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에필로그는 라붕이(두번째 인간)가 오르카호에 돌아온 뒤 일어나는 일들을 담은 일상물

편의상 콘문학으로 씁니다



...오르카호에 정착하고 아다 뗀 것 까진 좋았는데

꼭 한번에 그렇게 미친듯이 쥐어짜야겠냐. 죽는 줄 알았네 시벌


헤헤, 나도 첫경험이다 보니 재미붙어서 좀 길게 했네. 미안.


첫번째는 양보해줬지만 두번째는 어김없이 첩의 차례이니라!



다음 나 찜!



어흠.



넌 안돼.



쯧, 아쉽게 됐군.


그보다 아스널 네가 여긴 무슨 일이냐, 진짜로 줄 서러 왔을 리는 없고.



그대를 식당으로 데리고 가기 위해 사령관이 보냈다. 정확히는 부사령관 얼굴도 볼 겸 내가 가겠다고 했지. 점심 때 얼굴을 비추질 않길래 뭐하는건가 했더니 바빴나 보군.



음, 바쁘긴 했지.



사령관이 그대와 겸상하길 바라고 있다네. 식당으로 안내하지.



그래 밥이나 먹으러 가자, 배고프다.



*



...이 문은 간부식당 아냐?



비록 정식으로 취임식은 안했다만 그대는 이미 부사령관일세, 당연히 간부식당으로 들어가야지.


얘도 데리고 가도 되나?



일반 부대원들은 각 부대의 대장 내지는 사령관이 허락하고, 동행한다면 들어갈 수 있네.

부사령관 자네의 여자들은 현재 자네 직속 부대로 취급되고 있으니 자네만 허락한다면 입장할 수 있지.


참고로 대장과 부관이라도 병사식당에서 식사를 해도 되긴 하네만 그대는 직급상 자제해 주길 바라네.

자, 들어가지.



뷔페잖아? 이것이 말로만 듣던 간부식당인가?



왔구나! 이쪽이야 이쪽.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부사령관 각하.



건강해... 보이기 보단 피곤한 것 같구려.



빨리 와서 앉기나 해.


안녕... 왜 지휘관들도 죄다 모여있는겨?



이제 오르카호의 부사령관이니 다른 간부들과도 면식을 익혀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네. 예전에 비해 지휘관들의 날 보는 시선이 한 층 부드러워진 느낌이구만.



그럼 다 모인 것 같으니, 소완?


처음 뵙겠사옵니다, 부사령관님. 오르카호의 주방장을 담당하고 있는 소완이라 하옵니다.

드시고 싶은 메뉴라도 있으신지요?


리퀘스트가 가능하다고?


일반적으론 주인만이 원하는 요리를 요청하실 수 있습니다만, 오늘은 특별히 주인의 명이 떨어졌기에 기꺼이 만들어드리죠.


오, 입사 기념인가.



앞으로 잘 지내보자는 의미도 있지만... 밖에서 못먹고 다녔을테니 뭐든 챙겨줘야 할 것 같아서.



(라붕이가 두번째로 오르카호에 들어왔을 당시 CCTV에 찍힌 모습)



해서, 메뉴는 뭘로 하시겠사옵니까? 무엇이든 가능합니다.



그럼 라면에 계란 넣어서 끓여주라.



...라면, 말씀이십니까?


뭐든 시켜도 된다니까 그런걸로 괜찮겠...



오오.... 라면에 계란을 넣는다니, 생일도 아닌데 그런 사치를... 나도 같은 걸로!



...그럼 나도 그걸로 부탁할게.



알겠사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길.



계란은 풀지 말고, 김치도 부탁한다.


그러면... 간만에 돌아온 오르카호 안은 어때, 편안해?



미안한데 아직 대답할 수가 없다. 아침에 면담한 후로 바빠서 실내 구경할 틈이 없었거든.



어, 그래? 뭐하느라...



여기있는 리디아 양과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더군.


...오.



그런데, 다른 분들은?



히루메랑 애니는 이미 먹었다고 했고, 트레저는... 이 자리에 못오는 게 아쉬울 따름이지. 걔한테도 계란 넣은 라면 맛보여주고 싶었는데.



*



흐아아암 심심해.



리튬 배터리라도 드셔보시겠습니까?


그걸 왜먹어 씨바



모르시는 말씀, 이게 AGS 사이에선 별미라니깐요?



*



밖에선 어떻게 먹고 지냈어?



그리 특별한 건 없었어. 도시 폐허 뒤지면서 보존식 찾던가, 야생동물 사냥해서 구워먹던가.



아님 오르카호 자원창고에서 몰래 음식을 훔쳐간다던가.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게 뭐 어때서.

사람이 항상 옳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는 법이라고.



물론 그 일로 죄를 물을 생각은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사상자는 커녕 부상자도 없었으니 말이지.



그건 그래. 솔직히 그 때 안드바리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은 모습에 나도 널 다시 봤어.


감동했냐?



약간?



그 외에 테마파크 가서 츄러스 기계 찾아다가 형님이 츄러스 만들어준 적도 있었지. 그런 과자 종류 먹어본 건 처음이라 진짜 맛있었어.



기회 되면 나중에 또 만들어줄게.



히히히, 약속한 거다?



테마파크에 갔었다고? 그, 어땠어? 가본 소감이라던가...


밥만 먹고 갔다. 안그래도 휩노스 병 대비책 찾느라 바쁜 때였는데 그 재수없는 곳 구경할 시간이 어딨겠냐.


그리고 말로만 들어봤을 뿐이지만 C구역의 참상 정도는 대충 안다. 나라고 좋아서 거기 간 게 아냐, 먹을 게 있었으니까 간 거지.



아, 그렇구나. 그러고보니 너는 멸망 전엔 화면 너머로만 바이오로이드나 AGS를 봤다고 했었지.


그랬지. (폰 액정 너머로만 봤으니까.) 그 때 나한텐 바이오로이드는 말 그대로 공상속의 존재였어.


정말입니까? 바이오로이드도 AGS도 전 세계에 상용화되었었는데 어찌 그런...?



얼마나 가난한 동네에서 살았던 거야!?



오르카호에 타기 전까진 바이오로이드를 실제로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니, 믿을 수 없군...


...뭔가 오해가 있나본데, 그리 거지같이 살진 않았다. 나름 잘 먹고 잘 살았다고.



(측은)


뭐 왜 뭐



주문하신 요리 나왔습니다.


오오 계란이 두 개나... 개꿀인데.



참, 그리고 부사령관 즉위식 말인데...


야 일 얘긴 나중에 하자. 어후 개맛있네 이거



(되게 복스럽게 먹네...)



...와, 라면이랑 계란 같이 먹어본 적은 없는데 맛있네.



그보다 내일 한가하지? 너랑 만나고 싶어하는 애가 있어서 말이야.



문제없어, 안그래도 나도 걔 얼굴 함 봐야했었으니까. 내일 오전 중에 찾아가겠다고 전해줘.



*



자, 여러분 모두 주목! 오늘은 특별한 손님이 왔으니 예의바르게 맞이해주세요.



오오, 설마...!


뇌파가 뻔히 느껴지는구만 뭘...



짜잔 부사령관이에요.

오늘은 나의 개쩌는 모험담을 들려주러 이렇게 찾아왔답니다.


기다리고 있었느니라, 진조의 기사여!



진조의 기사가 공주님을 뵙습니다! 오랜만이다 좌우좌야.


...


...어... 안녕...?


...참치캔 한 박스 정도야 뭐, 금방 채워졌으니까...


설마 아직도 그걸로 꽁해있었냐!?



그럼 점심시간까지 잘 부탁드릴게요 부사령관님.



잘 지냈어? 저번에 봤을 때에 비해 안색이 많이 좋아졌네.


나야 잘 먹고 잘 잤으니 쌩쌩하지. 근데 우리 전에 본 적 있던가?



응. 부사령관이 오메가 밑에 있던 날 데리고 나왔잖아.


아 너였구나, 눈에 다크서클이 하나도 없어서 오르카 더치걸인줄 알았다 야.



에헤헤... 이렇게 푹 쉰 적은 처음이야.



기사여, 빨리 이야기를 시작해다오!


그럼 관객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잡담은 이쯤에서 시마이하고,

이 이야기는 두번째 인간이 폐허에서 눈을 뜬 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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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행 함 하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