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음

*뽀삐 수영복 대사를 참고함

*그동안 쓴 창작 글 모음



태양이 지평선에 걸리며 하늘에 붉은 물감을 뿌리기 시작한 지금, 아름다운 해변을 배경으로 물놀이를 준비 중이던

이터니티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왔다.


짙은 보라 빛 눈동자가 나를 발견하고 곡선을 그리며 휘어지고, 창백할 정도로 흰 살갗에 핏기가 돌아 붉게 물들었다.

얼마나 나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을까, 그저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그녀는 영원과도 같았을 것이다.


"많이 기다렸어? 늦어서 정말 미안해!"


최근 업무가 밀렸기에 서두른다고 서두른 거지만, 결국 약속 시간에 30분 가량 늦고 말았다. 미안한 마음에 뛰어 오느라

이마에 땀이 맺혔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허덕이고 있으려니 이터니티가 살며시 다가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었다.


"걱정 마세요, 주인님. 저에게 기다림이란 익숙하답니다."


그녀의 말에 돌이켜 생각해 보면, 확실히 그녀는 언제나 기다린다고 말하곤 했었다. 무엇을 기다리는지 물어보면

그저 수줍게 웃으며 대답을 피했기에 깊이 물어본 적은 없었으나, 그것을 생각하면 기다림이 익숙하다는 것 또한 이해가 되었다.


천천히 숨을 고르며 그녀의 손길에 맡겨 땀을 닦아내려니 자연스레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가 시야에 들어왔다.

가냘픈 어깨 라인과 그에 대비되는 큰 가슴, 얇은 허리 또한 그녀를 더욱 여성스럽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그래도 저걸 보면 말이지...'


구석에 슬며시 시선을 돌리면 보이는 그녀의 관과 무장들. 저 육중한 것들을 들고 전투 하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괴수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정말 예쁘니까..."


"네?"


"아.. 그, 그게.."


무심코 속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와서 당황하고 있으려니 이터니티는 잠시 얼굴을 붉히다 순수하게 좋아해 주었다.


"저 같은 게 꾸민다고 해도 어울리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주인님께서 좋아해주시니

정말 죽을 만큼 기뻐요."


여전히 죽음을 말버릇처럼 하는 부분은 조금 소름이 돋았지만, 그만큼 기뻐해준다 생각하면 그것 역시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예쁘다는 말 하나로 지각한 것을 퉁치려는 생각은 전혀 없었고, 무언가 보답을 하고 싶었다.


"그래도 늦은 게 너무 미안하네.. 혹시 바라는 것 없니?"


"바라는... 것이요?"


"그래, 막 거창한 게 아니어도 좋아. 내가 들어줄 수 있는 한도에선 전부 다 들어줄게."


생각해보면 이터니티는 언제나 내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며 헌신해주었다. 그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면 전혀

아까울 것이 없었고, 무엇보다 그녀에겐 데이트에 늦은 사과를 하고 싶었으니 이 정도는 충분히 해줘야 하리라.


"그럼.. 주, 주인님.. 욕심인 건 알지만... 오늘 만은 저를 바라봐주세요..

주인님이 다른 분들을 보실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죽을 것 같아요.."


처음부터 오늘 하루는 그녀에게 할애하기로 마음 먹었으니 그것은 어려울 것 없었다. 오히려 그것 말고는 바라는 게

없다는 듯 얼굴을 붉히는 모습에 괜히 가슴 한 켠이 찡하게 울려 이터니티를 살며시 끌어안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


육중한 관을 짊어지고 두터운 무장으로 적들을 섬멸하는 이터니티가, 지금 내 품에 살며시 안기는 모습은 언제나 새롭게

느껴진다. 적어도 내 앞에서는 가녀린 여인이 되는 그녀를 품에 안고 체온을 나누고 있으려니 그녀 역시 내 허리에

팔을 두르고 안겨들었다.


"따뜻하다.."


포근하고 따뜻한 그녀의 체온이 느껴지고,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 같았다. 격렬한 전쟁도, 모두를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도

모두 그녀를 품고 있으면 떨쳐지는 것 같았다.


"저도.. 주인님과 함께 있으면 가슴 한편이 따뜻해 지는 게 느껴져요.. 너무나도 따뜻해서 행복한 기분이에요.."


"나도 그래. 너를 이렇게 안고 있으면 다 내려놓을 수 있을 거야."


그녀의 말에 대답해주며 머리를 쓰다듬고 있으니 붉게 물든 햇빛이 우리들을 비춰주었다. 따스한 햇빛에 몸을

맡기고 서로의 체온을 즐기고 있으니 그녀는 살며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따뜻한 기분이.. 햇빛 때문일까요?"


물론 햇빛 덕분에 몸이 덥혀지는 것 또한 맞겠지만, 지금 내 마음 속에는 정답이 나와 있었다.


"아니, 사랑 때문이야. 우리는 영원히 맹세했잖아. 서로 사랑하기로."


"아아.. 이렇게 주인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영원할 수만 있다면..."


이터니티는 내 대답에 살며시 미소 지었고, 황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나는 그녀의 입에 천천히 키스하며

그녀를 더욱 강하게 품에 끌어 당겼다.


서로의 평생을 약속하고, 그 시간의 끝에 서로 영원히 함께 하기를 기도하면서.









"아.. 그런데 다음에 또 늦으면 전 영원히 왼쪽을 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