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편 -  남자의 세계 - 라스트오리진 채널 (arca.live) 



사령관 실에서 철구를 챙겨 급하게 나왔다.

아무도 없는 복도를 빠른 속도로 빠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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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 산타크루즈로 항로를 변경하기 전 - 꿈을 꾸었다.


" 만나서 반갑습니다. "


누군가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니 '우리' 에게 인사를 건냈다. 

중후한 중년의 목소리로 무미건조한 느낌을 전한다.


왠지 그 인사를 받는 순간에 긴장한 듯 나는 식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내가 그렇게 당황하고 있는 사이, 인사를 건넨 남자는 판초를 두른 작은 사내와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 이 숲에서 더 이상 헤메고 있을 시간 없어! 어서 나가는 길을 말해라. 나는 인내심이 좋지 않아. "


" 분명 내가 말했잖나? 나와의 결투에서 이겨야만 나갈 수 있다. 이외 내가 해줄 말은 없다. "


그 말을 남긴 채 오두막처럼 보이는 곳으로 남자는 들어갔다. 그 순간,


" 이 빌어먹을 자식이! 그래 원하는 대로 해주마. 죽어라! "


판초를 입은 사내는 오른쪽 허리 춤에 차고 있던 권총을 들어 문 앞에 있는 남자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은 남자의 어깨를 스쳐 지나갔고 남자는 괴로운 듯 어깨를 부여잡고 말했다.


그 순간 내 주변이 뒤틀리더니 빛 한 줌조차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 속에 홀로 갇혀버렸다.

여기까지가 그 날 꾼 내용이다. 나는 이후 같은 내용의 꿈을 여러 번 다시 꾸었다.


내가 밤 잠을 설치고 있을 무렵 산타크루즈 부근에서 대규모 철충 신호가 감지되었다,

적색 신호가 가리키고 있는 곳은 수풀이 무성한 - 정글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 숲 한 가운데였다. 

마치 의도적으로 무리를 이루고 있는 듯한, 우두머리에 의해 집단을 이루는 듯 거대한 동그라미가 보였다.


오메가의 잔당을 캐나다 쪽으로 몰아넣고 남아메리카 쪽의 동향을 살피기 위해 태평양에서 아메리카 대륙을 주시하던 우리는

철충 신호를 감지하자마자 회의를 통해 항로를 정했다. 

정박 후 오르카 호 주변을 살피던 나는 - 우리는 - 철충 신호의 근원지로 보이는 숲의 입구를 발견했다.


자연의 흔적이 아닌,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꾸며 놓은 듯한 입구

인간이 멸망한 이후 이런 외곽 진 곳의 숲이 이 정도로 관리되고 있을 리가 없다.

인간의 손길, 아니 정원사 바이오로이드가 관여한 듯한...

깔끔히 정리된 숲의 입구, 그 뒤로 보이는 크기와 이파리 수가 일정한 나무들의 모습.

군데군데 보이는 수풀의 크기마저 소름 돋을 정도로 일정했다. 


나무를 바라보던 나는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렸다. 깨질 듯한 머리를 부여잡고 다시 주변을 둘러봤다.

익숙한 듯 위화감이 드는 풍경에 불현듯 꿈의 내용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 이 풍경은... '


꿈 속에서 본 풍경과 유사하다. 나는 말을 타고 어떤 남자와 함께 이 숲으로 들어갔다. 이토록 인위적인 풍경은 아니었지만, 일정한 크기의 나무들이 들어선 숲의 모습. 

지금 내가 바라보고 있는 숲과 형태가 유사하다. 

겨우 진정 시키고 빠르게 뛰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다시 숲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 레모네이드 녀석들이 한 짓인가? '


하지만 철충 신호가 잡혔는데... 만약 그 년들이 관리하고 있는 구역이라면 철충들의 거대한 무리가 자신들의 구역을 돌아다니는 것을 가만 놔둘 리가 없었다.


' 하지만... 이 풍경은 자연의 것이 아니다... 어떤 이의 지시로 만들어진 숲이야. '


속으로 계속 생각했다. 말이 안 된다고.

섣불리 들어갈 수도 없었다.

드론을 통한 탐색을 시도했지만, 떠난 드론들은 모두 얼마 안 가 신호가 끊긴 채 돌아오지 못 했다.

그리고 방해 전파 비슷한 것이 흘러나오는 듯 했다. 정찰을 떠난 아이들과의 무전이 끊기기를 반복했다.

나는 정찰 지시를 멈추고 복귀를 지시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닥터에게 물어봤지만,


" 미안해 오빠, 처음 보는 형태의 방해 전파야.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아. "


손 쓸 수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닥터가 모른다면...


현재로썬 일반적인 방법으론 숲 내부를 탐색할 수 없다. 급하게 지휘관들을 회의실로 호출했다.


" 내가 직접 가봐야 할 것 같아. "


내가 어렵게 입을 뗐다.


" 뭐라고?! 절대 안 돼. 미쳤어? "


메이가 펄쩍 뛰며 반대했다.


" 너무 위험합니다. 각하의 안전이 최우선이란 거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


마리도 강한 어조로 반대했다.


" 정말... 멍청한 생각이야 달링. 나도 허락할 수 없어. "


레오나가 크게 한숨을 쉬며 노려봤다.


" 말이 된다고 생각해? 달링도 봤잖아. 드론들은 모두 돌아오지 못 했어. 뚜렷하게 보인 것도 없었고. 대원들의 정찰도 무전 오류로 실패했어. 그런데 뭐라고? 뭐가 있을지 모르는 곳에 직접? 그것도 혼자서? 우리가 그 이야기를 듣고 그냥 넘어갈 것 같았어? "


날이 선 말이 나에게 꽃혔다.

하지만 나도 마음을 바꿀 생각은 없었다.

최근 꾸던 악몽의 단서를 찾을 기회라고 생각한다.

꿈 속의 풍경이 펼쳐진다. 입구를 볼 때마다 아지랑이가 일어난다.

무언가에 홀린 듯이. 내 마음의 방향이 숲을 향해 있다.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가야 한다. 갈 수 밖에 없다.


숲의 입구를 마주하고 난 뒤 - 두통을 겪은 직후 -

나는 세뇌 당한 것 마냥 머릿속에서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가야 한다.

숲 속에서 무언의 이끌림이 나를 끌어당기고 있다.

나의 속마음도 그걸 거절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직접 가기로 했다. 아니 직접 간다.

애초에 지휘관 회의를 연 것은 설득을 위해서가 아니다.

내가 직접 간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이리 될 줄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나를 너무나도 아끼는 그녀들은 내가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걸 원하지 않겠지.

나도 알고 있다, 내가 마지막 인류이고 그들의 희망이라는 것을.

하지만, 하지만.

나는 가야만 한다. 위험에 처하더라도 걸어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이 든다.

가지 않는다는 상황을 내 몸이 받아 들이는 것을 거부한다.


'납득'


내 신념과도 같은 것이다.

내가 처음 눈을 뜨고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 할 때에도 이 사실 하나는 마음 속 뿌리 깊이 자리 내리고 있다.

나 자신이 납득할 상황을 만들어라.

스스로 그 길을 개척하라.


지금의 상황이 내 마음의 신념을 깨운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으면 안된다고. 내 두 눈으로 직접 마주 보아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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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처음 그녀들에게 발견된 이후로. 꽤나 자주 악몽과 같은 꿈을 꾼다.

꿈 속 에서의 나는 항상 누군가와 같이 있었다.

흐릿한 형상이라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는 몸에 별을 품고 있었다.


단순한 꿈이라고 치부하기엔 나는 꿈 속에서 항상 그를 보았다. 

꿈 속에서 나는 그와 친근한 듯 보였다. 다투기도 하고 서로 격려하기도 하고 의지도 하면서...

그런 상황 속에서 항상 어둠에 부딪힌다. 

어둠과 맞닿아 잡아먹히기 직전 난 항상 꿈에서 깼다.

꿈에서 일어난 나는 온 몸에 식은 땀을 흘리며 그저 거친 숨을 몰아쉴 뿐이다.

깨질 듯한 머리를 부여잡으면서.


그저 이유 없는 악몽이라기엔 묘하게 꿈들의 내용이 서로 맞닿아 있는 느낌이다.

기억의 단편 마냥 꼬리를 길게 늘어뜨려 서로를 희미하게 연결하고 있다.

하지만 그저 그 뿐이다. 꿈 속에서만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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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매일 꿈 속에서 헤매던 상황에서.

드디어 단서를 잡을 기회를 얻었다.

놓쳐야 할 이유는 없다.

아무것도 기억 못 하던 나에게 기억할 것이 남아있다.

몸이 뜨거워진다. 

' 기억할 것 ' 이 아닌 ' 기억해내야만 하는 것 ' 이다.


이정표를 고쳐 세운다. 내가 갈 방향을 바꾼다.

개척한다.


" 미안해. 하지만 나도 양보할 수는 없어. 내가 가야만 해. "


목소리에 힘을 주고 말한다.


" 나도 물러설 수 없어. 이번엔 꼭 내가 직접 가야 해. "


단호한 의지를 표명한다.


" 이번 한 번만 내 고집을 들어줘. 정말 미안해. "


회의실 안은 침묵을 유지한다. 침묵을 깬 것은 아스널의 목소리였다.


" 알겠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


침묵을 유지하던 그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 저리 단호한 모습은 처음 보는 군. 이렇게까지 나온다면 우리도 어찌할 방도가 없지 않나. "


같이 침묵을 유지하던 칸도 거들었다.


" 사령관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우리들을 위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위험에 빠뜨릴 수 없다는 것이겠지. "


그렇게 말하곤 싱긋 웃었다.


" 고마워 칸, 아스널. "


나를 믿어주는 그녀들이 고마웠다.

언제나 나 만을 바라봐주는 그녀들이 고맙다.

고마움의 감정이 겉잡을 수 없이 커져 갈 즈음

반대 의견을 내비친 레오나도


" 어쩔 수 없네 정말... 못 말린다니까. "


" 각하... 이번 만입니다. "


" 흥! 하고 싶은 대로 해버려 그냥. "


메이가 볼을 부풀리며 고개를 돌렸다.


" 미안해 다들... 그리고 고마워... "


고마움을 전하고 다시 계획을 설명했다.


" 나도 혼자서 들어갈 생각은 없어. 경호 대장인 리리스와 함께 갈거야. "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회의실 환풍구에서 검은 그림자가 튀어 나왔다.


" 영광이에요 주인님 ♥ 이 한 몸 바쳐 철충들이 주인님 털 끝 하나 못 건드리도록 하겠어요! "


리리스가 온 몸을 내 팔에 비벼대며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 하아...하아... 주인님...♥ "


정신을 못 차리는 리리스를 뒤로 한 채 회의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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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현재


마중 나온 리리스와 함께 숲의 입구에 나란히 섰다.

뒤에선 지휘관들이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 괜찮을거야. 다들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 "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인사를 남긴 뒤, 숲의 안 쪽으로 천천히 걸어나갔다.


" 리리스는 지금 기분이 너무 좋아서 가버릴 것만 같아요... 황홀해요... "


주황색 눈동자 속에 희미하게 하트가 비치는 것 같다.


" 하하 나도 리리스와 단 둘이 있어서 너무 좋은 걸?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데이트 기분을 낼 수가 없어.

너도 알고 있지? 너는 착한 리리스니까~ "


능청스럽게 맞받아쳤다.


" 하아... 알겠어요 주인님. 날아갈 듯한 기분 잠시 접어둘게요... 이제부터 경계 태세를 강화하겠습니다. 부디 제 옆에 밀착하여 주세요. "


리리스의 표정이 일순간 변화하며 그녀의 주 무기 블랙 맘바를 양 손에 꺼내 들었다.


' 이럴 때 보면 소름 돋는다니까... 무섭다고 해야할 지, 든든하다고 해야할 지... '


그렇게 생각하며 나도 두 눈을 부릅 떴다.

풀었던 긴장을 다잡으며 결의를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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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두서 없이 마구잡이로 적었습니다.

이렇게 쓰는 게 맞는 건지 의문이 드네요. 

문학 쓰시는 분들 존경합니다.

세세한 설정 잡고 쓰는게 이리도 어려운 일이라니 ㅠㅠ

캐릭터 개개인의 특성을 잡는 것도 그렇고,

제가 수립한 설정 지키는 것도 그렇고,

참 어려운게 많네요...

부족한 글이지만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피드백과 의견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미천한 저를 말로 벌하여 주세요 ㅠㅠ

혹시나 다음 스토리가 생각난다면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