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거모음


뜬금없겠지만, 나는 덕후중의 덕후. 오덕을 뛰어넘은 씹(십)덕이다.


미소녀가 나오는 코레류 게임과 애니메이션에 청춘을 불태웠고, 성인이 되고 나서는 지갑까지 불태웠다.


후회는 없었다. 언제나 모니터속의 그녀들은 나에게 미소지어주었으니까.


하지만 어느샌가, 나는 나에게 미소만 지어주는 그녀들에게 질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치킨이 맛있어도 1년 365일 치킨만 먹으면 돼지고기가 먹고싶을때가 있는법이잖아!


대충 그런 원리로, 나는 단순히 나를 바라보고 웃어주는 순종적인 여캐보다는 다소 경멸하듯 쳐다보는…그래, 여왕님 계열의 여캐에 빠지기 시작했다.


거기서 점점 더 심화하여, 나를 경멸하고 깔보고 업신여기던 여왕님이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며 나를 바라봐준다는 망상의 결정체 같은 디테일한 시나리오까지 짜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그런 상황이 온다면 영혼까지 바칠 수 있을거란 맹세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물론 현실에서는 그럴 수 없으니, 마음속에 품은 오랜 생각으로만 남을 수 있었다.


모두가 가슴속에는 연예인급 애인을 꿈꾸지만, 현실은 애인의 존재라는 가능성이 없을수도 있으니까.


거기 당신! 울지마라! 나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날이갈수록 점점 야위어가던 지갑사정상, 내가 마지막으로 안착하게 된 게임은 바로 라스트 오리진이었다.


거기에서 만난, 8지역의 레모네이드 오메가는…내 인생의 목표점이 되었다.


검은색의 머리칼과 옷은 여왕님들이 입고있는 딱붙는 가죽옷을 연상케 했고, 그것은 나의 하반신에 있는 제 2 CPU를 예열하기엔 충분했다.


거기다가 매섭게 노려보는 눈빛과, 자신의 회장들을 제외한 인간들을 깔보는듯한 말투까지…


내 하반신의 제 2 CPU는 예열을 뛰어넘어 본격적인 가동과 함께 오버클럭까지 준비했다.


'와, 씨. 진짜 이런 여자가 내 눈앞에서 경멸하듯 쳐다보다가 나중에 조금씩 나한테 넘어와서 질펀하고 쌔끈한 순애를 시작하면…!'


그 상상이 끝맺어지기도 전에, 나의 하반신 제 2 CPU는 오버클럭에 들어갔다.


물론 나의 씹덕 망상은 거기까지였다.


제 2 CPU를 진정시켜야 할 필요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8지역이 끝나고, 여러번의 이벤트와 9지역의 업데이트이후 다른 레모네이드 개체가 나왔지만 나의 최애는 언제언제까지나 레모네이드 오메가였다.


아무리 내 세력에 합류한 알파와 똑같이 생겼어도 저 특유의 기세와 분위기는 흉내낼 수 없었다.


"아아~언제 오메가 스킨이나 별도 유닛으로 안나오나…?"


여느때처럼 나는 하루하루 오메가의 출시만을 기다리며 라붕이의 수면 전 일과인 수면런을 돌리고 잠들었을때, 나는 통발폰이 있던곳에서 뜨거운 열기와 무언가 터지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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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롱한 정신 속, 나는 누군가의 헐떡이는 소리를 들었다.


"하아, 하아…! 뭐야, 자는거야?"


뭐지? 뭔가 익숙한 목소리인데.


"…으음."


나는 비몽사몽한 상태로 눈을 천천히 떴다.


"깨어있었네, 다행…아니지. 어딜 감히 자는거야? 내가 직접 이렇게 움직여야겠어?"


응? 진짜 익숙한 목소리인데. 아, 맞다. 오메가 눈나 대용으로 로비에 세워놓은 알파 목소리랑 비슷하구나.


와, 나 진짜 이젠 자다가 라스트 오리진 관련 꿈까지 꾸는거야? 이건 좀 놀라운데.


"흐, 흐흐."


나는 놀라움과 허탈함에 그만 웃음소리를 흘렸고, 그때 내 앞에서 아까 들렸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웃기까지 해…? 뭐야, 그만큼 좋은거야? 말로 하지. 그럼 방금 전은 잠든게 아니라 잠깐 실신한거라고 봐줄게."


그보다, 대체 누구신데 알파랑 비슷한 목소리를…어?


나는 내 앞에 있는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했을 때, 나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아무런 것도 걸치지 않은데다가, 들어갈곳은 들어가고 나올곳은 나온 엄청난 파괴력의 여체.


여성의 상징(물론 없는 이도 있다)인 흉부는 마치 산과도 같은 기세로 솟아있었고, 그 형태는 물방울과도 같은 아름다움과 유려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그 끝에 매달린 선홍빛의 돌기는 언뜻보면 투명한것같으면서도, 금방이라도 손이나 입을 가져다대고 싶은 매혹의 핑크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흉부에는 매력적인 검은색의 나비 문신이 새겨져있었고, 그것은 나의 눈에 매우 익은 문양이었다.


나는 순간 이 현실을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흉부에서 시선을 살짝 돌려, 등 뒤를 보았다.


검은색의 긴 웨이브헤어는 마치 밤에 파도치는 물결과도 같아 은은한 빛을 반사했고, 그중 몇가닥은 땀으로 번들거리는 몸에 달라붙어있었다.


그 머리칼이 시작되는 부위인 머리와 얼굴.


고혹적인 입가에는 입술 아래에 매력적인 점.


오똑한 콧날과 매끄러운 턱선.


세상 모든것을 품을 듯한 붉은 눈동자와 날카로운 눈매.


평소에는 세상 모든것을 아우르는 표정을 짓거나 모든것을 업신여기는 거만한 표정을 짓는게 어울릴 얼굴이었지만, 그녀의 얼굴은 묘한 열락과 흥분에 달아올라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 본인은 그런 미소를 부정하기로 하려는듯, 억지로 표정을 유지하려 하는 모습이 퍽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렇다, 이 여성은 지금 내 앞에서! 내 하반신의 제 2 CPU와 그 부속품 위에서!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츄욱, 츄걱.


무언가 축축한 것이 부드럽게 부딪히는 소리까지 들리자, 나는 상황을 깨달았다.


레모네이드 오메가가…나를! 따먹고 있었다?!


맙소사! 내 동정이 꿈의 이상형한테? 개쩐다!


나는 너무 놀란데다 충격적인 사실이 너무 갑작스럽게 다가오자 전원이 내려간 PC방에서의 손님들처럼 현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고, 여러가지 소감을 입 밖에 내려 했지만 나는 겨우 그녀의 이름만을 꺼낼 수 있었다.


'와, 오메가 눈나가 날 따먹어준다니! 거기다가 그 눈빛! 감추려고 하지만 감춰지지 않는 기쁨! 아 진짜 꼴린다 진짜로 몇번이고 할 수 있다 이건 진짜 내가 다 말라서 반 건조 오징어 될때까지 무조건 가능! 물론 지금도 오징어는 맞지만 건조될때까지 뽑을 수 있어요 눈나! 세상에 이게 진짜 꿈이야 생시야 꿈이라면 영원히 안깼으면 좋겠다!'


라는 소감 중에서, 내가 입밖에 낼 수 있었던건 단 세글자였다.


"오…메가…!"


"그래, 내 이름을 불러주네? 그만큼 좋았던걸까? 자, 더 울부짖어봐♡"


오메가…오메가 눈나는 내가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자 감추려던 미소를 지어보인 뒤, 더욱 격렬하게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찔꺽, 찔꺽!


그녀의 움직임이 격해지자, 양쪽 가슴은 서로 불규칙적으로 나선형을 그리기 시작했고 머리칼은 더욱 요동쳤다.


쪅, 쪅, 쪅, 쪅!


하반신에서 나는 찔꺽찔꺽 소리가 더욱 격렬하게 바뀌고, 나는 머릿속의 제 1 CPU가 새하얗게 타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때 내 하반신에 있던 제 2 CPU의 부속품도 피로를 견디지 못하고 그만 작동을 중지하기 직전에…!


"하앗!"


…나는 그만 꿈에서 깨어나고 말았다.


'하, 씨. 진짜 좋은 꿈이었는데. 왜 끝까지 못간거지…? 역시 경험이 없…아니, 그냥 일어날 때가 돼서 일어난거라고 하자. 응, 그게 더 낫겠어.'


나는 행복했던 꿈이 더이상 이어지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려다가 그만 눈물이 앞을 가리기 시작해 다른 이유를 억지로 끌어모아 맞췄다.


그리고 그런 눈물탓인지, 나는 내 주위에서 나를 지켜보는 시선에 대해 눈치채지 못했다.


"인간. 깨어남."


"개체의 생존을 확인. 보고."


꿈에서 막 깨어나 정신이 없을 때, 나는 주위에서 들려오는 기계음성에 정신을 차렸다.


"어? 어어?"


나의 주위에는 크기가 5미터는 족히 될만한 거대한 쇳덩어리들이 두발로 걸어다니고 있었고, 그것보다 작은 쇳덩이들도 분주하게 걸어다니고 있었다.


현실…적어도 내가 아는 현실에는 없는 로봇들.


하지만 현실에는 없더라도 나의 지식에는 있는 로봇들이었다.


진한 녹색이 칠해져있고, 작은 코어에 팔다리를 달아놓은것처럼 생긴 로봇.


'램파트, 그것도 커스텀…!'


머리에 뚜껑을 씌운것 처럼 생긴데다, 양 주먹이 몸통만해 엄청난 위압감을 주는 이족 보행형 로봇.


'저건 기간테스 기반의 뭐였는데…'


그 외에도 사족보행의 베이지색 로봇에, 하늘을 떠다니는 로봇들도 있었다.


'펍헤드 커스텀에, 드론까지…전부 오메가 눈나가 나오는 스테이지에 있는 애들이잖아.'


나는 하루에 한번은 무조건 오메가 눈나를 영접하기 위해 8-8을 돌았으므로, 주변에 있는 로봇…AGS들의 모습이 눈에 익을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을 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했어, 인간이라고? 끌고가서 아무데나 가둬놔. 회장님들을 부활시킬때 쓸 수 있겠어.


"명령 확인. 수송 시작."


나는 나의 사지를 우악스럽게 잡은 뒤 들어올려 옮기기 시작한 AGS들의 만행에 신경쓸 수 없었다.


손목에서 뭔가 불길한 소리가 울리고, 다리가 쑤시기 시작했음에도 나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방금 들은 목소리, 무미건조하고 냉랭한 목소리였음에도 나는 그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방금 전 들은 그 목소리는 아까 내가 꾼 꿈에서 들었던 흥분과 색기가 가득담겼던 오메가 눈나…아니, 레모네이드 오메가의 목소리와 같았기 때문이다.


-…아, 맞다. 이름은 뭐래?


"이름, 요청."


나는 나의 이름을 물어보는 AGS…아니, 오메가 눈나에게 최대한 정성을 다해 대답하려 했다.


"내 이름? 나는…"


그러나, 나는 어째서인지 원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다.


"…모르겠어."


나는 무심코 이름을 모르겠단 대답을 해버렸고, 멍청한 실수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이러면 오메가 눈나가 날 뭘로 보겠어! 이름도 모르는 멍청이로 보겠지!'


"이름, 모르겠다는 대답 돌아옴. 익명으로 등록."


그러나, 나의 행동은 뜻밖에도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냈다.


-뭐야? 잠깐, 데려와봐. 확인을 해봐야겠어.


"어…?"


어딘가 알 수 없는곳으로 끌려갈 예정이던 내가, 오메가 눈나의 발 아래…아니. 눈앞으로 직접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예전에 픽시브에서 오메가한테 냉큼 넘어갔던 사령관 그림이 떠올라서 써봤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야설느낌으로 하진 않을거지만, 그래도 첫 개시니까 떡밥정도는 뿌려야겠지 싶어서 첨가함.)

(이건 언제 또 쓸지 모르겠네요.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갑자기 쓴거라.)

(아 1화도 안썼는데 쓰기 귀찮아진다)

(최종적인 목적은 오메가 눈나와 라붕이 A와의 순애야쓰지만…뭐 어디로 유턴할지 드리프트할지 감이 안잡히네요. 일단 밀고나가보겠습니다?)

(어우 5천자 안되는 글 쓰는데 한시간 걸렸네...그 사이에 늙었나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