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니카 기본 대사를 참고함


"하핫, 다른 천사 님들 모시는 게 힘든가 봐?"


사령실의 한구석이 독서실 마냥 책으로 가득 쌓이게 된 것은 내 취향이 반영된 결과였지만 결국 바쁜 업무의 일상을 보내는 내게 독서를 느긋하게 즐길 여유는 없었기에 주된 이용객들은 언제나 다른 아이들이었다.


"그럼요, 보통 일이 아니랍니다.. 청소부터 끼니며 씻는 것들을 챙기는 것까지.."


살포시 내뱉는 한숨과 생각만 해도 골이 아프다는 듯 미간을 주무르는 베로니카를 보면 그녀에겐 고된 일이겠다만 내심 유쾌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기사, 멀리 서 보면 희극이요,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하던가. 천사들의 평소와 다른 축 늘어진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갭이 느껴져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구원자 님께선 꽤 즐거우신 것 같습니다만."

"이크! 이거 들켰나?"


피식 웃으며 대답하는 나를 차갑게 바라보던 베로니카도 결국 살며시 웃으며 읽고 있던 책을 덮고 소파에 체충을 실었다. 정말로 천사들과 지내는 것이 싫었다면, 아마 그녀가 먼저 소속을 바꿔 달라고 하던가 했을 것이니 그녀 역시 지금의 생활을 싫어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아~ 그래도 뭐, 용서해 드리죠."

"용서를 생각보다 쉽게 받은 것 같은데? 뭔가 바라는 것이라도 있으려나~"


베로니카를 향해 몸을 돌리고 팔짱을 끼며 범인을 취조 하는 것 같이 말하자, 그녀는 내 장난에 어울려 주겠다는 듯 편안하게 미소 지으며 대답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잠시 책을 읽을 수 있었으니까요."

"에이~ 뭐야, 겨우 그것 뿐이었어?"


솔직히 내 칭찬을 더 해주기를 기대해 보았지만, 역시 가벼운 밀당에서 베로니카는 나보다 능숙했다. 그녀는 슬며시 다리를 꼬고 고개를 뒤로 젖히며 소파의 푹신함을 즐기면서 방 천장의 장식물들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제가 구원자 님에게 해드릴 수 있는 보상이 무엇일지 잘 모르겠거든요."

"그럼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알려줘야겠군."


역시 아름다운 여성이 고뇌하고 있을 때 손을 내밀지 않으면 그것은 신사가 아니겠지. 베로니카와 같이 아리따운 여성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니까.


스스로의 정당화는 그 정도면 충분히 했으니, 나는 그녀의 옆자리에 앉아 그녀에게 팔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살며시 드러난 그녀의 매끄러운 허벅다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이러면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겠지?"

"하아..."


베로니카의 표정은 악마들의 등쌀에 떠밀려 피난처로 흘러들어 온 이 장소에서, 새로운 마수를 마주친 피난민의 표정과 같았다.

하지만 꾸준히 그녀를 애무하며 귓가에 사랑을 속삭이니 조금씩 그녀의 얼굴에도 홍조가 들기 시작했다.


"구원자 님.."

"그럼, 시작할까?"


마침내 견고하고 철옹성 같던 요새가 함락되어 그 성문이 열렸다고 생각하며 옷을 벗는 내 모습에 베로니카는 특유의 붉은 눈동자를 매섭게 뜨며 차분히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수성자의 저항 의지는 끊기지 않은 것일까.


"욕망 때문에 타락하는 것은 주의하셔야 합니다."

"에에~?"


그녀의 차분한 훈계를 계속 듣다 보면 어느새 설득되어 저 서류의 산으로 돌아갈 것이 뻔하니 최대한 그녀의 설교를 듣지 말아야 한다. 과연 이런 냉철하고 빠른 결단력을 평소에도 보여주면 참모진이 좋아 하겠지만, 솔직히 나는 노는 것이 더 좋다.


"그치만~ 베로니카가 부관으로 온 것은 너무 오랜만인걸~"

"하아..."

"정말... 안되는 거야?"

"윽..!"


깊은 한숨을 내쉬는 베로니카에게 응석 부리듯 안겨 들며 눈망울을 초롱이자, 그녀는 당혹감을 숨기지 못하였다. 과연 아무리 차갑게 보이는 수녀님이라도, 모성의 본능이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하.. 그래.. 어쩔 수 없지.."


노골적으로 한숨을 크게 내쉬며 잔뜩 실망한 듯 어깨를 늘어뜨린 내 모습에 결국 베로니카라는 이름의 요새는 함락되었다.


"어, 어쩔 수 없겠군요.."

"오! 그럼?"

"정 힘드시면.. 제가 도와드릴 수도 있겠지요.."


허락이 떨어진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으니, 서둘러 옷을 벗어 던지고 그녀의 풍만한 몸에 내 모든 것들을 내려놓을 생각 뿐이었다.

과연 이렇게 노골적으로 태도 변화를 보이는 내 모습에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살포시 내쉬는 베로니카 였지만, 그녀 역시 살며시 달려드는 나를 가볍게 안아주며 내 귓가에 속삭였다.


"저를 너무 어려워 하실 필요는 없답니다.. 구원자 님.."

"베로니카.."

"당신이 원하신다면, 언제든지.. 저를 안아주세요."


과연 교단의 신실한 수녀 다운 자애로운 모습에 흥분감이 고조된 나는 그녀의 입술을 훔치며 그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베로니카 마망 쎅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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