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는 씨앗에 솜털을 달아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날아가게 한다

도꼬마리는 짐승의 가죽에 붙어서, 열매를 맺는 나무들은 짐승들의 소화기를 통해서

부모의 환경을 떠나 머나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 싹을 틔운다

부모의 환경은 부모를 통해 살기 적당한 환경이 검증되었지만 자식들이 떠난 곳은 그렇지않다

대부분 싹을 틔우지 못하고 극히 일부만이 적합한 환경을 찾는다

부모 곁에서 싹을 틔우기 시작하면 당장은 잘 자란다

하지만 그게 반복되다보면 한정된 환경에 끝도없이 같은 종이 증식하며 레드오션으로 변한다

일가실각을 겪고 나면 결국 부모의 환경을 떠나 살아남은 극소수의 씨앗만이 번성한다

결국 씨뿌리기 가챠 열심히 돌리는 유전자가 우위를 점하게 된다


동물들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거미새끼들은 알에서 깨어나면 거미줄을 날개삼아 웹스윙을 하듯 민들레씨처럼 바람을 타고 유랑한다

여왕벌은 신혼비행과 함께 집을 떠나 새살림을 차린다

유전자는 생물들을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모험으로 등떠민다

이런 습성은 무리지어 사회를 이루는 짐승들이 생겨나도 좀처럼 사라지질 않는다

근친교배로 인한 유전적 다양성 감소가 생존에 불리하게 작용하며 결국 씨뿌리기 가챠 유전자가 계속해서 우위를 점하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미지의 환경으로 떠나지 않는다면 근친교배와 자원고갈에 직면하게 된다

인류의 역사보다 더 오랜세월을 생물과 함께해온 이러한 가챠유전자는 현대사회까지 쫒아와 인간들을 괴롭히고 있다


심리학적으로 인간은 같은 노력을 들일 때 매번 다른 결과가 나오는 시행에 가장 환장한다

민들레 씨뿌리던 시절의 버릇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것이다

똑같이 씨앗을 뿌려도 어떤 씨앗은 싹을 틔우고 어떤 씨앗은 못 틔우는 그런 상황을 사랑하게 되어있지 않는다면 누가 모험을 감수하겠는가

결국 싹을 못 틔운 대다수는 무시하고 싹틔운 소수의 성공담에 취해 같은 행위를 반복해야만이 개인에겐 비극이지만 전체에겐 최선의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근친교배와 자원고갈을 피하기 위한 노력이 결국 가챠에 환장하는 형태로 뒤틀리고 말았다


가챠와 도박이야말로 이러한 생물 진화의 심리를 악랄하게 이용해먹는 분야가 아닐 수가 없다

결과의 불확실성앞에서 당신의 불알은 당신의 뇌를 마비시키기 위해 온 힘을 쏟는다

다만 그것이 마누라가 아닌 카지노와 게임사의 배를 불리는데 이용될 뿐이다


사실 종의 번영이야 개인에겐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야기이다

자식가챠를 하건 최애캐 가챠를 하건 슬롯 머신을 하건 개인의 자유 아니겠는가

다만 자식가챠 시키려고 내 뇌를 속이는 내 불알을 최애캐 가챠로 속이는 모쏠아다의 삶이 호접지몽같아 헛웃음이 나오는 것은 어찌할 방도가 없는 일이다

명절을 앞두고 싱숭생숭한 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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