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무슨 말씀이세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속으로만 생각하던 것이 입 밖으로 튀어나온 모양이다. 능숙하게 커피를 훌쩍이며 말을 돌리자 과연 탈론페더 역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그녀는 최근 들어선 자신의 은밀한 취미를 숨길 마음도 없는 모양인지 저렇게 대놓고 카메라를 보며 침을 줄줄 흘리는 등 자가발전만 하지 않았지 증상이 심화되고 있었다.


"흐으~ 내가 촬영했지만 정말 잘 찍혔다니까..."


탈론페더의 손에 들린 카메라에서는 이미 질척이는 소리와 여성의 신음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곁에 내가 있어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영상을 편집하고 있었다. 아무리 내가 적당히 한다면 허가하겠다 말해 놓기는 했지만.. 저건 좀..


"그.. 취미 생활은 뭐라고 하지 않겠지만.. 부관 업무는 끝낸 거니?"

"네! 사령관 님에게 보내 뒀어요. 결재만 해주시면 끝이에요."


차라리 자기가 맡은 업무조차 끝내지 못했다면 혼낼 명분이라도 있겠지만 탈론페더는 의외로 일처리가 꼼꼼하고 야무진 아이였다.


'그 꼼꼼하고 야무진 실력으로 뽀르노 같은 것들을 만들어서 문제지..'


하지만 가만히 그녀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생각보다 그녀는 청초하고 순수해 보이는 미녀였다. 호리호리한 체형이지만 밸런스 잡힌 몸매와 갈색 빛 머리칼을 단정하게 정돈한 헤어 스타일은 그녀의 청초한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주는 힘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다른 사람들을 도촬 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찍지 않네.'


탈론페더가 올렸다는 문건들을 결재 하면서도 그녀의 취향에 대해 고뇌 하던 중, 이번엔 그녀에게서 질문이 날아들었다.


"사령관 님, 혹시 칸 대장 님과 진도는 얼마나 나가셨어요? 포옹? 키스? 그것도 아니면.. 꺄악~!"

"아.. 칸 말이야?"

"후후후.. 제가 말하기도 뭣하지만, 칸 대장 님 정말 아름답고 멋지지 않나요?"


칸이라.. 칸 역시 매력적인 여성이지. 하지만 지금 당장 내 관심사는 바로 옆에서 망상을 토해내며 얼굴을 붉히는 탈론페더 였기에 나는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정말이지 칸 대장 님은 같은 여성이 봐도 매력적... 응? 사, 사령관 님..?"

"생각보다 정말 많이 찍었구나."

"아앗! 내 카메라!"


탈론페더의 손에서 카메라를 슬며시 뽑아내 내용물을 확인하자 엄청난 수의 사진들과 동영상이 저장되어 있었다. 아니 이건 또 언제 찍은 거야? 내가 자는 모습까지 찍혀있는 모습에 살며시 골이 아파오기 시작했지만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탈론페더는 필사적으로 카메라를 향해 손을 휘젓고 있었다.


"안돼요! 이번엔 정말 힘들게 모은거란 말이에요!"

"아, 걱정 마. 지우려는 것은 전혀 아니니까."

"네? 그럼 왜..."


혹여 그녀의 콜렉션이 또다시 삭제되는 비극을 맞이할까 걱정하는 모습에 나는 그녀를 안심 시키면서도 카메라를 한쪽 구석에 세팅하며 나와 그녀의 모습이 잘 찍히도록 설치하였다.


"좋아! 그럼 시작해 볼까."

"네? 뭘 시작.. 꺄악!"


이 도촬마에게 스스로가 피사체가 될 기회를 줌으로써 갱생 시키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솔직히 그냥 아름답고 청초한 외모의 그녀가 망가지는 모습을 찍고 싶었을 뿐이었다.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아이가 사진 한 장 없다면 그것이야 말로 고성능 카메라를 낭비하는 것 아니겠는가.


"생각보다 가볍네?"

"이, 이런 건 칸 대장님에게 해주세요!"

"하지만 난 지금 당장은 네가 더 꼴리는데?"

"네? 그, 그런..."


가볍게 안아 든 탈론페더는 생각보다 가벼운 무게였기에 가뿐히 들렸지만, 몸부림 치는 그녀 때문에 다소 저항감이 있었다. 물론 칸과 내가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탈론페더가 더욱 좋아 할지도 모르는 일이나, 그게 중요한가? 내가 지금 당장은 탈론페더가 더 꼴리는 걸.


"그럼 지금부터 탈론허브 라이브 방송을 시작해야겠네."

"으으.. 타, 탈론허브는.. 녹화 방송 위주인데.."

"걱정 마. 사령관 권한으로 이제부터 라이브 방송도 시작 할 거니까."


필사적으로 변명 거리를 쥐어 짜는 그녀의 반론을 가볍게 무시하며 나는 그녀를 조심스레 책상에 내려 놓고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탈론페더의 공개 치욕 야쓰 방송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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