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책상에 앉은 사령관은 두손으로 머리를 한번 쓸어내린 다음, 얼굴을 주물렀다.

그의 앞에는 티타니아가 서있었다. 그가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고 그녀를 쳐다보자 그녀는 그의 눈을 피했다.


"친해질 생각은 없는거야..?"


"...."


사령관의 말에 티타니아의 빨갛게 부풀어오른 뺨이 욱신거렸다.

그녀의 오른쪽 뺨에 정갈하게 남아있는 피멍자국을 보고있자니 계속해서 한숨이 올라왔다.


"오늘 레아랑 싸운거..."


"그 년 이름 꺼내지마..!"


그녀는 피보다 진한 붉은 눈을 부라리며 주먹으로 사령관의 책상을 내리쳤다.

그의 책상 위에 올려져있는 물건들이 엎어지며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그것을 본 사령관은 또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주만 벌써 5번째야..레아랑 잘 지내는가싶더니 갑자기 왜 그러는거야?"


"너..정말로 모르는거야..?"


그녀의 말에 사령관은 이번엔 머리가 아파왔다.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딱히 떠오로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뭘 말이야.."


"너..여왕한테 뭐라고 말했어..? 행복하게 해주겠다면서..."


"그랬지..."


사령관은 그녀의 왼손 약지에 반짝이고있는 반지를 바라보았다.

저 반지를 끼우는데 까지 고생한 것이 다시 떠올랐다.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고 티타니아를 바라보았다.


"요점이 뭐야..?"


"여왕은 봤어..너가 레아랑 갑판 위에서...갑판 위에서..!"


사령관의 머릿속에서 짧은 탄식이 나왔다. 레아와 데이트를 즐기던 날, 한기가 느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기분 탓이 아닌 티타니아에게서 나온 한기였다는 사실에 이마를 '탁' 치고싶었다. 


"여왕이 첫번째라면서.. 그런데...레아한테 이게 왜 있는거야..? 여왕한테 거짓말 한거야...?"


함장실의 창문에 서리가 끼고, 내뱉는 숨이 얼어붙으며 몸에 있는 모든 수분이 얼어붙어 피부를 찣을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티타니아...일단 진정하고.."


일단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자리에세 일어났다. 

그녀를 더 화나게했다간 그녀를 제외한 모든게 얼어붙을게 확실했다. 천천히 한발한발을 내딛으며 그녀를 안아주었다.


"저리가..여왕은..이제...이제..."


그녀 사령관의 품에서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그의 품을 더 파고들었다.

창문에 낀 서리와 피부에 느껴지는 고통이 점점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그녀의 화가 풀렸다는 증거였다.


사령관은 그녀의 턱을 매만지며 눈과 눈을 마주 보았다.

피처럼 붉고 진하던 그녀의 눈은 저번에 그녀와 마셨던 와인처럼 은은한 붉은 빛으로 반짝였다.


"이제 좀 진정됐어?"


"응..조금은.."


"그.."


"쉿.."


그녀는 그의 말을 끊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사령관의 입술을 쓸었다.

입술의 온기가 전부 그녀의 손가락으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말하지마...그냥 이대로 있어줘..."


"알았어.."


둘은 한동안 서로를 부둥켜 안고 서로의 온기를 느꼈다.

사령관은 어떻게든 그녀의 기분을 풀어줬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 위해 입을 벌렸지만 숨이 나오질 않았다.


"커허...! 허억...!"


몸 안에 있는 모든 수분과 혈액이 얼어붙어 자신의 피부와 혈관을 찢기 시작했다.

그 고통에 비명을 지르고싶었지만 비명조차 나오질않았다. 몸을 움직여보려했지만 발버둥도 칠 수 없었다.


"티...티타...니....아...."


"쉿. 그냥 이대로 있어줘. 멋진 얼굴이 망가지잖아."


사령관은 간신히 움직이는 눈을 굴려 티타니아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반지를 받았을 때보다 더 행복해보였다. 그녀는 섬뜩할 정도로 입꼬리를 올리며 사령관의 입술을 쓸었다.


"혼자만 불행한건...불공평해..레아 그 년도 느껴봐야 해..."


"티..타....니....ㅇ"


사령관은 더 이상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내뱉은 것이라고는 얼어붙은 한숨 뿐이었다.


"후후...행복해...네가 마지막으로 본 건..여왕이네..? 레아도 아닌...여왕말이야...



후후후.....후후후....아하하하하핫...!"


그녀는 사령관을 꽉 껴안으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저 짤 보고 뭔가 번뜩여서 적어봤는데 재미없는 무언가가 나왔네요.

여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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