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망 그 녀석...그렇게까지 치밀할 줄이야..'


아르망에게 일을 빼앗겨 백수가 되어버린 사령관은 한숨을 내쉬며 아무 생각없이 오르카호를 돌아다녔다.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돌아다니다보니 그는 오르카호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정비실에 와버리고 말았다.


'이런.. 너무 깊게 들어왔나..'


장비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도 그럴께 대원들은 지금 방주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휴식을 가지느라 바빴기 때문이었다.

머리를 긁적이며 정비실을 나갈려는 순간 무슨 소리가 들렸다.


"There's a starman~ waiting in the sky~"


누군가가 노래를 부르는 듯한 소리에 사령관은 홀린 듯 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어갔다.


"He's told us not to blow it. cause he knows it's all worthwhile~ "


목소리의 주인공은 스틸라인의 간부들 중 한명인 피닉스 대령이었다.

그녀는 노래를 흥얼 거리며 자신의 크고 아름다운 105mm포를 정성스레 닦고있었다.


"He told me~ Let the children lose it.~ Let the children use it~"


장비를 정비하는데 굳이 하계전투복을 입고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품긴했지만 그 의문은 그녀의 노랫소리에 금방 스러져버렸다.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어 손가락을 까닥이며 그녀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멍하니 감상했다.


"Let all the children boog........"


기름때가 잔뜩 묻은 걸레를 다른 걸레로 바꾸기 위해 뒤를 돌아본 피닉스는 손에 들고 있는 걸레를 떨어뜨렸다.

자신의 눈앞에 사령관이 서있었다. 그녀는 기름때가 잔뜩 묻은 손으로 자신의 볼을 꼬집았다.


꿈이길 바랬지만 이건 꿈이 아니였다.


"어...안녕..?"


"사사삿사사사사사...사사사삿...사령관...? 언제....거기에...?"


"어... There's a starman..waiting in the sky....부터...?"


"에이...다 봤네...."


"뭐..그래도..꽤나 잘 부르던걸?"


"그래..?"


"그런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을 줄은 몰랐어."


"흥..! 그런 칭찬에 내가 넘어갈거 같아..?"


말은 그렇게했지만 그녀의 볼은 빨갛다 못 해 금방이라도 폭발할 거 같았다.


"그나저나..피닉스는 안 놀아?"


"흐응? 그게 무슨 뜻일까?"


"그야. 다른 애들은 놀고있는데 피닉스는 혼자서 이러고있으니깐.."


"나도 놀고싶지. 얼마만에 가지는 휴식인데 당연하지.."


"근데..왜?"


"내 사랑스런 백오밀 군에게 먼지와 거미줄이 쌓이는건 질색이거든."


"그리고 혹시 모르지? 갑자기 철충이라던가 오메가, 델타가 기습을 한다면..."


"내가 제일 먼저 나서야지! 전쟁이라는건말야. 제공권을 먼저 잡은 쪽이 이기는 법이거든~"


그녀는 자신의 대포를 어루만지며 사령관을 향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가.."


"그럼~"


"난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지상병력을 지원하기 위해 이 거대한 포를 든거..몰랐어?"


아까보다 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한껏 어깨를 으스대는 그녀의 모습에 사령관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흐에..?! 무무무..무슌 짓이냑..?!"


"그거 이미 저작권 있어."


"히잉..."


"것보다..머리 쓰다듬어 주는거 싫어?"


"아..아니...싫지는 않아.."


"그래?"


"우으으..."


그녀는 몸을 배배꼬며 사령관의 손길을 느꼈다. 그의 손이 자신의 부드러운 머릿결을 따라 쓸어주는 것이 너무나도 좋았다.


"이러고있는거..오랫만이다..그지..?"


"그런가?"


"그야..사령관..다른 아이들이랑 노느라 바빴으니깐.."


그녀의 말이 맞았다. 점점 불어나는 대원들을 돌봐주느라 그녀와 시간을 보낸 적이 거의 없었다. 손에 꼽을 정도였다.


"피닉스?"


"응..?"


"나 태워 줄 수 있어?"


"응...?"


"나 태워 줄 수 있냐고."



"다..당연하지..! 사령관이라면 언제든지 태워줄 수 있지..! 잠시만 기다려봐! 금방 준비할테니깐!"


그녀는 장비들을 격납고로 옮기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오랫만에 사령관을 태울 생각에 한껏 들뜬 모양이었다.


"천천히 해. 나 어디 안 가니깐.'


"알았어!"


말은 그렇게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바쁘게 움직였다. 그를 오랫만에 태우고 비행을 한다는 생각에 그녀의 입꼬리는 아래로 떨어지질 않았다.




"사령관! 준비됐어!"


하계전투복 대신 평소의 군복을 입은 피닉스는 패널을 만지며 프로펠러들을 확인했다.

4개의 프로펠러 모두 정상적으로 움직였다.


"자, 사령관. 이리로 와."


그녀는 스냅후크로 자신과 사령관을 연결하고 제대로 묶였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안 떨어지는거 맞지..?"


"사령관. 설마..나 못 믿어?"


"그런건 아니지만...만약이라는게 있으니..너 무겁잖아."


"으으..! 내가 무겁다는 말은 어디서 들은거야?! 누가 그러던데?!"


"이프리트랑 브라우니가...헉!"


"그래~? 후후훗....후후후...그랬단 말이지..."


그녀의 웃는 표정을 본 사령관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미안하다..! 얘들아..!"


"허어...!"


"왜 그러심까? 병장님?"


"갑자기..불길한 예감이..."


"에이, 설마 저번에 피닉스 대령님 뒷담화한거 사령관님이 대령님께 말 했을까봐요?"


"야이씨..빈말이라도 그런말 하지마.."


"죄송함다.."


"아무튼, 준비됐어?"


"난 됐어."


"자, 그럼..올라갑니다!"


격납고의 문이 열리고 프로펠러와 제트엔진이 엄청난 굉음을 내며 그들을 하늘 위로 올려다주었다.


역바니는 세상의 이치라는 것을 설교하는 니바와 술과 안주를 열심히 나르는 페로와 아스널, 열심히 케이크를 만들고 음료를 서빙하는 호라이즌의 대원들, 그리고 방주에서 저마다 휴식을 취하고 있는 대원들이 전부 미니어처마냥 작게 보였다.


"후! 언제봐도 상쾌하단 말이지!"


"뭐가 말이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거 말이야. 위에서 내려다보는건 내 특권이지!"


"그래..? 그럼 피닉스는 하늘에 있을 때마다 날 그런 눈으로 보고있었던거야?"


"뭐..?! 그럴리가 있겠어?!"


"헤에..."


"뭐야..? 그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은.."


"아냐. 아무것도."


"그나저나, 사령관이랑 비행하는건 정말 즐거워."


"그래?"


"밭밑으로 흘러가는 풍경이랑..바람소리..그리고.."


"응? 그리고?"


"흐깃..?! 그렇게 손장난 치지말라고 했잖아! 몇번을 말해야 알아들을거야?!"


"하하..미안.."


"정말이지..위험하단말이야..여러의미로..."


"뭐가 위험한데?"


"으으..! 몰라!"


"그나저나..모든게 작아보이네."


"그치?"


"조금 무서운걸.."


"왜? 우리 사령관..설마..쫄았어?"


"아니..위에서 내려다보는건 내 취향은 아니라서말이야."


"위에서 내려다본다는 건..누군가를 깔본다는거니깐.."


"물론..그렇다고 내가 너희들을 깔보거나한다는 그런 생각을 품은 적은 없어.."


"사령관?"


"응?"


"위에서 내려다본다는 의미 중에는 깔본다는 의미가 있긴하지.."


"그렇지만."


"다른 의미로는 위에서 모든것을 살펴보는 의미도 있어."


"똑같은 위치에서 보면 다른 누군가가 뒤쳐지거나 넘어졌다는걸 알 수 없어. 하지만."


"위에서 내려다본다면 누가 뒤쳐졌는지 누가 넘어졌는지 바로 알 수 있어. 도움이 필요한 다른 이에게 바로 달려가서 도와줄 수도 있고."


"위에서 내려다보는건 분명 특권이야. 그렇지만 그 특권을 가질려면 그만한 책임이 필요한 법이야."


"그러니..죄책감 가지지마. 자신감을 가져. 사령관은 내가 내려다보지않는 유일한 사람이니깐말야."


"....."


"어때? 조금은 위로가 됐을려나?"


"그래..조금은 위로가 됐어.."


"후후..고마우면 이따가 밤에 내 방으로 와줄래?"


"굳이 그래야해?"


"흐깃?!"


"난 지금 하고싶은데말야."


"정말..! 이 바보! 여기서 그렇게만지면...! 나도 더 이상..."


"더 이상 뭐?"


"우리 사령관도 정말 끈질기네..기다려봐...저기에 내려줄테니깐.."


그녀는 오르카호와 방주에서 조금 떨어진 숲에 착륙했다.


"오르카호로 안 가고?"


"거기로 가면..다른 애들이 붙을거 아냐...난 단 둘이 있고싶단 말이야.."


"사령관...?"


"응?"


"내가 맨날 사령관 태워줬으니깐...오늘은...사령관이 날 태워줘..."


"......."


"과속해도 난 모른다."


"자..잠깐..! 그것보다 더 큰데..?! 잠깐..! 앗..."





처음에 피닉스가 부른 노래는 데이비드 보윗의 스타맨 입니다.

명곡이니 시간이 나신다면 한번쯤 들어보시는걸 추천합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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