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한적한 일과를 보내며 서류 작업을 하던 중, 조심스러운 노크와 함께 긴 흑발 머리가 아름다운 미녀가 들어왔다. 물론 애석하게도 나를 만나러 왔다기 보다는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지만.


"시아? 음.. 아니, 오늘은 나도 못 봤어."

"그렇군요... 어디로 간 거야..."


걱정으로 물드는 엠피트리테의 표정에 호기심이 생겨 작업을 잠시 멈추고 일단 그녀를 향해 손짓하며 한쪽 구석에 마련된 소파에 앉혔다.


"일단 앉지. 무슨 일인데 그러는 거야?"

"아, 사령관 님에게 민폐를 끼칠 수는..."

"하핫! 이제 와서 무슨 소리야? 섭섭하게.. 자! 괜찮으니 말 해봐."


결국 조금의 실랑이가 더 이어지고 엠피트리테가 못이기는 척 자리에 앉아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장황하게 이어진 말 이었다만 결국 내용을 종합하자면 숨바꼭질 놀이를 하던 도중 시아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언제나 시아를 챙겨줘서 고마워. 정말 좋은 언니구나."

"감사합... 아니 그게 아니라! 시아를 찾아야 합니다!"


얼굴을 붉히며 칭찬에 수줍어 하던 엠피트리테가 화들짝 정신을 차리며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간단히 생각해 보면 오르카 호는 잠수함이고 지금 잠항 중이니 어차피 있어봤자 잠수함 내부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급하게 그녀를 찾을 이유가 없었다.


"괜찮아~ 어차피 여기는 잠수함이고 지금은 잠항 중이니까 있어도 여기 어딘가에 있을 거야."

"그, 그렇습니까..."

"그래~ 그러니까 느긋하게 내 티타임에 어울려 줘야겠어. 아, 물론 내부 병력들에게 시아를 찾아 달라 연락은 해 놓을게."

"감사합니다! 사령관 님!"


마침 나 역시 느긋하게 엠피트리테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참이었고, 우연한 계기로 이렇게 서로 대화할 기회를 얻었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싶었다. 가뿐히 내선 전화를 돌려 시아를 찾으라 지시를 내린 뒤, 그녀에게 따뜻한 초코라떼를 건네자 결국 못이긴 척 그녀 역시 그것을 받아 들고 맛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오오..!"

"어때? 달달한게 맛있지?"

"네! 이런 건 처음 먹어봤어요."


오르카에 합류하기 전 몰타 섬에 고립되어 궁핍한 생활을 계속 했다고 했으니 이렇게 격렬한 반응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그럼에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사소한 호의 하나에도 이토록 감격하며 눈빛을 빛내는 엠피트리테의 모습이 너무 귀엽기도 했고.


"합류 이전엔 많이 힘들었어?"

"아.. 힘들다는 것 보다는.. 음.. 그냥 모든 것들이 부족했죠. 기본적인 물자부터, 식량까지.."

"우린 그걸 보고 힘들었다 말해."


엠피트리테의 대답에 살며시 웃으며 농담을 건네자 결국 그녀 역시 웃으며 다시금 초코라떼를 홀짝이기 시작했다. 처음 마주쳤을 당시에는 감마와의 전투로 정신이 없었고, 그 다음 상황이 진정되고 나서도 바로 방주로 향해야 했기에 서로 대화를 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의 이 자리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져 가능하다면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럼 그때부터 계속 시아를 보살핀 거니?"

"글쎄요, 처음 탄생한 순간부터 계속 함께 했으니.. 처음부터 보살핀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정말 고생이 많았겠다."


다소 어리숙하고 미숙한 시아를 따라다니며 보살핀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고된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엠피트리테는 동생의 이야기를 하면서 단 한번도 힘들다거나 괴롭다는 표현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생의 이야기를 하면서 살며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도 동생이 있어서 정말 즐겁지?"

"네! 그런데 용케 알아차렸네요."

"그야 쉽지. 그렇게 행복해 보이는 표정으로 이야기 하는데."


아마 장님이 아닌 이상이야 바로 알아차릴 것이다. 저렇게 행복해 보이는 표정으로 동생의 이야기를 하는데 눈치채지 못하면 이상하겠지. 그 후로도 여러 이야기들을 주고 받으며 웃고 떠드니 시간이 훌쩍 흘러가고 있었다. 방 한쪽 구석에 위치한 시계는 어느덧 18시를 가리키기 시작했다.


"아, 저기 사령관 님.. 이, 이거..."

"응? 이건 뭐니?"


갑작스레 품속의 주머니에서 편지로 보이는 것을 슬며시 건네며 얼굴을 붉히는 엠피트리테의 모습에 의문이 들었다. 설마하니 러브레터를 쓸 성격으로 보이지는 않았는데 의외로 그녀는 감수성이 풍부한 것일까.


"그게.. 사실 시아를 찾다가 사령관 님이 계시는 이곳으로 오면서 이것만 드리고 가려고 했거든요."

"이야~ 러브레터는 처음 받아보네, 정말 고마워."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녀에게서 편지를 받아 들자 얼굴을 붉히며 손사래를 치기 시작했다.


"러, 러브레터라뇨! 아, 아닙니다! 그게.. 그냥 너무 감사해서.."

"아무튼 정말 고마워."

"그, 그리고.. 선물은.. 죄송합니다. 아직 사령관 님이 좋아하실 만한 것을 몰라서.."

 

아름다운 미녀가 선물을 준비 못해 곤란해 하다니. 이것을 돕지 않으면 그런 작자는 신사가 아니리라. 사뿐히 엠피트리테의 옆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잡아 끌며 품에 안자 너무 놀라서 몸이 굳어버린 것인지 그녀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사, 사령관 님!"

"내가 어떤 선물을 좋아하는지 알려줄게."

"네..? 으읍!"


탐스럽고 붉은 혈색이 매력적인 입술을 훔치고 능숙한 손길로 엠피트리테의 몸을 더듬기 시작하자 처음에는 몸을 꿈틀거리며 빠져나가려고 시도하던 그녀가 결국 내 손길에 몸을 맡기고 오히려 자신부터 안겨오기 시작했다.


"하아.. 후으.."


살며시 떨어진 입술 사이로 타액의 가교가 놓여 지금의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르고, 엠피트리테는 얼굴을 붉히며 옷을 벗기 시작했다.


"너무 예뻐 엠피트리테."

"사령관 님.. 저 처음.. 이에요.."


엠피트리테의 얼굴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나 역시 옷을 벗어 던지고 그녀의 육감적인 나신을 감상하려니, 수줍은 듯 눈을 내리 깔고 자신의 가슴을 가리던 엠피트리테가 살며시 중얼거렸다. 자신의 소중한 처음을 내게 주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대답에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녀를 끌어안았다.


"꺄앗!"

"괜찮아. 그럼.. 시작 해 볼.."

"아앗! 전단장 님이 엠피 언니를 잡아 먹으려고 해!!!"


한껏 무르익은 분위기에 서서히 위용을 찾아가던 내 물건이 확 쪼그라드는 외침이 사령실의 문가에서 울려 퍼졌다. 어느새 찾아온 시아가 발가벗은 나와 엠피트리테를 번갈아 본 뒤 복도로 뛰어나가며 계속해서 소리치기 시작했다.


"모두들 도와줘!! 전단장 님이 엠피 언니를 발가벗기고 잡아 먹으려고 해!!"

"아, 안돼!! 시아! 기다려!!"

"에, 엠피트리테!! 옷!!! 옷 입어야지!!"


그리고 엠피트리테 역시 잠깐의 패닉 이후 옷을 다시 입는 것도 잊어버린 듯 그대로 복도를 향해 달려나갔다.


"엠피트리테.. 옷.. 하, 좆됐다."




그동안 쓴 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