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림표--



이후에 벌어진 일은, 완전히 일방적인 것이었다.


아군을 모두 잃고 혼자 남은 사이클롭스는 온갖 포화를 온 몸으로 받아내며 우리를 공격하려 했지만,


도저히 전부를 받아내기엔, 숫자가 너무 적었다.


"녀석이 휘청거린다! 바나디스 1!"


"...라져!"


타앙-!


이전에 당해 쓰러진 동료들의 마지막.


그 시작점이 되는 탄환 한발이, 가슴팍을 향해 날아든다.


하지만,


퍼엉-!


예상 밖의 일에 당해버렸던건 여기까지다.


라고 말한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음..!"


찰캉-


로켓 볼의 착탄에 뒤이은 폭발.


분명 몸체를 터트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화력.


사지에 쏘면 그대로 잘라 터트려버리는 파멸적인 위력이었음에도,


"...그어어어어어...."


코어를 가로막은 녀석의 팔은, 멀쩡히 붙어 움직이고 있었다.


"...레오나님."


"...빌어먹을!"


레오나가 신경질적으로 혀를 차며 녀석을 노려봤다.


"...이런 짧은 시간 사이에 '적응'하다니...!"


"...그어어어어..."


드디어, 견뎌냈다.


마치 그렇게 말하고 싶은 듯, 거인은 흉흉한 안광을 흩뿌리며 손에 쥔 대검을 어깨에 인다.


그리고,


쿵,쿵.


주먹 쥔 손으로 가슴을 두들기고는,


"그어어어..."


몸을 뚫고 나오는 붉은 빛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그러자...


"...?!"


총탄에 의한 바람구멍, 로켓 볼의 피해로 인해 떨어진 견갑, 메이드의 칼에 베인 상처.


녀석이 지금껏 받은 모든 상처가, 급속도로 아물며 회복되었다.


그리고,


"...장...난은....여기....까지다...."


그저 짐승의 그것만을 내뱉던 입이 없는 거인에게서, 인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큭!"


타앙-!


퍼어엉...


찰캉-


"레오나님! 명령을!"


나는 재빨리 냉정을 되찾고, 충격을 먹은 듯 동요하는 레오나에게 소리친다.


"...읏!"


헉, 하던 레오나는 자신을 책망하는듯한 표정을 짓더니,


"발할라! 리마 줄루로 퇴각! 신속히 움직여야해! 지금부터 커멘드 프레임은 퇴각명령으로 전환한다! 


알파! 전방에 연막탄 전개! 폭스 1,2! 지상군 이탈까지 CAS 실시해! 에코 1,2는 폭스 1,2를 도와 저놈을 유도하다, 타이밍을 보고 폭스의 지시를 따라 리마 줄루로 후퇴할수있도록!"


위험하다.


그녀의 머릿속에 스친 생각은 아마 그것이었을것이다.


이성적으로도, 감성적으로도.


위이이이잉-!


레오나의 퀸즈 머시가 철컥거리며 모습을 변화시켰다.


"나머지 대원은 신속히 리마 줄루로 이동해."


"...소장님은요?"


"나는 남아야지. 에코와 폭스트롯만으로는 감당이 안되니까. 그러니 알파 1-1,브라보 1-1, 찰리 1-1, 너희 셋이 부대의 최고 선임이니, 아래 자매들을 이끌어야해. 할수있겠지?"


"""...소장님!"""


"반론은 듣지 않겠어. 어서 이탈해. 명령이야."


"""....네, 소장님..."""

 

레오나의 후퇴명령과 함께, 


"처음엔 이러려고 다시 온게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그렇죠?"


"...그러게나 말입니다."


"뭐 어쩌겠습니까. 그렇게 하시겠다는데, 따라야죠. 까놓고 말해서 저런 괴물을 두고 도망칠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긴...그것도 그래요."


샌드걸의 편대의 멤버들이 거인의 앞을 가로막으며, 가벼운 톤으로 말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마지막엔, 연초 끝에 불을 붙이고 한모금을 빨아 내뱉는 폭스 1-1이 말한다.


"...그러신 분이니 더더욱 죽으면 안됩니다, 다들."


사지에 몰려있는 것이 익숙하고 친숙한 느낌이 엿보이는 얼굴로, 폭스 1-1은 말을 잇는다.


"폭스트롯. 전기 출격. 미사일은 되도록 큰 공격이 나올 때를 위해 아끼고, 회피기동을 멈추지 말아라."


"확인했습니다!"


공중을 휘젓는 푸른 머리칼의 샌드걸들이 손에 쥔 기관포를 난사하며 맹렬한 공격을 거듭했다.


"그으...! 귀...찮은...날...파리...가...!"


여전히 인간의 언어를 내뱉는 거인의 목소리와 함께, 싸움은 다시 시작된다.


"...레오나님."


철컥. 그녀가 저격소총을 장전하며 말을 잇는다.


"후퇴해주십시오. 퀸즈 머시의 명령을 자매들에게 내려야 하지 않습니까."


"지금 나한테 명령하는거니?"


"...다른 자매들이 말했다시피,"


에코 1-1이 내 옆에 선 레오나를 바라보며 말을 잇는다.


"저희는 당신을 구하기 위해 온겁니다. 오체만족으로 멀쩡하게 집으로 돌아갈수 있도록. 그러니 어서...."


"...50083. 잘 들어.


나는 너희의 지휘관이야.


너희에게 죽이라는 명령도, 죽으라는 명령도 내릴 권한이 있어.


그리고 지금 나는, 너희에게 적의 발을 묶으라 명령했어.


또다시 수만마리의 철충이 올지도 모르는 이 개활지에, 화기의 파괴력을 적응해버린 저 괴물을 상대로 말이야.


난 너희에게 여기서 죽어달라고 명령한거라고.


너희의 목숨을 여기에 버려달라 말했는데, 어떻게 지휘관인 내가 스스로의 안위를 위해 너희를 버릴 수가 있어?


자기 목숨 건지자고 자매들을 버린 비겁한 겁쟁이라는 소리를 들을 바에야, 차라리 죽는게 나으니까.


그러니 네 말은 거부하겠어. 앞으로도 거부할거야. 그러니 다신 입 밖으로 꺼내지마. 알았니?"


"...하하..."


위압감과 함께 차가운 분노를 내보이는 레오나의 일갈을 듣던 내 입에서, 갑작스레 헛웃음이 튀어나온다.


"...그 웃음은 뭐지?"


"....죄송합니다. 마치...어디서 본것 같은 그리움이 드는 바람에 그만, 실언을 했습니다."


자매를 위해, 소중한 사람을 위해, 맡은 바 소신을 다하기 위해 전우와 함께 남을 것이라는 철혈의 정신. 철혈의 의지.


...참으로, 판박이다.


그녀와.


"...'로켓 볼'은 이제 어림잡아 서른발 내지 남았고, '군니르'는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내 일은, 살아가는것이다.


곁에서 스러져간 전우들을 위해서, 나는 살아야 한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부서졌음에도, 그럼에도 남아있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 나는 살아야 한다.


살아있는 망령이 되지 않기 위해, 떠나간 자들을 가슴에 묻고 앞으러 나아가기 위해, 나는 살아야 한다.


그러니,


찰캉-


철컥.


"폭스트롯이 전투에 돌입하고 3분 경과했습니다. 어서 명령을."


싸운다.


다시 한번.


"...군니르는,"


레오나가 나를 보며 입을 연다.


"군니르는 뭐야? 그것도 전용탄?"


"구경은 로켓 볼과 같습니다. 다만 관통력을 위해 탄자가 자기첨예화 할수있는 재질을 사용해서 폭발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왜 미리 말 안했어?"


"비장의 한 수 라는건 적도 아군도 몰라야 더욱 효과적인 법이니까요."


"....다음엔 그러지 마. 작전에 변수가 생기는건 곤란하다고."


"하하..."


다음. 다음이라.


"바나디스 1, 에코 1-1."


""예, 소장님.""


"무전으로 들어서 알다시피, 자매들의 후퇴가 거의 끝났어. 잠시 후면 우리도 이탈할거야.


그 전에...저 철충. 사람 말을 내뱉는 기분나쁜 저놈만큼은 확실하게 끝장내고 가자."


찰칵!


레오나의 손에 들린 권총의 슬라이드가 앞 뒤로 움직였고,


"커멘드 프레임의 명령은 유지시킬거야. 고기동성인 에코 1,2는 근접해서 회피하고 반격하도록 해."


"네, 소장님."


"그리고 바나디스 1은 시선이 끌린 사이에 로켓 볼로 계속 상처를 내둬. 코어 부위에 상처를 내뒀다가 군니르로 관통시키면 되겠지."


"상처부위는 계속 재생되는 상태인게?"


"잘 봐. 폭스트롯의 기관포 사격에 움푹 패인 부분이 계속 남아있잖아. 전투 개시 후 3분이나 지났는데도 말야."


"...과연. 확인했습니다."


"에코 1, 에코 2. 내 움직임에 맞춰 산개해라. 확실하게 회피하고 반격 가능하도록 일정 거리를 두고 움직일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대령님."


"좋아. 각자 위치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