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엄청나네.."


눈 앞에 펼쳐진 풍경에 사령관은 감탄을 금치 못 했다. 여름에 워터파크로 쓰던 시설을 개조하여 자그만한 호수공원으로 만든 시설이 드디어 완공되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 아름다웠던 탓에 그는 입이 다물어지지않았다.


잠수함 안이라고는 도무지 생각이 안될 정도였다.


"고..고생한 보람이 있네요.."


"마키나. 고마워."


"별...별말씀을요...후아아암..."


마키나는 입에 파리가 들어가도 모를 정도로 크게 하품을 했다. 이 시설의 건설을 위해 몇 날 며칠을 고생했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사령관은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그녀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고생했으니깐 소원 하나 들어줄께."


"그럼..저...좀...잘께요.."


그녀는 이 말 한마디를 남기고 벤치에서 쓰러졌다. 어찌나 피곤했는지 코까지 골며 깊은 잠에 빠진 그녀를 위해 모포를 덮어주고 사령관은 공원의 산책로를 따라 산책을 했다. 따뜻한 햇살과 기분좋게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공원에는 수많은 대원들로 가득했다. 


철충과 펙스와의 전투를 잠시 잊고 웃고 떠들며 저마다의 휴식을 보내는 대원들의 모습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는 대원들이 있는 공원으로 들어갈려고했지만 그 다음에 벌어질 일을 생각하니 뺌에 땀 한방울이 흘렀다. 


대원을 뒤로하고 그는 숲으로 들어갔다. 


나무가 내뿜는 상쾌한 향을 맡으며 길을 걸었다. 공원에 비하면 즐길거리가 없는 숲길에는 그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간만에 느끼는 상쾌한 기분에 그는 기지개를 쭉 키며 피로에 찌든 몸을 풀어주었다. 


"흥..흥흐..흥.."


"응?"


어디선가 들려온 콧노래에 그는 귀를 기울이며 노래를 따라갔다.

흙길이 잘 포장되어있는 길을 따라가자 누군가가 쪼그리고 앉아 나뭇잎에 붙어있는 애벌레를 바라보며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엔젤?"


"아, 구원자님!"


사령관을 본 엔젤은 치맛자락을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날아갈려고했지만 날개를 잠시 접어두고 천천히 한발한발을 내딛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의 앞에 선 엔젤은 쓰고있는 모자를 벗고 헤실헤실 웃었다.


"헤헤..구원자님~"


그는 그녀의 웃음을 맞받아주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의 손길에 그녀의 머리 위에 떠있는 링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졌다.


"뭐하고있었어?"


"교단분들이랑 산책하고있었어요."


그녀는 뒤에 접혀있는 날개를 뽈뽈거리며 당차게 대답했다.


"그래? 근데.."


"왜 혼자 있냐고요? 구원자님께서 여기로 올거라는 빛의 계시를 받아서..라고 말하면 로맨틱할려나요..? 헤헤.."


손가락을 볼을 맞대고 부끄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에 사령관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정신감응능력을 사용하여 예측을 한 것이라 생각했다. 


"자매님들께는 비밀이에요. 그 분들께는 화장실에 간다고 말했으니깐요."


"네네.."


그녀는 손가락을 입에 대며 쉿.하고는 그의 팔에 팔짱을 꼈다. 이럴 때보면 그녀는 천사가 아니라 소악마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마저도 읽었는지 그녀는 볼을 부풀리며 그의 품을 파고들었다. 그는 일단 생각하는 것을 잠시 그만두기로 했다.


그렇게 둘은 한동안 길을 따라 나무와 호수를 감상했다. 나무 위에는 새들이 날아다니며 지저귀었고, 호수에는 오리 가족들이 다 함께 물 위를 거닐었다. 도무지 잠수함 안이라고는 믿겨지지않았다. 


이제 슬슬 숲길 산책로가 끝나고 공원으로 이어지는 길이 보이는 순간, 그의 팔을 끼고있었던 엔젤이 그의 팔을 확 낚아채갔다.


"엔젤..?!"


"구원자님! 요트 타러가요!"


"요트?"


"네! 저기 요트 체험하는 곳이 있어요! 빨리요! 빨리! 저 요트 타보고싶었어요!"


그녀의 간절한 부탁에 그는 하는 수 없이 그녀의 손에 끌려갔다.

산책로 옆에 있는 계단을 따라내려가자 보트 체험할 수 있는 작은 선착장이 있었다.


그들이 선착장으로 내려가자 검은날개와 하얀날개를 가진 두명이 기지개를 키며 가게에서 나왔다.


"그나저나. 엔젤은 아직도 화장실에 있는걸까요? 벌써 30분이 넘었는데.."


"뭐. 배가 많이 아픈가보죠.."


사라카엘과 아자젤은 손에 들려있는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경치를 감상했다.

푸르고 넓은 호수 위로 오리배와 요트가 천천히 나아가는 것을 보며 아이스크림의 시원함과 달콤함을 느꼈다.


"구원자님 덕분에 이런 호사를 누리네요.."


아자젤은 눈을 지그시 감고 사라카엘에게 말했지만 그녀에게서 대답은 없었다.


"사라카엘?"


아자젤이 그녀를 다시 보았을 땐 그녀는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손에 들고있었던 아이스크림은 공원 바닥을 기어다니고있는 개미들의 맛있는 식사가 되고있었다.


"사라카엘? 괜찮으세요..?"


"아자젤..! 저...저기!"


그녀는 마치 공포에 질린 듯한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켰다.

아자젤은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눈을 돌렸다. 그녀는 호수 위에 둥둥 떠다니는 요트를 가리키고있었다.


"요트가 왜요?"


"요트 위에 누가 있는지 잘 봐라!"


그녀의 말에 아자젤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가 가리킨 요트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금색의 무언가가 빛에 반사되어 반짝반짝거리고 있었다. 아자젤은 처음에 그것이 누군가의 장신구가 빛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다음에 보인 것 때문에 손에 들고있는 아이스크림을 떨어뜨릴 뻔 했다.


자신보다 작은 하얀날개가 보였다. 이 오르카에서 작은 하얀날개를 가지고있는 대원은 단 한명 뿐이었다.


"에...엔젤..아닌가요?"


"그래..그리고 그녀와 함께 있는 것은 구원자다!"


"에..?"


아자젤은 아이스크림을 크게 한입 물고 다시 눈살을 찌푸렸다. 단정하게 정돈되어있는 갈색의 머리에 캐쥬얼한 정장차림의 남성이 있었다. 이 오르카호에서 남자라고 하면 단 한명 뿐이었다.


"구원자님에요. 둘이 데이트라도 하고있나보네요~"


"지금 한가하게 그런 소리가 나오냐?!"


그녀의 고함에 가게에서 아자젤은 귀를 꽉 막았다.


"감히 우릴 속이고 구원자랑 데이트를 하다니..! 아자젤! 쫓아간다!"


"네..? 그냥 가만 두시죠..한창 분위기 좋아보이는데.."


"잔말말고 따라와!"


그녀는 아자젤의 손목을 붙잡고 선착장을 향해 뛰어갔다.


"잠시만요! 사라카엘! 아이스크림 아직 덜 먹었단말이에요!!"




엔젤은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에 모자가 날아가게 하지않기 위해 모자 챙을 꾹 눌러썼다.


"구원자님. 괜찮으세요? 이번엔 제가 노를 저을꼐요."


그녀는 자신의 앞에서 열심히 노를 젓고있는 사령관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20분 째 쉬지도 않고 노를 젓고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걱정과는 달리 그는 손사래를 치며 셔츠의 소매를 걷었다.


"괜찮아. 엔젤은 그냥 앉아만 있어. 내가 다 할테니깐."


그는 팔뚝의 근육을 자랑하며 미소를 지었다. 


"정말이지..힘드시면 말씀하세요."


"그래그래."


그녀는 알고있었다. 그는 절대 그 말을 하지않을 것이다.

어느새 육지에서 제법 멀리 떨어졌다는 것을 깨달은 사령관은 노를 젓는 것을 그만두고 맞은편에 앉아있는 엔젤을 바라보았다.




"구원자님? 왜요?"


하반신과 상반신이 그대로 드러나는 옷이라고 부르기 뭐한 천쪼가리 대신에 호수의 색깔과 어울리는 푸른색의 드레스와 하늘하늘한 카디건을 입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눈이 떨어지지않았다.


"아이..구원자님도 참..."


그의 생각을 읽었는지 그녀는 손으로 가슴을 가리며 얼굴을 붉혔다.


"그 드레스..이쁘네. 어울려."


"그쵸? 저번에 오드리님께 가서 다같이 맞췄어요! 이쁘죠?!"


그녀는 몸을 이리저리 돌리며 입고있는 옷을 한껏 뽐냈다. 그는 손자의 재롱을 봐주는 할아버지처럼 그녀를 쳐다보았다.


"이따 돌아가면 구원자님께서 제 옷을 칭찬해줬다고 말해야...."


그녀는 말을 이어가다말고 갑자기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엔젤? 왜 그래?"


"이상하네요..분명 우리 밖에 없을텐데..그 분들의 감정이 느껴져요.."


"기분 탓 아니야?"


"그랬으면 좋겠네요.."


그녀는 그의 말대로 그냥 기분 탓이라고 생각을 하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러고는 양손을 턱에 괴고 입꼬리를 올리며 사령관을 쳐다보았다.


"구원자님~"


"응?"


"제가 지금 무슨 생각하고있게요~?"


"뭐야? 갑자기."


"헤헤..맞추시면 선물을 드릴께요~"


"흠..만약에 틀린다면?"


"그러면 벌칙을 하셔야죠~"


"그래? 흠...어디보자..."


그는 턱을 매만지며 그녀의 생각을 읽어보려했지만 그는 독심술사도 바이오로이드도 아니였기에 그녀가 무엇을 생각하고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벌칙을 받는 것은 싫었기에 그는 열심히 그녀의 생각을 생각해보았다.


"구원자님~ 생각하시는 모습 엄청 멋있으세요~"


"조...조용히 해!"


"헤헤..그래서. 답을 찾으셨나요?"


엔젤은 날개를 펄럭이며 요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날갯짓을 할 때마다 순백색의 깃털이 바람을 타고 요트 주변을 날아다녔다.

사령관은 침을 꿀꺽 삼키고 손가락으로 엔젤을 가리키며 답을 말해주었다.


"엔젤! 너 지금 행복하다고 생각했지?!"


"......."


그의 말에 엔젤의 링이 돌아가는 것을 멈추었다. 그녀의 눈은 놀란 토끼 눈처럼 휘둥그레졌고, 날개는 모터를 단 것마냥 빠르게 움직였으며, 손과 발은 어찌할 줄을 몰라 쉴틈없이 움직여댔다. 


"어...어떻게...제..생각을..."


빨갛게 달아오른 볼을 양손으로 식혀보려했지만 그녀의 얼굴은 이미 부끄럼쟁이 토마토가 되어버렸다.

그녀의 행동을 본 사령관은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을 하며 어깨를 으스댔다. 


"보아하니, 내가 이겼나보네? 자, 이제 그럼.."


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그녀는 배를 붙잡고 쿡쿡대며 웃었다.


"라고 할 줄 알았죠~?"


"뭐..?"


"구원자님도 참~ 제가 그런 평범한 생각을 하실거라고 생각하신거에요? 어림도 반푼어치도 없죠~"


"뭔 소리야..?"


"틀리셨으니깐. 벌칙을 받으셔야겠네요~"


사령관이 고개를 갸우뚱 하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무릎 사이에 앉으며 그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아까 제가 한 생각은 말이죠...이거에요.."


그녀는 눈을 지그시 감고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었다.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에 사령관은 조금 당황했지만 이내 그녀를 안아주며 서로의 입술을 탐했다.


"구원자님..?"


"응...?"


"이 다음은...말하지않아도 알죠..?"


그녀는 쓰고있는 모자를 벗어 입을 가리며 그를 쳐다보았다. 


"물론이지."


그는 그녀의 턱을 붙잡고 다시 입술을 포개었다. 엔젤은 들고있는 모자로 키스하고 있는 모습을 가렸다.

누군가가 자신들을 지켜보고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오오! 둘이 지금 키스하고있는거 같은데요?!"


"뭐?! 키스?! 쌍안경 이리줘봐! 나도 좀 보게!"


"사라카엘! 일단 진정하세요! 그렇게 움직이면 배가 뒤집힐지도 모른다고요!"


"이번엔 네가 페달 밟아! 나 다리 아파 죽겠단말이야!"


"에에..저도 다리 아프단 말이에요!"


"이 때까지 내가 밟았잖아! 이번엔 니가 밟으란 말이야!"


"아..알았아요..."


아자젤에게서 쌍안경을 받은 사라카엘은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그들은 보이지않았다.


"뭐야..?! 어디갔어?! 벌써 다른데로 갔나...아자젤! 밟아!"


"네...끄응...! 으윽...!"


"왜 이렇게 느린거야?! 더 밟아!"


"이..이게..최대속도에요..!"


"빨리 밟아! 이러다가 놓치겠어!"


"같이 밟아주세요..! 저 혼자는 무리에요..!"


"돌겠네.."



챤챤.




엔젤 스킨 보자마자 회로가 돌아서 바로 끄적여보았읍니다.

여튼 재미에 감동도 없는 글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때까지 쓴 글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