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부군의 입맛에 맞지 않으시옵니까?"


아니, 이건 입맛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 라고 생각 하지만 결국 그것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한 상 가득 차려진 딸기의 향연에 사령실의 디퓨저의 상쾌한 냄새가 딸기 향으로 묻혀버리는 것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로 소완이 차려온 요리는 대부분이 딸기로 이루어져 있었다.


"소첩.. 부군을 위해 최선을 다 해 요리를 했ㅅ.. 아니, 죄송하옵니다! 역시 상을 물리고 다시...!"

"아, 아냐! 괜찮아! 괜찮으니까!"


소완의 표정이 급격히 가라앉으며 상을 물리려는 행동을 보였기에 바로 막을 수 밖에 없었다. 항상 자원 부족에

허덕이는 궁핍한 살림을 꾸려가는 주제에 이런 호화로운 식단을 물리고 다시 요리를 해오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혹시 그 광경을 안드바리가 보게 될 경우 어떤 피바람이 불어 닥칠지 모를 일이었다.


더욱이 그녀가 슬프다는 듯 가라앉히는 표정은 내 마음의 약한 부분을 콕콕 찌르는 듯 했기에..


"그, 그래! 딸기 좋지! 사실 나도 딸기를 엄청 좋아해!"

"어머, 그러시옵니까? 소첩도 딸기를 좋아해서..."


사실 딸기는 거의 먹어본 적도 없다. 이 세상에 눈을 뜨고 그녀가 합류하기 전까지 내 주된 식단은 거진 참치 캔 뿐이었다.

그런 비참한 생활을 해오던 내게 딸기는 커녕 과일을 즐길 기회가 있었겠는가. 그나마 소완이 합류하고 식단이 급격히 개선되어

이것저것 고급스러운 요리와 과일들을 디저트로 즐길 수 있게 되었지만, 그것마저도 자원이 허락될 상황에서 가능했다.


"소완이 딸기를 좋아했어? 그건 잘 몰랐네."

"후훗.. 그렇사옵니다. 소첩, 다른 과일들 역시 즐기는 편이오나 역시 딸기를 가장 좋아하옵니다."


과일을 좋아하는 줄 대충 알고는 있었다만, 딸기를 가장 좋아하는 사실은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거, 대화가 너무 부족했나. 나름 그녀에 대해서 많이 파악하고 있다 생각했지만, 여전히 대화를 하면 할수록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들이 늘어났다.


"오~"

"어떠시옵니까?"


처음 딸기의 산을 바라보고 탄식을 금치 못했지만, 의외로 상쾌한 맛과 과하지 않은 달달한 맛이 내 입안에 감돌았다.

과연, 이러니 저러니 해도 초일류 쉐프다 이건가. 딸기를 메인으로 이렇게 많은 요리들을 만들어 왔지만 그것들 모두가

각자 다른 맛들을 내 혀에 전달하며 나를 지고의 쾌락으로 이끌었다.


"이야~ 생각보다 정말 맛있네. 역시 소완이야!"

"후훗, 소첩의 것도 드시옵소서."

"아냐 괜찮아. 소완도 먹어."


하지만 소완은 완곡하게 그녀가 먹을 몫까지 내게 넘겨주었다. 요리를 하는 것 역시 좋아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즐거움은

내가 요리를 맛있게 먹어주는 것이라 입버릇처럼 말하는 소완 답게 내 곁에서 식사 시중을 들었다.


그러나 문득 의문이 들었다. 소완이 딸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알았다. 그러나 왜 딸기를 모든 매뉴가 갑자기

넣은 것일까? 그녀는 항상 내 입맛을 고려해 식단을 편성했는데, 오늘은 유독 그녀의 취향이 가득 들어간 식단이었다.


"저.. 부군."

"응?"


내가 불현듯 떠오른 의문에 고뇌하고 있을 때, 소완이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내 귓가에

살며시 숨결을 불어 넣으며 속삭였다.


"사람의 체취란, 그날 먹은 것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아시옵니까?"

"체취가 변한다고...?"


소완이 하는 소리가 무슨 소리일까 바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것을 깨닫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새하얗고 보드라운 소완의 손이 내 고간을 쓰다듬고, 이렇게 몸을 밀착하며 가느다란 허리 때문에 도드라져

보이는 가슴을 마구 들이미는 행위를 하기 시작하는데 눈치채지 못하면 그것은 사내도 아니리라.


"하핫, 메인 요리를 먹었으면 역시 그 다음은 디저트를 먹을 차례겠지?"

"후훗, 그렇지요.."

"그래서 디저트는 준비 했을까?"

"디저트는... 소첩 이옵니다."


나는 그녀를 가볍게 안아 들고 침대로 향해 그녀를 내려 놓았다. 그녀는 내 옷을 조심스레 벗기며 살며시

요염하고 매력적인 입술을 내밀며 입맞춤의 시그널을 보내기 시작했다.


천하진미의 디저트를 즐길 상상에 내 고간이 더없이 솟아 오르며 딱딱한 강직도를 유지하였고

나는 그녀의 입술을 강하게 빨아들이듯 탐식하기 시작했다. 


"우웁..! 웁!"

"소, 소완?!"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소완의 표정이 이상하게 일그러지더니 황급히 입을 틀어 막고 내 품에서 빠져나와

화장실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언제나 내 품을 거부하지 않았던 소완이기에 나는 강렬한 충격을 받고 실의에 빠졌다.


"아, 아냐.. 소완이 내가 싫어서 그럴 리 없어. 뭔가 속이라도 좋지 않은 것이겠지.."


나는 그렇게 자신을 달래며 소완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방금 전 소완의 행동에 충격을 받았기에

마음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아~ 역시 긴장이 되거나 지금같이 고민이 되는 경우엔 마음을 달래줄 필요가 있지!"


나는 습관처럼 아우로라가 만들어 준 민트가 듬뿍 든 초콜릿을 꺼내 입 안에 한가득 털어 넣고 그 맛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민트가 약간만 들어가도 도저히 입맛에 맞지 않았지만 하찌코의 민초 미또파이와 아우로라 특제 민초 덕분에 

이젠 '민트가 듬뿍 들어간 음식' 을 먹어야만 마음이 가라앉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나저나, 소완이 늦네... 무슨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