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설정과 다릅니다.


외전같은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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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LRL. 의수 상태는 괜찮거든? 한번 확인해봐."


"응!"


LRL은 왼팔의 의수를 움직여보았다. 다섯손가락과 손목, 그리고 관절 모두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였다.

그것을 본 포츈은 고개를 끄덕이며 단말기의 화면을 눌렀다.


"일단 움직이는데 있어서 문제는 없네. 다음은 악력 확인해볼께. 책상 위에 있는 컵 한번 들어볼래?"


"알았노라!"


LRL은 컵을 향해 팔을 뻗어그것을 집었다.

순조롭게 컵을 들어올린 LRL은 당당한 표정을 지으며 그 안에 있는 내용물을 마셨다.


"LRL..그거..."


"엑! 써!! 이게 뭐야?!"


"그거 커피거든?"


"엑...우웩..."


쓰디 쓴 커피를 맛 본 LRL은 혀를 내밀며 온갖 인상을 썼다.

그 모습에 포츈은 단말기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우..웃지말거라!"


"미안미안.."


포츈은 LRL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LRL은 뾰루퉁한 표정으로 포츈을 올려다보았다.


"우...짐도 이제 어른이니라.."


"후후..과연 그럴까? 그럼 어린애가 아니니깐 이 사탕은 안 받아도 되겠지?"


"사탕?!"


책상 연필꽂이에 있던 합성 롤리팝을 LRL의 눈앞에서 흔들었다.

LRL의 눈은 사탕을 따라 움직였다.


"LRL은 어른이니깐. 이 사탕은 필요없겠지?"


"아..히잉..."


사탕을 다시 연필꽂이에 넣는 것을 본 LRL은 의수의 손가락을 자신의 입에 갖다대곤 그것을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포츈은 그것을 보자 흐뭇한 표정으로 웃었다.


"농담이야. 오늘 수고했으니깐 그냥 하나 줄께."


"진짜?! 앗싸! 포츈! 고마..흠흠..공물은 감사히 받겠노라.."


포츈에게서 사탕을 받자마자 순식간에 포장지를 뜯은 뒤, 입에 넣은 LRL의 눈에는 무수히 많은 별들이 쏟아졌다.


"짐은 이제 가보겠노라!"


"조심히 살펴가~"


손을 흔들며 연구실을 나온 LRL은 사탕을 음미했다.

참치보다는 맛이 없었지만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한 이 느낌만큼은 감히 참치가 따라 올 수 없는 맛이었다.


LRL은 이 맛을 오래도록 느끼기 위해 혀를 천천히 움직였다.


"LRL."


누군가의 부름에 LRL은 뒤를 돌아보았다.

푸른빛의 안광을 내뿜으며 AGS처럼 생긴 슈트를 입는 사람은 이 곳에서 한명 뿐이었다.


"앗! 사령ㄱ...권속!"


그녀는 사령관에게 달려들었다.

사령관은 두팔 벌려 그녀를 반겨주었다.


"어디갔다 오는 길이었어?"


"아. 포츈한테 이 갑주의 상태를 점검받고 오는 길이었노라!"


"그래?"


사령관은 그녀의 의수를 살펴보았다.

시설에서 왼팔을 잃은 그녀에게 그가 준 선물이었다. 사령관은 그것을 볼 때 마다 코 끝이 찡했다.


"수복하는 쪽이 낫지 않아?"


"크.흐.흐. 권속이여. 뭘 아직도 모르는 것이냐? 이 쪽이 좀 더 사이클롭스 프린세스의 길에 어울리는 것이노라!"


"그런..."


"누구냐?! 누가 감히 짐의 이름을 참칭하는 것이냐?!"


그들의 뒤로 누군가 고함을 쳤다.


백발의 긴머리. 뾰족한 왕관. 조금 과한 고딕풍의 드레스. 그리고 오른쪽 눈에 피어오른 장미.

자신의 키보다 훨씬 큰 검을 어깨에 걸치며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LRL은 손에 들고있던 사탕을 떨어뜨릴 뻔했다.


"후. 후. 후. 드디어 이 사이클롭스 프린세스가 죽음을 이겨내고 현세에 다시 왕림했노라.."


호박색의 눈을 반짝이며 그들의 앞에 선 사이클롭스 프린세스는 검을 땅에 박은 뒤 오른쪽 눈의 장미를 과시했다.


"아. 맞다. LRL. 이번에 새롭게 합류한..."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LRL은 손에 들고있던 사탕을 떨어뜨렸다.


"LRL?!"


사령관이 다급하게 그녀를 불러보았지만 이미 LRL은 행복한 표정으로 그의 품에서 기절했다.

그 모습에 사이클롭스 프린세스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무..무엇이냐..? 어째서 짐을 보자마자 기절 한 것이냐...?"


"일단 나중에 이야기 해줄테니깐...일단 의무실로 가야해!"


사령관은 LRL을 업고 의무실을 향해 발걸음을 서둘렀다.


"자..잠깐! 같이 가!"


사이클롭스 프린세스도 그의 뒤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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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괜찮아요.."


"다행이네.."


다프네의 말에 사령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이클롭스 프린세스도 그를 따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저 꼬마애는 어째서 짐을 보자마자 기절한 것이냐?"


그녀의 말에 사령관은 다프네를 쳐다보았다. 이를 눈치 챈 다프네는 고개를 숙여 그에게 인사를 하고 의무실을 나왔다.

그리고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어 사이클롭스 프린세스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그녀의 모습에 사령관은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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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부탁이 하나 있어.."


페레그리누스는 휴먼폼으로 변신 한 뒤, 사령관에게 손을 뻗었다. 그의 손에는 유전자 씨앗이 들려져있었다.


"뭐지? 유전자 씨앗인데?"


"하하..그냥 유전자 씨앗이 아니야. 진조 꼬맹이..아니..사이클롭스 프린세스의 유전자 씨앗이라고."


그의 말에 사령관은 그를 한번 쳐다보고 그의 손에 들려있는 유전자 씨앗을 다시 쳐다보았다.

사이클롭스 프린세스라면 LRL이 입이 닳도록 말했던 만화 속의 주인공이었다.


"마지막 남은 그 녀석의 유전자 씨앗이야.. 델타 그 년이 우리 진조 꼬맹이 성격이 맘에 안 든다면서 참혹하게 죽여버렸지만..이 내가 델타의 눈을 피해서 간신히 빼돌린거라고.."


"그러고보니 너 원래 펙스 소속이었지.."


"맞아. 하지만 너도 잘 알다시피 난 인외의 존재로부터 이 세상을 수호하라는 우리 회장의 명령을 맘대로 곡해했고.."


"나한테 왔지.."


"하하! 맞아! 그 때를 기억하고 있었구만!"


펙스소속의 바이오로이드들이 후방기지로 왔던 때를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글라이시스와 페레그리누스도 델타의 횡포를 피해 저항군에 합류했기 때문이었다.


"여튼..다시 본론으로 와서. 진조 꼬맹이 좀 살려줄 수 있어?"


"해줄께."


"고마워..친구.."


사령관은 그의 손에 들려있는 유전자 씨앗을 받았다. 그것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그 녀석이 엄청 좋아할걸? 글라이시스 누님이랑 내가 왔을 때도 난리였는데 말야.."


"기절 할 거 같은데..?"


"푸하핫! 걔라면 진짜 그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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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의 말이 들리기는 하는 것이냐?"


그녀의 부름에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침대에 누워있는 LRL을 한번 쳐다보고 입을 열었다.


"LRL은 말야. 너의 열렬한 팬이니깐."


"뭐야. 겨우 그런 것이었느냐? 그래서 짐의 이름을 참칭하고 내 모습을 따라한 것이었나? 그런 코흘리개 팬들은 수두룩 빽빽할 정도로 많았노라."


그녀의 오만한 말에 사령관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것을 본 사이클롭스 프린세스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니 눈에는 쟤가 니 이름이나 따라하고 널 따라하는 코흘리개 팬 일지도 모르겠지만 LRL한테는 너가 이 세상의 전부였어."


"그게 무슨..."


"등대에서...아니다 말을 말지.."


사령관은 말을 하다말고 슈트의 헬멧을 올린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무엇을 말하고 싶은것이냐?!"


"저 녀석 저래보여도 대단한 녀석이니깐. 예전 니 팬들한테 했던 것 처럼 잘 대해 줘."


그는 그 말을 끝으로 의무실을 나왔다. 사이클롭스 프린세스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가 떠난 자리를 바라보고 침대에 누워있는 LRL을 쳐다보았다.


"대단한 녀석이라고...? 이 꼬마가..?"


그녀는 괜시리 LRL의 볼을 찔러보았다.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감촉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LRL의 볼을 계속해서 찔렀다.


"우에...?"


"아..."


잠에서 깬 LRL은 자신의 볼을 찔러대는 사이클롭스 프린세스의 모습에 조금 당황했지만 그것은 중요한게 아니였다.


"진짜 사이클롭스 프린세스에요...?"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하는 LRL의 모습에 사이클롭스 프린세스는 흐뭇해하며 사령관의 말을 떠올렸다.


'예전 니 팬들한테 했던 처럼 잘 대해 줘.'


그녀는 검을 땅바닥에 박고 오른손으로 오른쪽의 장미를 과시했다. 그리고 눈을 반짝이며 큰 소리로 말했다.


"그렇다! 짐은 영겁의 시간을 이겨내고 현세에 다시 왕림한 사이클롭스 프린세스이니라!"


그 모습에 LRL은 눈을 반짝이며 박수를 쳤다.


"지..진짜다..."


"그럼. 짐은 진짜이니라. 그대의 이름은 무엇이냐?"


"저저저...저도...사이클롭스..프린세스...."


"후후..짐의 이름을 함부로 참칭하다니..용서 할 수 없는 짓이지."


사이클롭스 프린세스는 미간을 찌푸리며 LRL을 쨰려보며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녀의 눈빛괴 손에 LRL은 겁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그녀의 손 LRL의 머리를 쓰다듬고있었다.


"하지만 괜찮노라..그대는 짐이 현세에 존재하지 않는 동안 짐을 대신하여 악과 맞서싸우지않았더냐?"


"네...? 네...."


"무엇을 했는지 내게 말해 줄 있느냐?"


"저...권속을 따라..괴물들과 싸웠어요..."


"권속..? 아..그 녀석을 말하는 것인가..?"


사이클롭스 프린세스는 LRL을 안아 준 뒤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

자신이 가장 동경하는 우상의 무릎에 앉혀있다는 사실에 LRL은 얼굴이 점점 빨개지고 심장이 거칠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저저저저...저...저...."


"괜찮노라. 계속 말해보거라. 괴물은 어떤 존재였지? 짐도 그 괴물에 대해 궁금하구나."


"일단...팔과 다리..그리고 사지를 잘라도 다시 재생이 되요.."


"흠..끈질긴 녀석이구나.."


"그리고 조그만한 녀석인데 가시를 쏘는 녀석도 있고.."


"원거리 공격까지 하는 녀석도 있다니.."


"누가 아니래요..그 녀석 때문에..."


LRL은 자신의 의수를 만졌다. 그 때의 일이 떠오른 LRL은 왼팔이 떨렸다.

그것을 본 사이클롭스 프린세스는 떨리는 그녀의 왼팔을 천천히 쓰다듬어주었다.


"계속 말해보거라."


"또..달이라는 존재도 있어요.."


"달? 밤에 뜨는 달을 말하는 것이냐?"


"네.."


"후후..귀여운 아이로구나. 달과 맞서 싸웠다는 것이냐?"


"권속이랑 죽였어요..저기 저 녀석말이에요..!"


LRL은 손가락으로 창밖을 가리켰다. 사이클롭스 프린세스는 그녀가 가리킨 방향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저 멀리 지평선 넘에 커다란 구체가 보였다.


"저것이 너가 말하는 달 이더냐?"


"네..엄청 거대하고..기분나빠요..저거 뱃속으로 들어갔을 땐..."


"푸훕...푸하핫!"


사이클롭스 프린세스는 결국 터져버렸다. 그녀는 LRL의 이야기가 그저 꼬마아이가 만들어낸 이야기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왜..왜 웃어요?!"


"미안..미안하구나...이야기를 만들더라도 그럴 듯하게 만들지 그러더냐...후후.."


"우으....진짜라고요! 권속이랑 같이 죽였다고요!"


"그래..그렇겠지...그 녀석도 웃기는 구석이 있구나.."


"진짜라고요! 뭣하면 권속한테 물어보시던가요! 권속!!"


LRL은 사이클롭스 프린세스의 품에서 벗어나 사령관을 찾았다.

그녀도 자리에서 일어나 뒷짐을 지고 LRL의 뒤를 따라갔다.












LRL은 보기보다 대단한 녀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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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대로 적은터라 재미가 없을 수 도 있습니다.

마지막 삽화는 본인 작품입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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