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깐..그 녀석을 보내달라고..?"


"그래. 저항군 녀석들이 트리톤을 만들었다는 첩보를 입수했어. 이제 승부는 다시 5대 5가 되어버렸다고."


오메가와 연락을 취하고있는 엡실론은 머리가 아파왔다.

자신은 싸움에는 관심도 없었을 뿐더러 잠이 왔기 때문이었다. 


"후아아암...."


"내 말 듣고있어?"


"듣고있어...듣고있다고..."


그녀는 오메가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모니터의 화면을 바라보았다.

화면 속에는 궤도정거장의 격납고에는 있는 스팅어들과 코코들의 정비를 받고있는 그 녀석이 있었다.


"근데 말야..우리도 저게 마지막 남은 한대야. 나머지는 그 때 전부 유실되었다고.."


"상관없어. 보내기만 해. 나머지는 내가 처리할테니깐."


"진심이야..? 저거 보기보다 위험하다고?"


"저항군 녀석들을 없애는데 수단과 방법을 가릴 필요는 없지.."


오메가의 말에 엡실론은 한숨을 내쉰 뒤 옆에 있는 커피를 홀짝였다.

그녀에게 있어서 커피는 수면의 치명적인 적이었지만 일을 빨리 처리하고 잠을 자고싶은 마음이 더 컸다.


"알았어. 이틀내로 보내줄테니깐 좌표 보내줘."


"후후.. 협조해줘서 고마워. 엡실론."


오메가는 이 말을 남기고 연락을 끊었다.

엡실론은 떡이 져있는 머리를 박박 긁으며 하품을 했다. 그리고 버튼을 눌러 누군가를 호출했다.


"후아아암...코코..? 코코? 지금 거기에 있어?"


"네..! 엡실론님. 무슨 일이십니까?"


격납고있는 123번 코코가 그녀의 연락을 받았다.


"그 녀석말야.. 정비를 서둘러줘."


"네..? 갑자기요..?"


"오메가가 그 녀석을 원하고있어. 이틀내로 준비시켜줘."


"하지만..엡실론님...저건..."


"알아..알아...내가 말 안 해봤겠어? 그런데도 달라고 아침 댓바람부터 전화하고 있잖아.. 알았지? 빨리 준비시켜줘."


"네...엡실론님..."


코코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자신의 앞에 있는 저 거대한 위용을 뿜내고있는 저것을 바라보았다.

엡실론의 소속인 오비탈 와쳐 부대원들이 우주에 유실되어있는 저것을 발견하고 궤도정거장으로 저것을 가져왔다.


우주개발과 환경조성 임무를 보다 쉽게 담당하기 위해 만들어진 저것은 그야말로 인류가 오랜 세월을 꿈꿔왔던 로망 그 자체였다.

하지만 막대한 비용과 철충침공으로 인해 우주에 도달한 것은 오직 한대 뿐이었다. 


'저게 오메가의 손에 들어간다면...'


코코는 격납고에 수납되어있는 저것을 바라보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를 생각하면 두 다리가 떨려왔지만, 오메가의 손에 저것이 들어가게 할 수는 없었다.


궤도정거장의 모든 대원들이 일과를 마치고 잠에 빠진 시각. 

코코는 격납고에 수용되어있는 그것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무중력에 익숙한 그녀는 격납고 안을 자유로이 유영을 하며 그것의 콕핏의 해치를 열었다.

여타 다른 AGS들과 달리 그것은 파일럿이 필요했다. 커다란 크기의 몸체를 인공지능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콕핏의 의자에 앉아 전원 스위치를 올렸다.

스위치를 올리자 어두웠던 콕핏에 불이 들어왔다.


"코코? 무슨 일이십니까?"


중후한 남성에 기계음이 낀 목소리가 들려왔다.

코코는 그러거나말거나 좌석의 안전벨트를 맨 뒤 조종간을 붙잡았다.


"지금 당장 여기서 벗어나야 해. 격납고 열어줘."


"갑자기요..? 무슨 일이신데..."


"빨리 하라는대로 해.. 격납고 열어.."


코코의 말에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그녀가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것에 의문을 품었지만 지금 파일럿은 코코였다. 그는 파일럿의 말에 따라야만 했다.


"알았습니다. 격납고에서 벗어나겠습니다."


그의 눈에서 불이 들어왔다. 그는 격납고와 연결이 되어있었기에 밖에 조작해주지않아도 스스로 격납고의 해치를 열 수 있었다.

해치가 열리기 시작하고 사이렌이 울렸다. 무중력의 공간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서류더미와 물건을 바라보며 코코는 천천히 숨을 골랐다.


"화이트 셸 때처럼 하는거야.. 화이트 셸 때처럼..."


그녀는 조종간을 붙잡고 저 아래에 있는 지구를 바라보았다.

저기로 가기만 하면 되는거였다. 


"썅...! 이게 뭐야?! 문 닫아! 빨리 문 닫으란 말이야!!"


후사르와 스파토이아가 사이렌 소리를 듣고 격납고 문을 두드렸다.

그것을 본 코코와 그는 더 서둘러야만 했다.


"코코? 저 아래는 지구에요. 설마.. 지구에 가시겠다는겁니까..?"


"그럴 수도 있겠죠..."


"코코.. 당신 지금..."


스파토이아와 후사르가 격납고 안으로 들어왔다.

자신들에게 천천히 다가오는 것을 본 코코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빨리요!!"


"알았습니다..."


그는 자신을 붙잡고있던 모든 케이블을 끊었다.

스파토이아와 후사르가 케이블에 부딫히는 바람에 저 멀리 날아가버렸다.


"코코.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그의 말에 코코는 조종간을 아래로 내렸다.

격납고를 빠져나와 궤도정거장에서 멀어져가는 것을 본 코코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조종간을 더 내렸다. 그는 지구를 향해 떨어져가고있었다.

지구에 내려가기만 한다면 엡실론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그가 오메가의 손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



그리고 지구에는 자신들을 도와줄 이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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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꿈에서 본거 기억을 최대한 더듬어서 적어보았읍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