가 해야해???

눈 앞에 서류를 다시 읽어보며 절망 섞인 감탄을 하는 사이 리리스가 라비아타를 데려왔다.

"저를 부르셨다고요 주인님?"

육중할거라는 예상과 달리 라비아타는 본 모습을 되찾은 상태였다.

"아, 요즘 업무 때문에 지쳤는지 몸 상태가 안좋은 것 같아서 잠깐 업무를 쉬려고해.

라비아타가 잠시 사령관 대리 좀 해주겠어?"

"예?!"

"쭈인님?!?!

어디 아파요?!?!?!?!"

몸상태가 안좋다니 당황하는 그녀들.

아무래도 마지막 남은 인간님이 아프다니 놀란 모양이다.

"아니 심각한건 아니고, 저번에 한번 쓰러졌잖아?

요즘 다시 그때처럼 몸 상태가 안좋아지는 것 같아서...

잠깐 쉬면 나을거 같으니 너무 걱정은 말고.

무리하다 쓰러지느니 미리 쉬는게 좋지  않을까?"

"주인님이 그렇게 느끼신다니 큰일이네요...

일단 닥터에게 검사를 요청..."

"아니아니 그럴 필요는 없고 좀 쉬면 될거야.

아, 작전 지휘도 불가능 할거 같으니 당분간 작전 계획은 지휘관들에게 맡긴다는 것도 좀 전해줘."

"네..."

"주인님?

그러면 동침일정은요?

오늘은 제 차례인데..."

하필 자신의 차례인데 파업선언을 해버려 실망한 듯한 리리스.

이런 미녀들을 안을 수 있다는 말에 잠시 혹했으나 참아냈다.

"미안하지만 전체적으로 미뤄주겠어?

지금 상태로는 동침도 버거울 것 같아...

미안해 리리스."

"오늘 많이 기대했는데...

오랜만에 주인님한테 마조암퇘지라고 욕먹으며 엉덩이 살이 까질때까지 맞고 싶었는데..."

응?

동침을 거절한게 다행인 것 같다...

아무튼 이제 쉬겠다며 그녀들을 보내고 사령관실을 나온 나는 사령관의 방으로 가려했다.

근데 사령관 방이 어디지?

아...

좆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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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써보고 싶은게 생겨 써봤는데
생각보다 안써져서 여기까지만 씀.

글쓰는 창작자들이 존나 대단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다음편은 쓸지 안쓸지 몰?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