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구스 팀의 아지트 앞-


"흐흐흐... 오늘만을 기다렸다."


근육질의 건장한 몸을 구릿빛으로 태닝한 금발의 남자가 몽구스 팀의 아지트 문 앞에 선 채 음흉하게 웃었다. 면 티에 바지를 입고있는 그는 누가 보기에도 음흉한 기운을 스멀스멀 내고 있었다.

그의 한 손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담긴 서류가방처럼 생긴 가방이 들려 있었는데 그것마저도 좋지 않은 느낌이 물씬 들었다.


[띵동~]


남자가 초인종을 누르자 인터폰에서 홍련의 목소리가 났다.


[네, 홍련입니다~ 밖에 누구세요?]


남자는 음흉한 눈웃음을 지었다.


"홍련 씨, 접니다."


[앗... 당신은...?!]


인터폰 화면으로 남자를 확인한 홍련은 다분히 당황한 듯이 말을 더듬었다. 그러자 남자는 흡족하다는 듯이 웃으며 입가를 혀로 훑었다. 그것은 마치 사냥감을 사냥하려는 짐승의 그것과도 같았다.

잠시동안의 정적이 흐르고, 홍련이 묘하게 상기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나왔다.


"...또 당신인가요?"


"안녕하십니까, 홍련 씨. 오늘도 섭섭하게 해 드리지 않으려고 찾아왔습니다... 크흐흐."


홍련보다 건장한 체격의 남자는 음흉하게 홍련을 내려다보며 웃었다. 사복 차림의 홍련은 한 쪽 팔을 부여잡은 채 살짝 떨며 남자를 올려다봤다. 

홍련은 식은땀을 흘리며 모든 것을 체념한 표정으로 말했다.


"...일단 들어오세요."


"알겠습니다... 흐흐."


홍련의 마지못한 안내를 따라 남자는 몽구스 아지트 안으로 따라들어갔다. 몽구스 아지트는 일반적인 주택의 구조와 거의 똑같은 구조를 하고 있었다. 미호 방, 드라코 방, 핀토 방, 불가사리 방이라고 적혀 있는 방의 문 여러개를 지나 가장 안쪽... '홍련♡' 이라고 적한 방 문 앞에 도달한 홍련은 방 문을 잡고 머뭇거렸다.

남자는 초조해하는 홍련을 보며 기분나쁜 목소리로 말했다.


"왜 그러시죠, 홍련 씨. 설마... 기대하고 계신 겁니까?"


"아, 아니예요. 저는 그저..."


"그렇다면 어서...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알았어요..."


홍련은 두려움이 역력한 표정으로 방 안에 들어갔다. 방 안에는 성인 두 명은 충분히 누울 법한 거대한 침대가 있었다. 분명 홍련 혼자 쓰는 방인데 어째서 이렇게 커다란 침대가 있는 것일까.

남자는 홍련을 뒤에서 천천히 껴안아왔고, 홍련은 애달픈 신음을 흘렸다.


"자, 홍련 씨... 그럼 시작해볼까요. 즐겁고 즐거운 시간을... 으흐흐..."


"아흑... 제발..."


남자는 탐욕스럽게 혀를 날름거렸고, 홍련의 표정은 더욱 상기되어가며 남자에게 몸을 허락해가는 것이었다...



한 편-


"엄마가 왜 전화를 안 받지?"


교복 차림의 미호는 학교에서 돌아오다 홍련이 전화를 받지 않자 의아해서 고개를 갸웃했다. 홍련은 전화를 안 받는 일이 좀체 없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알쏭달쏭했지만, 미호는 별 일 없겠다 생각하고 불안을 털어버렸다.


"바쁘셔서 그런 거겠지, 뭐."


미호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홍련은 언제나 믿음직한 몽구스 팀의 리더였으니까. 설령 어떤 일이 있다고 해도 자신이 걱정할 부분은 아니라며 미호는 자신을 위로했다.

그러나-


"아앗! 이건...?!"


집에 도착해 문을 연 미호는 신발장에 미호 외에 다른 신발 한 켤레가 놓여있는 것을 보고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다급해진 미호는 신발을 벗어던지고 홍련의 방으로 달려갔다. 

미호는 알고 있었다. 그 신발의 주인이 누구인지. 

홍련의 방을 연 미호는 경악하고 말았다-


"미... 미호야?"


"엄마...!"


음흉한 남자와 서로 얽힌 채 침대에 누워있던 홍련은 미호가 방에 들어오자 화들짝 놀랐다. 미호는 망연자실한 표정이 되었고, 남자는 기분나쁜 웃음을 흘렸다.


"미호 왔구나? 흐흐... 엄마와 나는 좀 바빠서 말이야."


"앗, 아흑...!"


남자가 홍련의 몸에 닿아있는 손에 힘을 주자 홍련이 가쁜 신음소리를 냈다. 그것을 본 미호는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떨어뜨리듯이 툭 놓았다. 신발을 보는 순간 떠올린 불길한 예감이 적중하고 만 것이다. 

남자는 모든 것을 얻은 것처럼 흡족하게 말하고 광소를 터뜨렸다.


"조금만 기다리거라, 미호야... 너도 곧 만져 줄 테니까... 하하하, 하하하하!!"


"안 돼...!"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을 직감한 미호는 얼굴을 감싸안았고, 끝없는 좌절감에 휩싸였다-



약 30분 뒤-


"홍련 씨, 저번보다 근육이 더 상하셨던데요. 과한 운동은 좀 자제하시라니까요."


"그게 어쩔 수 없는 일이 있어서..."


"그래도 신경 좀 써 주세요. 바이오로이드라고 해도 근육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네에..."


남자와 같이 탁자에 앉은 홍련은 남자가 홍련의 몸을 찍은 사진의 이곳저곳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지적하자 고개를 숙였다. 남자는 후, 하고 한숨을 내쉬더니 쓰고 있던 안경을 벗고 사진을 접어 주섬주섬 가방에 넣었다.


"최선을 다해보겠지만 홍련 씨의 협조가 제일 중요합니다. 아시겠죠?"


"네, 현승 씨."


"좋습니다."


홍련을 비롯한 몽구스 팀의 전속 물리 치료사 장현승은 홍련의 대답에 사람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몽구스 팀은 최근 작전에 투입되는 빈도가 잦아지면서 현승은 전속 외과의사 겸 물리의사로 몽구스 팀에게 배정받아 이렇게 방문치료를 하고 있었다. 물리치료를 위해 몸을 단련한 그는 의사임에도 상당히 다부진 몸을 가졌는데, 헬스장이 아닌 야외에서 주로 운동하다 보니 태닝한 것처럼 구릿빛 피부를 갖게 되었다.


"커피 드세요, 아저씨."


"오, 고맙구나. 미호야."


미호가 커피를 따라 현승에게 가져오고 옆자리에 앉자 현승은 반색하며 커피가 담긴 컵을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고는 화들짝 놀라 커피를 단숨에 들이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요! 가보겠습니다, 홍련 씨. 몸 조리 잘하세요. 다음에 보자, 미호야."


"안녕히 가세요, 아저씨."


"조심해서 가요, 현승 씨."


현승이 다급하게 나가자 미호가 정중하게 인사하며 그를 배웅했다. 홍련은 그가 나가고 나서도 문에서 얼마동안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런 홍련을 옆에서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미호가 은근슬쩍 찔러보듯이 말했다.


"엄마, 아저씨 좋지?"


"무, 무슨 소릴 하는거니. 얘도 참..."


홍련은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어쩔 줄 몰라하더니 후다닥 자신의 방으로 도망치듯이 들어갔다. 미호는 속이 너무 뻔히 보이는 홍련의 행동에 피식 웃었다. 그러더니 볼을 조금 붉히며 현승이 나간 현관 문을 돌아보았다.


"나도 좋은데, 현승 아저씨."








NTR충 죽어

순애만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