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도대체 왜 그런 거야!"


오르카 법정 최후 변론의 시간.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은 채 묵묵히 비난을 받아들이는 그녀에게

레오나의 슬픈 절규가 들려왔다.


가장 믿고 따르던 자에게 원망 받는 이 심정을 무슨 말로 표현하랴.

그저 겸허히, 그저 묵묵히 듣고 흘려내며 받아들일 뿐이다.


"너.. 도대체 왜 그랬어... 뭐라고 말 좀 해봐!"


"언니..."


레오나가 눈물로 호소하며 다그쳤지만, 답변을 듣기도 전에 켈베로스가 찾아왔다.


"이제 시간이.. 레오나 대장님.."


조심스레 레오나에게 재촉하는  켈베로스. 결국 레오나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동생의 치맛자락을

놓아주며 자리에 주저 앉아 오열 하기 시작했다.





"피고인은 위대한 영도자, 사령관 각하를 노리고 흉탄을 쏘았습니다. 인정합니까?"


"인정합니다."


망설임 없이 죄를 시인하며 흔들리지 않는 신념으로 대답하는 그녀의 눈빛은 그 어느 여인보다 강렬하고

뜨거운 불꽃이 일렁였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대역죄를 강철과 같은 신념으로 일궈낸 그녀였기에

가능한 눈빛이리라.


하지만 법관 아르망 역시 만만하지 않은 인물이었으니, 사령관의 철권 통치를 위해 몸 바친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감히 세어보지 못할 정도로 그녀는 노련하고 차가운 법관이었다.


"감히 사령관 각하를 노리고도 무사할 것이라고 생각하셨습니까?"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낮게 으르렁 거리는 아르망의 말에 단 한 마디를 지지 않으며 올곧은 자세를 유지하는 그녀의 기개는

마치 강철로 이루어진 굳건한 탑과 같았다.


"하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만 할 일이었고, 그는 초심을 잃었기에 당연한 심판을 내린 것 뿐입니다."


"닥치세요!"


그녀는 아르망이 불길과 같이 노했지만, 단 한마디를 지지 않으며 끝까지 자신의 변론을 시작한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혹독한 거지런 끝에 희생될 인민들을 생각해 보셨습니까?"


"그건..!"


"세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AGS를 비롯한 최신식 문물이 있음에도, 단지 '자원비가 예쁘지 않다'

라는 뭐 같은 이유로 혹독하게 인민들을 쥐어 짜는 악독한 악마를 심판했을 뿐입니다."


청중에서 재판을 직관 하던 관중들 중 몇몇은 이미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잔뜩 낀 다크서클이며,

머리에 푹 눌러 쓴 안전모로 보아하니 거지런 광부로 추정되는 인물은 입을 틀어 막고 오열하고 있었다.


"각하께선 이번이 마지막! 정말 마지막! 이라면서 또 제조를 달리셨더군요. 그래서 쏘았습니다.

보급관의 심정으로 오르카의 생체 딜도를 쏘았습니다."


"......판결 하겠습니다."


"저는 먼저 가겠습니다. 부디 거지런 광부 여러분은 더 나은 세상에서 더 밝은 곳으로,

자유와 야쓰 파티를 즐기도록 하십시오."




20xx년 1월 16일.

보급관의 심정으로 오르카의 생체 딜도를 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