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설정과 다릅니다.


*매울 수도..?*


*잔혹한 묘사가 조금 함유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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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요..그거 내려놓으..."


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커넥터 유미는 콘스탄챠에게 칼을 찔러넣었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했다. 분명 날카로운 칼날이 자신의 가슴을 뚫고 들어왔는데 아프지가 않았다.


"유미씨..?"


그녀는 콘스탄챠의 구속복을 풀어주었다. 드디어 구속에서 자유로워진 콘스탄챠는 자신의 손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고..고마워요.."


유미에게 감사인사를 전해주었지만 그녀는 멍하니 콘스탄챠를 바라보고있었다.


"너, 팔에서 피가 흐르고있잖아."


콘스탄챠는 그제서야 자신의 팔에서 피가 흐르고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까 괴물에게 습격을 받았을 때 생긴 상처에서 나오고있는 피였다.


"썅.."


몰려오는 고통에 콘스탄챠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유미는 들고있는 칼로 수복실 뒷편에 있는 캐비닛을 가리켰다.


"저 서랍 안에 수복제가 있을거야. 그걸로 간단히 응급처치정도만 해둬."


"네..? 하지만.."


"빨리 해."


콘스탄챠는 유미의 말에 뒤를 돌아 캐비넷을 열어 그 안에 있는 수복제를 자신의 팔에 흩뿌렸다.

상처가 나있던 그녀의 팔에 새 살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바이오로이드라면 심각하게 망가지지 않는 한 수복제로 얼마든지 치료를 할 수 있었다.


고통이 사그라들자 콘스탄챠는 멀쩡하게 움직이는 자신의 팔을 바라보았다.


"콘스탄챠. 우린 또 따시 지옥 속으로 내던져졌어.."


"네..?"


"난 그 지옥 속에서 죽지 않을거야."


유미는 들고있던 칼로 자신의 목을 찔렀다. 선홍빛의 묽은 피가 그녀의 목과 몸을 타고 바닥에 웅덩이를 만들었다.

그 광경에 콘스탄챠는 입을 가렸다.


"유미씨?!"


그녀는 표정 하나 바뀌지않고 목에 찔러넣은 칼을 천천히 움직여 목을 그었다.

묽은 피가 세차게 뿜어져나와 콘스탄챠의 옷에 묻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유미의 눈은 콘스탄챠에게로 향해져있었다.


콘스탄챠는 벽에 기댄 채로 천천히 쓰러져가는 유미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몰려오는 메쓰꺼움과 역겨움에 제대로 서있기 조차 힘들었지만 지금은 태평하게 누워서 쉴 시간이 아니였다.


'여기서 나가야해..주인님께 연락할 방법을 찾아야해..'


그녀는 수복실에 지금 상황에서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수복실을 이잡듯이 뒤져 찾은 것이라고는 시설의 안내지도와 손전등 뿐이었다.


괴물들과 대적할만한 무기를 찾지 못 했지만 지도를 발견한 것만으로도 그녀는 안심이 되었다.

손전등을 입에 물고 지도를 펼쳐보았다. 자신이 있는 곳이 유럽의 문리버 인더스트리 본사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가 있는 곳은 4층의 수복실이었다. 사령관과 연락을 할려면 7층의 통신실로 가야만 했다.

그녀는 굴러다니는 가방에 수복제를 전부 쓸어담았다. 혹시나 모르는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모든 것을 다 챙긴 콘스탄챠는 수복실의 문을 천천히 열었다.

다행히 괴물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어두운 복도를 손전등으로 의지하며 천천히 앞을 향해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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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의 무전을 들은 저항군 일행은 지금 아수라장이 되었다. 앱실론과 델타에게 습격을 받은 탓에 대원들이 부상을 입었다.

그리고 오메가의 시설의 사진을 봤을 때와 똑같은 상황이 펼쳐진 탓에 라비아타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주인님. 이번에도 부사령관님이랑 같이 가실 생각이라면.."


"아냐. 나 혼자 갈거야."


그의 말에 부사령관의 눈이 그에게로 향했다.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진심이었다.


"아이작. 저기에 혼자 가겠다는건.."


"델타가 원하는건 나야. 그러니 혼자가는게 맞아."


그의 말에 부사령관은 기가 찼다. 


"시발. 그래서 거기에 혼자 가겠다고?"


"그래."


'너, 단단히 미쳤구나?"


"그걸 이제 알았어?"


"이 새끼가!"


"두분 다 그만하세요! 지금 우리끼리 이러고있을 때가 아니에요!"


부사령관은 그의 멱살을 붙잡았다. 순식간에 험악해진 분위기에 라비아타가 중재에 나섰다.

그녀의 중재에 부사령관은 사령관을 한번 째려보고 그를 풀어주었다. 라비아타의 말이 맞았다. 지금은 자신들끼리 싸울 시간이 아니였다.


"주인님. 계획은 있으신건가요?"


"수송선을 타고 델타가 있는 곳으로 날아간다. 그게 내 계획이야."


라비아타는 미간을 붙잡았다. 정말이지 대책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저런 머리로 아자즈와 그렘린, 포츈, 그리고 닥터를 뛰어넘는 공학자가 된 것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날아가신 다음. 어쩌실거죠?"


그녀의 말에 사령관은 자신의 공구를 들어올렸다. 그의 행동에 라비아타와 부사령관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작. 이번에 상황이 달라. 그 곳에 뭐가있는지 우리는 아는게 하나도 없다고. 그런 곳을 무턱대고 갈 순 없어."


"맞아요. 주인님. 델타는 레모네이드들 중에서 제일 교활해요. 그런 그녀가 있는 곳을 혼자 가겠다는건.."


둘의 간곡한 부탁에도 사령관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않았다. 그는 묵묵히 작업대 위에서 자신의 공구를 확인 할 뿐이었다.


"콘스탄챠 때문인가요..?"


라비아타의 말에 사령관의 손이 멈추었다.


"주인님. 콘스탄챠를 아끼시는 그 마음. 이해가 되요. 하지만..아까도 들었다시피 콘스탄챠는.."


라비아타는 말을 더 이어나갈 수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의 앞으로 사령관이 점점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쳐다보는 차가운 눈빛에 라비아타는 더 이상 말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계속 말해봐."


말 할 수 없었다. 

함부로 입을 열었다간 그의 손에 들려있는 공구가 자신에게로 향해질까봐 겁이 나기 시작했다.


"구할거야."


"네..?"


"구할거라고. 이번엔 구할 수 있어."


그는 알 수없는 말을 남긴 채 방을 나왔다.


"아이작? 아이작! 야!"


부사령관은 그의 뒤를 따라갔다. 

방에 혼자남은 라비아타는 다리의 힘이 풀렸다. 사령관을 오랜 시간동안 함께 해왔지만 저런 눈빛은 자신이 그와 처음 대면했을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녀는 쓰고있던 안경을 벗고 얼굴을 매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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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을 돌아다닌 동안 반달이 본 것이라고는 더 많은 시체, 그리고 더 많은 괴물들 뿐이었다.

이것들과 싸운 경험이 있었던 그였지만 그들의 숫자는 그가 감당하기에 너무 많았다.


그는 자신의 발밑에 구르고있는 괴물의 머리를 짓밟으며 생각에 잠겼다.


"시발..이것들이 왜 여기 있는거야.."


겨우 벗어난 지옥이 자신의 눈앞에서 다시 펼쳐지고있었다. 

쉬고싶었지만 쉴 수 없었다. 이 지옥에서 살아남을려면 쉬어서는 안됐다.


공구의 장탄수를 확인하고 재정비를 마친 그는 닥터와 다프네를 찾기 위해 발걸음을 서둘렀다.

자신에게 시설을 파괴하라는 부탁을 했다. 그들을 딱하게 여긴 반달은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순간 지옥이 펼쳐졌다.


그 때 의심했어야했지만 이제와서 후회해봤자 소용없었다. 그는 쥐고있는 공구를 더 쎄게 붙잡으며 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 순간, 문이 닫혔다.


"뭐야..?"


문을 열어보려했지만 문은 굳게 잠겨져있었다. 그가 당황하는 사이 문의 유리로 무언가가 지나가는 것을 목격했다.

그것을 본 반달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신이 그토록 찾고있었던 두명 중 한명이었던 다프네였다.


"반달..?"


그의 모습을 본 다프네의 눈도 휘둥그레졌다.


"다프네? 뭐하는 짓이야? 문 열어."


"죄송해요..반달..열어드릴 수 없어요."


"뭐..?"


"아무도 밖으로 나가서는 안돼요."


"뭐라고?"


이상한 말을 남기고 그녀는 자리를 떠났다.


"야! 다프네! 야!"


눈 앞에서 다프네를 놓쳐버린 그는 문을 두드리며 화를 냈다.

어떻게든 문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써보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열리지 않는 문에서 힘을 뺄 수 없었던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문 옆에 환풍구가 보였다. 그것을 본 반달은 환풍구의 문을 뜯은 다음 그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어둡고 음산한 환풍구 안 속을 슈트에서 나오는 불빛에 의지해가며 그는 앞을 향해 나아갔다.


어떻게든 다프네를 쫓아가야만 했다. 환풍구의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갔지만 그가 본 것이라고는 그 안을 뒤덮은 점막과 시체들 뿐이었다.


"세상에.."


시체에서 나오는 심한 악취와 끈적거리는 점막에 그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멈출 수 없었다.

점막들과 시체를 넘으며 출구를 찾는 그의 뒤로 무언가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그 소리에 그는 뒤를 돌아보았지만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스멀스멀 풍겨오는 불안함에 공구를 들어올릴려고 했지만 이 좁디 좁은 환풍구에서 공구를 쏘았다간 자신 또한 다칠 수가 있었다. 그는 공구 대신에 닥터가 만들어준 톱을 꺼내들었다.


그가 톱을 들어올리자 무언가가 그의 왼쪽 어깨에 떨어졌다. 반달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의 어깨에 무엇이 떨어졌는지 확인하였다.

끈적한 점액질이 자신의 어깨를 타고 등으로 넘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것을 떼어내기 위해 손을 뻗는 순간 또 다른 점액질이 이번엔 그의 머리와 오른쪽 어깨로 떨어졌다.


점액질에서 다리와 머리가 나오고 입이 벌어지는 것을 본 반달은 온 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그것은 점액질이 아니였다.


"시발.."





*혐주의*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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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쓴 본편 작년 12월 31일. 오늘 1월 21일.




하고싶은거 하고 이것저것 다른거 하느라 많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진짜 죄송합니다.



여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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