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공식설정과 다릅니다.


외전같은겁니다.


1편.



테마파크의 AGS의 안내를 받으며 C구역으로 들어온 사령관은 알 수 없는 악취에 미간을 찌푸려졌다.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났다고하지만 이것은 곰팡이와 먼지가 만들어내는 냄새가 아니였다. 


"대체 뭐하는 곳이야? 놀이기구 같은건 안 보이는데말이야.."


고풍스러운 저택처럼 보이는 이 곳에 놀이기구 따위가 있을리가 없었다.


"하하..참을성이 없으시군요. 조금만 기다려보십시오. 당신에게 극상의 즐거움을 선사해드릴테니깐요!"


AGS는 쓰고있는 실크햇 모자를 튕기며 사령관을 향해 모니터 속 눈썹을 씰룩거렸다.


그 모습에 사령관은 지금 당장이라도 공구를 꺼내 그의 전원을 내리고싶었지만 일단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그가 말하는 극상의 즐거움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윽고, AGS는 어느 문 앞에서 멈춰섰다. 그는 헛기침을 몇번 하고는 쓰고있는 실크햇 모자를 고쳐쓰고 문을 열기 위해 문고리를 잡았다.

오랜시간이 지난 탓에 삐걱거리고 기분나쁜 소리를 냈다. 


작은 무대 앞에 푹신해보이는 가죽의자가 있었다. 다른 물건들은 먼지가 쌓이고, 곰팡이가 쓸고, 거미줄이 쳐져있었지만 이상하게 가죽의자 만큼은 깨끗했다.


"여깁니다! 인간님들을 위한 즐거움이 가득한 곳이지요!"


그는 사령관의 손목을 붙잡고 가죽의자 쪽으로 이끌었다. 그의 손길에 사령관은 어쩔 수 없이 가죽의자에 앉았다. 

오르카호 함장실의 딱딱한 의자보다 편안했다. 가죽 뒤에 있는 솜들이 자신의 모든 부위를 다 떠받쳐주는 기분에 사령관은 자신도 모르게 몸이 풀어져버렸다.


"이거..생각보다 나쁘지않을지도.."


"그렇죠?!"


사령관은 자신의 어깨를 주무르며 음흉한 웃음을 짓는 AGS의 모습에 조금 소름이 돋긴했지만 딱히 신경쓰지않았다.

그가 말하는 극상의 즐거움이라는게 생각보다 괜찮았다. 저항군 사령관으로 취임하고 얼마만에 느껴보는 휴식인가. 아무의 방해도 받지않고 의자에 앉아 안마를 받고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그래서. 이게 그 극상의 즐거움이야? 이거 해줄려고 다른 애들은 못 오게 한거고?"


그의 말에 AGS는 손사레를 치며 큰소리로 말했다.


"아유! 그럴리가요! 극상의 즐거움은 따로 있지요!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아직 살아있는 상품이 있을지도 모르니깐요..."


"방금 뭐라고 말했어?"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요.."


"그..그래?"


"네. 여기서 잠시만 아주 잠시만 기다려주시지요!"


그는 사령관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방을 나왔다. 

방에 혼자남은 사령관은 가죽의자에 몸을 좀 더 맡기기로 했다. 다른건 몰라도 가죽의자만큼은 편안했다. 나중에 그가 다시 여기로 온다면 이 가죽의자를 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다.


그렇게 그가 말한 극상의 즐거움을 기다리며 의자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렸다. 

어두컴컴한 무대에 홀로 남은 사령관은 괜한 불안감에 손에 쥐고있는 공구의 방어쇠에 손가락을 올렸다. 작은 무대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와 자신을 덮칠 것만 같았다.


빨리 그가 돌아왔으면 하는 생각이었지만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자신을 푹신하게 떠받쳐주던 가죽의자가 이제는 불편하게 느껴졌다. 


'으으윽...! 콘스탄챠라도 데리고 올걸..!'


가죽의자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즐거움의 대한 기대는 지루함으로 바뀌었다. 


"시발..마리랑 용이 가르치는 수업이 이것보단 재밌겠다.."


지루함에 그는 공구에 달려있는 손전등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야할 무대 위에는 먼지와 함께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잔뜩 묻어있었다. 먼지가 어찌나 쌓여있었는지 벌레가 먼지에 엉켜 버둥대고있었다.


"우웁..."


무대 뒷편에서 아까 복도에서 났던 악취가 다시 올라왔다. 


"커튼 뒤에 대체 뭐가 있는거야..?"


그는 천천히 무대 위로 올라왔다. 먼지와 알 수 없는 무언가로 인해 무대는 찐득하다 못해 발이 잘 떨어지지가 않았다.


"시발..."


발에 닿는 기분 나쁜 질감과 점점 심해지는 악취에 욕이 절로 나왔다. 다시 가죽의자로 돌아갈까 싶었지만 이제와서 그만두기에도 뭐했다.

그렇게 무대 뒷편을 가리고있는 커튼을 향해 손을 뻗으려는 순간.


"가만 두시는게 좋을거에요."


"허어..!"


누군가의 목소리에 사령관은 재빨리 공구를 겨누었다. 그 곳에는 어떤 한 여성이 서있었다.




바닥에 끌릴 정도로 길고 날카롭게 뻗친 머리칼, 황소의 뿔처럼 생긴 머리띠 그리고 옷이라고 부르게 뭐한 옷차림을 하고있는 여성이 사령관을 쳐다보고있었다.


"놀래라..시발..."


사령관은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공구를 내려놓았다. 테마파크의 직원이라고 생각했다.


"가만 두시는게 좋을거에요."


그녀는 아무런 표정 변화없이 아까와 똑같은 말을 꺼냈다. 


"어째서지?"


"쉬어야하니깐요. 모두들 공연을 하느라 고생했으니깐." 


그녀는 기계처럼 생긴 손으로 커튼을 한번 쓸어주고 사령관을 다시 쳐다보았다.

여태껏 자신이 만나온 바이오로이드들과는 달리 차갑고 자신을 보고있는건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르 보는 듯한 초점이 안 맞는 눈동자에 사령관은 괜시리 몸을 움츠렸다.


"모두라니..? 그게 무슨.."


목을 가다듬고 다시 그녀에게 질문을 건넸다. 


"제가 죽ㅇ...."


"인간님! 하하..! 여기 계셨군요..!"


"흐아아아악!!!"


"아옥!"


갑자기 나타난 AGS의 목소리에 사령관은 공구로 그의 머리를 쳤다. 어찌나 쎄게 쳤는지 그의 머리가 살짝 찌그러졌다.


"오호호호...인사가 참 격하시군요..."


그는 실크햇 모자를 고쳐쓰며 화면으로 머쓱한 표정을 지어 사령관에게 보여주었다.


"어..그..미안..."


"아닙니다. 이건 제 잘못이지요...괜찮습니다."


"나중에..내가 고쳐줄께.."


"호오! 감사합니다..역시..다른 인간님과는 달리 당신은 성품이 바르시군요.."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다음, 모자를 벗어 사령관에게 사과의 표시를 전달했다.

사령관도 그에게 미안함을 느꼈는지 그의 찌그러진 머리부분을 바라보며 그에게 수리해줄 것을 약속했다.


"........"


어디선가 느껴지는 차가운 시선에 사령관은 그에게서 시선을 뗐다. 아까 그 여성이 사령관은 멍하니 바라보고있었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했다. 아까까지만해도 차갑기 그지없었던 그녀의 눈빛은 점점 흔들리기 시작했다. 눈가에는 눈물인지 아니면 피인지 알 수 없는 거무튀튀한 액체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너..괜찮은..."


그녀가 걱정이 된 사령관은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녀의 어깨에 손이 닿을려는 순간.


"인간님! 뽀끄루 대마왕과 벌써 인사를 나누신건가요?!"


AGS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188 cm라는 비교적 큰 키를 가진 사령관 조차도 올려다 볼 정도로 큰 덩치를 가진 그의 등장에 사령관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다.


"뽀끄루..대마왕이라니..?"


그녀의 이름은 뽀끄루 대마왕이었는 듯 보였다.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떻게 이름이 뽀끄루에 대마왕이라 타이틀까지 가졌는가 말인가.

구 인류의 센스란 참 알다가도 몰랐다.


"네. 바로 여기있는 상품..아아니. 친구가 바로 우리 테마파크의 자랑인 뽀그루 대마왕이거든요."


그는 녹이 잔뜩 쓴 손으로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의 차가운 손길이 닿을 때 마다 뽀끄루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눈에 흐르고 있던 눈물은 아까보다 심하게 흘렀다. 


"뽀끄루 양? 인간 분께 인사는 했나요?"


"아..아아..안녕하세요...."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사령관에게 인사를 했다. 


"어...그래..."


그는 얼떨결에 그녀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인간님... 죄송합니다. 극상의 즐거움은 아무래도 내일 보여드려야할거 같군요..."


"뭐?! 아, 제발!"


AGS의 말에 사령관은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자신있게 떵떵거려놓고는 그냥 돌아가라니 솔직히말해서 어이가 없었다.


"죄송합니다..인간님..상품이 남아있을 줄 알았는데 상품이 없더군요..내일 쯤으로 상품을 준비할테니 그 때까지..그 때까지만 참아주세요.."


"상품? 여기 뭐 파는 데였어?"


"하하! 원래라면 그래야만하는거지만 인간님은 우리 테마파크에 오랫만에 방문해주신 손님이시잖습니까? 그래서 공짜로 모셔드리겠습니다."


공짜라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솔직히 말해서 공짜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곘는가.


"흠...진짜 내일까지 준비해놓을거지?"


"당연하죠! 제가 언제 거짓말하는거 본 적 있으십니까?"


"이봐..우리 오늘 만났거든?"


"하하..그랬죠..네..."


그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알았어. 내일 이 시간쯤에 다시 여기로 올께."


"네! 그럼 그 때까지 테마파크를 즐겨주시길..."


그는 모자를 벗고 지팡이를 높게 들어올려 사령관에게 인사했다. 사령관은 그의 인사를 대충 받아주고 그의 옆에 서있었던 뽀끄루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여전히 사령관을 멍하니 바라보고있었다.


"뽀끄루양? 인간님께서 인사하시지않습니까?"


"아...내..내일 뵈요..."


떨리는 목소리로 허리 숙여 인사했다. 그녀의 인사에 사령관은 입이 좀처럼 떨어지지가 않았다.


"그래..."


그렇게 방을 나올려고했지만 사령관의 발걸음은 좀처럼 떨어지지가 않았다. 찐뜩한 바닥 때문이 아니였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아..아냐. 내일 보자고.."


그들을 뒤로 하고 방을 나왔지만 여전히 발걸음은 떨어지지가 않았다. 마음 속에 무언가가 계속해서 밟혔다.

그가 극상의 즐거움을 보지 못해서였을까. 아니면 AGS의 머리를 쎄게 쳐서였을까. 아니면 무대 뒷편이 궁금해서 였을까. 알 수가 없었다.


그것도 아니면 뽀끄루를 봐서였을까. 그녀는 뭔가모르게 기분이 나빴다. 

그녀는 즐겁고 활기찬 테마파크와는 전혀 맞지 않았다. 차갑고, 을씨년스러웠으며 기계같았다. 사령관은 C구역을 나오는 내내 그녀를 생각했다.


"쉬어야하니깐요..모두들 공연을 하느라 고생했으니깐.."


'모두라니...그게 무슨...'


그녀가 말했던 것이 계속 밟혔다. 그녀 말대로라면 무대 뒷편에는 그녀 말고도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녀는 그가 무대 뒷편을 보는 것을 말렸다. 사람이라는게 본디 하지말라고하면 더 하고싶은 법이었다.


커튼 뒤에 무엇이 있을지 상상을 하며 계속 나아가던 중.


"앗! 권속이여!"


"허어...!"


누군가의 부름에 사령관은 흠칫 놀랐다. LRL이 사령관을 올려다보고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방금 막 튀긴 듯한 달달한 츄러스가 들려있었다.

사령관과 츄러스를 한두번 번갈아보던 그녀는 손에 들려있는 츄러스를 그에게 내밀었다.


"이거 받거라! 짐이 권속에게 주는 선물이노라!"


"괜찮아? 이걸 나한테 줘도.."


"응...상관없어. 줄이야 또 서면 되는거니깐!"


"어..그래..."


그는 얼떨결에 츄러스를 받았다


"알비스! 다시 줄 서자!"


"그래!"


LRL은 다시 츄러스를 받기 위해 알비스와 매점으로 뛰어갔다.


"주인님? 재미있으셨나요?"


이번엔 콘스탄챠가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웃음을 보이며 그에게 다가왔다.


"아니..내일 다시 오래."


"뭐 그런게 다 있나요?"


"그러게나말이야.."


그는 슈트의 헬멧을 내리고 LRL이 준 츄러스를 물어뜯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바삭함과 설탕의 달달함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맛있군.."


"그쵸?"


그는 LRL과 알비스가 츄러스받는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고는 자신의 손에 남아있는는 츄러스를 입에 마저 욱여넣으며 생각했다.


'이따 밤에 가봐야지. 대체 뭘 숨겨놓은거야.'







출처.




중간에 나온 삽화는 본인 작품입니다.


전에 썼던건 보면 볼 수록 뭔가 맘에 안들어서 지우고 다시 고쳐썼습니다. 그래도 뭔가 맘에 안드는건 매한가지네요.




이번 일상편은 아마 3-4편 내지로 끝낼지 싶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때까지 쓴 글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