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각. 또각.

어둠이 내린 복도에 구둣소리가 울려퍼진다.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바닥과 부딪혀 발생하는

소음에 누군가의 잠을 깰까봐 자수를 놓는 어미의

손처럼 천천한 리듬으로, 피아니시모.


차라리 빨리 지나쳐 이 거북한 연주를 마치기라도

할 셈으로 알레그로. 


그리곤 임의 거처 앞에서 아다지오, 아다지시모.




...브라우니.


우..응..헛.. 추, 충성! 저 안 잤음다!



..안에 있는 분들이 다 깨겠습니다. 각하께서는

주무시고 계십니까?



에.... 예.. 


헤헤... 사령관님 대단하셨지 말입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어젯밤 9시부터 대원들을 불러오셔서는..

저 오늘 당직이라며 자정쯤에 한번 따뜻하게 해주셨고



아마 20분 전쯤에 조금만 더 고생하라며 따뜻한

음료까지 주셨지 말임다!

아~ 오늘 같은 날에 당직, 그것도 사령관님 숙소 앞

당직이라니 최악이라 생각했었는데,



후훗, 역시 평소 좋은 행실은 상으로 돌아오는 법이지

말임다!


잘됐군요.... 잠깐, 각하 얼굴만 보고 나와도 될까요?



아... 안은 지금.. 끝나긴 했어도 좋은 모습은...

아닐 겁니다..


전 괜찮습니다.


알겠지 말입니다.. 대신 저 살짝 졸았다는 건

사령관님께 비밀로 해주시지 말입니다?



빙긋 웃으며 발키리는 레버를 수동으로 전환하고

천천히 사령관실의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따뜻하단

표현은 지나치게 완곡하다 싶을 정도로

덥고 습한 공기가 발키리의 코끝에 농후한 호르몬의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묘한 냄새를 전달했다. 


침대의 시트는 벗겨져 바닥에 내팽개쳐져 있고 책장의

문서들은 한차례 지진이라도 온 것처럼 뽑혀져 나와서

흩뿌려져 있다. 


어두워서 얼굴은 인식되지 않는 어떤 이는 발가벗은 채

실신하여 책상 위에 마취제를 맞은 햄스터 같은 몰골로

널부러진 채. 


기웃 온도계를 보고 실내 기온이 28도임을 확인한

발키리는 '감기 걸리실 일은 없겠구나' 생각하면서

안심해 지나치려다


"난방 꺼짐"이라는 표시등을 보고 황급히 책상 위의

어떤 생물체를 들어안았다.




으으응...... 안 대.... 사령가아....

가....가핫......!


후두두둑.



......!!!!!



들어안은 자극만으로도 굳이 정확한 명칭을 부르기

남사스러운 어떤 액체를 바닥에 한껏 쏟아내고서


오르가즘에 젖어 경련하며 작게 신음을 흘리는

슬레이프니르를 내려다보며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옷에 안 묻은 게 다행..이라고 봐야 할지..


흔들림을 최소로 하여 겨우 슬레이프니르를 침대에

뉘인 뒤 침대 위 이불을 조금 끌어 그녀를 덮어주고

침대 밑단을 뚫고 나온 2쌍의 다른 발바닥을 지나쳐

침구 건너편으로 돌아왔다. 




....


....


오늘 밤중에만 최소 4명인가. 질투보다도 경외감부터

앞서고 이에 질세라 걱정과 고개를 들이민다. 


발키리는 무릎을 꿇고 잠든 당신의 얼굴을 바라보다



쪽.


볼에 가볍게 입 맞췄다.



......


그리고는 또 한참을 바라보다,



쪽.


다시 당신의 뺨에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 발키리..


아. 각하...... 깨웠..나요? 죄송합니다..


으으응.. 겨울 바람의 냄새가 났어. 



....



이런 날까지.. 고마워.



각하를 위한 일이라면..

북풍에 갈기갈기 찢어지더라도.

저는 웃을 수 있습니다.



꿈이라는 미로 속에서 사령관이 빠져나오지 않게

목소리는 메조피아노

하지만 심장 소리는 포코 아 포코 (조금씩 조금씩)

크레센도. 


임의 단잠을 방해할까 급하게 마무리 짓는

이 야상곡의 클로즈 멘트는




메리 크리스마스. 


발키리가 몸을 천천히 일으키자 불어온 미풍이

당신의 머릿결을 그녀 대신 어루만지는 듯하다.



여기 있어.


당신이 발키리의 손목을 부드럽게 낚아채며

시작되는 앵콜 사인.



가..각하....



쉿- 레오나가 깰 거야.



.....


쾅, 쾅 큰 리듬으로 육벽을 두드리던 발키리의

심장 고동소리가 한순간에 정적이 되었다.


그녀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린 것을 확인하면서도

당신은 짖궂게 미소지으며 발키리의 코트를 벗겼다.



각하... 각, 하.....! 이건.. 이건....



.....북방의 암사자는, 무서운가봐?



........



어느샌가 발키리는 속옷 한장만을 남긴 상태로,

그대로 당신의 억센 팔에 이끌려 이불 안에 끌려들어왔다. 

당신은 발키리를 꽉 끌어안았다. 



시원해......



각하........ 읏, 아.. 



따뜻해?



.....데일 정도로요.. 하지만 무섭진 않습니다. 



그래..... 발할라로 이끄는 자다워..


발키리의 잘록한 허리 위에 올려져 있던 손은 위로.


그녀의 몸에 가로막혀 있던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등을

간지럽히자 발키리는 몸을 살짝 들어

당신의 품 안으로 쏙 들어왔다. 



....준비 됐네. 



.....전..... 각하, 전 이미 충분히 즐. 햐..?! 웁!


소프라노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지려는 것을 당신은

거칠게 입을 틀어막았다. 허리를 뒤로 조심스레 빼고

다시 조심스럽게 비집고 밀어넣기를 수차례.



..... 쯉.


발키리는 순응하듯 손가락을 빨아오기 시작했다.

당신은 발키리의 귀를 핥으며



자세 때문, 에....

키스..는.. 어렵네...



입까지 맞췄다간,

읏, 이성을 잃을지도....후.. 모릅니다. 



재밌..겠는데. 



...대장께서, 화..나시면..흣..

 웃음도 안 나오실 겁니다하아..



둘은 전혀 듣지 못하고 있는

둘이 만들어낸 침구의 삐걱거리는 굉음과

두 남녀의 헐떡임이 빚어내는 1시간짜리

느긋한 한편의 서정곡의 끝은,




....아하하.... 잠수함 속에서도

화이트 크리스마스네..



웃, 웃을 일이 아닙니다.....! 

분위기에 휩쓸려 그, 피..피임도구를 깜빡하다니...



톡, 톡. 

눈처럼 하얀 덩이덩이의 반고체가

발키리의 회음부로 흘러내려와 고였다가

당신의 배 위에 떨어진다. 



...아, 아마 많이 빼놨어서 괜찮을 거야.


각하..... 참.... 바보......



그러고보니 하나 더 깜빡했네.


네?


메리 크리스마스. 발키리.



...!


...




Fin







새벽 5시에

8-8 깨는 거 도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