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설정 다릅니다.


외전같은겁니다.


먼저 보면 좋아요.


*잔혹하고 역겨운 사진이 조금 함유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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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은 모래사장 위에 앉아 파도가 출렁이는 것을 멍하니 지켜보고있었다.

모래 알갱이가 잔잔한 파도와 부딫히는 것을 보며 한가로이 시간이나 떼우고있었다.


"우와아!"


잔잔한 파도소리를 깨뜨리는 누군가의 소리에 그녀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등대지기 LRL이 게를 들고 신나하고 있었다. 그저 게 한마리를 보고 신나하는 LRL의 모습에 엔젤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리고 다시 파도에 집중하려는 순간 그녀가 누군가를 불렀다.


"권속! 이거 봐봐! 게야!"


"신기하게 생겼군.."


남자의 목소리에 엔젤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시선이 다시 그쪽으로 향했다. LRL의 손에 들려있는 게를 보고 신기해하는 사령관이 있었다.


남들 눈에는 그저 평화롭고 흐뭇한 순간이었겠지만 엔젤의 눈에는 다른 것이 보였다.






일전에 사령관에게 보았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그것이 다시 떠오른 엔젤은 오늘 아침을 조금 과하게 먹은 것을 후회했다.


눈을 질끈 감고 어떻게든 잊어보려했지만 한번 떠오른 기억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았다.


"우욱...!"


그녀는 황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속에서 올라올려는 것을 게워내고싶었다. 아니 게워내야만 했다.

적당한 바위 뒤에 숨은 엔젤은 오늘 아침에 먹은것들 전부 다시 올려보냈다.


뻘겋게 충혈된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 숨을 골랐다.

이 또한 빛이 자신을 시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어떻게든 진정해보려했지만 다시 그 기억이 떠올랐다.


"우웁..! 우에에엑..! 케헥..! 켁...! 붸에엑..."


위액마저 게워내는 엔젤은 식도와 입이 따가웠다.

이젠 더 이상 나올 것도 없었던 엔젤은 자신이 게워낸 모든 것을 적당히 묻어두었다.


"허어...허...그냥 쉴래..."


아침부터 힘을 뺀 엔젤은 그냥 숙소에서 쉬고싶었다. 숙소를 향해 발걸음을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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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어요..."


"오셨나요?"


엔젤의 목소리를 들은 베로니카는 하던 일을 멈추고 손을 더듬어 그녀의 존재를 찾고있었다.

그런 베로니카의 손을 붙잡으며 엔젤은 그녀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려주었다.


"바닷가 풍경은 어땠나요?"


"그게.."


베로니카의 말에 엔젤은 아무런 말을 하지않았다.

이상한 기류를 느낀 베로니카는 그녀의 뺨을 어루만져주었다.


"무슨 일 있었나요?"


"베로니카님.."


"네. 전 여기 있습니다."


"고해성사를 해도 될까요..?"


"갑자기요..?"


베로니카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겉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이는 그녀가 갑자기 고해성사라니. 조금 의외였다.

엔젤의 표정이라도 볼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베로니카는 그러지 못 했다.


하지만 소중한 자매의 부탁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알았습니다. 들어드리죠."


베로니카는 엔젤의 손을 붙잡고 숙소에 작게 준비되어있는 고해소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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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님. 구원자님께서 저희 교단을 처음 방문해주셨을 때를 기억하십니까..?"


"네. 기억하고있습니다."


베로니카도 잘 알고 있었다. 그 날은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저는 그 날..구원자님의 기억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알고있었습니다."


그녀 또한 짐작하고있던 부분이었다. 그 날 사령관을 만난 뒤로 엔젤은 완전 다른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엔젤은 그 때의 일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빛께서 하사하신 정신감응능력을 멋대로 사용했다는 것에 빛께서 내리신 벌이겠지요.."


"자매님..? 대체 무엇을 본 것입니까..? 자매님..? 자매님? 엔젤..?"


대답은 없었다. 그저 거친 숨소리를 몰아내쉬는 소리만이 고해소를 가득 매웠다. 이상함을 느낀 베로니카는 엔젤을 계속 불렀다.

하지만 그녀는 대답할 수 없었다.


식은땀이 흐르고 속은 점점 누군가 자신의 머리를 붙잡고 쥐흔든 것 마냥 매쓰꺼워지기 시작했다. 그 매쓰꺼움에 엔젤은 얼굴을 매만졌다.

다시금 떠오르는 사령관의 기억 때문에 그녀는 숨을 몰아내쉬었다.



"엔젤...?"



"괜찮은건가요? 엔젤..?"



"엔젤!"


"하아...하..."


베로니카의 부름에 그녀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이 곳은 피비린내를 풍기는 우주선도 우주도시도 모든 것을 얼려버릴 정도의 추위를 가진 행성도 아니였다.


"엔젤..? 괜찮은건가요..?"


"네...괜찮아요...네...."


속은 여전히 매쓰껍고 어지러웠지만 게워낼 것이 없다는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느꼈다.

고해소에서 마저 게워냈다면 베로니카가 힘들어했을 것이 분명했다.


"힘드시면 다른 화제로 전환해볼까요..?"


무거워져가는 분위기를 어떻게든 바꾸기 위해 베로니카가 입을 열었다.


"예를 들면요..?"


"구원자님에 대해 얘기라도.."


"구원자님이요..?"


"네."


엔젤은 허탈하게 웃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의 기억 때문에 힘들었는데 다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니 허탈해져만 갔다.


"자매님?"


"수녀님은 구원자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야..말 그대로 구원자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가장 어두운 시기에 나타나 우리를 구해주셨으니깐요.."


"그런가요.."


"자매님은요?"


엔젤은 생각에 잠겼다. 베로니카의 말대로 사령관은 구원자였지만 그녀가 들여다 본 기억 속의 그는 구원자 따위가 아니였다.

그녀는 자신이 본 것을 그대로 말 할 생각이었다.


"그는 구원자가 아닙니다. 수녀님..


그는 처음엔 기술자였습니다..


그 다음엔 생존자였고요..


그리고 또 그 다음엔....."


"다음엔..?"


눈을 지그시 감고 다시 생각했다. 사령관을 구원자라고 생각하는 베로니카의 마음을 더럽힐 수는 없었다.

모두가 그를 구원자를 생각했다. 자신만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는 구원자로 살 수 있었다.


"수녀님 말씀대로 구원자가 되긴했죠.."


엔젤은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사령관은 구원자로 남아야만 했다.


그래야만 했다.









(출처)


처음엔 그는 기술자였습니다.


그 다음엔 생존자였습니다.


또 그 다음엔 마커 살해자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녀들의 구원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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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상편은 달지가 않았네요.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때까지 쓴 글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