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설정과 다릅니다.


외전 같은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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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는 바닥에 누워 하얀 스케치북에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고있었다.

그런 그녀의 뒤로 로열 아스널이 뒷짐을 지고 천천히 다가갔다.


그녀의 손에는 전기충격기가 들려져있었다.


"에밀리. 뭘 그리고있지?"


"아..대장."


에밀리는 하늘색의 크레파스를 집어던진 뒤 스케치북을 들어올려 자신의 작품을 아스널에게 보여주었다.

그림 속에는 삐뚤빼뚤한 AA캐노니어의 대원들이 화목하게 웃으며 서로의 손을 붙잡고있었다.


"어때? 이거...대장이랑..헌터랑..레이븐이랑..파니야..."


고사리같은 손가락으로 한명한명씩 가리키는 그녀의 모습에 아스널은 흐뭇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스널은 전기충격기를 뒷주머니에 넣어둔 뒤 에밀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손을 천천히 뻗어 그녀의 목에 채워져있는 목줄을 풀어주었다.

드디어 목줄에서 자유로워진 에밀리는 자신의 목을 어루만지며 해방감을 느꼈다.


"대장? 사령관이 이거 풀면 안됀다고했잖아."


"에밀리. 곧 크리스마스가 오는거 알고 있나?"


아스널의 말에 에밀리는 달력을 바라보았다. 얼마 안 있으면 크리스마스였다.


"응."


"그 동안 착하게 있어준 에밀리에게 주는 선물이야.."


"그래..?"


"그럼..."


에밀리는 계속해서 자신의 목을 어루만졌다. 한편으로는 시원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리고 이건 내가 주는 선물이다."


"대장이?"


아스널의 뒤로 콘스탄챠가 무언가를 수레에 싣고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

수레에 실려있는 무언가를 본 에밀리의 눈은 커져만 갔다.


"대장..! 이건...!"


"부사령관한테 잘 이야기해서 겨우 되찾은거야."


그녀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아스널의 품에 안겨 꽉 안아주었다. 행복에 가득찬 그녀의 표정을 본 아스널은 에밀리의 계속해서 쓰다듬어주었다.


"대신 사고는 치지말도록..알았나?"


"응...알았어.."


에밀리는 아스널을 한번 더 꽉 안아 준 뒤 수레에 실려있는 제녹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콘스탄챠가 그녀의 앞길을 막아섰다.


"응..?"


"에밀리. 제녹스를 받기 전에 이거 먼저 받아주세요."


콘스탄챠의 손에는 방범용 부저가 들려있었다.

그것을 본 에밀리는 고개를 갸우뚱 했다.


"에밀리. 만약 주인님께서 알 수 없는 짓을 한다면 이 버튼을 눌러주세요. 그러면 제가 달려갈테니깐요."


"응..? 왜..? 사령관은 나한테 알 수 없는 짓을 한 적이 없는데..?"


"에밀리한테는 그런 짓은 안 할거에요.."


콘스탄챠는 에밀리의 뒤에 있는 제녹스를 멍하니 바라볼 뿐 아무런 말을 하지않았다.

에밀리는 궁금한게 많았지만 빨리 제녹스를 탈 생각에 더이상 묻지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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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에밀리는 제녹스를 타고 콧노래를 부르며 들판을 돌아다녔다.


"에밀리가 들판에 왔네~ 제녹스를 타고 모자엔..."


그렇게 돌아다니던 중 누군가가 자신의 앞길을 막아섰다.

황동색의 철판이 여러개가 붙어있으며 녹색의 안광을 내뿜는 헬멧을 쓴 사람은 여기서 단 한명 뿐이었다.


"사령관..?"


"안녕. 에밀리. 뭐하고 있었어?"


사령관은 팔짱을 끼고 천천히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

에밀리도 손을 들어 그에게 인사하려했지만 어제, 콘스탄챠가 자신에게  말했던 것이 생각났다.


"만약 주인님께서 알 수 없는 짓을 한다면 이 버튼을 눌러주세요..." 


에밀리는 들어올릴려던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주머니의 안에는 콘스탄챠가 준 방범용 부저가 있었다.

그녀는 주머니 속의 부저를 꼬옥 쥐었다.


"그..그냥..산책 중이었어.."


에밀리는 괜시리 사령관의 시선을 회피하며 말을 더듬었다.

사령관이 그런 짓을 자신에게 할리가 없다고 되뇌었지만 콘스탄챠의 말이 계속해서 자신의 귓가에 맴돌았다.


"제녹스를 타고?"


"응...이거 타는거 재밌거든.."


"그래?"


사령관은 제녹스를 어루만졌다.

그의 우악스럽고 거친 손이 제녹스에 올려지는 것을 본 에밀리는 주머니 속의 부저를 더 꼭 쥐었다.


사령관은 주위를 둘러본 뒤 에밀리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에밀리. 제녹스 좀 빌려줄 수 있어?"


의외의 말에 에밀리는 조금 당황했다.


"제녹스를..? 왜..?"


"그냥...어..그... 나도 한번 타보고싶어서..?"


"그래..? 그럼 같이 타자.."


에밀리는 자리를 조금 앞당긴 뒤 사령관의 자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사령관은 머리를 매만지며 멍하니 서있을 뿐이었다.


"안 타...?"


에밀리의 처량한 눈빛을 본 사령관은 결국 그녀가 만든 자리에 앉았다.

사령관이 자신의 뒤에 앉은 것을 본 에밀리는 제녹스의 시동을 걸었다.


"사령관..어디 가는 길이었어..?"


"응?"


"거기까지 데려다줄께.."


"그럼...저기까지 데려다 줘."


사령관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그의 방이 있는 건물이었다.

에밀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제녹스는 건물을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에밀리. 요새 어때?"


"나말이야..?"


"뭐 환각이라던가..환청이라던가..그런건 없어?"


사령관의 말에 에밀리는 천천히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여기 후방기지로 오기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환각과 환청에 시달렸다.


누군가를 해치라는 알 수 없는 속삭임과 더불에 자신이 알고 사랑해왔던 이들이 끔찍하게 살해되어있는 환각에 한동안 시달렸던 지난날을 생각했다.


다시는 겪고싶지않았다. 


"괜찮아..이제 보이지도..들리지도 않아.."


에밀리는 괜시리 자신의 목을 어루만졌다.

목줄의 차가운 감각 대신에 따뜻한 살결이 느껴졌다.


"그런가.."


그렇게 떠드는 사이 에밀리와 사령관은 어느새 건물 앞에 도착했다.


"자, 사령관. 도착했어."


사령관은 자리에서 쉽게 일어나질 못 했다.

제녹스를 한동안 어루만지고 쳐다본 뒤 간신히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고마워.."


사령관은 제녹스를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그 순간, 에밀리가 사령관을 향해 손을 뻗었다.


"사령관. 택시비."


"뭐..?"


에밀리의 행동에 사령관은 당황스러웠다.


"대장이 그랬는데 제녹스에 누군가를 태웠다면 뭐라도 받으라고했어.."


"아스널..이 시발...."


머리를 매만지던 사령관은 무언가가 번뜩였는지 손가락을 튕겼다.


"에에에...에밀리! 잠깐만 기다려봐!"


사령관은 급하게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에밀리는 그가 떠난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에밀리는 사령관을 기다리네.."


"에밀리! 기다렸지?!"


사령관이 숨을 헐떡이며 에밀리에게 다가왔다.

그의 손에는 무언가가 들려져있었다.




"사령관..? 그게 뭐야?"


에밀리는 사령관의 손에 들려있는 물건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사령관은 투박하고 무식하게 큰 물건을 에밀리에게 보여주었다.


"에밀리..이거랑..바꾸자.."


"뭘..?"


"제녹스."


그의 말에 에밀리는 입이 다물어지지않았다.

제녹스는 자신에게 있어서 분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런 존재를 바꾸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령관..아무리 그래도 그렇지..그런 거적대기랑 제녹스랑 바꾸자고..?"


"이거..? 이거 거적대기 아냐..! 이게 얼마나 우주공학의 정수인데..."


사령관은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물건을 에밀리에게 어떻게든 잘 보이게 위해 말을 꺼냈지만 에밀리는 관심이 없어보였다.


"사령관..나 콘스탄챠 부를거야..."


에밀리는 주머니 속에 있는 부저의 버튼에 손을 올렸다.

그녀가 콘스탄챠를 부르겠다는 협박에 사령관은 더욱더 절박해져만 갔다.


"에밀리..이거랑 바꾸자..제발..어..? 내가 이렇게 부탁할께.."


"....."


그녀의 엄지손가락이 부저의 버튼을 누를려는 순간 사령관은 그것을 들어올린 뒤 건물 뒤에있는 나무를 향해 겨누었다.


"자! 잘봐! 이게 얼마나 대단한거냐면..!"


그가 방어쇠를 누르자 엄청난 열기가 그것에서 뿜어져나왔다. 방어쇠를 누르며누를수록 그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더 이상 참기 힘들었는지 방어쇠에서 손을 뗐다. 손을 떼는 순간 엄청난 굉음을 내며 나무가 두동강 나버렸다.


"우와..."


저 작은 물건에서 엄청난 위력을 뽐내는 것을 본 에밀리는 입이 다물어지지않았다.

그 압도적인 성능과 위력에 그녀는 마음을 사로잡혔다.


"사령관..."


에밀리는 천천히 제녹스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사령관을 향해 두 손을 뻗었다.


"이거랑 바꾸자.."


사령관은 자신이 들고있던 것을 에밀리에게 넘긴 뒤 제녹스를 들어올렸다.




"사령관..이거 이름이 뭐야..?"


"그거? 컨택트 빔이라는 녀석이야."


"컨택트 빔.."


에밀리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컨택트 빔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무거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가벼웠다. 제녹스보다 가벼웠다.


"이거..제녹스랑 같은 무기인데..제녹스보다 훨씬 가벼워.."


"에이. 그거 무기아냐."


에밀리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이런 엄청난 물건이 무기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거..무기 아냐...?"


"그거 공구야. 그래보여도 C.E.C 의 까다로운 안전기준에 준수하며 만든거라고."


"그런가.."


에밀리는 그의 말에 반신반의 하며 컨택트 빔을 들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기로했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에밀리..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지? 자신의 무장을 버리다니..."


"대..대장..."


로열 아스널이 팔짱을 끼고 에밀리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등장에 에밀리는 뒷걸음질을 쳤다. 사령관도 조심히 제녹스를 들고 자리를 뜰려는 순간, 누군가가 그의 뒤에 서있었다.


"주인님? 어딜 가실려고요...?"


콘스탄챠가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웃으면서 그를 쳐다보고있었다.


"시발..."


결국, 제녹스는 다시 에밀리의 손으로, 컨택트 빔은 다시 사령관의 손으로 돌아왔다.



















-중형 에너지 펄스 장비인 컨택트 빔은 고화력에 집중적인 폭발력을 요구하는 작업에 사용됩니다. 2차 발사는 사용자를 중심으로 주변 지면을 쓸어버리는 충격파를 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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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나온 삽화는 본인의 작품입니다.

다음 일상편은 아마 부사령관의 이야기일거 같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때까지 쓴 글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