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설정과 다릅니다.


외전같은겁니다.



"후후..어디있을까나~?"


리리스는 한껏 신난 표정으로 복도를 걸었다. 마치 누군가와 놀이를 하는 것마냥 잔잔하고 나긋한 목소리로 모든 방을 샅샅히 살피고 기웃거렸다.  


"여기있을까나~?"


그녀가 발걸음을 멈춘 곳은 대원들이 공용으로 쓰는 주방이었다. 막 저녁식사를 마친 시간이 있었기에 주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주방의 불을 키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벽을 쓸어내리며 휘파람을 불었다. 그녀의 휘파람 소리에 조리대 위에 올려져있는 스테인리스 볼이 천천히 들썩였다.


볼이 들썩이는 것을 본 리리스는 입꼬리를 올리며 볼 앞에 섰고 아까 손가락으로 벽을 쓸었던 것처럼 볼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쮸히잉..!"


볼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형태가 일그러지고 색이 변했다. 형태와 색이 변하면서 여러개의 눈과 입이 생겼고 그 모습은 기괴하고 징그럽기 짝이 없었다. 충격적이고 경악 할 만한 생김새였지만 리리스는 그녀를 보며 다시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우는 아이를 달래듯이 속삭였다.


"찾았다~."


"쮸힝..리리쮸..또 졌쮸.."


그녀 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조막만한 팔로 자신의 얼굴을 비비며 볼을 부풀렸다. 리리스는 '후후'하고 웃으며 주머니에서 빵조각을 꺼내 그녀의 입에 넣어주었다. 부드럽고도 고소한 빵이 입에 들어가자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환한 표정을 지으며 우물우물 빵을 씹었다.


"쮸힛!"


그녀가 웃자 그녀의 모든 눈과 입도 같이 웃어댔다. 


"다음번엔 좀 더 잘 숨어보세요. 알았나요?"


리리스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빵을 씹었다. 리리스는 그녀를 두손으로 안고 주방을 나왔다.

주방을 나오자 뜻밖의 손님이 복도를 돌아다니고있었다. 푸른빛을 내뿜는 신기한 옷을 입는 사람은 여기서 한명 뿐이었다. 사령관이었다. 사령관을 본 리리스와 그녀는 동시에 손으로 입을 가리고 그를 불렀다.


"어머. 주인님?"


"쮸인님..? 쮸인님!!"


리리스의 품에 안겨있던 그녀가 주인님이라는 말에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는 끈적하고도 휘향찬란한 색의 액체가 페인트칠을 한 듯 매끄럽게 펴발라져있었다. 그녀는 그의 다리에 달라붙어 입을 맞추었다. 


"뭐야? 리리쮸?"


"쮸인님..쮸쮸와..."


그는 조금 당황한 눈치였지만 그녀의 모습을 보자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숨을 내쉬고는 다리에 찰쌀 달라붙은 그녀를 떼어놓은 다음 그녀를 안아주었다. 그녀는 그의 품에 안겨있는 와중에 그의 헬멧에 입을 맞추고있었다.


"주인님? 우연이네요."


"오. 안녕. 리리스."


그의 인사에 리리스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치맛자락을 들어올려 그에게 인사를 해주었다. 그 또한 그녀의 인사를 받아주기 위해 슈트의 헬멧을 내리고 리리스를 향해 웃음을 지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녀는 사령관의 볼에 연신 입을 맞추며 사령관을 불렀다.


"리리쮸랑 놀고있었나봐?"


"네. 숨바꼭질을 하고있었어요."


"숨바꼭질이라..누가 이겼지?"


"후후..당연히 리리스 아닌가요? 리리스의 눈을 속일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답니다?"


"쮸....다음번엔 리리쮸가 이길거야..!"


그녀는 리리스를 향해 미간을 찌푸리며 화를 냈다. 그녀 딴에는 나름 진지하게 화를 내고있었지만 리리스는 그녀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손으로 입을 가리고 쿡쿡하고 웃었다. 자신이 비웃음 당했다는 것을 안 그녀는 아까보다 더 성을 내려고했지만 사령관의 품 안 이었기에 화를 내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리리쮸. 


사령관의 품에 안겨있는 그녀의 이름이었다. 

LRL이 우연히 발견한 존재로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존재인지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었다. 그들이 아는 것은 컴패니언 시리즈의 블랙 리리스와 닮았다는 것과 '쮸쮸'거리는 말버릇, 그리고 그녀의 몸 구석구석에 나있는 눈과 입이 징그럽다는 것, 그리고 원하는대로 모습을 바꿀 수 있다는 것 뿐이었다. 조금 징그럽다는 것만 빼면 유순하고 사람을 잘 따랐기에 저항군에서는 그녀를 애완동물, 내지는 길고양이로 취급하고있었다.


"리리스. 오늘은 좀 어때..?"


"괜찮아요. 저 아이랑 제게 온  뒤론 평화로운 날들만 보내고있답니다?"


"다행이네.."


사령관은 시선을 아래로 내리고 고개를 살짝씩 끄덕였다. 그의 침울한 모습에 그의 볼에 입을 맞추고있었던 리리쮸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쮸인님..? 어디 아파..?"


"아니."


"쮸인님. 아프지마...리리쮸가 잘 할께..."


"그래그래.."


그녀의 위로에 사령관은 살짝 미소를 보이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의 거칠고 우악스러운 손길에도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며 얼굴을 붉혔다. 몸에 있는 호박색의 눈은 점점 뒤집히고 입 사이로 튀어나온 혀는 축 늘어져 알록달록한 색의 침을 흘려댔다. 


그의 슈트가 그녀의 침으로 더렵혀지고있었지만 그는 딱히 신경쓰지 않기로했다. 슈트야 다시 갈아입으면 그만이니깐.

그렇게 리리쮸의 머리를 쓰다듬고있는 와중에 리리스가 그의 어깨를 톡톡 건들였다. 그가 그녀를 쳐다보자 그녀는 눈을 지그시 감고 뒷짐을 지고 까치발로 서있었다.


"주인님. 리리스도 쓰다듬어주세요."


그녀의 요청에 사령관은 조금 당황한 눈치였지만 기대하는 얼굴을 하고있는 그녀의 순수한 마음을 더럽힐 수는 없었다. 그는 아까 리리쮸에게 그랬던 것처럼 거칠고 우악스러운 손길로 리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녀 또한 몸을 부르르 떨며 그의 손길을 느꼈다. 


"하앙...주인님...그렇게요..."


"그렇게 말하지마. 남들이 보면 오해할라."


"하지만...하지만..하앙..."


"돌겠네.."


사령관은 조금 깬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손을 멈추지않았다. 부드러운 머릿결을 따라 움직이는 그의 손짓에 리리스의 다리 사이에서 무언가 흘렀다. 그것을 본 사령관은 그냥 못 본채 하기로 했다. 


"쮸히...쮸인님..리리쮸도...리리쮸도..."


리리쮸가 사령관 어깨를 흔들며 그를 불렀다. 그녀의 표정은 마치 부모에게 칭찬, 혹은 애정을 갈구하는 어린아이의 표정과도 같았다. 그녀의 부름에 사령관은 리리스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을 관두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쮸히..쮸와..."


"저게..!"


사령관의 쓰다듬을 받는 리리쮸는 리리스를 흘겨보며 혀를 내밀었다. 자신을 놀리는 듯한 그녀의 도발에 리리스는 볼을 부풀리며 사령관과 팔짱을 끼며 그의 품을 파고들었다.


"주인님! 이번엔 제 차례에요!"


"알았어..."


"쮸힛..!"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손이 이번에 리리스에게 가는 것을 본 리리쮸는 이를 갈았다. 이 가는 소리를 들은 리리스는 리리쮸를 흘겨보며 혀를 살짝 내밀었다. 그것을 본 리리쮸는 사령관의 어깨를 마구 흔들었다.


"쮸힛! 리리쮸! 이번엔 리리쮸!!"


"알았어..."


"주인님!"


"알았어..."


마음 같아선 두손으로 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싶었지만 그의 한손은 이미 리리쮸를 안고있었다.

나머지 한손으로 리리스와 리리쮸를 쓰다듬는데 사령관은 점점 지쳐만 갔다.


"쮸인님..? 힘들어..?"


"조금은.."


 사령관의 손길이 점점 느려져가는 것을 본 리리쮸는 리리스를 한번 흘겨보고는 눈을 질끈 감고 힘을 주었다.

그녀의 형태가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하더니 그녀의 조막만한 팔과 다리가 점점 솟아나는 것을 본 사령관과 리리스는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다.


"리리쮸...?"


"세상에..."


둘이 당황하는 사이 리리쮸는 리리스와 똑같아졌다. 비단 얼굴 뿐만 아니라 키와 몸무게를 비롯한 전반적인 외형이 그녀와 똑같아졌지만 그녀의 몸 군데군데 있는 눈과 입은 여전했다. 그녀는 자신의 손바닥과 팔뚝을 천천히 살펴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눈을 지그시 감고 뒷짐을 지고 까치발로 서며 그에게 말을 건넸다.


"쮸인님..이제 리리쮸를 쓰다듬어쮸세여.."


"어...그래..."


사령관은 천천히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녀는 그의 거칠고 우악스러운 손길을 느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의 입에서 알록달록한 침이 흐르는 것을 본 사령관은 리리스를 향해 속삭였다.


"쟤한테 이상한거 가르치지마.."


리리스는 아무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쮸히...그렇게...쮸와..."


기분이 좋았는지 그녀는 사령관의 품에 안겨 연신 입을 맞추었다.

속에서 뭔가가 올라올 것만 같았지만 사령관은 참기로 했다.




"다녀왔어. 오빠..세상에! 꼬라지가 그게 뭐야?!"


알록달록한 색깔로 물들여진 사령관을 본 닥터는 두 손뼉을 치며 사령관을 쳐다보았다.


"말하자면 좀 길어...번복대 좀 열어줘..."


"알았어...그나저나...괜찮아..?"


"뭐...난 거대한 괴물 뱃속에서 싸워도봤는걸..."


"응..?"


"그것도 말하자면 좀 길어..."












말하자면 좀 길긴 하지...




다음을 위한 밑거름..? 쯤 됩니다.

여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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