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침대하고 노실 생각이십니까? 새해라고요. 올해는 좀 부지런해지셔야죠. 으...추워..."


바닐라는 평소처럼 사령관에게 욕을 박으며 함장실로 들어왔다.

하지만 평소라면 자신의 말에 딴지를 걸어야 할 사령관이 조용했다. 그리고 방안은 이상하리만큼 추웠다.


"주인님?"


바닐라는 함장실의 불을 켰다.




"꺄아아아아앗!!!!!!!!!!!!!!!!!!!!"


불을 키자 보인 것은 말라비틀어져 바닥에 널브러져있는 사령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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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었지만 아마 깨어나는데 있어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사의 소견을 들은 지휘관들은 사령관을 저 지경으로 만들어버린 범인을 잡기 위해 회의실로 모였다.


"자. 자. 여러분들 모두들 잘 들으세요. 이건 심각한 문제입니다."


"맞다. 누군가 사령관의 새해 첫 경험을 훔쳐갔는 것이다."


아스널의 말에 회의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랬다. 새해 첫 경험. 작년의 안 좋은 일들을 떨쳐버리고 새마음 새뜻으로 갖는 경험. 그런 새해 첫 경험을 다른 누군가에게 빼앗겼다.


자신들의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에게 겁탈 당했다는 사실에 지휘관들은 볼이 빨개졌다.


"새해 첫 경험은 모두들 다 같이 나눠갖기로 하지않았나?"


"어떤 무뢰한인지는 몰라도 이건 계약위반이오!"


"함장실 복도의 CCTV랑 탈론페더의 몰래카메라를 확인해봤는데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어.."


"혹시..오메가나 델타 세력의 누군가가 벌인 짓이라면..그 녀석들도 일단 여자잖아.."


"그랬다면 아마 경보가 울렸을텐데 아무일도 없었어요.."


"그렇다면..."


"범인은 오르카호 안에 있다..."


아스널의 말에 회의실에 있는 모두가 서로를 째려보았다.

지금 자신들 중 누군가가 사령관의 새해 첫 경험을 혼자 독차지 했다는 것이었다.


"일단 여기있는 사람들은 모두 사령관님께 선보일 옷을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맞죠?"


회의실에 있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앗!"


리앤이 손가락을 튕기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왜 그러지? 자비로운 리앤?"


"어........."


"CCTV와 탈론페더의 카메라에 잡히지않았다는건 투명능력이 있는 대원들이 벌인 짓이 분명해!"


"그..그렇다는건..범인은.."


"그래! 이 두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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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들한테 왜 그러세요.. 저희들은 방에서 게임만 했다고요..."


"거짓말 치지마십시오! 새해 전날에 누가 게임만 한다는겁니까?!"


"진짜에요.....믿어주세요...."


"리앤..아무래도 이 둘은 아닌거 같아. 벌써 2시간하고도 54분 51초 동안 똑같은 진술만 번복하고있어."


취조실 건너편 벽에서 레이스와 팬텀을 보고있는 사디어스는 고개를 저었다.


"으...그렇다면 범인은..."


리앤은 다시 한번 사건현장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말라비틀어져있는 상태로 피로 무언가를 그리고있는 사령관의 모습이었다.

스카이나이츠와 뮤즈를 상대하고도 멀쩡했다. 그런 건강하던 사령관이 그렇게 처참할 정도로 말라비틀어져있는 모습에 리앤은 눈을 질끈 감았다.


"어..? 무언가를 그려...?"


리앤은 사진은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녀의 눈에 무언가가 보였다.




"이건....다잉 메시지..?"


"왓슨...도대체 뭘 말하고싶은...."


"그러고보니..."


리앤은 무언가가 떠올랐다.


"유독 이상하게 방안이 추웠어요..분명 함장실에는 보일러가 작동했을텐데 말이죠.."


"앗..! 역시...그거였어....범인은..."


드디어 사건의 범인을 알아차린 리앤은 사진을 자신의 가슴 사이에 넣어두고 범인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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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었군! 이 호색한!"


범인의 방문을 걷어찬 리앤은 홀스터에서 리볼버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침대에 앉아있는 범인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아..그대는 분명 시티가드의 리앤 형사였나? 나에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는가?"


"당신이 사령관의 새해 첫 경험을 가져간거지?!"


"맹우의 새해 첫 경험? 그게 무슨 의미지?"


"시치미 뗄 생각하지마! 여기 이걸 보라고!"


리앤은 자신의 가슴 사이에 넣어두었던 사진을 글라이시스에게 보여주었다.




"여기 왓슨이 쓴 다잉메시지야! 글씨가 삐뚤빼뚤해서 잘 안 보이겠지만 자세히보면 'New.'라고 적었어!"


"그리고 분명 보일러가 작동되어 따뜻했어야 할 함장실은 이상하리만큼 추웠다는 바닐라의 증언이 있었어!"


"즉, 모든 단서를 종합해보자면 이번에 새로운 옷...?을 받은 글라이시스. 바로 당신이 범인이라는거야!"


그녀의 말에 글라이스는 어안이 벙벙했다.


"자! 이제 순순히 정의의 오라를 받으시지?!"


"겨우. 그런걸로 나를 의심한 것이냐?"


"뭐...?"


"생각해보거라. 이 곳에서 냉기를 쓸 수 있는건 나 뿐만이 아닐텐데.."


"그..그건 그렇지만...이번에 새로운 옷을 받은건..."


"이번에 나 말고도 므네모시네라는 아이도 옷을 받았을텐데.. 그 아이 한테는 가보았느냐..?"


"에..."




"므네모시네...?"




"어....?"


"어어어어?!?!?!?!?!?"


"형사라는 직책을 가지고있는 아이가 함부로 남을 의심하다니..."


"이잇..."


"나는 이만 가보마. 이따 페레그리누스랑 진조의 공주랑 티파티가 있어서말이다.."


글라이시스는 리앤의 어깨를 토닥여준 뒤 유유히 방을 나왔다.

리앤은 그저 멀뚱히 서서 사진을 바라볼 뿐이었다.


나중에 리앤은 므네모시네를 찾아가보았지만 그녀는 그 때 엘라와 카드놀이를 하고있었다고 했다.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게되고. 수사에 지친 리앤은 사령관이 깨어나길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그렇게 이 사건은 오르카호 영구미제사건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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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흥흐흥..."


티타니아는 콧노래를 부르며 옷장의 문을 열었다. 

그 순간, 그녀의 다리 사이로 무언가가 흘렀다.


"앗. 아까워라.."


티타니아는 흘러나오는 무언가를 손가락으로 훑었다.

자신의 손가락에 묻은 백색의 타액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자신의 손가락 묻은 그것을 핥았다.


"후후...후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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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글로 추리물을 써보고싶었는데...이상한 게 나와버렸네요..


여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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