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설정과 다릅니다.




콘스탄챠를 처리한 펙스소속의 콘스탄챠는 홀가분한 기분으로 양손을 툭툭 털어내며 복도를 걸어나갔다.

자신은 이제 살았다는 생각이 그녀의 마음을 더욱 가볍게 만들어주었다. 사령관이 올 때까지 안전한 곳에 숨어있기만하면 이 지옥을 벗어날 수 있었다. 다행히 운은 그녀의 편을 들어주고있었다. 콘스탄챠를 구렁이로 빠뜨린 이후로 괴물은 코빼기도 보이지않았다.


'뭐야..다 어디로간거야..? 불안하게시리..'


괜한 불안감에 소름이 돋긴했지만 지금이 기회였다. 그 괴물이 안 보이는 틈에 빨리 숨어야만 했다. 그녀는 일단 시설 내에 있는 비상용 벙커에 숨기로 했다. 그 곳에는 폭탄으로도 열리지않는 단단한 문과 물과 식량이 있었다. 일단 그 곳에 숨어 사령관이 올 때까지 버티기로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녀가 벙커에 도착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지랄 염병을 해라..제발...제발..."


벙커로 가는 문들 중에 이제 하나의 문만 열면 벙커였지만 그 문은 열리지가않았다. 암만 카드키를 갖다대보고 비밀번호를 눌러보아도 문은 열리지가 않았다. 처음에는 웃으면서 단순하게 넘겼지만 그 횟수가 스무번을 넘어가자 그녀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사라졌다. 카드키를 소매에 비벼보기도하고 입김을 '호호'하고 불어보기도했지만 문은 그녀를 거부하고있었다. 


그녀의 인내심은 점점 한계를 보이고있었다.


"시발! 좀 열리라고!"


결국 그녀는 불안감과 분노에 주먹을 꽉 움켜쥐고 문을 쳤다. 그녀의 손짓에 문이 열렸다. 그녀의 발악을 가엾게 여기기라도 한 것인지 아니면 그녀의 카드키를 이제서야 인식을 한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일단 문이 열렸으니 그녀의 얼굴에는 다시 웃음꽃이 만발했다. 이제 벙커에서 얌전히 기다리기만 한다면 이 지옥을 벗어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라이플과 손전등을 챙겨들고 벙커를 향해 발걸음을 서두를려고했다. 


"어머. 너가 문을 열어줬구나."


문이 열리고 피와 같은 붉은빛에 비춰진 그림자들을 본 그녀는 들고있던 손전등을 떨어뜨릴 뻔했다. 그녀는천천히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바닥에 질질 끌려다닐 정도로 길게 늘어진 보랏빛 드레스에 목에 걸려있는 돌멩이에 나오는 붉은빛처럼 강렬한 붉은색의 단발머리를 가지고있는 여인이 서있었다. 그 여인을 본 그녀는 자동으로 허리를 빳빳하게 세웠다.


"데...델타님! 무사하셨군요..!"


그녀의 걱정스러운 말에 델타는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죽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나?"


"아..아닙니다! 절대 그런 뜻이 아니라..."


"뭐..상관없어. 그나저나..어디가는 길이었지?"


그녀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델타의 질문에 대답해주려했지만 입이 떨려서 말이 제대로 나오질 않았다.

델타의 심기를 건들이는 순간, 그녀는 델타의 손에 죽을 것이 분명했다. 쿵쾅거리는 심장을 주먹으로 한두번 내리친 다음,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데데데...델타님...델타님도 빨리 숨으셔야합니다..여기에 지금 괴물들이.."


"괴물?"


델타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곰방대를 입에 물고 숨을 들이쉬었다. 곰방대 안에 있는 담뱃잎이 타들어가는 모습을 본 그녀의 마음도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그 순간, 어디선가 들려온 그르렁거리는 소리와 날카로운 무언가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들렸다. 


그 심기불편한 소리에 그녀는 일단 델타에게 이 끔찍한 상황을 빠르게 설명을 하고 벙커에 숨고싶었다.


"네..이 시설에 지금 괴물들이...."


델타에게 한참 설명을 이어나가던 그녀는 델타의 뒤에서 무언가를 보았다. 그것을 본 그녀는 말을 이어가질 못 했다.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델타는 그런 그녀를 벌레를 보는 듯한 눈으로 하찮게 바라보며 곰방대를 입에 물고 연기를 한두번 삼키고 '후'하고 뱉어내고는 자신의 옆에 다가와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애교를 부리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계속 말해봐. 괴물이 뭐?"


"데...데...델타님...그...그...그..."


"말해봐. 괴물이 뭐?"


그녀는 꿀먹은 벙어리마냥 입을 열지 못 했다. 붉은빛에 비춰진 것은 델타만이 아니였다.




"말해봐. 콘스탄챠. 괴물이 뭐?"


"......"


"설마...내 아이들이 괴물이라는건 아니겠지?"


델타는 천천히 한발한발을 내딛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델타가 다가올 때마다 그녀는 뒷걸음질을 쳤다. 

델타가 한걸음을 뗄때마다 그녀의 뒤에 서 있는 그녀의 아이들도 한발한발 다가왔다. 아이들의 끔찍한 외모와 코를 찌르다 못해 뜯어버리는 듯한 심한 악취에 콘스탄챠는 구역질이 올라왔다.


"말해봐. 콘스탄챠. 괴물이 뭐?"


"......"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사라진 콘스탄챠는 눈을 돌려 빠져나올 길을 찾아보았지만 빠져나올 길은 없었다. 흉측하게 생긴 괴물들이 그녀를 바라보며 이빨과 손톱을 들이밀고있었지만 그들은 델타의 눈치를 보기라도 하는 것인지 그녀에게 더 이상 다가오지는 않았다. 마치 눈앞의 간식을 두고 부모의 허락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입맛을 다시고있었다. 


"말해보라고.."


다시 '후'하고 독한 연기를 그녀에게 뱉었다. 담뱃잎에서 나오는 독한 향에 코가 시큰거렸다. 하지만 괴물들에게서 나는 악취에 비하면 담배연기가 향수처럼 느껴졌다. 델타는 그르렁거리는 괴물들을 쭉 둘러보고는 다시 그녀를 쳐다보았다.


"내 아이들이 배가 고픈가본데?"


"......"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대답을 하더라도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사이좋게 나눠먹어야한다?"


델타는 괴물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그녀의 목걸이에서 나오는 붉은빛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얌전했던 괴물들은 괴성을 지르며 그녀에게 점점 다가왔다. 이제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생각한 그녀는 다가오는 괴물들을 보지않기 위해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겨우 이 지옥을 벗어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 자신이 미워졌다. 


"네. 회장님."


괴물들 사이에서 델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듯 보였다. 


"그가 오고있다고요? 네...네...네. 알겠습니다...잠깐!"


델타의 외침에 괴물들은 하던 것을 멈추고 뒤를 돌아 델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목걸이에 있는 돌멩이가 아까보다 더 진한 붉은색으로 빛났다. 그 불빛에 콘스탄챠도 홀릴 뻔 했지만 자신을 애워싸고있는 괴물들 덕분에 불빛에 홀리지는 않았다.


"콘스탄챠. 회장님께서 그가 곧 여기로 온다는구나.."


"네..? 회장님이요..?"


콘스탄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지금 여기에는 자신과 델타, 그리고 괴물들 밖에 없었다.


"그럼. 지금 내 옆에 계시잖니?"


델타의 옆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네...보이네요..하..하하..."


일단 보인다고 대충 둘러댔다. 안 보인다고 말했다간 괴물들의 밥이 될게 뻔했다.


"회장님의 말씀에 따르면 그가 곧 여기로온다는구나.."


"그라니요...?"


"아이작 클라크.."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이름을 가진 이라면 이 세상에서 한명 뿐이었다.


"저항군 사령관 말입니까..?"


"그래.."


그 순간, 그녀는 아까 저항군 소속의 콘스탄챠와 통신실에서 했던 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설마..눈치를 챈건...'


그녀는 아까 한  무전을 델타가 들었을까봐 내심 두려웠고 그 두려움은 곧 얼굴에서 드러났다.


"콘스탄챠? 왜 그러지? 안색이 안좋아보이는데.."


"아...아침을 먹은게 조금 과했던 모양입니다.."


"그래?"


대충 그럴듯한 이유를 둘러대고 그녀의 눈을 피했다. 다행히 델타는 말꼬리를 물지 않았다.

델타는 다시 곰방대를 입에 물고 숨을 들이마셨다. 담뱃잎이 타들어감과 동시에 그녀는 허공을 응시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얼마나 고개를 끄덕였을까 그녀는 숨을 내쉬며 입안에 머금고있었던 연기를 내뱉으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콘스탄챠. 그 아이를 데리러갈건데. 같이 가줄 수 있어?"


"그 아이라뇨..?"


델타는 콘스탄챠의 어깨를 토닥이며 입꼬리를 올렸다.


"너와 똑같이 생긴 아이지..아..이젠 아닐려나..."


델타의 표정을 본 콘스탄챠는 자신도 모르게 실례를 저지르고말았다.




"좋아..됐다..일단 이 정도 해두고 나중에 의무실을 찾으면 거기서 제대로 치료해보자구.."


"감사해요..반달..."


콘스탄챠는 자신의 오른쪽 눈을 매만지며 반달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반달은 손을 휘휘 저으며 그녀의 인사를 대충 받아주었다. 

반달은 델타에 의해 적출되어버린 그녀의 오른쪽 눈을 솜같은 걸 넣은 다음, 붕대로 감는 식의 치료를 해주었다. 콘스탄챠는 처음에 이게 과연 맞는건가 싶긴지만 반달의 말대로 나중에 의무실을 찾은 다음, 거기서 제대로된 치료를 받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바이오로이드는 수복제에 담기만하면 회복이 되니깐 말이다.


"그나저나..당신은 치료 안해도 되나요..?"


"나 말이야?"


콘스탄챠는 손가락으로 등과 갈비뼈를 가리키며 반달을 쳐다보았다. 그는 그제서야 그녀가 무엇을 말하고싶은지를 깨달았다.


"아, 걱정하지마. 슈트가 알아서 치료해주고있으니깐 말이야."


그는 뒤돌아 슈트 뒤에서 나오고있는 불빛이 점점 올라가는 것을 보여주었다. 


"신기하네요.."


"그렇지? 아무튼..계속 이동하자구. 언제 어디서 그 놈들이 튀어나올지 모르니깐.."


"네.."


둘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어두운 복도를 걸었다. 가는 내내 그들이 본 것이라고는 환풍구로 이어진 핏자국과 주인을 잃어버린 팔과 다리, 그리고 심한 악취를 뿜어대는 점막들 뿐이었다. 콘스탄챠는 눈살을 찌푸리거나 헛구역질을 하는 등 괴로웠다. 그녀는 손으로 입과 코를 막으며 반달을 쳐다보았다. 반달은 이런 상황이 익숙하기라도 한 것인지 아무렇지도 않았다.


"당신은..아무렇지도 않나요..?"


"나말인가?"


"지금 여기에 당신말고 다른 사람이 있나요..?"


"....."


그녀의 당돌한 말에 반달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째려보았다. 이에 질세라 콘스탄챠도 반달을 째려보았다.

둘은 한동안 눈싸움을 하듯이 서로를 응시했다. 반달은 당연히 콘스탄챠가 물러날 줄 알았지만 그녀는 물러서지않았다. 순한 양처럼 보이던 눈이 순식간에 먹잇감을 발견한 맹수처럼 변한 것을 본 그는 오른쪽 눈마저 성했다면 아마 자신이 졌을거라고 생각을 했다.


"......"


"후..."


알거 다 아는 어른들이 유치하게 애들처럼 싸우고있다고 생각한 반달은 일단 자신이 물러나주기로했다. 고개를 한번 가로저은 다음,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었다.


"뭐..전에도 비슷한 일을 겪었거든.."


"비슷한 일이라뇨..?"


"말하자면 너무 길어.."


"그렇군요.."


콘스탄챠도 더 이상 묻지않기로 했다. 그도 사령관처럼 안좋은 추억이 많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그거 하나 더 없나요?"


콘스탄챠는 반달의 손에 들려있는 공구를 가리켰다.


"뭐? 이거 말이야? 아쉽지만 하나밖에 없어."


공구에 묻은 뗏국물을 손으로 살살 문지르며 반달은 어깨를 살짝 들썩였다. 콘스탄챠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권총과 반달의 공구를 한번씩 번갈아가면서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권총보다는 그의 손에 들려있는 공구가 더 믿음직스러워보였던 모양이었다.


사령관이 그 공구를 사용하는 모습을 늘 옆에서 봐왔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대신 비슷한걸 줄께.."


그녀가 자신의 공구를 탐내하고있다는 것을 눈치챈 반달은 벨트에 걸어놓았던 다른 공구를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언듯보기엔 전기톱처럼 보였지만 날부분이 레이저로 되어있었다. 




"이건 뭔가요..이것도 공구인가요?"


"FH-B1 플라즈마 톱. 작고 휴대가 편리한 도구지. 하지만 조심해. 살짝만 닿아도 손가락이 잘리니깐 말이야."


"너무 위험한거..."


콘스탄챠는 눈을 살포시 감고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이 다음에 올 말이 무엇인지 알았기 때문이었다.


"C. E. C의 까다로운 안전기준에 준수하여 만든거니깐..."


"C. E. C의 까다로운 안전기준에 준수하여 만든거니깐..."


둘은 동시에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래. 잘 알고있네. 안전한 물건이니깐 안심하고 쓰면 돼. 이제 됐지?"


반달은 콘스탄챠의 어깨를 한두번 토닥여주고 다시 발걸음을 뗐다. 콘스탄챠는 손에 들려있는 톱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뭐...이제는 아무래도 상관없으려나..'


적어도 권총보다는 든든한 무기. 아니 공구가 들려있으니 안심이되었다.


"같이가요! 반달!"




"주인님. 일어나세요. 다 왔어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자신을 깨우는 목소리에 사령관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눈앞에는 갈색머리에 연두빛 눈동자를 가진 여인이 자신을 내려다보고있었다.


"콘스탄챠..?"


사령관은 그 여인의 이름을 부르며 뺨을 어루만졌다. 뺨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에 그는 다시 눈이 감겼다.


"네? 주인님. 저에요. 리리스요."


"리리스..?"


다시 눈을 떴을 땐 블랙 리리스가 그의 눈앞에 있었다. 헛것을 봤다는 생각에 사령관은 얼굴을 매만지며 정신을 차리기로 했다.

정신을 차린 그는 슈트의 헬멧을 올리고 수송선에 있는 대원들을 하나 둘씩 깨웠다.


"이병장님..1분만 더요..."


"브라우니..다 왔어요..그리고 전 이프리트가 아니에요."


"리리스 공..벌써 도착했단건가요..?"


"요즘 시대가 좋아지긴했구나..나 때는 이런거 꿈도 못 꿨는데.."


"루가루 공..다른데가서 그런 소리하면 안돼요..."


"뭐래..배에 감자밖에 없는 년이.."


"이잇! 그 말 취소하세요! 당장!"


"쮸히..시끄러.."


시끄러운 소리에 구석에서 자고있었던 장화도 일어났다. 찌뿌둥한 몸을 간단하게 풀어주고는 사령관의 옆에 앉았다.


"넌 쟤네들 데리고 어떻게 싸운거냐?"


"그러게나말이다..."


장화의 말에 사령관은 어깨를 살짝 들썩이며 대충 대답해주었다. 그렇게 무수하게 많은 구름이 걷혀지고 도시의 밝은 빛이 그들을 반겨주었다. 문명이 멸망한 세상이 맞나 싶을 정도로 환하게 밝게 빛나는 도시의 모습에 그들은 입이 다물어지지않았다.


"저희가 사는데에 비하면 완전 딴 세상이지말임다.."


"그러게..나도 저런데서 살아보고싶은걸.."


"다들 조용히하고..저기가 문리버 인더스트리같군.."


 사령관이 가리킨 곳에는 도시의 건물들이 초라하게 보일 정도로 엄청나게 큰 건물이 있었다. 건물 외벽에는 펙스 콘소시엄의 로고와 문리버 인더스트리의 로고가 함께 양각으로 새겨져있었다. 


"일단 저기 옥상에다가 착륙하는 편이 좋을거같아요."


"그래.."


사령관은 천천히 조종간을 돌려 옥상에 있는 착륙장으로 다가갔다.


"근데..왜 무전이 안 오지? 보통 이런게 오면 신원확인차 무전을 날리는게 정상아니야..?"


워 울프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사령관의 옆에 있는 무전기를 쳐다보았다. 


"모두 화장실 갔나보죠.."


"푸하하! 저렇게 넓은 건물에 있는 바이오로이드 모두가 화장실에 갔다는 소리임까?"


"아님말고요..."


"다들 조용히하세요. 장난은 그 쯤 해두는게 좋을거에요."


리리스는 홀스터에서 블랙 맘바를 꺼내들고 워울프와 샬럿, 그리고 브라우니를 쏘아붙였다. 그녀의 눈빛에 그들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눈을 피했다. 이윽고, 그들이 떠드는 사이 수송선은 안전하게 착륙했다.


사령관은 밖으로 나가기 전에 대원들에게 당부를 하듯이 진지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좋아. 될 수 있으면 교전은 피하고 콘스탄챠를 찾으면 나한테 연락해. 알았지?"


다들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사령관은 수송선의 문을 열었다. 고개를 살짝 내밀어 옥상에 다른 누군가가 있나없나 확인을 한 다음 천천히 밖으로 나왔다. 옥상에는 그들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으...좀 으스스한걸..이렇게 넓은 건물에 아무도 없다고..?"


"누구말대로 다들 화장실에 갔나보죠..."


"이봐. 좀 닥치지그래? 아까 쟤가 한 말 못 들었어?"


장화는 턱짓으로 사령관의 뒤에 있는 리리스를 가리키고는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워 울프랑 브라우니는 그런 장화의 말에 살짝 기분이 상했지만 자신들이 잘못한 것이니 일단 물러나기로 했다.


"주인님. 문이 잠겨있어요. 비밀번호라던가 카트키가 필요해요."


"우리한테 그런게 있을리가 없잖아.."


옥상에 있는 문을 열기만하면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문은 으레 그렇듯 굳게 잠겨있었다. 


"나와봐."


너무나도 당연한 일에 사령관은 문 옆에 있는 패널을 뜯어낸 다음, 그 안에 있는 전선을 이리저리 만져댔다. 스파크가 튀기고 이상한 소리가 나더니 문이 열렸다. 너무나도 손쉽게 열어버린 문에 일행은 입이 다물어지지않았다.


"역시 각하임다.."


"나중에 나한테도 알려달라고.."


"그러지."


사령관은 워 울프의 대답을 건성으로 받아주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정전이라도 난 것인지 안은 어두컴컴했다. 그리고 지독한 악취가 풍겨왔다. 그 악취에 모두들 눈살이 찌푸려졌다.


"으..델타가 지독한 년이라고 들었지만..이렇게 지독할 줄은 몰랐군요.."


"그러게나말임다.."


"계속 가자구.."


사령관의 말에 다들 코와 입을 가리고 손전등을 이리저리 굴리며 계속해서 나아갔다. 

이윽고, 이들은 로비에 도착했다. 다행히 로비는 복도만큼 어둡지는 않았지만 로비를 나가는 문은 잠겨있었다.


"젠장..전부 잠겼어..오늘 뭐 단체로 어디 나갔나.."


"그럴리가 없잖아요.."


"그러면 누가 있어야하는거 아니냐고. 왜 아무도 없는건데?!"


"둘 다 그만해.."


여기로 오는 내내 평정심을 유지하고있었던 장화마저 불안에 떠는 모습에 리리스도 살짝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괜히 험악해지는 분위기에 사령관이 중재에 나섰다. 그의 중재에 장화는 '흥'하고 고개를 홱하고 돌렸다. 사령관은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분열이 날까봐 내심 불안했다.


"쮸인님..화내지마.."


리리스의 목에 휘감겨있는 리리쮸의 말에 사령관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굳게 잠겨있는 문 옆에 통제실로 보이는 방이 있었다. 


"내가 저기 통제실로 들어가서 문을 열어볼테니 잠깐 기다리고있어봐."


"네.."


그는 통제실의 문을 열어보려했지만 통제실의 문도 굳게 잠겨있었다. 


"썅..."


"폐하, 저기 환풍구가 있어요."


"아. 고마워."


샬럿이 손가락으로 사령관의 옆에 있는 환풍구를 가리켰다. 환풍구를 본 사령관은 샬럿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문을 뜯은 다음, 그 안으로 들어갔다. 바깥보다 더 지독한 악취에 순간 망설였지만 문을 열기 위해서는 환풍구 안으로 들어가야만했다. 그는 숨을 꾹 참고 환풍구 안을 기어나갔다. 


그 순간, 무언가가 그의 앞으로 빠르게 지나갔다. 

쥐라고 생각했지만 쥐라고하기엔 너무나도 컸다. 고양이라고 생각했지먼 고양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빠른 속도였다. 


"......"


아까처럼 헛것을 본 것이라고 생각을 하며 다시 기어갔다. 이윽고, 틈 사이로 통제실을 본 그는 주먹으로 환풍구의 문을 쳤다.

그의 주먹 한방에 문이 바람 앞의 촛불마냥 나가떨어졌다. 그가 통제실로 들어온 것을 본 대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통제실 안에 있는 그를 쳐다보았다.


"주인님. 들어오셨군요."


"그래그래.."


사령관은 통제실의 패널을 이리저리 만져보았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않았다. 잘못된 패널을 만진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다른 버튼을 눌러보았지만 문은 열리지않았다. 오히려 로비를 비추는 조명을 꺼버렸다.


"시발.."


"폐하..?! 불을 끄시면 어떡합니까..?!"


"미안..이게 아닌가.."


또 다른 버튼을 눌러보았지만 문은 열리지않았다. 그 순간, 천장에서 무언가가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쿵쿵거리는 소리에 일행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천장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방금..저 소리 들었슴까..?"


"다들 무기 꺼내요..."


리리스의 말에 일행은 각자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이봐..? 뭘 할려거든 빨리 좀 해줄래...?"


"알았어..! 기다려봐..시발..뭐가 뭔지..."


사령관은 패널 위에 있는 수많은 버튼들 중, 가장 큰 버튼을 발견하고 그 버튼을 눌렀다.

그 버튼을 누르자 굳게 잠겨있던 문이 열림과 동시에 로비에 불이 들어왔다. 


"휴..이제 됐..."


사령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바깥에 있는 대원들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했다.

분명 5명이 있어야하는데 한명이 더 있었다.












중간에 나온 삽화는 모두 본인의 작품입니다.


쓰다보니 엄청나게 길어졌네요. 

여튼 뇌절에 재미도 없는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때까지 쓴 글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