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음

*새드 엔딩

*이전 글  바보 같은 사랑을 품고 당신을 그리우며 미호

* 그동안 쓴 창작 글 모음



숨을 내뱉으면 하얗게 흘러나오는 입김이 겨울의 차가운 공기를 실감 시킨다.


체온 조절이 힘든 나에게 겨울의 찬 바람과 공기는 극복하기 힘든 괴로움이지만,

그것보다는 마음에 깊이 박혀 빠지지 않는 가시가 더욱 괴로웠다.


"후우~ 춥다~~"


시간이 허락하면 습관처럼 들리는 이 장소. 세상에서 가장 소중했던, 가장 사랑했던

남자가 잠들은 이 곳.


"잘 지냈어? 아니.. 잘 지내고 있었던 것 같네."


아마 내 얼굴도 이젠 기억하지 못하겠지.. 그렇게 좋다는 하늘나라에 영원히 쉬러 떠났으니까.

넌 내가 그립지 않겠지.. 난 네가 너무 그리운데..


"내가 얼마나 너를 그리워 하는지 알아? 이 븅신아.."


그의 흔적이 남은 무덤에 몸을 기대며 누워 그 녀석의 사진을 꺼내 들었다.

지나온 세월 때문일까. 사진은 잔뜩 빛이 바래고 낡았지만 도저히 버릴 수 없었다.


"나쁜 새끼... 지우지 못할 추억 만을 남겨버려서..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


나쁜 새끼.. 넌 정말 나쁜 놈이야. 하지만 이렇게 욕해도 그는 듣지 못한다. 이미 멀리 떠나버렸으니까.

아무리 힘들었던 일들만 생각하고, 아무리 그를 원망하려 해도.. 그러지 못했다.


"나중에 돌아봤을 때, 행복했으면 추억이고.. 힘들면 경험이라는 말이 있어.."


지나간 그와 함께한 시간들을 경험으로 넘기고 싶은데, 아무리 노력해도 그 녀석과 함께 한 시간은 

빛이 바래지 않는 영원한 추억으로 남아서 나를 붙들고 놓지 않았다. 


"정말이지.. 내가 참 병신 같아.. 너 하나를 잊지 못하고.. 매일 찾아오고.. 매일 울고.."


죽고 싶을 만큼 보고 싶다. 따뜻하게 날 품어주던 너의 품,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너의 눈..

내게 사랑을 속삭이던 너의 목소리.. 무엇 하나 그립지 않은게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너를 아직도 사랑하는데, 죽을 만큼 보고 싶은데'


만약 너를 또 만난다면 아직도 널 사랑하고 있다고, 아직도 널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야속하게 먼저 날 떠나버린 너에겐 내 목소리가 닿지 않겠지.


"이 븅신아..."

"나쁜 놈..."

"개새끼..."

"쓰레기 같은 새끼..."


눈물이 흐른다. 언제나 냉혈한 뱀의 차갑게 식은 심장에서 피눈물이 흐른다.

내가 이렇게 누군가 에게 묶여버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후훗.. 그립다.."


차가운 바람이 내 심장에 얼음으로 만든 송곳을 후벼 넣는 것 같은 아픔이 몰려들었다.

이대로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그 녀석이 기다릴 그곳으로 가고 싶다.


"이대로 눈을 감으면..."


'네가 다시 보일까..'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지 못하는 나는 코트를 벗고 누워 있으면 확실하게 죽겠지.

한 겨울의 차가운 칼바람이 나를 그 녀석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겠지.


"푸훗! 븅신아~ 걱정하지 마! 네가 걱정하는 그런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거야.."


'내가 괴로운 것 보다.. 네가 슬퍼하는 것이 더 아프니까..'


내가 여기서 널 따라가면, 넌 슬퍼하겠지. 언제나 너는 날 먼저 생각했으니까. 

심지어 네가 늙어 죽는 그 날까지, 넌 나를 걱정했으니까.


"킥..! 그때의 넌 정말 병신 같았어.. 알아?"


순진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그는 살아 생전 언제나 나를 먼저 생각했다.

그래서 난 그의 마음속에 똬리를 틀고 정착했다.


언제나 미움 받고, 혐오 받는 것이 익숙한 뱀에게 넌 마음을 열어주었다.

이렇게 슬픈 장소에서 내가 웃을 수 있는 건 그 녀석이 선물한 추억 때문이다.


"사는 동안.. 언젠가 널 또 찾을 지 몰라.. 알지? 나 변덕 많은 거.."


단 한번을 웃고, 만 번을 울더라도.. 그 녀석과 내가 함께해온 추억들을 잊지 못할 것이니까.

이렇게 잔혹한 이별 앞에서도 그가 선물한 추억 하나로 버티며, 오늘도 나는 그를 찾아갈 시간을 기다린다.



깊어지는 그리움을 품고 당신을 그리우며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