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음

시라유리 서약 대사를 각색함

그동안 쓴 창작 글 모음

 



"아..! 사, 사령관 님!"


갑작스레 들린 음성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솜털이 바짝 일어나고 등골이 쭈뼛해지는 감각. 소중하고 중요한 물건을 찾고 있었기에

가장 들키고 싶지 않은 상대에게 지금의 현장을 들켰다는 사실에 당혹감이 밀려왔다.


"그, 그게.. 아하핫.."


흔들리는 목소리에 어색한 미소. 첩보 요원으로써 언제나 흔들림 없던 내가 이토록 흔들리는 건, 아마 내게 다가오고 있는

저 남자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서 일까? 아니면 그를 상상하며 적어둔 내용을 들키기 싫어서 일까?


"뭐 잃어버렸니? 찾는 거 도와줄게."


언제나 보여주는 그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는 오늘도 내 마음을 헤집어 놓았다. 순수한 그의 호의는 정말 고맙고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지만, 지금 찾는 물건이 하필이면 항상 들고다니는 수첩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수첩에는 언제나 그를 바라보며 생각하고, 꿈꾸던 망상 들을 적어 놓았기에 더더욱 그에게 만큼은 들키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첩보 요원으로 만들어 졌고, 첩보 요원으로써 살아온 내게 사랑을 꿈꾸는 소녀와 같이 적어 놓은 일기는 치부와도 같으니까.


"괘, 괜찮습니다. 사령관 님. 그저 수첩을 찾는 것 뿐이라...앗!"


"아니야~ 마침 할 일도 없었는데, 잘 됐지."


어느새 허리를 숙여 주변을 찾기 시작한 그를 적극적으로 뜯어 말리지 못한 내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지만, 이쯤 되면

그의 도움을 거부할 명분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서둘러 주변을 더듬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이상 내가 먼저 찾아야 해!'


마음이 급해지고 등이 축축하게 젖을 정도로 식은땀이 흘렀다. 과연 수첩 하나 때문에 이렇게 긴장하는 스스로가 웃기게

느껴질 정도였다. 내게 약점을 잡혀 협박 당하던 다른 녀석들이 이러했을까? 생각보다 썩 유쾌한 상황은 아니네.


"저기 시라유리.. 이거 맞니? 검은색에 조그만한 수첩."


"네, 마, 맞아요! 그거예요! 감사드려요, 사령관 님. 그, 그런데..."


"그런데?"


수첩을 그에게서 건네받으며 살며시 눈치를 보니 그는 평온하게 웃고 있었고, 괜히 얼굴이 뜨거워지고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것이 진정되지 않았다.


"호, 혹시.. 읽어보시진 않으셨죠? 그, 그렇죠? 이런 걸 들켜 버렸다면... 아으..."


거기까지 말하고 고개를 푹 숙이며 수첩을 가슴에 끌어안았다. 가장 소중한 추억들이 담긴 수첩을 다시는 잃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을 때, 머리에 그의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졌다.


"과연 아무리 나라도 짧은 시간에 그렇게 긴 내용을 다 읽을 수는 없지.

아~주 조금밖에 못 봤어."


"아... 아아아!!"


순식간에 체내의 모든 혈액이 얼굴로 몰려든 것 같이 얼굴이 붉어지고 터질 것 같이 열이 올랐다. 창피해서 죽어버릴 수 있다면

정말로 죽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에 몸서리치고 있을 때, 그는 껄껄 웃으며 장난스러운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이거, 시라유리 첩보 요원으로써 감정을 숨기는 게 너무 서투른 것 아니야?"


"그, 그게... 사령관 님과 함께 있으면 제 본분을 계속 망각하게 돼요... 마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소녀처럼....

좋아하는 사람 생각에,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아요.."


이제 와서 무엇을 더 숨기겠는가. 가장 소중한 비밀을 들킨 이상, 첩보 요원으로써 실격인 것이다.


"이런, 그건 시라유리의 상관이자, 시라유리를 아주 많이 사랑하는 내게도 책임이 있는데."


"사, 사령관...읍..!"


방금 전보다 가까이에서 들리는 음성에 고개를 드니 그의 얼굴이 바로 지척까지 접근해 있었고,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짙은

키스가 시작되었다. 그의 혀가 굳게 닫힌 내 입술을 톡톡 두들기며 문을 열어주길 요청했고, 그의 손길은 내 얼굴이며 가슴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온기를 전해주고 있었다.


"으읍... 읍..."


서로 간의 체액이 뒤섞이는 야릇한 물소리와 헐떡이는 숨소리가 귓가에 가득 울려 퍼졌다. 그의 눈동자는 계속해서 정면으로

내 눈동자를 응시하며 사랑을 전달해 주었고 더 이상의 저항은 무의미하다고 알리는 듯 보였다.


"푸하... 핫.. 하아.."


"그럼, 이걸로 비긴 거지? 이런 장소에서 키스했다는 것은 들키면 큰일 날 비밀이거든."


찡긋 윙크하며 내 얼굴을 쓰다듬는 그의 모습에 결국 항복의 백기를 들어 올리며 저항을 완전히 포기했다.


"네... 서로에게 공통의 비밀이 하나 생겼네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사령관 님과 저만의 특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