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가 말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요,초콜릿 상자과도 같다고.


난 전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고있다. 왜냐고? 난 인류가 영원한 잠과 인간인 척하는 기괴한 벌레들에게 멸망하기 전부터 살아왔다. 기업과 정부의 두번의 큰 전쟁과 하늘에서 내려온 인간들과의 전쟁 때 모두를 구하기위해 처절하게 싸운 내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과 멸망 후에 복원된 바이오로이드들은 눈을 반짝이며 나를 우상으로 여겼다. 누군가의 귀에는 영웅담처럼 들렸겠지만..내겐 아니였다. 그래서 난 전자의 말을 전적으로 동의하고있었다.


뭐? 그럼 후자는? 음...상자를 열기 전까지는 어떤 것을 집을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인생은 초콜릿 상자과도 같다..

달콤한 향으로 사람을 유혹하여 자신을 먹어주길바라는 수많은 초콜릿 중에서 한가지를 고른다면..아마...쓰디쓴 다크 초콜릿을 집을거 같군..난 달콤함과는 거리가 있으니깐..


쓸데없는 잡담은 여기까지하도록하지. 지금 나는 매우 바쁘니깐. 응? 왜냐고?

내 앞에 있는 엘리베이터에서 그가 나오길만을 기다려야하니깐. 언제 나오는거야 도대체..이런 차림으로 날 기다리게 하다니..나중에 꼭 되갚아줄테다...아..미안하군. 한 부대의 지휘관으로써 안절부절한 모습을 보이고있다니..면목이 없군.


응? 귀엽다고? 하하..칭찬으로 받아주지.


아. 엘리베이터의 불이 들어왔다. 그가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층을 나타내는 숫자가 점점 높아질 때마다 내 심박수도 점점 높아져만 가는 군..맨날 만나는 그인데..맨날 인사하고 말도하고..때로는 같이 웃고, 같이 울고, 같이....아니다. 여기까지 말하도록하지. 잠시 자리를 비켜줄 수 있나? 여기서부턴 단 둘이서만 즐기고싶다만..


후후..고맙군.




문이 열리고 정장을 입은 그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와 새하얀 카펫 위에 발을 올리자 페어리 시리즈의 대원들 수많은 꽃잎들을 뿌려대는군..

이걸로 빨개진 내 얼굴을 가려줬으면 좋겠구만..그가 입꼬리를 올리며 내게 작은 상자를 내밀고는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태양빛을 머금고 반짝반짝 빛나는 금색의 반지가 들어었었다. 그는 내 왼손을 살포시 들어올린 다음, 조심스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손이 가느다라지만 잔 상처가 많은 내 손에 닿을 때마다 얼굴이 한층 더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오른손으로 입을 가리고 눈을 피한 것을 본 그는 왼손에 살짝 입을 맞추고는 상자에서 반지를 꺼냈다. 그리고...그 반지를 내 왼손 약지에 아주 조심스럽게..아주 신중하게 끼웠다. 반지가 내 손가락의 둘레에 맞춰 자리를 잡는 것을 본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손가락의 반지가 반짝일 때마다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


"칸?"


그의 부름에 난 그를 다시 바라보았다. 내 허리에 손을 감고는 나를 끌어당겼다. 그리고 그의 입술이 내 입술과 닿았다.

조금 축축했고, 부드러웠으며 따뜻했다. 눈을 지그시 감고 그의 입술을 느꼈다. 어디선가 박수치는 소리와 휘파람 소리, 그리고 누군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냥 무시하기로했다. 


지금 이 감정과 순간은 두번다시는 없으니깐..제대로 느껴야했다.




갑판 위에서의 모든 행사를 마치자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나는 그에게 공주님 안기라고 불리는 방법으로 그의 품에 안겨 오르카호를 돌아다녔다. 대원들은 날 부러움과 동시에 질투가 느껴지는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고있었다. 난 그 눈을 마주칠 때마다 그의 목을 더 휘감았다.


"무겁지않은가..?"


그는 아무런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도 그렇고 다들 저 상냥함에 반하거구나..라고 생각을 하며 그의 눈을 피했다.

얼마나 복도를 돌아다녔을까..벌써 내 방 문 앞이었다. 즐거운 시간은 금방 끝난다고하더니..나는 그를 쳐다보았다. 내 시선을 눈치챈 그는 나를 내려주었다. 그의 품에서 내리자마자 나는 헛기침을 한두번하고 두 손을 가슴쪽으로 모은 다음 이 때까지 날 에스코트 해준 것에 대해 감사인사를 전할려고했지만..입은 떨어지지않았고, 손은 떨렸다. 이대로 헤어지기싫다..그와 더 있고싶다고..몸이 그렇게 말하고있었다.


지금 내 행동과 모습은 마치 10대 소녀와도 같았다.




"칸?"


"어...?"


 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있었다. 그의 눈에 나는 괜시리 눈을 피하고 손을 꼼지락거렸다.

지휘관으로써 실격이었다..이런 모습을 보이고말다니..힘내는거야 케시크. 넌 할 수 있어. 라고 속으로 되뇌이고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나는 그를 쳐다보았다.


"사령관, 아니..당신."


"...응. 왜? 칸.."


내 말에 그는 조금 벙찐 모습을 보였지만 미소를 보이며 내 이름을 불렀다. 


"내 방에서 좀 더 시간을 보내 줄 수 있나..?"


내 말에 그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복도에 있는 CCTV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근데..하늘이 어두워졌네..안 그래..?"


"응...?"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하늘이 어두워지긴했지만 여긴 잠수함 안 인데..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도 잠시. 복도에 차단벽이 내려오고 불이 꺼졌다. 정전인가 싶었지만...정전이 아니였다.




휘향찬란한 네온사인이 라인을 따라 어두운 복도를 밝게 빛냈고 스피커에서는 몸이 저절로 들썩이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 아름답고도 화려한 광경에 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는 멋쩍게 웃고는 몸을 들썩이며 내 허리를 휘감고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칸 방 말고..내 방으로 가자."


"정말이지.."


얼굴을 붉히며 그를 쏘아붙었지만...나는 그의 손을 살포시 붙잡고 네온사인으로 빛나는 오르카호를 걸었다.

대원들도 네온사인의 불빛과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을 즐기며 몸을 들썩이거나 담소를 나누고있었다. 그 평화롭고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는 풍경에 나도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 덕분에 우리의 인생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쓰디쓴 다크 초콜릿과도 같았던 인생은 달콤함과 약간의 쌉싸름함이 느껴지는 밀크 초콜릿처럼 되었다. 꿈만 같았다. 이런 인생이 꿈만 같았다. 나는 내 옆에서 몸을 들썩이며 내 보폭에 맞춰 걷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꿈만 같군.."


"무슨 의미지?"


그는 네온사인의 불빛으로 가득한 앞만을 바라보며 음악에 맞춰 몸을 들썩이며 내 말에 질문을 던졌다. 

나도 그가 바라보고있는 앞만을 바라보며 그의 말에 대답을 해주었다.


"이런 모든게..꿈만 같다는 의미지...사령ㄱ...그대 덕분에 우리는 꿈만 같은 인생을 보내고있어..인생은 꿈인걸까..?"


"이 모든게 꿈이라면..만약 하늘 위의 천국에 너를 데리고 갈 수 있고..네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나라고 말할 수도 있고..안녕, 다시 안녕, 그리고 우리가 다시 만나길 기대해..라고 말할 수도 있고..내 소중한 꿈들이 현실이 되고..네가 내 인생을 전부를 널 사랑하는데만 쓰게 해준다면...인생은 꿈이겠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이상한 말을 해대는 그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뭐야..그게.."


"난 매번 칸을 보며 생각을 해. 만약 칸이 내가 원하는대로 해준다면..우린 정말 괜찮을거라고."


"....."


음악은 점점 절정에 달하고있었다. 귀를 찢어버릴 듯한 색소폰의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가수들이 흥얼거렸다.

그렇게 얼마나 또 걸었을까 우리는 그의 방 문 앞에 서있었다. 그는 내 허리에 감고있는 손을 떼고는 주머니에서 카드키를 꺼낸 다음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고 그는 방 안으로 들어갔지만 난 그저 멍하니 서있었다.


"칸? 왜 그래?"


그는 내게 손을 뻗으며 나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래..나는 그의 이런 세심한 면모에 반했지...

나는 그의 손에 살포시 내 손을 얹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오늘 그대에게 큰 빚을 졌군...이 빚은 이 모든게 끝나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나만의 방식으로 갚아주도록하지.."


내 말에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나를 낚아채고는 꽉 끌어았다.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심장과 몸이 터질것만 같았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나는 '품'이라는 감옥에 갇혀버렸다. 그는 내 턱을 쓸어내리며 입을 열었다.


"천천히 갚아도 돼."


하고는 입술을 포갰다. 아까 갑판에서 했던 것과는 다르게 농밀하게..진하게 입술을 포갰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어느새 끝을 맞이하고있었다. 나는 그의 입술을 느끼며 그의 어깨를 '톡톡'하고쳤다. 내 손짓에 그는 포개고있던 입술을 떼고 나를 바라보았다. 서로의 입술에 이어져있는 타액이 네온사인의 빛을 머금고 휘향찬란하게 빛났다. 나도 그의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대와 함께 하늘 위의 천국에 가고싶다..내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사람은 그대 뿐이야..안녕, 다시 안녕, 그리고 우리가 다시 만나길 기대해..라고 질리도록 말해줄 것이다...난 그대의 소중한 꿈들이 현실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난 그대가 원하는대로 해줄 것이다..우린 정말 괜찮은 사이니깐..."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가수의 마지막 가사 나오고 음악이 끝났다. 정적과 네온사인을 타고 흐르는 공기만이 흐르는 방 안에서 우리는 한동안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얼마나 바라보았을까 스피커에서 다른 음악이 흘러나올려고할 때 그는 나를 침대로 밀쳤다.


"앗.."


"칸..."


그는 내 이름을 부르며 입고있는 정장의 자켓을 아무데나 던지고는 셔츠의 단추를 하나하나 풀었다.

나는 오른쪽 다리를 꼬며 무릎 위에 팔을 올리고 그 위로 턱을 괴며 그의 눈을 바라보며 내 머릿속에 계속해서 감도는 단어를 나지막히 말했다.


"Life Could Be A Dream...Sweetheart.."


그렇게 방문이 닫히고 나는 그의 품에 안겼다. 그의 품에 안겨있는 내내 나는 이 모든게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혹자가 말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요.초콜릿 상자과도 같다고.

예전의 나라면 전자의 말에 동의를 했겠지만 지금의 나는 인생은 희극과 비극도, 초콜릿 상자 안에 있는 쓰디쓴 다크 초콜릿도 아니라고 말하고싶다.


인생은 꿈과 같았다.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몸이 들썩이고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리고 무엇보다..누군가와 함께 꿈을 꾸는 것만큼 행복한 것은 없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고? 후후..비밀이다. 나중에 알려주도록 하지. 지금 나는 그의 무릎에 누워 잔뜩 잡지를 들여다보고있기 때문에 좀 바쁘거든. 그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 때 복도에서 흘러나온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고.


"칸."


"당신. 왜?"


나는 무심하게 잡지의 페이지를 넘기며 그의 말에 대답을 해줬다.


"나 이제 슬슬 칸과의 사랑의 결실을 가지고싶어.."


귀를 의심했다. 손에 들고있는 잡지를 부우욱. 하고 찢었다. 반으로 갈라져버린 잡지 사이로 그의 얼굴을 본 나는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

그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나를 바라보고있었다. 그 때 나를 안았을 때와 똑같은 표정이었다.


"사...사랑의 결실이라니..! 그게 무슨...! 그건...너무...너무...!"


"칸...?"


"아니...어쩌면..지금이 적기일지도..."


"그렇지?"


"먼저 용기를 내줘서 고맙군..지금은 내가 리드하도록하지.."


하하... 미안하지만. 잠시 자리를 비켜줄 수 있나? 여기서부턴 단 둘이서만 즐기고싶다만.. 




글쓰기 재활 겸 한번 써보았읍니다.

칸 웨딩 스킨대사 너무 쩌는거 아닙니까? 무과금 실패함.



여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때까지 쓴 글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