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관은 오늘은 뭔가 재미난 일이 없을까하고 오르카호 복도를 돌아다녔다.


하지만..


"주인님? 죄송해요..지금 이벤트 준비를 하느라.."


"인간! 빨리 길 안 비켜?!"


"각하! 저 좀 빼주십ㅅ..으겍!!"


"브라우니. 이따가 좀 봅시다."


"그대여. 혹시 한가하면 나랑..."


대원들 모두 곧 있을 이벤트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가장 한가한 대원을 찾아가기로했다.

하지만 혹자가 말하길. 인생이란 원래 자기 맘대로 되는게 아니라고했다.


가장 한가한 대원의 방문 앞에는 노란색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포스트잇에는 이렇게 적혀져있었다.


'권속이여! 짐은 지금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러 길을 떠났노라! (오늘 유치원에서 현장체험학습 가기로 했대요.)'


"아."


짧은 탄식이 나왔다. 그는 손에 들려있는 포스트잇을 팔랑거리며 아무런 생각없이 복도를 돌아다녔다. 

그렇게 낮잠이라도 잘겸 자신의 방으로 돌아갈려던 찰나..


"꺅!"


"악!"


어느 만화에서 볼 법한 전개였다. 길을 걷고있는데 지나가던 누군가와 부딫힌다니..

그는 눈앞에 떠다니는 별들의 갯수를 세면서 천천히 눈을 떴다. 단정한 제복차림, 2대8 정도의 가르마로 단정해보이는 진한 고동색의 단발머리를 가진 청순하지만 그 속에는 엄청나게 시커멓기 그지없는 생각을 하고있는 여인.


탈론페더였다.


"아야야...아파라...."


"괜찮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에 묻은 먼지를 한두번 툭툭 털어내고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사령관님?!"


자신이랑 부딫힌 것이 사령관임을 알아차린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그의 손을 멍하니 바라보고있었다.

슬슬 팔이 아파오기 시작했는지 그는 손을 한번 흔들면서 그녀에게 빨리 손을 잡고 일어날것을 권유했고, 그녀는 떨떠름한 마음으로 그의 손을 붙잡고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났다.


"어딜 가는 길이었나?"


"아, 오르카호에 설치한 카메라를.....흡!"


그녀는 한손으로 입을 가리고 하던 말을 멈추었다. 사령관은 늘상 있는 일이라도 되는지 손을 휘휘저었다.

그러자 그녀는 한숨을 '휴'하고 내뱉고는 치마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는 사령관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면 사령관님은 어디 가시는 길이었나요?"


"나...? 음....그냥 할일없이 돌아다니고있었는데..."


"그런가요?"


그는 턱을 매만지며 눈을 굴렸다. 


"페더."


"네. 사령관님."


그의 부름에 그녀는 두손과 두발을 공손히 모으고 그를 쳐다보았다. 공과 사는 제대로 구분할 줄 아는 그녀의 행동에 사령관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평소에도 저렇게 행동하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을 하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시간있어?"


"네...?"


그녀의 얼굴이 잘익은 유기농 토마토마냥 붉게 물들어갔다. 예상 외의 질문에 그녀의 머릿속에 있는 작은 탈론 페더들은 어쩔 줄을 몰라했다. 잘 정돈되어 있는 그녀의 머릿속은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여 혼돈에 빠졌다. 잠시라도 생각을 정리하고싶었지만 그는 그녀에게 그런 시간조차 주지않았다.


"시간있냐고."


"네네네..?! 시시시...시간이야..! 늘 있죠!!! 네! 시간은 언제나 있죠!"


그녀의 알 수 없는 말에 그는 다시 턱을 매만지며 눈을 굴렸다. 조금은 애매모호한 대답이었지만 그녀는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는 것은 탈론 페더는 한가하다는 것이고 한가하다는 것은 자신과 놀아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드디어 지루함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 그는 그녀를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기 위해 그녀의 손을 붙잡고 달렸다.


"잘됐네. 나랑 좀 놀아주라."


"네...?! 잠시만요! 사령관님!!!"


탈론 페더는 그를 말려보려했지만 그는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이야! 죽어라!"


"......."


방에 도착하자마 그는 닥터가 복원해준 게임기의 전원을 켜고 컨트롤러를 넘겨준 다음 캐릭터들끼리 치고박고 싸우는 게임을 켰다. 화면 속의 캐릭터들은 휘향찬란한 기술을 뽐내며 서로를 먼저 쓰러뜨니느라 여념이 없었다. 게임이라고는 안면식도 없었던 그녀는 그가 조종하는 캐릭터의 주먹에 두들겨맞고는 픽하고 쓰려졌다. 


"페더, 왜 그래? 재미없어?"


"아뇨..재밌어요.."


말은 그렇게했지만 사실은 재미없었다. 아무것도 못 하고 10판 이상을 졌는데 현실에서 피를 안 흘리는 것만으로도 용했다.

그녀는 끌어오르는 분노를 살인 한번 대신 마음 속으로 '참을 인'자를 세번 새기며 화를 누그려뜨렸다.


그녀가 재미없어한다는 것을 눈치챈 사령관은 한창 진행 중이던 게임을 그냥 꺼버리고는 침대의 난간에 걸터앉았다.


"에...?"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격투 게임말고 다른 게임이나 해볼까해서.."


"....어떤 게임인데요..?"


"일로 와봐.."


침대의 난간에 앉아 눈을 피하며 손가락이나 만져대는 그의 모습을 본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나란히 앉은 둘은 서로 손을 더듬다가 얼떨결에 서로의 손을 잡아버렸다. 늘 상있는 일이라도 되는지 둘은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서로의 손에 나오는 온기를 느꼈다. 


그렇게 한동안 서로의 온기를 느끼고있던 와중에 먼저 입을 연 것은 페더였다.


"이대로 손만 잡으실 생각이신가요...?"


"....."


그녀의 질문에 사령관은 그녀를 흘겨보았다. 그녀 또한 그를 흘겨보고있었다.

서로 생각하는게 같다고 생각한 사령관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그녀의 다른 한손을 잡고는 천천히 그녀를 쓰러뜨렸다.


"당연히 아니지."


그녀는 사령관과의 다른 게임에서도 10번 이상을 졌다.






페더가 갑자기 꼴려서 써보았읍니다.

재미없는 글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때까지 쓴 글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