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 59]

[시청 대기자 : 6명]

[18 : 00]

[방송을 시작합니다.]


"우하! 우르의 우르르TV야."


[매지컬선배 : 우하! 안녕하세요.]

[하늘의창잡이 : 우르 하이!]

[귀여운유령 : 우하- 선배도 우하다.]

[iron_bug2019 : 우하!]

[차가운도시의커리어우먼 : 우하! 오늘도 귀여워요!]


우르가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고정 시청자 5명이 우르르 채팅으로 인사를 했다. 혼자 있기 싫어하는 그녀가 사령관의 추천으로 방송을 시작한지도 벌써 한 달째. 처음 방송을 시작했을 때는 시청자가 한 명도 없었지만, 꾸준히 방송을 이어나가다보니 많지는 않지만 그녀의 방송을 매주 봐주는 시청자들이 한 명 두 명 늘어나, 벌써 5명의 시청자를 확보한 참이었다. 


"시청자끼리 친목하면 안 돼. 경고 1회!"


[귀여운유령 : 미안하다......]


처음 방송할 때 사령관이 말해준 '시청자끼리 친목 금지'라는 룰을 지키기 위해, 우르는 망설임 없이 경고를 날렸다. 시청자 '귀여운유령'이 시무룩해 하는 것이 채팅창을 넘어 전해진 것 같아, 그녀는 금방 말투를 바꿔 '귀여운유령'을 달래 주었다.


"괜찮아. 다음부터 안 그러면 되지. 그럼 본격적으로 방송을 시작하기 전에...... 우르가 네 명 모이면 뭐라고 하게? 사우르스!"


우르가 방싯방싯 웃으며 벽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썰렁한 개그와 잘못된 방향으로 하는 인사에 채팅창이 얼어붙으려는 순간, 우르는 어색하게 앉아 있는 티아멧과 에밀리를 가리키며 말을 이어나갔다.


"흠흠, 안타깝게도 오르카 호에 우르는 나 하나 뿐이지만...... 오늘은 처음으로 게스트를 초청해 봤어. 그래서 그런지 시청자가 한 명 늘었네. 다들 고마워요. 우르 감사!"


[섹스는나의힘 님이 10참치를 후원하였습니다!]

[오늘 에밀리 잘 부탁한다.]


[차가운도시의커리어우먼 : 떡상 가나요?]

[하늘의창잡이 : 나만의 작은 방송이었는데ㅠㅠ 대기업 되는 거야?]


"아스, 아니 섹스는나의힘 님 10참치 감사합니다!"

"고마워, 대장......."


갑작스러운 후원에, 우르는 얼마 전 개발한 감사 포즈를 취하며 감사를 표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제대로 웹캠을 보고 인사하는 데 성공해서 우르의 오른편에 앉은 티아멧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럼 오늘의 게스트를 소개할게. 오늘은 나와 같은 X시리즈의 바이오로이드들을 초청해 봤어. 일단 AA 캐노니어의 X-05 에밀리야."

"전 티아멧입니다만."


[iron_bug2019 : 방장 안경 써...]

[매지컬선배 : 괜찮아요! 그런 우르 ㅆ, 아니 방장도 귀여워요!]

[섹스는나의힘 : 이런 게 이 채널의 매력인가]


우르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하지만 우르는 어엿한 스트리머. 여기서 포기하면 방송할 자격이 없다는 생각에, 그녀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게 몸을 돌려 다시 소개를 시작했다.


"실수 미안해. 다시 소개할게. 스트라이커즈의 X-00 티아멧이야!"

"안녕하세요, 여러분. 티아멧입니다."

"그리고 AA 캐노니어의 X-05 에밀리야."

"우하....... 잘 부탁해......"


[차가운도시의커리어우먼 : 오늘은 먹방인가요?]

[하늘의창잡이 : 오르카 패스트푸트점은 싹 털어왔나 보네.]

[귀여운유령 : 먹방은 언제나 옳다. 방장 귀엽다.]


시청자들의 말대로, 오늘 우르의 우르르TV의 컨텐츠는 먹방이었다. 방송 전날 우르가 첫 월급을 받은지라, 맛있는 음식들이 한 상 가득 차려져 있었다. 


"맞아. 어제 첫 월급을 받았거든. 여기부터 오르카 프라이드 양념 반반 치킨, 오르카 불고기 피자, 포테이토 피자, 오르카 프리미엄 버거 세트, 오르카 탕수육, 아우로라 치즈 케이크....... 으으, 너무 많아서 다 못 말하겠어!"


[하늘의창잡이 : 방장 음식 순서 반대야ㅋㅋㅋㅋㅋㅋㅋ]

[iron_bug2019 : 방장 안경 껴2222222222]


"하지만 안경 쓰면 못생겨 지는걸."

"우르는 안경 써도 예쁜데."


[섹스는나의힘 : 에밀리 잘한다!ㅋㅋ]

[매지컬선배 : 맞아요! 우러블리는 안경 껴도 예뻐요.]


에밀리와 시청자들의 격려에 우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안경을 꺼내 썼다. 주변이 선명해지자, 자신감이 생긴 우르는 다시 음식 소개를 했다. 


"어휴, 많아라. 그럼 이제 먹방 시작하겠습니다. 저기, 티아멧."

"아, 네."

"티아멧은 뭐 먹고 싶어?"


갑작스러운 질문에, 티아멧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탕수육 한 조각을 집어 들었다. 탕수육을 처음 봐서 그런지, 그녀의 눈이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탕수육은...... 어떻게 먹어?"

"아, 그걸 생각 못했네......"


X시리즈 세 자매가 탕수육을 하나씩 집어들고 심각한 표정으로 탕수육과 소스를 번갈아 보았다. 이럴 때는 물어보는 것이 상책이었다. 우르는 탕수육을 웹캠에 가까이 대고 시청자들에게 물었다.


"여러분은 탕수육 어떻게 먹는지 아세요?"


[iron_bug2019 : 보통 찍먹 아니면 부먹 아니야?]


"찍먹? 부먹?"


[iron_bug2019 : 찍먹은 소스에 탕수육을 찍어 먹는 거고, 부먹은 소스를 탕수육에 부어 먹는 거야.]

[하늘의창잡이 : 그래서 찍먹이야 부먹이야??]


"그건 확실히 해 둬야겠네요. 일단 소스를 부어 버리면 선택권이 없어지잖아요."


티아멧이 탕수육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우르, 티아멧, 에밀리 셋이서 탕수육을 소스에 찍어 먹을지, 소스를 탕수육에 부어 먹을지 고심하기 시작한 그때, 고작 여섯 명 밖에 없는 채팅방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섹스는나의힘 : 그래서 찍먹인가, 부먹인가? 탕수육을 먹는 데에는 중요한 문제 아닌가?]

[차가운도시의커리어우먼 : 세 분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니 빨리 정해줘야 싶기도 하네요...]

[하늘의창잡이 : 일단 나는 찍먹]


방장인 우르가 대답이 없었기에, 시청자들은 친목 금지라는 룰을 깨고 서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 여섯 명밖에 없는 시청자 중에서도 찍먹파와 부먹파가 갈렸기에, 논쟁은 점점 심화되고 있었다. 찍먹파와 부먹파 중 한 파벌이 우세했으면 논쟁은 금방 끝났겠지만 하필이면 부먹 대 찍먹이 정확히 3대 3으로 갈려 버리고 말았다. 


[매지컬선배 : 후배가 찍먹파였다니... 실망이다.]

[귀여운유령 : 그, 그건 너무하다! 소스를 막 부어 버리면 찍어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선택권이 사라져 버리지 않는가?]

[하늘의창잡이 : 맞는 말이지. 그건 중요해.]

[섹스는나의힘 : 탕수육은 부먹이 근본이라는 것 모르는가? 여장부답게 부어라!]


"응? 채팅창이 왜 이렇게 시끄럽지?"


[차가운도시의커리어우먼 : 취향은 존중하지만... 탕수육을 처음 드시는 분들이니 올바른 습관을 들여야 하지 않나요?]

[iron_bug2019 : 그래서 님은 무슨 파?]

[차가운도시의커리어우먼 : 당연히 부어 먹어야죠!]

[iron_bug2019 : 반동이다! 시티가드! 시티가드!]

[차가운도시의커리어우먼 : 아니 그게 시티가드까지 부를 일이예요?]


"우르, 이게 다 뭐야......?"

"잘 모르겠어, 응. 그저 탕수육 먹는 방법을 물어봤을 뿐인데."

"아니, 소스를 나눠서 반은 붓고 반은 찍어먹으면 되잖아요? 이렇게 싸울 것 까지는 없다고 생각해요."


[섹스는나의힘 : 갈(喝)! 부먹과 찍먹이 어찌 타협할 수 있겠는가!]

[하늘의창잡이 : 이건 자존심의 싸움이라고.]


"탕수육...... 심오하구나......"


에밀리가 탕수육의 심오함에 감탄해 잠시 손이 떨려, 그녀가 들고 있는 탕수육이 소스에 빠져 버리고 말았다. 에밀리의 탕수육이 소스에 쏙 들어가자, 채팅창은 더욱 불타기 시작했다.


[하늘의창잡이 : 에밀리가 방금 탕수육 찍어먹은 거 맞지?]

[섹스는나의힘 : 틀렸다. 탕수육이 소스에 푹 담궈졌으니 에밀리는 부먹을 한 것이다!]

[하늘의창잡이 : 아니 그게 무슨 억지야!]


"싸우지 말고 야스...... 해......"


게스트에서 논쟁의 중심이 되어 버린 에밀리가 양손을 저으며 시청자들을 말렸다. 그러나 '야스'라는 한 마디에 놀란 우르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 방송은 19금 딱지가 붙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방송이 정지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우르는 패닉에 빠졌다.


"방송 정지...... 안돼요...... 혼자는싫어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

"우르, 괜찮아요?"


우르의 상태를 알아챈 티아멧이 괜찮냐고 물었지만, 이미 두려움에 빠진 우르는 쉽사리 회복되지 못했다.


"야스보다는 못하지만...... 맛있어."


[iron_bug2019 : 그래! 치킨은 ㅇㅅ지!]

[섹스는나의힘 님이 5참치를 후원하였습니다!]

[치킨은 다함께 먹는 것이 최고지! 그리고 그 정도로 정지가 될 리 없잖나!]


에밀리가 우르의 입에 프라이드 닭다리를 넣어 주었다. 고소한 맛과 튀김옷 속의 닭다리살이 혀에 감겨오는 감각에, 우르는 패닉에서 벗어나 에밀리와 티아멧을 꼭 안았다.


[하늘의창잡이 : 훈훈하네!]

[매지컬선배 : 저도 안기고 싶네요...]

[귀여운유령 : 내가 안아줄 수 있다!]

[차가운도시의커리어우먼 님이 10참치를 후원하였습니다!]  [다들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다같이 안으면 좋겠네요ㅎㅎ]


"다들 정말 고마워. 먹방 멋지게 해 볼게!"


그 후로 셋은 맛있게 치킨이며 피자를 먹었고, 시청자들은 훈훈하게 그 모습을 바라봤다. 마지막으로 입에 묻은 음식물을 닦고 부른 배를 통통 두드리며(이때 시청자 섹스는나의힘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방송을 마치려 할 때, 티아멧이 숨기고 있던 상자가 화면 안에 스윽 들어왔다.


[iron_bug2019 : 근데 티아멧 옆에 상자 뭐야?]


"앗, 그게...... 아무것도 아니에요!"


때마침 그 순간 시청자 iron_bug2019가 그 상자를 발견해, 우르와 에밀리는 물론 다른 시청자들마저 상자의 존재를 눈치채고 말았다.


"티아멧, 그거...... 뭔지 물어봐도 될까?"

"부끄러워요. 미안하지만 못 본척 해 주시면 안될까요?"


[iron_bug2019님이 20참치를 후원하였습니다!]

[궁금하니까 보여줘]


후원과 함께한 재촉에, 티아멧은 조심스럽게 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그녀가 쭈뼛거리며 상자를 열자, 일그러진 초콜릿 케이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먹방을 한대서 만들어 봤어요. 그런데 이렇게 우그러져서는......"

"맛있어 보여......"

"맞아. 맛있어 보여. 응, 포크가 없으니 젓가락으로 먹어도 돼?"

"정말 드실 거예요?"


티아멧이 불안한 표정으로 우르와 에밀리에게 물어본 순간, 이미 둘의 젓가락은 움직이고 있었다.


[귀여운유령 : 맛있어 보인다.]

[차가운도시의커리어우먼 : 정성이 들어가서 더 그런 것 같아요ㅎㅎ]

[iron_bug2019 : 셋이 먹는거 보니까 웃음이 절로 나오는걸]


따뜻한 칭찬이 담긴 채팅에, 티아멧은 조심스럽게 젓가락을 들어 케이크를 맛봤다. 미묘했다. 딱히 맛있지도, 맛없지도 않은, 달달하고 애매한 맛의 케이크. 그래도 다들 기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그렇게 티아멧이 만든 초콜릿 케이크는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정말 잘먹었다. 이렇게 배부르게 먹은 적은 처음이야."

"맞아...... 배가 불룩 나왔어."

"저기, 여러분. 다음에도...... 이렇게 맛있는 것을 같이 먹지 않을래요? 방송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실험기로 있던 시간 동안, 방송은 본 적도 해본 적도 없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응원을 받은 적도 없었다. 이러한 경험을 처음 해본 X시리즈 3자매는 자연스럽게 다음을 기대하게 되었다.


"당연하지. 오늘은 여기서 끝나지만, 다음 방송도 다다음 방송도 할 거야."

"그럼 다음에는...... 제녹스도 함께 와도 될까?"

"다른 분들이나 사령관님을 불러도 괜찮을까요?"


에밀리와 티아멧의 연달은 질문에, 우르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안경을 벗었다.


"물론이지! 그러려고 시작한 방송이니까!"


[하늘의창잡이 : 방장ㅋㅋ 거기 벽이잖아ㅋㅋㅋㅋㅋㅋ]

[iron_bug2019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코, 실수해버렸네. 그럼 다음주도 토요일 오후 여섯시에 만나자! 우바!"

"우바......"

"우바!"


[차가운도시의커리어우먼 : 우바!]

[iron_bug2019 : 우바!]

[하늘의창잡이 : 우-바]

[귀여운우령 : 우바다.]

[섹스는나의힘 : 우바]

[매지컬선배 : 우바. 수고하셨어요.]


"그런데 인사하다가 내가 깜짝 놀라면? 우르르 까ㄲ......"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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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게스트는 AL 큐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