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음

*새드 엔딩

*이전 글 깊어지는 그리움을 품고 당신을 그리우며 천아

* 그동안 쓴 창작 글 모음



"꽃들이 정말 아름답죠?"


흩날리는 벚꽃이 분홍 빛 물결을 일으켰다. 한번 본다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광경에 시라유리가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자리에 앉아 바로 옆 비석에 머리를 기대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이렇게 기대면 사령관 님의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는데..."


이제는 차갑게 식은 비석 하나로 남아버린 그의 흔적이 아름다운 이 낙화의 풍경을 방해했다.

사령관과 함께해온 지난 시간들을 추억 하면, 시라유리의 눈에서는 눈물이, 입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언제나 행복한 시간은 그 끝이 있나 봐요.."


전쟁이 끝나고 결혼하여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지만, 결국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령관은

하늘이 정해준 수명을 이겨내지 못하고 시라유리의 곁을 먼저 떠나갔다.


"후훗.. 걱정 마세요.. 전 행복했어요.. 사령관 님께서 약속하셨던 것처럼.. 전 충분히 행복했어요.."


서로의 평생을 맹세하며, 그가 시라유리에게 한 약속. '함께 살아가는 시간을 행복하게 해주겠다.'

과연 그의 약속대로 그와 함께 지내온 그 시간들은 그녀에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다.


"함께 벚꽃을 구경하며 사랑을 속삭이고.. 웃고.. 떠들고.. 정말 행복했어요.."


언제나 꽃이 떨어질 시기가 되면 단둘이 손을 잡고 꽃구경을 나오고는 했었다.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그의 팔에 자신의 팔을 걸고 함께 걷던 추억부터

그가 늙어 홀로 걷기 힘들 때, 그가 앉은 휠체어를 밀어주며 함께 나아가던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것들이 아름다운 기억으로 자리 잡아 떨치지 못한 추억이 되었다.


"사령관 님과 함께 보낸 세월들은.. 저에게 아름답고 언제나 그리운 추억이 되었어요."


괴롭고 힘든 기억은 경험이며, 아름답고 그리운 기억은 추억이라 하던가.


그와 남긴 추억은 이제 수첩 속에 작은 글귀와 사진으로만 남아버렸지만, 언제나 떠올리면

자신도 모르게 웃게 되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그리워요..."

"보고 싶어요..."

"너무 외로워요..."

"항상 당신을 떠올려요..."


다시 한번 태어나, 다시 한번 똑같은 삶을 살아간다 하더라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비록 언젠가 서로 갈라져, 이렇게 홀로 남겨져 그를 그리워하며 슬퍼한다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아요... 그만큼 사랑했으니까..."


첩보 요원으로 태어나, 첩보 요원으로 훈련 받으며 그 누구도 믿지 않고,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자신에게 처음으로 신뢰라는 마음을, 사랑이라는 감정을 그가 알려주었다.


신뢰란 나약한 자들을 옭아매는 하찮은 것이라 생각했다.

사랑이란 멍청한 것들이나 집착하는 덧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어요. 신뢰란 누군가를 믿는 끈끈한 유대였고, 

사랑이란 내 모든 것들을 다 포기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었어요."


그것들을 사령관이 알려주었다. 항상 들고 다니는 작은 수첩에 모든 비밀들을 적어 놓은 듯

행동했지만, 사실 그것들은 더미였다. 중요한 것들은 스스로 기억하는 자신에게 수첩이란 방패였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사령관 님과 함께한 시간들을 적고, 함께 찍은 사진들을 보관하게 되면서.."

 

그 누구에게도 보일 수 없는 비밀이 되었다. 

그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보물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 수첩이 아니면.. 사령관 님의 얼굴을 못 보니까.."


떠나버린 그를 이 장소에 묻을 때, 이 수첩마저 없었다면 그를 떠나보내지 못했을 것이다.

더는 사랑하는 그를 바라볼 수 없기에, 더는 그와의 추억을 떠올릴 수 없기에.


하지만 이 작은 수첩에 남은 글귀가, 사진이 아름답게 보존된 추억이 되었다.


"언젠가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끝나 사령관 님을 만나러 간다면...

이번엔 짧은 수백년이 아닌, 영원의 세월을 함께하고 싶어요..."


사랑에 기한을 정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리라.

영원의 세월을 그의 곁에서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함께 보내리라.


"흩날리는 벚꽃같이 짧은 찰나가 아닌.. 영원한 시간을.. 사령관 님의 곁에서 보내고 싶어요.."





흩날리는 벚꽃 속에서 당신을 그리우며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