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음

*달다. 마키나 서약 대사를 참고함

*그동안 쓴 창작 글 모음

 


깊은 죄책감을 품은 자는 언제나 다른 이들을 위해 자신 스스로를 억누른다.

지금 내 귓가에 들리는 너의 인사는 그것을 다시 한번 상기해주었다.


"그러니 당신이 원하는 것 전부, 제가 이루어드릴게요."


"하핫! 내가 원하는 건 엄청 간단하지만 어려운 거라서 말이야."


방의 한 켠 구석에 마련된 옷걸이에 외투를 걸치며 마키나의 말에 대답하자 그녀는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의문을 표시했다. 하긴, 그녀의 능력이라면 정말 말 그대로 환상을 구현할 수 있겠지.


"사실 내가 바라는 것은 모두 행복하게 웃는 거야. 정말 간단하지만, 어렵겠지?"


"확실히..."


보충 설명이 더 필요 없는지 마키나는 그것으로 납득한 듯 보였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살며시 웃어주었고, 그녀 역시 결국 졌다는 듯 피식 웃어주었다.


"그렇다면 당신의 그 소박하지만 어려운 꿈.. 저와 함께 이뤄보는 건 어때요?"


마키나를 스쳐 지나가며 자리에 앉으려는 내게 그녀가 다가와 제안했다. 확실히 혼자라면 아주 힘든

꿈이겠지만, 그녀와 함께 라면 그 어려움은 반으로 줄어들겠지.


하지만 그것 말고도 그녀와 함께 꿈을 이루고 싶었다. 내 꿈에는 그녀의 미소도 들어가 있었으니까.


"지금의 저라면 훨씬 더 근사하게 만들 수 있어요."


여전히 자신의 능력에 의지하여 제안하는 마키나를 바라보며 나는 다소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강력하고 완벽에 가까운 능력이지만, 엄중한 대가가 따르는 위험한 것. 쉽게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미안해요. 그냥 해본 말이에요. 그러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말아요."


가라앉은 내 분위기를 눈치챈 마키나가 서둘러 사과했다. 내가 화가 났을까 걱정하는 듯 보이는

그녀에게 다가가 나는 그녀를 살며시 끌어안으며 달래주었다.


나는 화를 내는 것이 아닌, 그 능력의 대가로 깊은 죄책감과 슬픔을 짊어진 그녀의 모습을

또다시 보고 싶지 않았기에 완곡히 거절한 것이었다.


"걱정 마. 너에게 화난 것은 절대로 아니야. 다만, 너의 능력은 위험해. 네가 위험해지는 것은

내가 용납하지 못하겠어."


"당신..."


계속해서 낮게 깔린 분위기는 내 쪽에서도 사양이니 슬슬 분위기를 전환하고 싶었다.

나는 마키나를 품에 안은 채 그녀에게 슬며시 운을 띄었다.


"마키나는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어?"


"제.. 바램 말인가요..?"


품에 안긴 마키나가 나와 시선을 마주치며 잠시 뜸을 들이다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하기 시작했다.

예전에 처음 본 그때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희망이 생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꿈을 설명했다.


"처음에는 없었지만... 당신을 만나고 한 가지 생겼었죠."


"생겼었죠?"


어째서 마키나의 대답이 과거형일까 잠시 머리를 굴렸지만 그녀의 표정이 아직 말이 끝나지

않았음을 표현했기에 점잖게 들어주기로 결정했다.


"이미 이루어졌거든요. 그저, 당신이라는 낙원 한켠에, 제 자리도 있기를...

그게 제 소망이었어요. 지금은.. 당신도 알다시피 이루어졌죠."


확실히, 지금 마키나가 내 곁에 없는 시간이란 더 이상 상상할 수 없었다. 그녀는 확실히 내 마음에 자리 잡아

인생이라는 긴 마라톤을 함께 달리는 동반자가 되었으니.


"정말.. 그건 그렇네.. 그럼, 방금 새롭게 생긴 내 소망을 이루어줄래?"


"그게 무엇이... 꺄악!"


마키나의 대답을 끊으며 나는 그녀를 강하게 끌어안고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 묻었다.

곁에 있는 반려를 품는 것은 언제나 계속 바라게 되는 짙은 욕망이 섞인 소망이었다.


"후훗... 당신은 정말 제가 본 것 중에 가장 별난 사람이에요. 사령관일때는 한없이

무욕하고 이타적인 분이지만... 반려자일때는 그 누구보다 욕망에 충실하죠.

당신의 욕망... 제가 받아들일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이런, 벌써 내 욕망을 깨달은 거야?"


장난스러운 내 대답에 마키나는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며 미소 지었지만, 그녀는 살며시 손을 들어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내 품에 몸을 맡기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짓은 내 모든 것들을 받아들인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보지 않아도 당신이 바라는 것은 알 수 있어요. 전부 저에게 털어놔줘요.

저도... 그걸 원하니까..."


이런 사랑 표현으로 그녀의 마음 깊이 박힌 가시를 내가 어루만져 치유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그녀가 웃을 수 있다면, 나는 그 길이 가시밭길 지옥이더라도 기꺼이 감내할 것이다. 


"사랑해 마키나."


"저도 사랑해요.. 제 낙원이 되어준 당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