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대검을 들고 무작정 전장으로 뛰쳐나왔을 뿐이다.

다행히도 철충이 쏘는 탄환이 몸에 박힌다거나 하는 사태는 오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되어먹은거냐. 내 몸.

급소에 날아오는 총알들은 반사신경으로 어떻게든 막거나 팅겨낼 수 있었다.


하지만 칸이 있던곳으로 철충들을 대검으로 도륙하고 나아가는것만으로도 역부족이었다.


[사령관님! 칸 대장님은 저희부대원들이 어떻게든 수습해서 후퇴중이에요!]


"탈론페더야? 그래 그건다행인데..."


[하지만 스토커가 계속 노리고 있어서 이대로라면 위험한데요....]


"스토커 좌표 찍힌 것 있어?"


[있어요. 지금 주변 지도랑 같이 좌표 보내드렸습니다.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설마. 사령관님. 진짜 위험해요. 그러지 마세요!]


"넌 가서 공중에서 너희 부대 후퇴하는거나 도와. 저건 내가 어떻게 해볼테니."


그대로 좌표가 찍힌 곳을 인이어 디바이스의 홀로그램으로 확인하고, 그 방향으로 뛰어 달렸다.

30M정도의 고저차가 있긴했지만, 닥터가 주사한 오리진더스트 때문인가. 그냥 군대 뜀박질하듯이 뛰다가 점프하니 도착해 있었다.

군장매고 급속행군하는 것보다 할만하네.

그렇게 스토커가 있는곳에 도착했음에도, 스토커는 내가 어느정도까지 다가왔음에도 총구는 칸의 부대를 향하고 있었다.


그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저 새끼만 조지면 우리 애들이 안전하게 복귀할 수 있다.

내면에서 깊은 빡침이 흘러나온다.

철충에 대한 혐오감? 아니. 혐오면 이렇게 반드시 죽여버린다는 생각이 안 나오겠지.

그래. 이건 분노다. 복수심이다.

니가 우리 애들 다치게했으니까 너도 한번 좆되보라는 감정이다.

그러니까 죽어라. 빌어먹을 새끼야.


그대로 들고온 대검을 수직으로 휘둘렀다.

놈은 그제서야 총신을 돌려 대검을 막았지만, 내 신체능력과 2미터가 넘어가는 대검의 무게까지 더해져서, 스토커의 총신에 대검이 그대로 박혔다.

나는 대검을 빼대려고 대검을 비틀었지만, 결국 빠지지않고 총신부분이 스토커에게서 떨어져나왔을 뿐이다.

그 반동으로 나도 대검을 놓쳤지만.


그렇게 지금거리에서 둘다 무기가 없어지자, 나는 군대에서 배운대로 백병전을 취했고, 그대로 스토커를 발로 차 뒤로 쓰러트렸다.

그리고 한순간 들려오는 파공음에, 순간적으로 뒤로 빠졌다.


하지만 파공음을 내며 날아온 총탄은 스토커의 몸체를 꿰뚫었고, 그와 동시에 통신이 들어왔다.


[여기는 레오나. 하여간에. 파파는 무식한 짓만 골라서 하는거 같다니까. 그래도 파파가 아니었으면 전선이 그대로 밀려서 진짜 위험했겠지만.]


"레오나?"


[제정신 차린거냐고 물어본다면, 아니야. 떠올린 기억을 토대로 지휘모듈을 과부하 걸릴정도로 어거지로 쓰고 있는 상황이니까. 아마 이번일 끝나면 파파가 기억하던대로 돌아와 있을거야. 기억은 하고있으니 지휘하라고하면 언제든지 모듈을 혹사하겠지만. 발키리. 저 빌어먹을 철충을 끝장내.]


[명령 확인. 두번째 탄환. 사격합니다.]


피이잉-!


공기를 가르는 파공음이 한번 더 들리고, 정확하게 스토커의 머리가 터져나갔으며, 이윽고 전기를 흩뿌리며 폭발했다.


[타겟 침묵 확인.]


[좋아. 파파. 지금 우리 알비스랑 베라를 비롯해서 자매들이 파파를 위해서 퇴로를 뚫고있어. 놈들도 파파가 나왔다는걸 눈치챘는지 그곳으로 다 몰려가고 있으니까. 당장 우리 자매들쪽으로 돌파하고 합류해서 빠져나와.]


"그럼 그 뒤는?"


[내가 작전을 짜는 것에 빈틈은 없어. 숨겨놓은 한 수 정도는 있다고. 그보다. 진짜 슬슬 지휘모듈이 뜨거워지고 있거든. 빨리 상황 끝내고 싶으니까 빨리 돌아와주면 안될까?]


"미안. 빨리 돌아갈게."


그렇게 스토커의 총신이 박힌 대검을 들어, 총신이 박히도록 바닥에 내리치자, 총신이 갈라져 두동강나면서 대검이 빠져나왔다.

그렇게 2분쯤지났을까. 퇴로를 연다고 한 방향으로 철충무리를 돌파하자, 방패를 들고있는 알비스와 철충과 싸우는 발할라대원들이 보였다.


"여기까지 마중나와줄 줄이야."


"지금 그런 농담할 상황아니에요. 사령관! 알비스, 사령관님 안전 확인했으니 최대한 빠르게 퇴각!"


다급한 베라의 지시에, 알비스와 나, 발할라 대원들이 뚫어놓은 퇴로로 후퇴했다.

그렇게 겨우 오르카호가 보이는 안전지대로 왔지만.


"저만한 수의 철충을 어떻게 몰아내지?"


[베라. 사령관님의 안전은?]


그때 들려온 레오나의 통신. 그 통신에 베라는....


"세이프 존 베타로 모셨습니다. 화력 전개 하셔도 됩니다."


[좋아. 그럼 섬멸을 개시한다. 이제 당신들의 시간이야. 전부 쓸어버리라고.]


"전원. 무제한 발포를 허가한다! 사격 개시!"


그렇게 통신이 끊기고, 내 등뒤에서 익숙한 호령소리와 함께 포탄이 발사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안전지대의 뒤쪽 언덕에서, AA캐노니어 부대원들이 일제히 자리잡고 화력을 쏟아붓는 모습은, 왜 포병이 지상전의 최대 화력부대인지 증명이라도 하듯, 철충들을 지면에서 지워나가고 있었다.


[여기는 아머드 메이든. 사령관의 안전확보와 철충의 섬멸지시를 확인했다. 포인트 알파에서 작전대로 밀어붙히겠다. 이상.]


익숙한 최전방의 탱커 블러디팬서의 목소리.

그와 동시에 반대쪽에서도 아머드 메이든이 쏴갈기는 포탄의 소리가 울려퍼졌다.


"캐노니어...아머드 메이든...? 누가 부른거야?"


[제가 불렀습니다. 각하.]


"마리?"


[주제넘은 짓인걸 알지만, 각하가 돌아오신 지금 방주보단 오르카호가 우선시 되어야합니다. 그렇기에 철충소식을 듣고, 급하게 두 부대에 지원요청을 했습니다. 늦진 않은 모양이군요.]


"진짜 잘했어."


[스틸라인부대는 병력운송과 전개에 오래걸리기에 도움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이렇게 병력을 불러준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되었어."


[감사합니다.]


그렇게 통신을 종료했다.

그리고 내 팔을 잡으면서 말하는 베라.


"사령관님. 두 부대가 전선을 밀어내고 있지만 그래도 여긴 위험합니다. 오르카호로 돌아가시죠."


그 말에 나는 에밀리의 제녹스가 총신을 변형하며 최대출력의 플라즈마 빔을 땅바닥에 그림그리듯 쏘는 장면을 뒤로하고, 오르카호로 귀환했다.

여담이지만, 에밀리가 쏜 플라즈마 빔은, 지면마져 녹여버릴 정도로 역대급 출력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철충의 습격이 끝났다.


오르카호로 돌아온 나는, 작전이 끝난뒤. 로열 아스널와 블러디 펜서의 면담요청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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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음집 링크 https://arca.live/b/lastorigin/42443474


다음화 구상짜는데, 아게 ㅅㅂ 머리에서 떠나질않아서 대충 싸갈기고 간다.

9화랑 이어지는 플롯임.

다만 정사는 애들이 전투가 없었고, IF는 이미 한차례 전투가 있었다는것 뿐.


대충 생각하던 구상그대로 싸질렀는데 읽을만한가 모르겠네.

재밌게 읽어줬으면 좋겠다.


+


이것도 모음집에 8편(IF) 로 올라갈거다.


아무튼

(최대출력 플라즈마 빔 쏘고 휴식중인 에밀리)

절.대.애.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