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음

*새드 엔딩

*이전 글 나만의 안식처가 되어준 너를 그리우며 티타니아

*그동안 쓴 창작 글 모음



"어휴~ 이 낙엽 쌓인 것 봐! 이 바보야! 오랜만에 왔더니 이러기야?"


타박 하는 듯 말하지만 미호의 얼굴엔 감출 수 없는 그리움이 담겨있었다.

가끔 시간이 허락하면 언제나 사령관이 영면에 든 이 장소를 찾아오는 것은 

그녀에게 남겨진 유일한 삶의 낙이 되었다.


"우리 바보는~ 내가 아니면 자기가 쉬는 곳도 청소 못하고~ 끙차~"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사령관의 묘에 쌓인 낙엽들을 치워내는 미호. 그녀의 손길에 정성이

한가득 실려 사랑하는 이가 잠든 장소를 쓰다듬었다.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해도 그는 언제나 미호의 가슴에 남아 뽑히지 않는 가시가 되었다.

전쟁이 계속되던 시절부터 서로의 영원을 약속했고, 전쟁이 끝난 뒤 이어진 행복했던 단 둘만의 시간은


사령관이 자연의 섭리에 따라 그 명이 다하던 그 날까지 계속 이어졌다.

그와 함께했던 세월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씻겨나가지 못했다. 


"애써 추억을 삼켜봐도, 다시 내 가슴에 남아서 네 이름만 또 부르게 되더라.."


그만큼 그를 사랑했다. 스스로의 모든 것들을 걸어, 남은 삶의 모든 것들을 그에게 헌신하리라 결심했다.

그 과정이 지독하게 괴롭고, 견디기 힘든 고통을 남겨도 그만큼 그와의 시간은 그녀에게 행복했다.


"누군가 그러더라.. 사랑이란 열번을 웃고, 천번을 울어도 계속 하게 되는 거라고."


미호의 가슴에 남아 아직도 떠나지 않는 그의 모습을 생각하면,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없으리라.

과연 사랑을 하는 만큼, 그를 사랑한 만큼 그녀는 바보가 되어 있었다.


"헤헤헤.. 바보야~ 나도.. 너도.. 모두 바보 같아.. 그래서 더 그립다... 이 바보야~~~!!"


이렇게 세상에 소리치고 있어도, 그는 대답하지 않는다.

살아있는 자신과 이제 떠나간 그의 거리가 잔혹한 현실이 되어, 그녀를 괴롭혔다.


"사랑해!! 정말 사랑해!! 널 사랑해!!!"


아무리 바보같이 이렇게 그를 애타게 불러도, 그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를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것. 남겨진 자가 인내하고 감내해야 할 삶의 무게.


"무거워..."


무겁다. 죽도록 무겁다. 아마 죽는 그 날까지 덜어지지 않을 이 그리움의 무게. 

이 무게를 견디기 위해 오늘도 이 장소를 찾아, 그의 무덤에 이렇게 등을 기대고 앉게 되었으리라.


"차가워..."


항상 따뜻했던 그의 품 대신, 너무도 차가운 흙이 그녀의 등을 받아주었다.

언제나 그녀를 품어주던 따뜻했던 품은 차가운 쌀쌀함만이 남았다.


"난.. 마음이 나약해서.. 네가 없으면 난 안될 것 같아.."


'계속해서 너만 찾게 되니까...'


하지만 견뎌야 한다. 그녀에게 남은 시간은 아직도 너무 길었다. 그저 하늘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그녀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없이 길기만 했다.


"너를 사랑했기에 받는 벌이라면.. 난 모두 받아들일게.."


'그만큼 넌 내게 전부였어..'


하늘에 새들이 날아다니며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마치 하늘에서 그가 그녀의 슬픔을

씻어주려는 듯, 따스한 바람과 맑은 노래 소리가 그녀의 상처를 씻어주었다.


"후훗..."


이렇게 그가 잠든 이 장소에서 오늘도 삶의 희망을 얻는다. 그가 떠나간 뒤 마음에 새겨진

짙은 상처도, 잊을 수 없는 그와의 추억도 아이러니 하게도 그녀의 희망이 되었다.


"너와의 슬픈 이별에도... 내가 이렇게 웃을 수 있는 건... 웃기지만 네가 남겨준 추억 때문이야.."


이렇게 남겨져 살아간다는 것은 언제나 그를 그리워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언젠가 그녀가 나약해지는 날이 온다면 그는 그녀에게 품을 빌려줄 것이다.


"언젠가 내가 살아가는 동안... 또 너를 찾아올지 몰라..."


그립고 또 그리워서, 견디기 힘들 정도로 외로워서 그를 또 찾아오게 될 것이다.


"그래도.. 난 기다릴게.. 언젠가 너를 만나러 갈 그 시간을.."



바보 같은 사랑을 품고 당신을 그리우며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