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그렇지만 할로윈 이니까요! 아이들을 위해서 꼭 입어주세요!"


간곡히 설득하는 모모의 모습을 난처하게 바라보는 마리아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령관의 계획으로 시작된 할로윈 연극, 그것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소식에 그녀가 얼마나 기뻐했는가. 하지만 기쁜 것은 기쁜 것이고, 연극을 위해 입어야 하는 이 복장은 별개다.


"그래도 이 옷은.."

"아무리 봐도 이번 연극에 정말 어울리지 않나요?"

"......" 


모모의 심오한 취향까지는 아무리 바다와 같은 넓은 마음씨와 배려심을 지닌 마리아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아니, 그보다 아이들이 이런 의상을 과연 좋아하긴 하는 것이고, 이게 아이들의 정서 교육에 도움이 되긴 하는 것이란 말인가. 그저 모든 것들이 의심스러웠다.


"후후후, 마리아 씨는 아직도 망설이는 것 같네요."

"어, 어쩔 수 없잖아요! 이건 아무래도..."


마리아는 눈물만 흘리지 않았지 거의 울고 싶은 심정으로 되받지만 그런 마리아를 바라보던 모모가 살짝 주변 눈치를 살핀 뒤, 슬며시 마리아의 귓가에 조곤조곤 속삭이며 마치 악마가 거부할 수 없는 계약서를 내밀듯 마리아에게 마수를 뻗어나갔다.


"사실.. 이건 비밀인데, 마리아 씨가 입을 예정인 이 의상을 사령관 님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하셨어요."

"그, 그건..!"

"그리고 사령관 님도 직접 연극을 관람하러 오신다고 하던데..."

"읏!"


조금은 처져 순박해 보이는 마리아의 눈동자가 더욱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리아가 정말 사랑하는 사령관이, 이 옷인지 종이 쪼가리인지 구별조차 가지 않는 이것을 좋아한다는 모모의 말을 순순히 믿어도 되는 것일까.


"후우~ 어쩔 수 없죠. 마리아 씨가 정 싫다면... 아쉽지만 다른 분에게 부탁을 할 수 밖에 없겠네요."


모모는 마리아의 손에 들려있는 옷을 살며시 잡아 당기며 그녀를 향해 쐐기를 박아 넣었다. 망설이고 흔들리는 사람을 설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조바심이 들도록 하는 것이라 사령관이 그러지 않았던가. 백토를 능숙하게 조련하는 사령관을 곁에서 본 모모는 그 가르침을 충실하게 이행했다.


"자, 잠시만요!"


'걸렸다.'


과연 사령관의 가르침을 어긋나지 않았다. 마리아는 순식간에 모모의 손아귀에서 옷을 낚아 채며, 결심을 굳혔다.


"제가 입을게요! 아니! 꼭 제가 입게 해주세요!"

"네~ 물론이죠! 잘 생각하셨어요!"


순진한 마리아는 결국 모모가 건넨 독사과를 건네 받았다.


"이, 이렇게 입으면 되는 건가.."


팔을 구속하는 수갑과 눈을 가려주는 안대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입은 마리아가 발에 족쇄를 잠그며 자세를 잡았다. 아이들이 볼 연극에 이런 과격한 의상이 왜 등장하는가 의문이 들었다만, 어차피 입기로 한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니 성실한 그녀로써는 그저 최선을 다해 역할에 임할 뿐이었다.


"저, 모모 씨? 이것 좀 도와주시겠어요?"

"앗! 벌써 다 입으셨네요~ 잠시만요!"


결국 마리아는 한동안 모모와 둘이서 씨름을 한 결과 의상의 모든 부분을 입을 수 있게 되었다. 안대까지 착용하자 앞이 보이지 않았기에 평소 시력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되었지만, 그런 부분들을 제외하고도 사령관이 직접 참관하는 이번 연극에서 한 일원이 되어 어필할 수 있어 기뻤다.


"후우! 이거 생각보다 큰일..."

"모모! 모모! 큰일 났어요! 백토가 또!"

"네? 백토가요? 에잇! 이렇게 바쁠 때.. 마리아 씨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금방 다녀올게요!"

"네? 자, 잠시만요! 이건 풀어주고..!"


갑작스레 난입한 뽀끄루의 외침에 모모가 서둘러 뽀끄루를 따라 나가버리자 마리아는 허망하게도 넓은 연극장에 홀로 남겨지게 되었다. 차라리 손의 구속구라도 풀어주고 나갔으면 괜찮았을 것을, 모모가 서둘러 나가버려 마리아는 결국 속박된 채 남겨져 버렸다.




"지금 쯤이면 적당히 준비하고 있으려나?"


적당히 바쁜 업무들을 끝내고 남는 시간에 카페에 처박혀 홀로 커피를 훌쩍이던 사령관은, 조만간 있을 연극을 위해 준비하고 있을 마법소녀들이 떠올랐다. 분명 이번 연극에는 특별 게스트들도 참여한다고 했으니 나름 그로써도 기대하고 있는 중이기도 했고.


"좋아! 어차피 할 일도 없고, 직접 구경 가볼까."


이런 사소한 부분조차 신경 쓰는 것이야 말로 사령관 본연의 임무가 아닐까 생각 하면서 사령관은 연극실의 문을 열었다.


"뭐야? 아무도 없.. 응?"

"거기... 누구 있으신가요? 혹시.. LRL이니?"


연극실에 들어오자 사령관의 눈에 들어온 것은 홀로 남겨져 구속복을 입고 있는 마리아였다. 사실상 중요 부위들만 간신히 가린 채 무릎을 꿇고 있는 마리아의 모습에 사령관은 일순간 멘탈이 아득해지는 기분이었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분명... 저 옷은...'


사령관의 기억에도 어렴풋이 기억나는 마리아의 옷. 아니, 옷이라고 보기엔 좀 이상하지만 아무튼. 저것은 모모가 연극의 결제를 받으며 올렸던 보고서에 분명 언급되어 있었다. 그때 그는 다른 업무로 정신이 없어 대충 흝어보고 서명 했는데, 진짜로 저걸 준비할 줄이야.


"저기... LRL? 혹시 거기 있는 거라면... 나를 좀 도와줄 수 있겠니?"


안대를 차고 있어서 보이지 않기 때문인지 마리아는 사령관을 LRL로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꿈틀 거리면서 사령관을 향해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홀로 어떻게 저 옷을 입었는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지만 사령관은 일단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이걸 좀 풀어줬으면 좋겠는데.."

'음...'


풍만한 마리아의 가슴에 비해 구속구가 작았기 때문에, 그녀의 가슴이 더욱 도드라지게 느껴질 정도로 눌려 있었다. 무릇 신체 건강한 남성이라면 이런 매혹적인 자태에 저항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지만 일단 그는 침착하게 그녀에게 다가서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아, 그게.. 난 사령관 인데."

"주인님?!"

"잠깐 상황을 보러 왔어."


안심되는 상대가 등장했기 때문일까. 마리아는 다소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쉬며 다시금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주인님? 이것 좀 벗겨 주시겠어요?"

'꿀꺽'


육감적인 몸매를 드러내고 중요한 부분들만 간신히 숨긴 마리아가 얼굴을 붉히며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을 사령관이 쉽게 참을 리 없었다.


"주, 주인님...? 어째서 계속 보고만 계신 건가요...?"


사령관이 말없이 계속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 마리아의 음색이 불안으로 물들었다. 마치 흉포한 맹수 앞에 발가벗은 초식 동물이 된 것 마냥, 그녀는 잔뜩 움츠러들어 가늘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


"꺄악! 주인님!"

"어허! 도와주려는 거야. 얌전히 있어."


도와준다는 말과 다르게 계속해서 가슴이며 얼굴을 어루만지고 어느새 다른 손은 마리아의 허벅지며 고간을 쓰다듬기 시작하는 사령관의 행보에 마리아가 몸을 비틀며 벗어나려 했지만, 이미 구속된 마당에 그런 저항은 소용없었다. 오히려 사령관의 욕망에 불을 붙일 뿐.


"으... 읏! 저, 정말.. 도와주시고 계신 거 맞죠?"

"그렇다니까~ 나한테 맡겨 흐흐흣.."

"히이익!"


결국 한 마리의 가녀린 초식 동물은 흉포한 맹수에게 맛있는 보양식이 될 뿐이었다. 그것도 곱게 포장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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