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전편.


전편. 


나는 바로 행동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저 지휘관 년들을 기다렸다가는 아마 한세월이 걸릴 것이 분명했다.

멍하니 앉아 손가락이나 빨면서 그녀들을 기다리는 것보다 내가 직접 그 더치걸을 찾는게 더 빠를 것이다.


하지만 나에겐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 그 더치걸의 인상착의를 기억하고 있지만 더치걸은 브라우니와 레프리콘 다음으로 많은 개체였다. 

여기 도시에 있는 더치걸들의 숫자를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렇다고 지휘관들이 내게 정보를 줄리가 없었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누군가 한명이 떠올랐다. 

전화기를 들어올려 그녀에게 연락을 취해보려했지만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지휘관들의 편이라면 아무것도 못하고 끝날 수 있었다.

다시 생각에 잠겼다. 


'뭘 망설여..? 정보가 필요하다고..'


'만약 걔도 지휘관들 편이면? 아무것도 못하고 끝날 수 있어.'


'정보가 필요해.'


'믿을 수 있어?'


정리가 되지않았다. 아무리 머릴 싸매고 생각을 해보아도 정리가 되지않았다.

점점 치밀어 올라오는 화에 전화기를 던질 뻔 했다. 하지만 화를 내봤자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썅.."


나는 그녀의 번호를 비추고있는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한동안 그것을 바라본 나는 눈을 지그시 감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모 아니면 도였다. 


"......"


수신음이 이렇게 무겁고 길었나싶었다.

수신음이 한번 주고 한번 받을 때마다 머리가 울리는 것 같았다. 아까 오른손을 지혈하지 않아서인지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터니티에게 지혈을 받을걸 그랬다.

바싹 말라가는 입술을 혀로 한번 닦은 뒤 침을 한번 삼켰다.


긴 수신음이 끝나고 통화를 받는 소리가 들렸다.

무거운 한숨소리가 한번 들리고 전화 너머에 있는 그녀가 입을 열었다.


"오랫만이네."


"그러게요."


분위기는 점점 무거워져만 갔다. 수화기 너머로도 느껴지는 무거운 공기에 나는 얼굴을 한번 매만졌다.

 서로의 숨소리만을 들릴 뿐 아무런 말을 하지않았다.


"저기..? 아직 안 끊었지?"


오랜 침묵을 깨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네.."


"무슨 일이야?"


심장이 점점 거칠게 뛰었다. 이걸 말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에 빠졌다.

그녀의 도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녀를 믿을 수 있는지가 의문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침묵으로 일관할 수는 없었다.


"부탁하나만 해도 될까요.."


"뭔데..?"


"정보가 필요해요."


"무슨 정보..?"


"이 도시에 있는 모든 더치걸에 대한 정보요..."


저질렀다. 그녀는 한동안 말을 하지않았다. 침묵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난 불안해져만 갔다.

지금 당장이라도 그녀의 옆에 있는 지휘관들이 대신 대답해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예상을 뒤엎었다.


"내일 오후 4시. 시티가드 본부 2층 휴게실."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난 귀에 대고있던 전화를 손에서 놓아버렸다.


거실에 있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난 충격에 빠졌다.


입꼬리가 귀에 걸쳐저있었다. 그 모습 뒤로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뒤를 돌아보았지만 내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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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나는 그녀와 약속한 장소인 시티가드 본부를 향해 발걸음을 서둘렀다.


"도련님..너무 무리하시지마세요.."


휠체어 없이 지팡이를 짚으며 힘겹게 걸어가는 내 모습에 이터니티가 안절부절 못했다.

그녀는 내게 휠체어를 건넸지만 난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이제 휠체어 따위는 필요없었다.


"괜찮아..걸을 수 있어요.."


"하지만.."


"걸을 수 있다고.."


"네..알겠습니다.."


그제서야 휠체어를 내 앞에서 치웠다. 그리고 한발자국 뒤에서 날 따라왔다.

우리 둘의 모습에 시티가드 대원들은 눈을 떼지 못 했다. 이터니티의 옷차림과 덩치도 있겠지만. 내 모습 때문일 수도 있었다.


그들을 뒤로하고, 그녀와 약속한 장소인 2층 휴게실에 도착했다.


아무도없는 휴게실에 혼자 앉아있는 누군가가 보였다. 조금 진한 갈색의 머리칼. 연두색의 눈. 아버지와 거의 친구처럼 지냈던 자비로운 리앤이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왔어? 모리아티."


그녀는 나를 셜록에 나오는 등장인물들 중 하나인 '모리아티'라고 불렀다.

하지만 난 그 별명이 마음에 들지않았다. 그도 그럴게 모리아티는 악당이 아닌가?


"제가 그 별명으로 부르지 말랬죠."


"하하..미안미안."


그녀는 감자튀김을 입에 넣으며 특유의 미소를 내게 보였다. 나는 한숨을 한번 쉬고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난 한가롭게 그녀와 감자튀김이나 먹으려고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였다. 빨리 부탁한 물건을 받고 집에 가고싶었다.


"이터니티..둘이서만 이야기를 해도될까요?"


"네..? 하지만.."


"잠깐이면 돼요..잠깐이면.."


"네..그러죠.."


그녀는 잠시 망설이는가싶더니 양쪽 치맛자락을 들어올린 뒤 인사를 한 뒤 휴게실을 나갔다.

리앤과 단 둘이 남은 나는 다시 그녀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부탁한거 말인데요."


"아, 그거 말이야?"


리앤은 주위를 한두번 둘러본 뒤 가슴사이에서 USB를 꺼냈다. 그 모습에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버지가 그녀의 가슴을 보며 '자비 주머니'라고 말씀하셨던게 생각났다. 물론 그러실 때 마다 어머니에게 혼나기는 하셨지만.


"꼭 그래야만 했나요..."


"왜? 왓슨은 이런거 좋아했는데 말야."


그녀는 USB를 내게 건넸다. 한숨을 한번 쉬고 난 그것을 받았다.

그 안에는 여기 도시에 거주하고있는 모든 더치걸의 고유번호와 거주지 정보가 담겨져있었다.


"고마워요."


"고맙긴 뭘. 우리 모리아티 부탁인데 들어줘야지."


감자튀김 하나를 입에 넣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USB를 받은 나는 주머니 안에 그것을 넣은 뒤 그에게 다시 감사인사를 표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기..모리아티.."


그녀의 부름에 난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있었다.


"설마..이 사건에 개입하려는 건 아니지..?"


숨이 턱 막혔다. 들킨 줄 알았다. 

난 아무런 말없이 웃으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겉으로는 웃고있었지만 속은 난리가 났다. 변명거리를 생각해야만 했다.


"모리아티..?"


"내가 설마 그럴리가 있겠어? 지휘관 분들께서 잘 해결할텐데."


"그런데. 왜 정보를.."


"마리 이모가 나한테 부탁했어. 그 분이야 뭐..워낙에 바쁘니깐."


"그렇지 뭐.."


"응. 그럼 이만."


리앤을 뒤로 하고 휴게실을 나왔다. 간신히 생각한 변명거리로 어떻게든 피했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정보를 얻었으니 이제 찾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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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온 나는 방에 틀어박혀 USB 파일들을 살펴보았다.

브라우니와 레프리콘 다음으로 많은 개체 수였기에 여기에 거주하는 더치걸만 해도 수천명이었다.


하지만 그 수많은 더치걸 중에서도 안색이 퀭하고 붉은색 보석이 박혀있는 귀걸이를 하고 있는 더치걸은 보이지가 않았다.

난 내가 못 찾고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문서를 수십번을 보고 또 보았지만 그 어디에도 그 더치걸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았다.


"시발.."


컴퓨터 앞에 앉아 머리를 매만지며 욕을 뱉었다.

창문 밖을 보니 해가 지고 저녁이 되었다. 아직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는 사실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죽인 녀석을 아직도 못 찾았다. 지금 그 녀석이 이 도시 어딘가에 멀쩡히 돌아다니는 것을 생각한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화를 낸다고 그 녀석이 내 앞에 나타나는 것도 아니였다. 난 눈을 지그시 감고 심호흡을 했다.


어머니가 내게 가르쳐주셨던 방법이었다.

심호흡을 할 때마다 화는 삭혀졌지만 마음 한켠 속에서는 그리움이 피어올랐다.


컴퓨터 배경화면으로 설정해놓은 가족사진을 볼 때마다 코끝이 찡했다.

차라리 내가 죽는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얼마 안가 모래바람처럼 스러져버렸다.


모니터 속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길려던 찰나.


"저기..도련님..?"


"어..?"


이터니티의 목소리에 난 정신을 차렸다.


"저녁식사할 시간입니다."


하긴. 저녁 먹을 시간이기는 했다. 나도 슬슬 배가 고파왔기 때문이었다.


"금방 내려갈께요."


"네. 그럼.."


이터니티가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일단 저녁을 먹고 다시 찾아보기로 했다. 나는 컴퓨터의 전원을 끄고 주방으로 내려갔다.


주방에 도착하자 소박하게 차려져있는 밥상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사모님께서 만드신 것과는 다르겠지만.."


"잘 먹을께요.."


이터니티의 맞은편에 않으 나는 숟가락을 들었다. 이터니티도 내가 숟가락을 들자 수저를 들어올렸다.

분명 따뜻하고 포근했던 주방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없는 지금 열기를 잃어버렸다.


"적적하네요.."


"티비라도 킬까요.."


이터니티의 말에 나는 리모컨을 들어올려 텔레비전을 켰다.

어머니께서 이 광경을 보셨다면 아마 노발대발을 하셨을 것이다. 어머니는 식사를 하는 도중에 티비를 시청하는 것을 싫어하셨다.


어머니가 외출을 하시는 날에는 아버지와 밥을 먹으면서 티비를 보던 것이 생각났다.

하지만 그들이 없는 지금 티비는 내 맘대로 쓸 수 있었다. 기뻤지만 그렇다고 마냥 기쁜 것은 아니였다.


"현재 난민들을 수용할 수 있는 수용소가 한계에 다달았습니다. 시민들과 난민들의 갈등이 극에 치닫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불굴의 마리 임시 저항군 사령관께서는..."


"안타깝네요.."


이터니티는 고개를 저으며 혀를 내둘렀다.


화면은 바이오로이드 난민 수용소를 비추고있었다. 펙스와 철충들을 피해 여기 저항군으로 온 난민들은 일정기간동안 교육을 받으면 일종의 시민권 같은 것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지금 난민을 수용할 수 있는 수용소는 부족해도 너무 부족했다. 열약한 수용소를 피하기 위해 난민들은 도시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거나 했다. 이 때문에 도시의 시민들과 갈등을 빚고는 했다.


아버지께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셨다. 하지만 그런 아버지의 노력은 뜻대로 되지않았다.

나는 티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화면은 수용소에 있는 더치걸과 브라우니들의 모습을 비추고있었다. 


"도련님..? 음식 식어요."


이터니티의 부름에 난 다시 정신을 차렸다.


"어...그래..."


밥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가져가는 순간. 머릿속에서 어떤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에 난 들고있는 숟가락을 떨어뜨렸다.


"도련님?! 괜찮으신가요?!"


오른손이 바들바들 떨리는 것을 본 그녀는 내 손을 붙잡으며 걱정을 해주었다.


"어...? 어..괜찮아.."


난 그녀의 손을 붙잡으며 그녀를 안심시켜주었다.

눈은 다시 티비로 향했다. 화면은 여전히 더치걸과 브라우니들의 모습을 비추고있었다.


"이터니티..? 나 물 좀.."


"네. 알았습니다. 잠시만 기다주시길.."


그녀는 물을 가져오기 위해 식탁에서 일어났다.

나는 그녀가 없는 틈에 생각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그 더치걸..난민일지도 몰라."


'그래서 문서에도 없는거였어.'


'숫자가 너무 많아. 아까 티비에서 봤잖아.'


'하지만 선택지는 줄었어. 난민수용소를 뒤져보고 다음에는 도시에 떠도는 애들을 뒤지는거야."


"그러기에는 시간이..'


'지금 그런걸 따질 때야..?'


생각을 계속해서 정리하고 정리하는 와중에 이터니티가 물을 들고 왔다.


"도련님. 여기 물입니다."


난 그것을 받고 꿀꺽꿀꺽 삼켰다.

답답했던 무언가가 물에 씻겨내려가는 시원함에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야 답답한 무언가가 씻겨내려갔다.


"괜찮아지셨습니까..?"


"어. 괜찮아졌어."


입가에 묻은 물을 닦으며 이터니티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네요.."


이터니티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나는 티비의 전원을 껐다.


"어머, 괜찮으시겠어요?"


"안 보는게 나아."


"그런가요..?"


"어차피 많이 보게 될거거든..."


"네..?"


"아무것도 아니야. 식기 전에 빨리 먹자."


"네.."


이터니티와 함께 식사를 하는 내내 나는 생각에 잠겼다.


'그녀가 잠들고 깨어나기 전에 최대한 빨리 처리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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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을 고쳐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했는지 모르겠네요.

마음 같아선 그냥 엎어버리고싶습니다. 아니면 막장으로 쓰던지.


여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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