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저는 곰 유전자가 섞이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찢지는 않는답니다."


홀로 중얼거린 말에 곁에 있던 프리가가 즉각 대답했다. 사실 곰을 직접 본 적도 없거니와 그저 옛 문명의 방송들이나 자료들을 알아보던 과정에서 알게 된 것들이었으니 과연 곰이 사람을 찢어버린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는 그녀의 말대로 허무맹랑한 헛소리가 아닐까.


"그렇지? 역시 이상하게 느껴지기는 했다니까."

"저는 그저 누군가를 보살피는 것을 좋아하고, 애정을 표현하는 것 뿐이랍니다."


듣는 이 마저 차분하고 풀어지게 만드는 부드러운 음색, 역시 '마망' 이라는 존재가 내게 있었다면 프리가와 같지 않았을까. 주변에 있는 수많은 마망 후보군들 사이에서도 일류의 마망력을 보유한 그녀였기에 지금은 조금만 더 그녀에게 응석을 부리는 것이 나쁘지도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건 그렇고.. 고민이 있다고 했었나?"

"아, 네! 누구에게 상의해야 하는지 한참을 고민했지만.. 역시 주인님이라면 해결해주실 것 같아서.."


평소 잔뜩 응석을 부리고 그녀의 풍부한 흉부지방에 얼굴을 파 묻으며 신세를 졌기에 이럴 때 내가 돕지 않는다면 그것은 인간의 도리가 아니리라.


"물론이지! 내게 맡겨! 항상 프리가에겐 신세를 잔뜩 지니까 이럴 때야 말로 내가 주인님으로써 프리가에게 도움이 될 차례지!"

"어머, 어머~ 주인님도 참.. 후훗, 정말 늠름해라.."


가슴을 텅텅 치며 자신감 있게 호언장담 하자 프리가는 얼굴을 붉히며 어쩔 줄 몰라했다. 언제나 고된 일과에 너덜너덜해진 나를 차분히 달래주며 모든 사람을 나태하게 만드는 위력을 지닌 가슴으로 항상 내 기운을 북돋아준 그녀의 도움이 된다면야, 그것은 내게도 행복한 일이다.


"그래서 무슨 고민이야?"

"그게.."


그 후로 이어진 프리가의 증언에 따르면 그녀는 누군가를 품에 꼬옥 안아주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 간혹 같이 작전에 나가는 아이들을 안아주고는 했는데, 지난번에 같이 작전을 나섰던 포이가 그때 이후로 그녀를 피한다는 것이다.


"그래? 포이는 내가 안아주거나 쓰다듬어 주면 좋아 죽던데."

"네! 저도 그 소리를 들었어요. 그래서 포이를 안아준 것 뿐인데..."


프리가의 얼굴이 슬픔으로 잠식되며 급격히 우울감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순수하게 좋아 안아준 것 뿐인데 그것을 거부 당하고 심지어 피하기 까지 한다니, 그것이 그녀에게는 큰 충격과 슬픔으로 다가왔을 것이었다.


하지만 천하의 포이가 슬슬 피할 정도라니. 수많은 쓰다듬과 스킨십으로 단련된 나조차도 포이를 굴복 시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다른 의미로 프리가는 포이를 단 한번의 스킨십으로 제압 했다는 것 아니던가. 과연 오르카 최강의 마망력 다운 포용력이군.


"혹시 안는 방식이 잘못된 것 아닐까? 고양이는 생각보다 까다로우니까."

"그럴까요...?"

"그럼 이렇게 해보자! 나로 연습 해보는 거야!"

"네? 연습.. 이요?"


사실 고민 해결이고 뭐고, 그저 눈 앞에서 출렁이며 풍부한 모성을 자랑하는 저 가슴에 파묻히고 싶을 뿐이었다. '마망' 이라는 것은 잘 모르지만 아마 마망의 포용력이란 저 가슴에 있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확신이 생길 정도였다.


보는 이조차 푸근하게 만드는 것 같은 풍만함과 넘실대는 부드러움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것. 그것이 프리가가 갖고 있는 마망력의 근원이라 나는 근거는 전혀 없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저 풍만한 맘마통이 그 증거야.'


그래, 예로부터 마망이란 자신의 아이에게 스스로의 젖가슴을 물려 밥을 주었다고 한다. 지금 오르카 호에 있는 프리가 말고도 다른 '마망'들 역시 하나같이 크고 거대한 가슴을 보유했고 수유를 위해 옷에 구멍을 내기도 했으니까.


'아, 근데 아르망은 좀 작던데..'


"저, 주인님..?"

"아, 미안! 잠깐 다른 생각을 좀 하느라고. 아무튼 연습 하자고 했지? 날 한번 안아보겠니?"


마망력의 근원이라 여기던 가슴이 아르망에게 없다는 것이 조금 의아하긴 했다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마망력이 어디에서 오는가 고뇌 하는 것이 아니라, 프리가의 슬픔을 달래주고 그녀가 포이와 친해질 수 있도록 돕는 일이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주인님.."

"오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쿠션이 있다면 자신 있게 확신할 수 있다. 그것은 풍만한 여성의 가슴이라고. 프리가의 품에 안기자마자 전신을 감싸주는 포근함과 얼굴에 한가득 느껴지는 이 부드러운 느낌이란 그것에 강한 믿음을 주었다.


마치 구름의 위를 걷는 듯, 부드럽고 따뜻한 온기가 전신에 스며들었고 방금 전까지 했던 생각이 무엇이었나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사람을 나태하게 만들어 버리는 이 천연 쿠션이야 말로, 이 세상을 평화롭고 이롭게 만들 물건이리라.


"하아.. 갑자기 다 싫어졌어.. 응애! 프리가 마망!"

"어머! 주, 주인님.. 후훗.. 제 고민은 어떻게 해결해주실 건가요?"

"몰라! 그런 거 몰라! 응애~ 마망 맘마 줘!"


결국 나는 프리가의 완벽에 가까운 모성에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고, 모든 것들을 내려놓은 채 그녀의 가슴을 부여잡고 얼굴을 파 묻으며 어리광을 부리기 시작했다. 프리가 역시 방금 전까지 고민으로 고뇌 하던 모습을 모두 내려놓은 채 어리광을 부리는 나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안아주며 미소 지었다.


"하아~ 주인님.. 너~무 사랑스러워요.."

"응애!"

"아아! 주인님! 저 못 참겠어요!"


프리가 역시 계속되는 어리광에 모성이 강하게 자극 받은 듯 눈에 하트를 띄우며 나를 더욱 강하게 안아주기 시작했다. 살과 살이 더욱 밀착될수록 느껴지는 안도감과 편안함. 과연 이것이라면 모든 것들을 내려 놓아도 좋... 어?


우드드득!


'어어?'


"주인님! 사랑하는 주인님! 프리가가 꼬~옥 안아줄게요!"


'그, 그만!'


처음의 포근함과 부드러움은 어느새 곰의 강력한 힘 아래에 폭력으로 변질되어 있었다.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며 계속해서 조여드는 프리가에게 힘을 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거대한 흉부에 짓눌린 얼굴 때문에 말은 커녕 숨을 쉬는 것조차 곤란할 지경이 되었다.


'살려...'


우득!


'억'


"어..?"


무언가 경쾌하고 커다랗게 부러지는 소리가 사령실 안에 울려 퍼졌고, 나는 그것을 끝으로 서서히 의식이 멀어지기 시작했다.


"꺄아아악! 주, 주인님! 죄송해요! 제가 힘 조절을..!"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프리가가 그 소리를 듣고 재정신을 차렸다는 것일까.


"프..리가.."

"주인님!"

"안아주기.. 한달.. 금지.."


프리가가 고하길, 곰은 사람을 찢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방금 몸으로 깨달았다. 곰은 사람을 찢지 않는 대신에, 사람을 가볍게 접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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