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동안은 코코가 비서구나. 잘 부탁해."


"네 사령관님. 열심히 도와드릴게요."


"어디보자... 그럼 코코. 코코는 이 과자 좋아하니?"


"잘 먹겠습니다 사령관님. 감사합니다."


 과자를 하나 먹은 코코는 사령관이 당황할 만큼 보좌를 잘 해내었다. 왠만한 어른 바이오로이드들 보다 훨씬. 그 모습이 어쩐지 사령관에겐 안타까웠다.


"사령관님. 여기 연필 갖고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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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님. 피곤하시지 않게 커피를 들고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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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님. 힘드시진 않나요? 어깨 주물러 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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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님이 많이 피곤하신 것 같아서 간단한 일들은 제가 처리했어요. 피곤하신 사령관님을 함부로 깨우긴 좀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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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음...."

'어쩐지 나이에 비해서 코코가 너무 똑 부러지는데...'


 사령관은 자신의 보좌를 해내는 코코를 떠올리고는 여러가지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아직 김이 펄펄나는 우동 국물을 식히지도 않고 마셨다.


"앗 뜨거-!"


"므.. 믄데? 오빠야 때문에 놀랐다아이가! 아.. 아니... 흠흠... 사령관님의 소리 때문에 놀랐습니다."


"아... 미안해 부산댁."


"오빠야 니 또 놀리제? 부산댁이 므꼬, 부산댁이. 니 딱 그래바라. 그래서 뭐땜에 펄펄 끓는 우동 국물을 원샷하고 난리고?"


"흐음... 그냥 뭐 좀 이런저런 생각한다고... 그러고보니 부산댁은 코코랑 같은 부대였지?

 아 그러고보니 요즘 내가 보는 만화에도 부산댁이라고 나오던데 그거 재밌더라."


"...내 알빠가. 그라고보니 우리 코코가 당분간 오빠야 비서였제? 코코가 뭐 실례하고 그랄 애는 아이긴 한데... 그래도 뭐 잘 몬하고 있는건 없제?"


"그런건 아니고... 오히려 일을 너무 잘해서 걱정이라고 할까... 뭐라고 할까... 너무 어른스럽다고 할까..."


"확실히 우리 코코가 좀 어른스럽긴 하지... 근데 글면 오빠야한테 좋은거 아이가? 크게 신경 안써도 되고. 안글나?"


"나는 그 어른스럽다는게 걱정이야. 코코는 아직 어린이니까."


 사령관은 식당에서 이야기하면서 밥을 먹고 있던 LRL과 알비스를 가리켰다. 그리고 이어서 다른 자리에서 같이 밥을 먹고 있던 엘리와 안드바리를 가리켰다.


"LRL과 알비스는 그 나이에 맞는 장난꾸러기같고 굉장히 꾸밈없이 밝게 지내고 있어. 가끔 사고를 치긴 하지만... 그래도 저 나이대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

 엘리와 안드바리는 둘에 비해서는 어른스럽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적어도 숨기지 않아. 아이처럼 순진하게 좋아하는 모습은 보여주거든.

 그런데 코코는 뭐라고 할까... 자기가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잘 티를 안내는거 같다고 해야하나... 표정의 변화가 없어서 영 모르겠단 말이야."


"... 생각해보면 코코 갸랑 오래 지낸거 같은데 뭐를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제대로 말한적이 없는거 같다. 부대 회식 같은게 있어도 코코는 딱히 뭐가 좋은지 싫은지 말 안하고 내랑 스파토이아가 말하는대로 따라줬거든.

 이래가꼬는 좋은 언니야라고 하기엔 글러묵었구만."


"난 코코가 굳이 스스로 어른스럽게 굴지 않고 다른 아이들처럼 자기 감정에 솔직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코코가 좋아할만한게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네..."


"글고 보이까 오빠야 니 얼마전에 내가 바니걸 옷 입었던거 기억하나?"


"벌⬆️⬇️베리 서⬆️⬇️디?"


"...마 니 쥑이삔다?"


"... 죄송합니다."


"...흠흠... 아무튼 그때 안있나, 코코가 옷 뒤적거리면서 얼라용 드레스를 좀 뒤지보는거 같았거든. 그래서 내가 '코코야. 혹시 맘에 드는 옷 있니?' 하고 말하니까 코코가 놀란듯이 아무것도 아이라고 한 적이 있긴 하다."


"그래도 코코에게도 그런 면이 없진 않구나. 다행이네. 아직 코코가 아직 내 비서로 일할 날이 조금 남았으니까 그때까지 코코랑 이야기라도 해볼까. 고마워 부산댁."


"또 부산댁이라카제. 아무튼 오빠야 잘 해바라. 내도 코코랑 좀 더 이야기 해보고 해야긋네."


 밥을 다 먹고 사령관은 사령관실로 들어가기 전 오드리의 작업실에 들러서 옷을 한 벌 샀다. 그리고 소중하게 잘 갠 다음 선물상자에 정성스럽게 포장했다. 그리고 사령관실에서 코코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코코가 좋아해줄까?"


 

"사령관님. 저 왔어요. 들어가겠습니다."


"그래 코코 왔구나. 비서 일을 잘 해주는 코코를 위해서 선물을 하나 준비했어. 혹시 좋아해줄까 모르겠지만... 상자를 열어볼래?"


"이건... 예쁜 드레스네요?"


"잠시 나가있을테니 천천히 입어보렴. 코코에게 잘 어울렸으면 좋겠다."


"네, 사령관님."


 사령관이 나간 다음 코코는 드레스를 입어보고 사령관실의 거울을 통해 앞으로 뒤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무뚝뚝했던 코코의 얼굴에 웃음이 퍼져나갔다.

 이윽고 사령관이 들어오고 사령관은 드레스를 입고 슬며시 웃고있는 코코를 향해 말했다.


"코코, 이제야 활짝 웃어주는구나."


"앗."


"너무 들떴었나봐요... 비서인데... 침착하지 못하고..."


"코코야. 난 너를 뭐라고 하려는게 아니란다. 다만 코코가 활짝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 뿐이야. 어린아이답게 환하게 웃고있는 코코가 말이야."


"혼내시지... 않으시는건가요?"


"코코가 잘못한게 없는데 혼낼 일이 뭐가 있겠어. 너무 어른스럽게 있을 필요는 없어. 즐거운 일이 있으면 활짝 웃으면 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솔직하게 표현하면 돼. 코코는 아직 어리니까 그거에 대해서는 아무도 뭐라하지 않아."


"그런... 가요... 그렇지만 좋아하는것만 생각하다가 제가 폐를 끼친다던가 할 것 같아서... 저만 좋자고 사령관님이나 다른 분들께 폐를 끼치면 안되잖아요..."


"코코야. 나는 어린이들은 좋은 것만 보고 행복한 경험만 했으면 좋다고 생각한단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아마 어린이일때 보다 더 힘들고 슬픈 일이 많을거야. 그런 일을 어린이일때 미리 경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단다.

 코코야. 코코는 아직 어리니까 언니들에게, 또는 다른 AGS 오빠들에게 적당한 어리광을 부려도 된다고 생각해.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을거야. 좋아하는거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좋아한다고 표현해도 돼. 웃고 싶을 땐 웃으면 되고, 울고 싶을 땐 울면 된다고 생각해.

 오히려 어린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어른처럼 행동한다면 내가 슬플 것 같아. 그러니까... 오늘부터라도 자기 감정을 너무 숨기지 말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알겠니?"


"사령관님... 사령관님이 최후의 인간님인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저 그럼 사령관님... 사령관님 말씀대로 남은 기간동안은 조금... 어리광을 부려도 될까요?"


"물론이지."


"그럼... 저 사령관님 무릎에 앉고 싶어요. 그리고 이따금 사령관님이 머리도 쓰다듬어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또..."


 전에 없던 밝은 표정으로 코코는 사령관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솔직히 말하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였다. 그 모습을 본 사령관은 마음이 편해졌다. 사령관은 앞으로 코코가 어린아이같은 모습을 계속 보여주었으면 했다. 어린아이의 순수한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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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말해서 애어른이라고 불리는 아이들을 보면 마냥 대견하다기보단 어딘가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은 자신이 원해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게 아닐테니까.

 그리고 코코 좀 애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