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불호가 갈릴만한 요소가 있습니다!*





사령관은 꿈을 꾸었다. 거대한 문앞에 서있는 꿈이었다.



"뭐지..?"


신기하고도 기묘한 상황에 사령관은 머리를 긁적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에는 문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어디 만화에서 볼 법한 곳에 혼자 덩그러니 남은 사령관은 살짝 소름이 돋았다. 


누구의 것인지 알 수없는 피와 새까맣게 그을린 듯한 자국, 그리고 기괴하게 솟아난 촉수로 막힌 문을 한동안 바라본 사령관은 무언가에 홀린듯 문 앞으로 점점 다가섰다.


"주인님..?"


손을 뻗어 문을 열려는 순간,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주인님. 일어나세요..."


그 목소리에 사령관의 정신은 점점 옅어져갔다.

그의 정신을 읽기라도 한듯 문 또한 점점 흐릿해졌다. 두리뭉실한 기분에 몸을 부르를 떨며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까 문이 있었던 자리에 3명의 사람이 서있었다.


"당신들..누구야..?!"


그들을 향해 소리쳐보았지만 그들에게는 들리지않았다.




"각하?"


"........"


"각하!"


"어...?! 나 안 잤어!"


그의 말에 회의실에 있는 지휘관들은 입을 가리고 살짝씩 웃거나, 머리를 매만지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각하, 집중 좀 해주시길 바랍니다."


"아...알았어..."


그 뒤로 마리가 무어라 떠들었지만 그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가 않았다.

사령관은 아까 꾸었던 꿈에 대해 생각을 했다. 거대한 문, 알 수 없는 피와 그을림, 촉수, 그리고 3명의 사람. 그냥 개꿈이라고 넘기고싶었지만 넘길 수가 없었다. 


"각하?"


"어...?"


마리는 한숨을 내쉬면서 손에 들고있는 서류더미들을 책상에 내리치며 헛기침을 했다.


"오늘 각하의 상태가 영 좋지않은거 같군요. 회의는 여기까지입니다. 다들 편히 쉬십시오."


그녀의 말에 다들 기지개를 키며 회의실을 나갔다. 하지만 사령관은 자리에서 일어나지않았다.

손가락으로 볼펜을 튕기며 오늘 꾸었던 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려던 찰나, 누군가가 그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주인님? 어디 편찮으신가요?"


그의 부관인 블랙 리리스였다. 그녀는 사령관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있었다.


"아니..."


"흐응..? 뭔가 있으신거 같은데요~? 말씀해주세요. 숨기지않기로 약속했잖아요~"


그녀의 집요한 질문에 사령관은 볼펜을 내려놓고 머리를 매만지며 그녀의 궁금증을 해결해주기로 했다.


"오늘 꿈을 꾸었어.."


"꿈이요?"


"피와 얼룩으로 더럽혀진 거대한 문이 있었고...그 문은 촉수로 인해 잠겨있었지..문을 열려고했는데...콘스탄챠가 날 깨우더군..그 순간 그 문은 사라졌고..문이 있었던 자리엔 3명의 사람이 서있었어..."


"........."


그의 말에 리리스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주인님도요..?"


"뭐야? 리리스 설마 너도..?"


리리스는 고개를 두번 끄덕였다. 


"네...저도 주인님께서 말씀하신 문 앞에 서있었어요..주위를 둘러보던 중에 하치코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전 꿈에서 깨어났죠..그리고..아까 주인님께서 말씀하신대로 문은 사라졌고 그 문이 있었던 자리엔 3명의 사람이 서있었어요.."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일이 점점 복잡해져가는 기분에 사령관은 아까보다 더 쎄게 머리를 긁적였다.


"주인님. 꿈은 꿈일 뿐이에요. 그러니 너무 신경쓰지마세요.."


"...하긴 그것도 그렇겠군..."


"그리고 무엇보다..."


"응?"


"주인님과 같은 꿈을 꾸다니..몸 뿐만아니라 정신마저 주인님과 연결되었다고 생각하니..저...저엇..."


"........"


어깨와 얼굴을 매만지며 침을 흘리는 그녀의 모습을 본 사령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녀를 뒤로하고 회의실을 나왔다.


"앗! 주인님! 리리스를 혼자 두지마세요.!"


그렇게 회의실을 나올려던 순간, 갑자기 회의실의 전등이 고장을 일으킨 듯 계속해서 깜빡거렸다.


"뭐야..?"


그가 전등을 째려보자 전등은 깜빡거리는 것을 멈추었다. 


"오늘 참 이상하네..."


"어...? 주인님...?"


그녀의 부름에 사령관은 뒤를 돌아보았다. 어딘가 이상했다. 그들이 서있는 곳은 회의실이 아니였다.

아까 꿈에서 보았던 문 앞에 서있었다. 


"........"


"주인님...혹시 모르니 제 뒤에 계세요...!"


뭔가 이상함을 느낀 리리스는 홀스터에서 블랙 맘바를 꺼낸 다음, 사령관을 감쌌다. 


"뭐야..우리 아까까지만해도..."


"주인님...잠시만 조용히 좀 해주실래요..? 문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요..."


그녀의 말에 사령관은 문을 쳐다보았다. 문을 감싸고있던 촉수들이 거둬지고 문 틈 사이로 빛이 뿜어져나왔다.

녹슨 경첩이 끼기긱거리는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화려하게 쏟아져나오는 빛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양복을 입고있는 한 사내와 바닥까지 닿는 머리카락과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몸을 부들부들 떨고있는 여인이었다.


"여긴...어디죠...?"


뒷짐을 지고 주위를 둘러보던 양복은 자신의 앞에 서있는 사령관과 리리스의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당신들? 혹시 여기 주인인가요?"


양복의 질문에 리리스는 총을 겨누며 사내를 향해 쏘아붙였다.


"그건 우리가 묻고싶은...."


그 순간, 양복의 뒤에 서있던 여인이 리리스를 덮쳤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리리스는 아무런 저항을 해보지도 못하고 여인의 손에 목이 붙잡혔다.


"커헉...!"


긴 머리카락들 사이로 호박색과 붉은색이 섞인 눈동자가 리리스를 노려보고있었다.


"주인님께서 물으셨잖습니까....?"


리리스를 움켜잡고있는 손에 힘이 더 쎄게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만해! 놔줘!"


사령관이 여인에게 달라붙어 부탁을 해보았지만 여인은 꿈쩍도 하지않았다.


"리리스. 그만해. 아침부터 피 보는건 좀 그렇거든."


양복의 말에 여인은 리리스를 풀어주었다.

손아귀에서 벗어난 리리스는 자신의 목을 붙잡고 기침을 해댔다.


"리리스? 괜찮아.?"


"괜찮아요..."


사령관이 그녀의 어깨와 등을 토닥여주는 것을 양복은 신기하다는 듯이 그들을 쳐다보았다. 


"신기하군요..식재...아아니. 바이오로이드를 감싸시다니.."


"뭐..?"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을 위해 태어난 존재. 그런 하찮은 존재를 감싸시다니...저런저런.."


양복은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가로저으며 등을 꼿꼿이 세우며 넥타이를 고쳐맸다.

그리고 자신의 옆에 서있는 여인을 쳐다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리리스. 목이 좀 마르네.."


양복의 말에 여인은 오른쪽 팔을 꺼내들었다. 그러고는 바닥에 나뒹굴고있는 유리조각을 주운 다음, 자신의 오른쪽 팔을 그었다.

팔에 길게 벌어진 틈 사이로 진홍색의 검붉은 액체가 뚝뚝 떨어지고있었다. 양복은 그것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세상에..."


"........"


사령관과 리리스가 충격을 받거나말거나 양복은 여인의 팔에서 떨어지는 피를 핥았다.


"리리스. 조금 짜네.."


"죄송합니다..."


"물을 조금 더 마시렴."


"네..."


양복은 입가에 묻은 피를 손수건으로 닦으며 여운을 느꼈다.


"당신...대체 뭐하는 사람이죠..?"


사령관의 질문에 사내는 손수건을 한두번 접고 생각에 잠겼다.


"흠...저를 지칭하는 단어를 고르자면....'미식가'에 가까울려나요?"


"미식가...?"


"네. 멸망한 세상과는 조금 안 어울리는 답이었나요?"


사령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뒷짐을 지고 헤실헤실 웃고있는 양복의 표정 뒤에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있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않았다.

사령관은 양복의 옆에있는 여인을 쳐다보았다. 피가 흐르건말건 몸을 부들부들 떨며 양복의 옆에 꿋꿋하게 서있었다.


자세히보니 오른쪽 팔을 빼고는 전부 의수와 의족이었다. 

사령관이 여인을 뚫어져라 쳐다보고있는 것을 의식한 양복은 어깨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사령관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아, 혹시 리리스가 신경이 쓰이는건가요? 걱정하지마세요. 이 녀석은 아무나 안 물거든요."


"리리스요...?"


사령관은 자신의 뒤에 있는 리리스를 한번 쳐다보고 여인을 다시 쳐다보았다. 


"네. 설마 당신 옆에있는 식..아아니 바이오로이드의 이름도 리리스인가요?"


"그렇습니다만..."


"오...."


양복은 흥미롭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리리스를 쳐다보았다.

그의 혀가 뱀처럼 스멀스멀 기어올라가 입술을 핥는 것을 본 사령관은 제발 자신이 본 것이 잘못 본 것이기를 빌며 미간을 매만졌다.


"그나저나..당신은 왜 여기있는거죠?"


"그건 저도 알고싶습니다만..."


그 순간, 문에서 또 화려한 빛이 쏟아져나왔다. 그 빛에 양복과 사령관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이번에도 빛속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내고있었다.


"아저씨! 저기 누가 있어!"


"시발..내 뒤에 있어..리스..!"


소방원들이 입는 두꺼운 옷을 입은 사내가 식칼과 대걸레 자루로 만든 창을 들어올리며 사령관과 사내를 째려보았다.

그의 뒤에는 5-6살 쯤으로 보이는 아이가 있었다.


"당신은 누구죠..?"


"그건 내가 묻고싶은 말이야..니들..설마 고블린은 아니겠지...?"


"뭐요...?"


"이 새끼가...!"


양복의 소유인 리리스가 소방원을 덮칠려는 순간 양복이 손을 들어올렸다.


"리리스. 그만. 일이 점점 재밌어지는구나.."


"칫...."


양복의 소유인 리리스는 혀끝을 차며 뒤로 물러났다.


"당신..뭐라고요..? 고블린이라니 그게 무슨..."


"너희 둘 말이야...T-10 고블린 모델 아냐..?"


"일단 저는 인간입니다만..."


"저도요..."


"뭐...?"


사령관과 양복의 말에 소방원은 들고있던 창을 거두고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때가 잔뜩 묻은 장갑으로 얼굴을 매만지자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재에 그을린 것처럼 새까매졌다.


"여긴 지금 어디죠..?"


소방원의 질문에 사령관과 양복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을 하지 못 했다.

자신들도 여기가 어딘지 여기에 왜 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아저씨. 울지마요..."


"그래..."


소방원의 옆에 있던 아이가 그의 얼굴에 묻은 그을린 자국을 닦아주었다.

그녀의 그런 기특한 모습에 소방원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신의 아이인가요?"


사령관의 리리스의 말에 소방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바이오로이드야..이름은 리스. 유일한 여성 바이오로이드지.."


"네...?"


자신들이 알고있는 것과 너무나도 다른 이야기에 일행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느날 고블린들이 폭주를 하는 바람에 인간과 여성 바이오로이드들이 공격을 받았어. 그들의 숫자와 공세는 어마무시했고 인간과 여성 바이오로이드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지..설상가상으로 기계에 기생하는 이상한 벌레들까지 오는 바람에 세상은 완전 아수라장이 되었지..난 연구소를 털던 와중에 리스를 발견했어..그렇게 하루하루를 그들을 피해 살아가던 와중 여기로 오게 됐어.."


"오..흥미롭군요.."


소방원의 말에 사령관과 리리스는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양복은 턱을 매만지며 문 앞에 서있는 소방원을 신기하게 바라보고있었다.


"여튼..하나 확실한건...우리는 전부 인간이고..철충과 싸우고 있으며, 리리스라는 바이오로이드를 부관으로 두고있다..그런거겠죠..? 맞죠..?"


"이봐. 리스라고."


"소방원 양반. 일단 진정하고..."


"이 새끼가!"


소방원이 주먹을 치켜들어 사령관을 향해 휘두를려는 순간, 리리스가 그의 손목을 붙잡고 꺾어버렸다.


"아아아악...!!!"


"주인님께 어딜 감히..."


"아저씨 괴롭히지마세요!"


리스가 순두부마저도 못 부술 정도로 연약한 주먹을 리리스에게 휘둘렀다. 

그녀의 처절한 저항에 리리스는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리리스..일단 그만해.."


사령관의 말에 리리스는 소방원을 풀어주었다.


"시발...존나 아프네..."


"아저씨..괜찮아요..?"


"괜찮아..."


리스라고 불리는 아이가 소방원의 꼬옥 안아주며 그를 걱정했다.

그 순간, 또 다시 문에서 빛이 쏟아져나왔다. 그 빛에 사령관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문에서 빛이 쏟아질 때 마다 10년은 늙어가는 기분이었다.


"아...제발..."


"왜요? 이번엔 누가 나올지 궁금한걸요."


그와는 반대로 양복은 웃음을 지으며 누가 나올지를 기대하고있는 것처럼 보였다.


빛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사람이 아니였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었다. 녹색으로 빛나는 6개의 눈, 그리고 피처럼 빨간 피부. 몸과 머리에 꽃혀있는 여러개의 호스. 철충이었다.


"시발..!!"


소방원이 창을 꺼내들어 철충을 덮칠려는 순간, 그 철충을 양손을 높게 들어올렸다.


"어우... 그런 위험한걸 사람에게 겨누는건 좀..."


"사람..? 지금 니 꼴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냐..?!"


"제 모습이 왜요..?"


철충은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매만지며 일행을 쳐다보았다.

그들의 표정은 속된 말로 뭐씹은 듯한 얼굴이었다.


"다들...왜 절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겁니까..? 제가 좀 못 생겼다지만..그런 눈이면 저도 상처받거든요..?"


철충은 양손가락을 비비며 불안에 떨었다. 그의 모습에 사령관은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상의에는 '철충 아님.'이라는 글자가 적혀져있었다.


"돌겠네..."


"저도 마찬가지거든요..?"


그와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그의 뒤로 거대한 무언가가 다가왔다.

그 모습을 본 사령관과 소방원은 다리에 힘이 풀릴 뻔 했다. 땀 한번 흘리지않던 양복도 이마와 뺨에서 땀이 흘렀다.


"사령관님. 여긴 어디죠? 이런 곳에...이런 하찮은 것들이 있다니..."


"모르겠어요..공주...저도 여기가 어딘지..."


철의 왕자처럼 생겼지만 여성의 모습을 하고있는 철충이 턱을 매만지며 철충의 옆에 붙었다.


"시발...돌겠네...."


3명의 인간과 1마리의 철충은 그렇게 만났다.






삽화는 전부 본인 작품입니다.


유희왕 아크 파이브 보다가 문득 떠올라서 끄적여보았습니다.

더 이어나갈 생각은 없습니다. 


여튼 재미에 감동도 없는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때까지 쓴 글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