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 https://arca.live/b/supernerimk2?category=%EC%86%8C%EC%84%A4&target=title&keyword=%EC%A1%B0%EA%B8%88+%EC%9D%B4%EC%83%81%ED%95%9C


모음 : https://arca.live/b/lastorigin/207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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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난 건가.”

 

 

 

칸이 기다란 꽁지머리를 휘날리며 로버트의 머리를 밟았다.

로버트는 어떻게든 끼릭거리며 자신의 네 팔을 버둥거리려고 안간힘을 썼다만.

 

 

 

---쾅!!---쾅!!!!

 

“이런 상황에서도 움직일 수 있는 걸 보면 꽤 고급 AGS인 것 같군.

닥터가 보면 환장하겠어.”

 

“… 저는 이만 가봐도 괜찮겠습니까, 칸 지휘관님.”

 

“그래, 수고했다. 팬텀 요원.”

 

 

 

칸의 무자비한 영거리 포격에 버둥거리던 팔이 모두 날아가버렸다.

팬텀이 망토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거두었고, 흐끄무리한 망토가 다시 본래의 색을 되찾았다.

 

 

 

“어이!! 대장!!

이쪽 고철 덩어리들은 다 끝냈는데, 더 부술까?”

 

“우헤헤헿ㅎ, 폭발!!! 더 큰 폭발!!!

내 남편을 괴롭힌 놈들한테는 더 더더 큰 폭발!!!”

 

“하이에나!! 대장님이 그건 부수지 말라고 했잖아!

아주 다 부스러기로 만들어 놔야 정신을 차리겠어!!”

 

“… …”

 

“사령관, 오랜만에 보는 것 같군.

… 애들 상태가 저런 건 이해해주길 바란다.

그대와 만나는 걸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던 애들이라 말이지."

 

“… 그래, 오랜만...이야.

그래도 이런 데서 보니까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네.”

 

“전장에서 굴러다닌 것도 벌써 한 세기가 넘는다.

이 정도는 여러 번 해봤지.

그리고 지금은 누구보다 믿음직한 사령관이 있지 않은가.”

 

“괜한 칭찬 고마워.”

 

“합리적인 칭찬이지.”

 

 

 

써니의 홀로그램이 우리를 덮고 있었지만, 칸은 마치 내가 보인다는 듯이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리고는 밟고 있던 코어에서 발을 때어냈다.

그제서야 지직거리는 기계음이 멈췄고, 로버트의 입 같은 곳에서 소음 같은 것이 비집고 나왔다.

 

 

 

“… 처음부터 거래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군. 인간.”

 

“반쯤은?

어차피 너도 우릴 살려 보낼 생각이 아니었잖아.

피차일반이지.”

 

“… … 그래, 피차일반이지.”

 

"은근 솔직하네."


"... ..."


 

 

써니가 홀로그램을 치웠고, 난 웅크리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팬텀이 어느새 내 옆자리로 돌아와 가지고 있던 손가락을 다시 내게 건넸다.

 

 

 

“손가락…?

사령관, 혹시 그거…”

 

“그래, 내 손가락이야.

다행히 출혈이 심하진 않았지만.”

 

“경호대장이 보면 난리 나겠군.

… … 미안하다.”

 

“시간 좀 벌려면 이 정도는 감내해야지.

그나마 손가락 하나로 끝났으니 다행 아니겠어?”

 

“좀 더 빨리 부르지 그랬나.

그랬다면 당장 우리가 달려왔을 텐데.”

 

“철충이 오죽 많이 왔어야지.

너희만 무리하게 빼냈다간 다른 부대 애들이 다칠 수도 있는 일이었잖아.”

 

“그런 계산을 하다가 그대가 다치면 그거야말로 가장 심각한 일이다.

앞으로는 괜한 걱정 없게 해주길 바란다.”

 

“… 그래, 그러지.”

 

 

 

칸은 잠시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내 내 목을 자신의 팔로 감싸 꽉 끌어 안았다.

쉴 세 없이 뛰는 칸의 심장 고동이 그대로 내 귓가에 울려 퍼졌다.

 

 

 

“카, 칸?”

 

"... 이, 이런 감정은 느낀 적이 많지 않아 좀 당혹스럽군."


"나, 나도 당혹스러운 건 마찬가지인 거 같은데..."


“그럼 당혹스러운 김에 나도 조금만 더 하도록 하지.

출혈은 버틸 만 한가?

피로하거나, 어지럽거나 한 건 없나?

당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아니면 잠시 눈 앞이 어지러울 수도 있다.

그 밖에 다른 것은?

다른 증상은 없었나?

손가락이 떨리거나 발가락에 감각이 없어지는 건?

근육이 끊어지는 느낌은 없었나? 싸우다보면 인대가 끊어질 수도 있다.

아픈 건 아프다고 말해라. 안 그러면 더 큰 부상이 될 수도 있다.

아니면 내상인가?

혹시 안 보이는 부분은 없는 건가?

내가 누구인지는 기억하고 있는 겐가?

숫자 100부터 3씩 빼가면서 셀 수 있나?

도중에 머리가 다쳤을 수도 있다.

그대처럼 처음 전투에 참가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아니면… 아니면… ... ... ...”

 

“… …”

 

 

 

숨조차 쉬지 못할 정도로 칸은 내 몸을 강하게 끌어 안았다.

내 몸이 괜찮은지, 머리가 다친 건 아닌지, 온갖 증상들을 말하는데, 내가 차마 대답할 새도 없었다.

마치 대답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처럼 말이다.

안고, 또 안고, 그 동안 체면 차리느라 안지 못했던 것을 한 번에 쏟아 붇는 것처럼 날 끌어 안았다.

 

그러고는 잘린 새끼 손가락이 있는 내 팔을 들었다.

피가 방울 방울 흘러 내리고 있는 내 손가락을 가만히 응시하더니, 이내 작게 무어라 속삭였다.

뒤에서 바퀴 구르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카멜이 작은 응급 상자를 가지고 내 앞에 나타났다.

 

 

 

“대장님? 갑자기 이건 왜… … 으에엑?!

사령관님 손가락이…!!”

 

“당황하지 마라. 카멜.

일단 응급처치부터 해야 하니까.”

 

 

 

카멜이 허겁지겁 구급 상자에서 소독약과 붕대를 꺼냈고, 칸이 그걸 받아 들었다.

그리고는 부들거리는 손으로 내 손가락에 천천히 약을 부었고, 그 위를 붕대로 다시 감았다.

아픔에 몸이 이따금씩 저릿저릿했고, 그럴 때마다 칸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놀라 뒤로 몸을 움츠렸다.

 

 

 

“어휴…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갑자기 확 아프네.”

 

“… 미안하다.

내가 이런 걸 해본 적이 많지가 않아서…”

 

“그러게요.

대장님 평소에는 저희 다쳐도 전부 알아서 하라고 하시잖아요.”

 

“그래?

칸이 생각보다 냉정한 면이 있네.”

 

"전투 중이라면 어쩔 수 없..."


"난 그런 사람은 좀 무섭던데."


“...

...

그, 그건! 크… 크게 다치지 않았을 때에만 그런 거다! 사령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전시 상황에 대장인 내가 그런 걸로 빠지면 나, 남은 부하들이 어떻게 되겠나!”

 

“… 농담 한 번 해본 거에요. 대장님.”

 

“나도 농담 한 번 해본 건데,

칸이 은근 무서운 면이 있단 말이지.”

 

“사… 사령관…!!”

 

 

 

칸은 얼굴을 잔뜩 붉게 물들이며 내 말을 반박했다.

그 덕에 긴장이 조금 풀린 것일까, 그제서야 난 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 정도면 충분한 것 같아. 칸.

몸 바꾸고 나서부터 어지간한 상처는 금방 괜찮아지니까.”

 

“… 알았다.

혹시나 무슨 문제라도 생긴다면 내게 말해라. 사령관.”

 

“그래야지. 누구 말씀인데.

그나저나 슬레이프니르는 언제쯤 온데?

내가 좀 여유롭게 오라고 하긴 했는데.”

 

“아마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다.

연구실 내부에서까지 날아다닐 수는 없을 테니.

그래도 그대가 말한 ‘손님’이란 자와 함께 올 테니 더 기다릴 필요는 없을 거다.”

 

“그나마 다행이네.”

 

 

 

칸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카멜의 구급 상자에 약과 붕대를 주섬주섬 집어넣었다.

마지막으로 나를 한 번 꽉 끌어 안은 다음, 몇 번이나 크게 심호흡하고 다시 나를 놔주었다.

 

난 그 때가 되어야 뒤를 돌아볼 여유가 다시 생겼다.

워울프와 하이에나가 뒤에서 수백 대의 AGS를 쓰러뜨리고 고철 더미로 산을 쌓았다.

샐러맨더가 태워버린 철더미들 덕분에 멀리서 봐도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아직도 움찔거리는 AGS들은 페더의 재밍으로 해킹했고, 워울프가 그 머리 위에 깡통을 올려 놓은 다음 몇 십 미터 밖에서 사격 연습용으로 써먹고 있었다.

 

 

 

“오! 사령관!! 아직 멀쩡하네?!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오늘 나가면 술 잔뜩 마실 줄 알라고!!”

 

“남편!! 내 남펴… 으에엑!!”

 

“사령관님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사령관님? 괜찮으신가요?

혹시 괜찮으시면 제가 사진 몇 장만… 흐헥!”

 

 

 

페더가 내 쪽으로 날아오며 카메라를 들이대자 뒤에 있던 카멜이 작은 고철 덩어리를 쥐어 던졌다.

 

 

 

“페더, 너나 하이에나나 똑같아.”

 

“나… 난 그저 대장님과 함께 계신 사령관님 모습을 좀 찍고 싶었던 건데에…”

 

“너 전에 구한 거 아직 가지고 있잖아.

제목이 뭐… ‘대장님과 사령관님의 첫만남’이었나?”

 

“그게 얼마나 오래된 건지 알아?!

새로운 컨텐츠가 없으면 아무리 나라고 해도… 흐헥!!”

 

“그러니까 오죽 보라고 했지.

하루 2시간씩 영상 하나만 붙잡고 돌려보고 있으면 안 질리는 게 병이야.”

 

“… …”

 

“봐봐, 페더.

대장님도 아무 말씀 안 하시잖아.

얼마나 어이가 없었으면…”

 

“흐에에에!!”

 

 

 

페더가 몸부립을 치면서 다시 저 멀리로 날아갔다.

칸이 그 모습을 측은하게 바라보니, 나도 덩달아 그런 표정이 되어버렸다.

 

… 그나저나 ‘대장님과 사령관님의 첫만남’이라고?

설마… 그 옛날 얘기를 하는 건 아니겠지?

 

 

 

---치직---치직.

 

“… 아, 맞다.

아직 안 끝났지.”

 

 

 

로버트의 몸이 경련하듯이 부들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전에 비하면 저항의 흔적은 없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준비한 수백 개의 AGS가 고작 부대 하나에 몰살당했다.

사람 하나 담가버리기엔 충분했겠지만, 일이 이렇게 벌어질 것이라곤 생각 못했던 것이겠지.

심지어 밖에서 철충들이 몰려오고 있으니 로버트가 아니라 다른 누구라고 해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 마땅한 돌파구를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로버트, 말은 할 수 있나?”

 

“… …”

 

“괜히 속일 생각은 하지 마라.

내가 특별히 코어는 안 건들게 했어.

팬텀이 손 본 이후로 몇 분은 족히 지났을 텐데, 아직도 말을 못할 리가 없잖아?”

 

“… 지긋지긋한 인간이군.”

 

“너만할까.”

 

 

 

나는 품 속에서 잘린 내 손가락을 꺼냈다.

 

 

 

“… …”

 

“딱히 할 말 있어?”

 

“왜 그걸 지금 꺼내는 건지 묻고 싶군.

날 능욕하려는 것이냐? 인간.”

 

“설마.

내가 말한 걸 벌써 잊은 거야?

거래한 건 반드시 끝낸다.”

 

“… 하, 지금 같은 상황에 그러는 게 무슨…”

 

“얘가 아직도 이러네.”

 

“… …”

 

“지금 당장은 내가 이긴 것 같다만 나도 눈치란 게 있어.

지금 밖에서 철충과 싸우는 네 AGS 부대가 총구를 이쪽으로 돌리면 우리가 어떻게 될까?

여기 있는 저급 AGS랑은 다른, 진짜 네 AGS 부대를 우리가 상대할 수 있을까?

아니, 그 이전에 네 AGS가 철충을 안 막아주면 그 철충들이 곧장 이 연구실로 쏟아져 들어오겠지.”

 

“…”

 

“지금도 머리 속으로 생각하고 있잖아.

철충 무리와 싸우게 하는 게 좋을지, 아니면 그냥 싸움을 포기하고 이쪽으로 돌려서 전부 공멸하게 하는 게 좋을지.

그나마 다행인건 아직 네가 전자를 선택하고 있다는 거고.

밖에 있는 애들에게서 계속 무전이 들어오고 있거든.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지.”

 

“… 웃기는군.”

 

“내가 누구 웃기는 거에는 재주가 좀 있지.”

 

“넌 내가 본 모든 존재 중 가장 지긋지긋한 놈이다.”

 

“칭찬 고마워.”

 

 

 

그 때, 멀리서 작게 또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점점 다급해지는 구두굽 소리.

그 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았다.

 

 

 

“자, 로버트.

아직까지도 철충과 싸워주고 있는 네게 선물을 주지.

이 손가락에는 신경 세포, 뼈 세포, 온갖 세포가 다 있으니 네 실험도 금방 끝낼 수 있을 거야.

난 분명 내가 말한대로 거래한 건 끝까지 지킬 거다.”

 

“… …”

 

“물론, 그 전에 달리 해야 할 것이 있지만.”

 

 

 

점점 템포가 올라가는 구두 소리가 한 순간 멈췄다.

난 고개를 돌려 이 방의 입구를 바라 보았다.

 

긴 보라빛 머리와 커다란 원형의 컴퓨터.

늘씬한 몸매의 미인, 거칠게 숨을 내뱉고 있는 한 사람이 거기 서 있었다.

 

 

 

“하아… 하아…

… 사령관… 님…?”

 

“시간 딱 맞춰서 왔네. 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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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마 정말로 와줄 줄은 몰랐는데.”

 

“… …”

 

 

 

알파는 거칠게 숨을 내쉬며 나를 가만히 바라 보았다.

방 안의 모두가 행동을 멈추고 알파를 주목하고 있었다.

그 시선을 느낀 것인지, 알파도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숨을 골랐다.

 

 

 

“… 저도 사령관님이 이렇게나 미친 분이신 줄은 몰랐네요.

다른 건 몰라도 자기 몸 하나만큼은 귀한 줄 아는 존재가 인간이라 생각했는데 말이죠.”

 

“그것보다 귀한 게 있다는 것도 아는 게 인간이지.

아무튼 와서 좀 볼래?

여기서 확인하고 싶은 게 내 몸뚱아리 멀쩡한지 아닌지가 아니잖아.”

 

"… ...”

 

 

 

알파는 다시 또각거리는 소리를 내며 방의 정 중앙을 천천히 걸어왔다.

그 뒤로 상상 이상을 커다란 케스토스 히마스가 따라왔다.

게임 속에서 보는 것보다 거의 배는 커다란 모습이었다.

 

 

 

"… 아무리 제가 오메가의 흔적을 찾기 위해 왔다고 해도, 사령관님의 안위가 걱정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 오메가가 뭔 짓을 했던 건지 알려줄 사람인데 귀한 정보원이긴 하겠지.”

 

"… … 너무 그렇게 자신을 낮추지 마세요.”

 

“여기 와서 처음 보는 애들한테는 그러는 게 습관이 돼서 말이야.

좀 봐줘.”

 

"...”

 

 

 

알파는 말없이 내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 시선은 바닥에서 부들거리는 로버트에게로 향했다.

 

 

 

"이거로군요.”

 

"그래, 오메가가 손 대고 간 녀석이지.

한 번 살펴봐봐.

과연 그 여우 같은 년이 흔적을 남기고 갈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설령 오메가라고 해도 이런 태평양 한복판까지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 거에요.

애초에 이곳에 정말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면 델타와 감마에게 말을 하지 않았을 리가 없죠.

하지만 레모네이드 회의에서 별 말이 없었던 걸 보면 그다지 신경쓰고 있던 곳도 아니었던 것이겠죠.

흔적 몇 개는 금방 발견할 수 있어요.”

 

 

 

위잉 거리는 기계음이 들리더니, 케스토스 히마스가 또 다시 크기를 키웠다.

원형의 반지름이 족히 1.5배는 커졌을 것이다.

그 안에서 이상하게 반짝이는 것들이 이리 저리 신호를 주고 받고 있었고, 작은 기계 팔 같은 것이 빠져 나왔다.

 

알파는 직접 로버트의 코어에 팔을 꽂아 넣었고, 공중에 홀로그램 키보드를 띄웠다.

그 위에서 몇 번 손가락을 움직였고, 곧이어 셀 수 없이 많은 양의 시스템 창이 공중에 떠올랐다.

 

 

 

---삑---삐빅

 

"… ...”

 

“어때?

그런 슈퍼 컴퓨터로 살펴보면 뭐가 좀 나와?”

 

"… …

역시, 나오지 않을 리가 없죠.

이 흔적은 분명 오메가의 케스토스 히마스로군요.

그 년의 해킹 흔적이 확실해요.”

 

"...”

 

"그리고… 뭘 실험하려고 했는지도 알겠군요.

신인류 부흥 프로젝트라니.

… 설마 팩스 회장들을 위해 이 정도 짓을 저지를 줄은 몰랐는데…”

 

"이제 내 말을 좀 믿겠나? 알파?”

 

“어디 믿는 것뿐일까요?

… 대체 어디서 이걸 찾아내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겠죠.

...”

 

 

 

알파는 말을 끊고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 뒤로 거대해진 케스토스 히마스가 다시 자기 모습을 되찾아갔다.

복잡한 구조의 원형 구조물이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작은 케이스 안으로 몸을 숨겼다.

그제서야 이 날아다니는 컴퓨터는 내가 아는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 보내주신 자료는 잘 읽었어요.

확실히… 제가 유미 양을 통해 관찰했던 분과는 다른 분이시더군요.”

 

“그렇게 생각해주니 다행이네.”

 

“그리고 제가 모르는 오메가의 만행도 알고 계셨죠.

그걸 제게 알려주시기도 했고요.”

 

"...”

 

 

 

알파는 꺼내놓았던 홀로그램 키보드를 다시 접었다.

그러고는 허공에 다시 몇 번 손가락질을 하면 케스토스 히마스를 구동시켰다.

 

그 반동인지, 로버트의 잔해가 덜컥 덜컥거리며 발작을 일으켰다.

 

 

 

“뭐 하는 거야?”

 

"오메가, 그 년의 흔적을 지우고 있어요.

이 상태로 계속 내버려 두었다간 그 여자의 계획대로 될 테니, 해킹 이전 상태로 되돌려 놓아야겠죠.”

 

“애 상태를 보니까 정상적인 방법은 아닌 것 같은데.”

 

“강제로 연결을 끊어내는 거니 조금 반동이 있긴 하겠죠.

그래도 너무 걱정 마세요.

이 AGS의 핵심 코어는 이 본체가 아닌 분할된 곳에 있으니까.”

 

"어디?”

 

“사령관님이 보고 계신 저 커다란 코어 말이에요.

저거만 멀쩡하면 이 코어도 괜찮을 거에요.”

 

 

 

알파는 손가락을 쫙 펼쳐 내 뒤에 있는 거대한 코어를 가리켰다.

거기에는 은근슬쩍 올라타 폭탄을 붙이고 있던 하이에나가 있었다.

 

 

 

"야!! 하이에나!!

너 그러다가 진짜 대장님한테 맞는다!!”

 

"헤헤… 내 남편을 다치게 한 놈들은 다 나쁜 놈들이야...!!!

폭발!! 더 큰 폭발!!!”

 

"… ...”

 

 

 

알파는 할 말을 잃은 듯이 멍하니 저 모습을 바라봤다.

 

 

 

"… 우리 애들이 좀 활발하지?”

 

"… 그래도 사령관님을 위하는 마음에서 그러는 것일 테니 나쁜 것만은 아니겠죠.

펙스에선 저런 아이들을 보기 힘들었거든요.

오메가, 그 여자가 어찌나 성질을 부리던지...”

 

"… … 걔는 여기서도 그래?”

 

“노처녀 히스테리가 어디 가겠나요?”

 

"… ...”

 

 

 

알파의 실없는 농담에 난 기운이 빠져 바닥에 주저 앉아버렸다.

카멜은 눈썹을 휘날리면서 코어에 붙어있는 폭탄을 때어냈고, 페더가 낑낑대며 하이에나를 잡고 칸에게로 날아갔다.

워울프와 샐러맨더는 그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이 태평하게 누워 고철 더미들로 저글링을 하고 있었다.

 

 

 

"… … 인간.”

 

"… 아, 맞다.

저 모습을 보고 있으니까 자꾸 너를 잊고 있었네.”

 

"… 이 살덩이는 대체 누구냐.”

 

“전에 너에게 거래를 요청했던 애랑 조금 닮았지?

이름까진 알 거 없고, 너를 풀어줄 사람이라고만 생각해라.”

 

"사람?

그럼… 이 자도 인간이겠군.”

 

"아니, 바이오로이드인데?”

 

"… … 날 자꾸 헷갈리게 하지 마라.”

 

 

 

로버트의 말투가 이전보다는 조금 더 부드러워진 것 같았다.

그런 내 생각을 알아차린 것처럼 알파는 내 옆자리 바닥에 먼지를 털고 다소곳하게 앉았다.

 

 

 

“오메가가 이 AI의 근원 코어를 건들려 놓았더군요.

감정, 판단, 의식, 온갖 알고리즘이 공격적이고 효율적이게 바뀌었어요.”

 

“그 말은?”

 

“원래는 그런 AI가 아니었다는 뜻이죠.

딱 오메가, 그 여자의 취향대로 바꿔놓았다는 거죠.”

 

"뭔 취향이 그래."


"그것도 히스테리 때문일까요?

죽은 사람 되살리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테니까요."


 

 

그러자 옆에서 문득 알프레드가 얇은 철골 팔을 쭉 내빼며 말을 끊었다.

 

 

 

"어허! 신사분의 손님이라 해서 말을 아끼고 있었는데, 그리 말씀하시면 섭섭합니다!”

 

“… 어머, 이런 AGS도 있었군요?

너무 작아서 제가 차마 못 봤네요. 사령관님.”

 

“그렇게 말하면 애가 싫어할 걸?”

 

“맞습니다!

제가 몸은 지금 좀 이렇게 앙상해도, 원래는 로버트 못지 않은 AI였단 말이죠!!

흠흠… 아무튼!

숙녀분은 로버트가 어떤 AI였는지 알고 계십니까?”

 

"아뇨, 모르죠.”

 

“인류가 멸망하고 난 다음, 자그마치 130여체의 프로토타입들을 말살하고 다닌 나쁜 녀석입니다!

제가 운이 좋아 살아남았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저도 죽었을 거라고요!!”

 

“기본적인 알고리즘 자체가 그러니 당연할 수밖에요.”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적자 생존.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게 강한 거다.

진화론의 가장 기초가 되는 핵심이죠.

이 AI는 그런 공격적인 판단을 기반으로 설계되었어요.

그러니 자신이 살아남는 자가 되기 위해선, 다른 모든 프로토타입을 죽이려고 하는 수 밖에 없죠.”

 

"… 그, 그런 걸 잠깐 본 거로 판단할 수 있으십니까?”

 

"네, 제 컴퓨터가 워낙 성능이 좋거든요.”

 

 

 

알파는 싱긋 웃으며 알프레드에게 대답했다.

알프레드는 빙긍빙글 돌아가는 이모티콘을 보이며 자신의 코어를 철골 손으로 부여 잡았다.

 

 

 

“기분 좋아 보이네, 알파.”

 

“오늘은 그런 날이니까요.”

 

"하… 한 번 본 거로 그런 걸 알 수 있는 분을 손님 취급하시다니.

시, 신사분도 참 대단하십니다?”

 

“비꼬는 거야? 아니면 칭찬이야?”

 

"흐, 흠흠.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아무튼 나쁜 놈이란 건 변함 없지 않습니까?!

심지어 이 실험 때문에 죽은 바이오로이드도 있습니다!!

그 분들까지 생각하면 아~~주 나쁜 놈인 게 틀림 없습니다!”

 

"맞아요. 나쁜 놈이죠.”

 

“아니, 이런 상황에서까지 옹호를 하시…

… 네?”

 

“나쁜 AI인게 당연하죠.

진화론은 생존에 선과 악을 구분하지 않으니까요.

살아남는 것에는 승리와 패배만 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없어요.”

 

"… 그, 그리 생각하신다면… 뭐... 맞는 말씀입니다.”

 

 

 

너무나 쉽게 인정하는 알파를 보며 알프레드는 꼬리를 내렸다.

난 그 모습을 보고 알프레드의 등을 툭툭 쳤다.

 

 

 

“알프레드?”

 

"네… 네엡? 신사분?”

 

“넌 로버트가 나쁜 놈처럼 보이나?”

 

“… 흥, 그럼 아니겠습니까?

시간만 충분했으면 놈은 저까지 죽였을 겁니다!”

 

“그럼 우리도 지금 로버트를 죽일까?"


"... 네?"


"네는 무슨 네야?

말 그대로 지금 그냥 로버트 죽일 지 물어보는 거야.

로버트가 우리를 죽이려고 했으니까.”

 



갑작스러운 질문에 알프레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론 대답하는 데까지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 … 이런 말씀 드리는 건 별로 안 좋다는 거 압니다만,

그러면 안 됩니까?”

 

 

 

알프레드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안 될 건 없지."


"거 보십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라 하지 않았습니까?

저희도 살아남기 위해서 그냥 죽이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근데 굳이 안 죽여도 우리는 살아남을 걸?"


"그, 그런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인간 분들 사이에도 복수라는 감정이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물론 고작 AGS에게 그런 감정 같은 게 있는 건 아닙니다만, 이해하기 쉽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맞아. 복수. 좋지.

그리고 이왕이면 이 놈에게 속죄도 시키게 하고 싶고.”

 

"맞습니다! 역시 신사분에게 맞는 설명을 하니 이해가 빠르시군요!

...

...

... 근데 속죄는 또 뭡니까?

전 그럴 생각까지는 없습니다만...”

 

"정말?”

 

“전 그냥 살면 그만입니다! 신사분!”

 

 

 

난 의문을 표하는 알프레드의 코어를 마구잡이로 쓰다듬었다.

 

 

 

“임마, 인간이란 건 말이야, 욕심이 많은 생물이야.

날 괴롭힌 놈은 꼭 그만큼 괴로워지길 바라는 생물이지.

속죄라는 것도 이름은 거창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런 감정이 있다는 거 부정하기 쉽지 않아.

그런데 그건 바이오로이드도 마찬가지야.

자기 괴롭힌 인간은 죽이고 싶어지지.”

 

"그, 그걸 어찌 아십니까?

바이오로이드는 사람에게 봉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 아닙니까?

그런데 그런 존재가 어떻게...”

 

“내가 겪어봤거든.”

 

 

 

알프레드는 잠시 말을 멈췄다.

이 몸의 주인이 원래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 잠깐 사이에 알아차렸기 때문이리라.

 

 

 

“자매들을 죽이고, 몇 번이나 지옥에 던져 놓은 인간에게 바이오로이드가 어떤 감정을 품었을 것 같아?

그저 살고 싶다고만 생각했을까?

정말 그냥 생존하는 게 그 애들의 목표였을까?”

 

"그… 그건...”

 

“난 말이야, 그 모든 아이들의 감정을 가감 없이 전부 다 지켜봤어.

죽고 싶다.

죽은 아이들의 복수를 하고 싶다.

날 괴롭힌 인간이 밉다.

죽이고 싶다.

그 모든 감정이 전부 내게 쏟아졌지.

내가 한 짓이 아니었는데도 말이야.”

 

"… ...”

 

“그러니까 나도 알 수 밖에 없지.

나도, 너희도, 전부 다 그런 감정 같은 걸 느끼고 있는 존재라는 걸.

어때, 이래도 넌 로버트에게 아무 감정이 없어?

정말로 속죄고 뭐고 아무 것도 바라지 않아?”

 

“… 저는...”

 

 

 

알프레드는 말 없이 자세를 고쳐 잡았다.

뒤에서는 페더와 써니가 고개를 삐쭉거리며 알프레드와 나를 쳐다 보고 있었다.

 

 

 

"알프레드. 내가 하나만 알려줄게.

죽음으로 하는 속죄 같은 건 없어.

만약 있었다면, 내가 가장 먼저 죽었을 테니까.

내 스스로.”

 

"...”

 

“130이나 되는 프로토타입 중에 마지막 생존자가 된 네가 느낄 두려움이 어떨 지 난 몰라.

다만, 그렇게 되면 네가 로버트를 어떻게 생각할 지는 알고 있지.

난 수천 명에게 그런 존재였거든.”

 

"… 전 별로 아무렇지 않습니다.

AGS는 쓸데 없는 감정을 느끼면 안 되는 일이니 말입니다.

그건 매우 불합리한 선택이니까요.”

 

"그래?

그럼 하나만 물어보자.”

 

“뭘 말씀이십니까?”

 

“페더와 써니를 도운 것.

그건 합리적이어서 한 일이었니?”

 

"...”

 

 

 

뒤에서 슬쩍 슬쩍 우리를 바라보던 페더와 써니가 천천히 우리에게 걸어왔다.

페더는 내 손을 잡고, 써니는 알프레드의 옆 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합리적인 선택은 AGS라서 할 수 있는 거야?

그럼 바이오로이드는 AGS가 아니라서 불합리한 선택을 하는 걸까?

그래서 페더와 써니가 로버트를 상대로 승산 없는 싸움을 한 걸까?

마을을 구한다는 거창한 꿈은 AGS가 아니라서 꿀 수 있던 건가?”

 

"… ...”

 

"나는?

나는 인간이라서 불합리한 선택을 한 거야?

내가 인간이라서 날 그렇게나 죽이고 싶어하던 애들을 마주하고 용서를 구한 걸까?

구해질 수 없는 용서라는 걸 알면서도?”

 

"… ...”

 

“너도 그게 아니란 걸 알잖아.

말해봐. 왜 도운 건지.”

 

 

 

알프레드는 자신의 앙상한 철골 팔을 보았다.

철골 어깨와 철골 다리.

얇고 보잘 것 없는 몸체를 가만히 응시했다.

 

온갖 곳이 상처투성이였고, 크고 작은 스크레치가 나있었다.

일부는 휘어져 있었고, 일부는 부러져 뾰족한 모서리가 그대로 돌출되어 있었다.

 

페더도, 써니도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건 마을을 위해 로버트를 상대로 목숨 바쳐 싸운 사람의 훈장이었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아이들을 돕고 싶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니까요.

인간이든, 바이오로이드든… 로봇이든 말입니다.”

 

"정답이네.”

 

 

 

알프레드는 몸을 일으켜 로버트의 코어로 향해 걸어갔다.

 

 

 

“거봐, 내 말대로 됐지?

우리 계획은 성공할 거라 했잖아.”

 

"...”

 

“이젠 방해할 로버트도, AGS도 없어.

그러니까 안간힘을 쓰는 아이들을 도우러 가야지. 알프레드.”

 

“…

알겠습니다. 신사분.”

 

 

 

알프레드는 거대한 로버트의 코어 앞에 섰다.

알파는 내가 눈치를 주기도 전에 케스토스 히마스의 작은 단자를 꺼내 알프레드에게 보냈다.

알프레드는 그걸 받아 들고 코어 정 중앙으로 들어가 단자를 꽂아 넣었다.

 

 

 

"페더야.”

 

"네?”

 

“너희 아저씨가 저런 사람이었단 거, 알고 있었어?”

 

"… 글쎄요.

아저씨가 좀 감정적인 분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좀 어리버리하긴 해도 믿을 만한 AGS야.

자랑스럽게 생각하렴.”

 

"그래야겠죠.

아저씨가 아니었다면 인간 님을…

아니, 사령관님을 만날 수도 없었을 테니까요.”

 

 

 

페더는 날개짓을 하며 나를 품에 안았다.

작게 고맙다는 소리를 하고는, 다시 써니를 데리고 연구실 밖으로 빠져 나갔다.

 

그 모습을 숨을 고르며 보고 있던 내게 칸이 걸어왔다.

 

 

 

"사령관.”

 

"… ...”

 

“이제 다 끝이 나가는 것 같군.

그대가 원하는 모습대로 된 것 같나?”

 

"뭐… 대충은.

내가 아는 대로 끝나지는 않았지만.”

 

“그대가 아는 원래 모습이 어떤 것인진 모르겠다만, 이번만큼은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좋을 거다.

호라이즌 쪽에서 대부분의 철충들을 처리해주어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으니 말이지.”

 

"… 앨리스는 어떻게 됐어?”

 

“페어리의 지휘관이 잘 보호해주고 있더군.

발할라 대원들도 그곳으로 보냈으니 아마 지금쯤이면 안전이 확보됐을 것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 ...”

 

 

 

앨리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그제서야 몸에 긴장을 확 풀어졌다.

온 몸에 힘이 축 풀어져 그대로 쓰러져 버리니 알파와 칸이 내 양 어깨를 부축해주었다.

 

 

 

"… 어머, 안녕하세요?

호드의 지휘관 분이시군요?”

 

"… ...”

 

“낯선 사람이라 경계하시는 건 좋지만, 너무 그렇게 보지는 말아주세요.”

 

"… 우리 사령관이 옛날 업보가 좀 있어서 말이다.

낯선 사람이라면 좀 경계하는 게 습관이 돼서 말이지.

이해하길 바란다.”

 

“명심하도록 할게요.”

 

 

 

칸을 전투 태세를 취하며 알파를 살펴보았다.

내가 괜찮다면서 등을 두드려주니, 그제서야 얼굴을 붉히며 방 밖으로 향했다.

다른 호드 아이들도 자기 대장의 신호가 들어오자 가지고 놀던 것들을 다 던져두고 바퀴를 굴렸다.

그 모습을 알파는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 참… 좋네요.”

 

"뭐가?”

 

“저렇게 한 사람을 믿어주는 거.

저런 모습은 보기만 해도 즐겁잖아요.”

 

"… ...”

 

“바이오로이드는 사람을 믿도록 만들어졌다고 하죠.

하지만 사령관님은 아시죠?

그렇게 막연한 믿음은 없다는 것.”

 

"… 글쎄.”

 

“오면서 사령관님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슬레이프니르라는 분이 어찌나 많이 말씀을 해주시던지.

… 그리고, 예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말이죠.”

 

“그건 너도 알고 있었잖아.

유미가 다 알려주고 있었을 텐데.”

 

 

 

알파는 고개를 저었다.

 

 

 

"… 아뇨.

사실 어느 순간부턴가 유미 양의 보고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제가 있는 펙스보다 그곳이 더 끔찍하게 느껴졌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사령관님이 오신 이후에도, 반군과 싸운 이후에도 전 사령관님의 모습을 알 수 없었어요.

들을 생각도 없었으니까.”

 

"… ...”

 

“하지만 지금 사령관님의 모습을 보니 믿지 않으래야 않을 수가 없겠군요.

어떻게 그 많은 바이오로이드를, 분노한 바이오로이드들을 다시금 돌이키게 하신 건지 말이죠.”

 

“… 그래 보였니?

그나마 다행이네.

네가 날 안 도와주면 어찌 되나 싶었거든.”


"쓸데 없는 걱정을 하셨네요.

왜 그런 지 아세요?"


 


알파는 가볍게 웃으며 내게 말했다.

 

 

 

“소중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분을 돕고 싶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요.

인간이든, 로봇이든, 바이오로이든 말이죠.”

 

"… 하.”

 

 

 

알파 뒤에 떠있던 케스토스 히마스가 다시금 웅웅거리기 시작했다.

로버트의 코어에서 점점 붉은 빛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알프레드는 앙상한 다리로 가까스로 버텨가며 자신의 코드를 커다란 코어 속으로 집어 넣고 있었다.

로버트의 버둥거림이 점차 사그라들었고, 벽 속의 AGS들도 움직임을 멈췄다.

 

이윽고 로버트에게서 푸른 안광이 드리워졌고, 그 때가 되어서야 나는 직감했다.

드디어 이곳, 요정마을의 최종 보스를 쓰러뜨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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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길게 써봤다

칸은 개쩔고, 하이에나는 오늘도 귀엽고, 알파는 선녀다

알프레드는 몰?루




아무튼

절대 애 호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