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음

*그동안 쓴 창작 글 모음



"그거 옷 정말 마음에 든다는 소리지?"


므네모시네를 만나고 꽤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녀의 화법은 여러모로 어려웠다.

그녀는 내 말에 잠시 뜸을 들이다 얼굴을 아주 살짝 붉히며 대답했다.


"정확합니다. 본 개체는 관리자 님께서 내려주신 의복의 보호 순위를 최우선으로 설정했습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므네모시네의 이어진 말에 조금은 당황했지만 그럼에도 순수하게 기뻐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역시 선물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의 그녀는 전혀 감정이 묻어 나오지 않는 표정이지만, 새로운 옷을 착용하고 눈에 띄게

활달해지고 리액션이 풍부하게 늘어났다. 사실 겨우 옷 하나에 저렇게 기뻐할 일인가 생각되지만

그래도 만족해 주는 편이 무언가 불만이 있는 것 보다는 괜찮겠지.


"일단은 기쁘다니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옷보단 너의 안전이 우선이야."


"....알겠습니다."


내 말에 미세하게 가라앉은 그녀의 표정이 눈에 띄었다. 그녀의 표정을 보고서야 내가

얼마나 무신경했는가 깨닫게 되었다.


"아 참! 그리고 새로운 옷. 정말 잘 어울린다. 너무 예뻐 므네."


"감사합니다. 관리자 님. 하지만 본 개체를 칭하는 방식에 오류가 있습니다. 본 개체의 정식

명칭은 므네모시네. 관리자 님의 본 개체를 부르는 법은 틀렸음을 지적합니다."


남들은 그녀를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컴퓨터 같다고 말하지만, 쭉 곁에서 지켜보고

함께 대화해본 나는 그녀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서투를 뿐, 그 누구보다 따뜻하고 감성적이다 생각했다.


이렇게 사소한 대화를 하다 보면 더욱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므네모시네는 좀 길잖아, 햇갈리기도 하고~ 그러니까 줄여서 므네! 흔히 애칭이라는 녀석이지."


"애칭..."


내 대답에 말을 흐리며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므네모시네. 난 그녀의 저 행동이, 그녀가 무엇인가 

의문이 생길 때 하는 '검색' 이라는 사실을 알았기에 차분히 돗자리를 펴고 준비해온 도시락을 꺼내 들었다.


"애칭, 본래의 이름 외에 서로를 친근하고 다정하게 부르는 이름."


"난 므네가 너무 좋아서 애칭으로 부르고 싶은데. 므네는 애칭이 싫은가 봐?"


느긋한 손길로 내 몫의 과자와 그녀가 먹을 몫 역시 준비하고 있자, 그녀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내게 대답을 해 주었다.


"...애칭의 사용을 승인합니다."


그렇게 대답하며 내 곁에 살며시 앉아 미소 짓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정말이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 감히 손대기조차 어려운 아름다움에 나는 넋을 놓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관리자 님의 심장 박동이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비정상적인 체온 상승 역시 

함께 감지됩니다. 괜찮으십니까?"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는 내 귓가에 걱정이 잔뜩 어린 그녀의 말이 들려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나는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그녀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아, 아니야! 그냥 너무 좋아서."


"....너무 좋다?"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 거리는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설명을 보충해 줄 필요성을 느꼈다.

좋아한다는 이 감정을 그녀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주어야 할까.


"예쁜 옷을 입은 너와, 이렇게 피크닉을 나오고 함께 시간을 보내니까 즐겁고 행복해서."


"본 개체는 관리자 님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기능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능한 것은, 시설의 관리와.. 정보 처리.. 그리고 주변을 얼리는 것 뿐."


아무래도 이 순수한 아가씨에게 내가 왜 행복한지 설명이 모자란 모양이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잡아 당겨 내게 바싹 붙이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냥 내가 널 좋아하니까. 이렇게 함께 사소한 것이라도 같이 하는 것이 행복한 거야.

딱히 거창하게 무언가 바라지도, 요구할 생각도 없으니까. 이렇게 같이 있어주면 되는 거야."


"관리자 님.."


그럼에도 불안한 듯 흔들리는 그녀의 눈빛에 나는 그녀가 항상 행복하게 말하던 주제를 생각해냈다.


"그럼, 오늘도 므네가 해주는 들꽃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 그래, 오늘은 이거 어때?"


나는 우리들의 옆에서 살며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작은 꽃을 가리켰다. 므네모시네는

내가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그 꽃을 바라보았다.


"제비꽃 이군요."


"역시, 꽃이라면 참 상세히 잘 알고 있네."


그녀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제비꽃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비꽃은..."


상세하고 꼼꼼하게 꽃을 설명하는 므네모시네의 얼굴, 그녀의 얼굴엔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하고

순수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물론, 나는 그녀가 말해주는 제비꽃의 정보를 대부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웃으며 말하는 그녀의 얼굴을 이렇게 볼 수 있다면야.


'괜찮겠지. 이렇게 순진한 사랑도. 영원히 기억할 테니.'


제비꽃의 꽃말은 순수한 사랑, 그리고 나를 기억해주오.

제비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니까. 그래서 이 꽃을 닮은 그녀에게 반한 것일까. 




므네모시기 쭈쭈 빨고싶다

매일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