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음

*새드 엔딩 짧은 단편

*그동안 쓴 창작 글 모음



나는 눈에 띄는 외모와는 다르게 조용한 성격이었다. 술보단 따뜻한 커피를 좋아하고,

활발하게 돌아다니며 놀기보다는 얌전히 누워 읽는 책을 좋아했다.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그림과 사진이 아닌 글로써 표현하는 것. 그것이 내가 책에 빠져든 계기였다.

단어 하나가, 문장 하나가 이렇게 아름다운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빠져들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내 세상은 자연스레 책과 주변의 몇몇 인물들로 국한되어 있었다.

내게 바깥의 풍경이란 글로써 읽는 책이었고, 내게 인연이란 같은 방을 쓰는 같은 대원들 뿐이었다.


언제나 좁았던 내 세상에 굳게 닫힌 문을 열고 새로운 빛이 스며들었다.



하지만 나는 알게 되었다. 그의 시선은 내가 아닌 편대장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처음부터 깨달아야 했었다. 그의 마음은 내가 아닌 편대장에게 향하고 있다는 것을..



그와 슬레이프니르 편대장은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의 커플이었다.

그의 미소가 편대장에게 향하고, 편대장 역시 그의 품에서 미소 짓는다.


아, 내가 편대장 대신 저 품에 안긴다면..

그의 옆자리가 내 자리였다면..



어둡고 질척이는 감정이 흘러넘쳤다. 질투라고 한다던가. 그럼에도 편대장을 미워할 수 없었다.

그녀는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들 스카이나이츠의 편대장 이니까. 그녀를 미워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편대장이 적지에 낙오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녀가 사망했는지, 크게 다쳤는지

아니면 무사히 살아남았을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상황.


그는 잔뜩 붉어지고 붓기가 잔뜩 낀 눈으로 우리들을 회의에 불렀다.

그는 진심으로 고뇌하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차가운 이성은 단 한명의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대원을 위해 오르카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행동을 하지 말라고 외치고 있었고


뜨거운 심장은 단 한명인 사랑하는 연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그의 마음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의 눈물 자국을 보고 실종된 편대장을 대신해 그의 곁을 차지하고 싶은 마음이 자라났다.

그것은 작은 벌레가 과일을 좀먹어 가듯 내 마음을 갉아먹으며 속삭이고 있었다.


하지만..


난 바보니까.

다른 친구들은 내가 똑똑하다고 하지만, 난 그를 짝사랑하는 바보니까.

오직 그밖에 모르는 바보니까..


결국 나는 슬레이프니르 편대장의 수색을 위한 작전에 홀로 자원했다.

내 마음을 몰라주는 그의 눈물이, 그의 비통한 심정이 더 괴로웠다.


잊혀지고, 외면 당하는 것보다.. 그것이 더 슬프게 느껴졌다.



그리고 지금.. 아마 짧은 생에 마지막으로 남기는 일기가 될 이것을 적으며, 나는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슬레이프니르 대장을 찾았지만, 그녀의 부상은 심각해서 나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그녀를 내 비행 장비에 실어 오르카로 날려 보냈다. 애석하게도 내 비행 장비는 1인승만 가능했다.

그녀의 비행장비는 이미 완파 된 상태. 의식이 없는 그녀를 내 장비에 실어 보내고

비상시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권총을 손에 잡았다.





"헤헤.. 나도 네 곁에서 웃고 싶었는데.. 나도 네 곁에서 사랑을 속삭이고 싶었는데.."


어느새 주변에 몰려들기 시작한 철충들, 그것들을 배경으로 따사로운 햇살에 

대비되는 조금 차갑게 식은 바람이 불어와 내 뺨을 스쳐 지나갔다. 


"그래도... 다행이다... 이제 네가 아파하지 않아도 되니까..."




타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