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s://arca.live/b/lastorigin/47134402


레프리콘: 생각해보면, 정말 다사다난한 1년이었네요...


 노움: 그러게요...




 철충 섬멸작전으로 3개월, 대 펙스 전면전으로 6개월, 그 후 마지막으로 기량유지 훈련 3개월... 끝에 찾아온 전투휴무 같지도 않은 전투휴무...를 보내고 찾아온 진정한 전투휴무. 



 레프리콘과 노움은 침대에 누워 지난 1년을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 명도 안 죽고, 전부 어떻게든 살아남았다는 게 신기했다.



 다들 열심히 했다. 다들 삽을 한 번이라도 더 팠고, 보급품을 수령할 때는 하나라도 더 챙겼다. 추울 때는 활동복까지 겹쳐 입었다. 



 실키: 그래도 정말 위험했던 때는 있었잖아? 그 언제였더라. 공항에서...


 노움: 아, 그 때...




 레프리콘은 공항 외곽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마리오네트들이 스틸 라인이 담당하던 전투구역, 그것도 레프리콘 앞으로 몰려왔던 그 때.


 생활관에서 누운 토템을 담당하던 이프리트가 아니면 다 죽을 뻔했다. 이프리트는 무전을 듣고 있다가, 누군가 좌표를 부르면 바로 제원을 계산했다. 이프리트는 그곳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무슨 탄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스스로 생각할 수 있었다.



 이프리트: 레프리콘! 빨리 좌표를 줘! 너가 허둥대면 다 죽는거야!


 레프리콘: 찰리 4851 6724!  마리오네트...! 으윽!



 몰려오던 AGS들의 머리에 유도탄이 떨어졌다. 개활지에서 기동하던 마리오네트들은 공중에서 터지는 박격포탄에 쓰러졌다. 어딘가에 숨었다고 피할 수는 없었다. 이프리트는 착탄 2초 후에 폭발하도록 신관을 설정해 참호에 숨은 마리오네트도 남김없이 청소했다.



 노움: 죽는 줄 알았어요...


 브라우니: 헥... 헥... 어? 내 총이?!


 레프리콘: 브라우니...


 이프리트: 야, 이 총 니 거냐?




급하게 퇴출하는 와중에도, 이프리트는 박격포에 더해 브라우니가 놓치고 온 소총까지 들고 복귀했다. 자신의 병장 계급장이 단순한 작대기 네 개가 아님을 증명했다.


 처음에는 그냥 정해진 계급일 뿐, 능력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프리트가 정말로 존경스러웠다. 


 레프리콘: 분대 단합활동으로 PX라도 한번 가야겠어요.



 레프리콘은 일어나서 이프리트를 보러 갔다. 열 마디 말보다, 한 봉지 냉동이 더 와닿을 것 같아서 원하는 것을 사려고 했다. 


 레프리콘: 음? 이프리트 병장님이 어디로 가셨지?



 하지만 이프리트는 침대에 없었다. 마치 침대에서 절대로 빠지면 안 되는 일부분인 것처럼, 절대로 침대 바깥으로 벗어나는 일이 없었던 이프리트가. 


 자리에 없었다.


 레프리콘: 오늘은 특별히 작업이 있는 날도 아닌데...


 레프리콘이 이상하게 여겨 찾아보려는 순간, 생활관 문이 열렸다.



 이프리트가 전투복으로 갈아입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레프리콘: 이프리트 병장님?


 이프리트: 어, 레프리콘. 브라우니 2056 얘 어디 있어?


 레프리콘: 지금 경계근무 서고 있습니다. 혹시 브라우니가 잘못이라도 했습니까?


 이프리트: 아니, 아냐. 경계근무 끝나면 걔 연병장으로 나오라고 해.


 레프리콘: 예, 알겠습니다!



 이프리트는 고개를 끄덕이고 생활관을 나섰다. 남들 다 쉬는데 혼자 전투복을 각 잡고 차려입은 이프리트를 보고, 레프리콘은 벌벌 떨 뿐이었다.
 

 레프리콘: 브라우니,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가요...



 잠시 후...


 브라우니 2056은 쉴 틈도 없이 연병장으로 뛰어나왔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있던 이프리트와 마주했다. 이프리트는 뜯지도 않은 감자칩을 건네며 말했다.


 이프리트: 일단 이거 먹으면서 들어.


 브라우니: 아, 이게 원 떡이람! 정말 감사합니다!


 이프리트: 너 부사관 복무 지원한다고 임펫 상사님 찾아갔다며?


 브라우니: 어!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브라우니가 깜짝 놀라서 물었다. 이프리트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이프리트: 임펫 상사님이 말씀하시니까 알았지. 근데 말이야...




 그랬다.



 임펫은, 이프리트가 붙잡은 지옥행 티켓을 후임에게 양보할 기회를 주었다.



 임펫: 윗선에서 부대별로 부사관 지원자 할당량 내려줬는데... 우리 중대는 한 명 꼭 부사관 만들어서 보고하라더라. 


 임펫: 난 원래 너 시킬 생각이었는데, 하겠다는 애 있는데 굳이 하기 싫다는 애 시킬 게 뭐냐. 


 이프리트: 그, 그러면...



 이프리트의 표정이 밝아졌다. 임펫은 이프리트의 손을 꼭 잡고,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건넸다.


 임펫: 그런데 브라우니 얘. 부사관 하기에는 좀 그래. 체력도 영 아니고, 병기본도 저조하고. 요즘 부사관들 아무나 막 뽑는다고 해도 이런 식이면 곤란하거든.


 임펫: 그러니까. 이프리트 네가 도와줘야겠어. 병장 괜히 단 거 아니잖아?


 이프리트: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임펫은 웃으면서 조건을 말했다.


 임펫: 시간은 2주를 줄게.  부사관 심사 시작 전에 브라우니가 팔굽혀펴기 특급, 완전군장 급속행군 특급, 데드리프트 특급, 장애물 극복 특급...



 임펫은 이프리트가 내놓은 조건들을 하나 둘 나열했다.



 이프리트: 화학전 특급, 독도법 특급, 화력지원 특급, 전술사격 특급, 색적 특급. 전부 특급으로 만들어오라고 하셨어.


 브라우니: ...잘 못 들었슴다?


 이프리트: 그냥 부사관 심사항목 전부 다 특급으로 만들어오라고 명령하셨어. 2주 동안 널 특급으로 만들어야 하는 거야.


 이프리트: 내가 도와줄게.


 과자를 집은 브라우니의 손이 떨렸다. 


 하나만 2주 동안 파도 고생할 느낌인데, 저 모든 것을 2주 동안 통합해서 특급으로 만든다고?


 브라우니가 벌벌 떨면서 말했다.


 브라우니: 하, 하지만... 이프리트 병장님? 저는 경계도 서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고... 


 이프리트: 임펫 상사님이 행정병 통해서 너 근무 열외했어. 청소도 하지 말래. 


 이프리트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브라우니를 바라보았다. 


브라우니가 슬금슬금 빠지려는 것을 꽉 붙잡았다. 브라우니를 붙잡은 손아귀 힘이 우악스러웠다.


 브라우니: 으윽! 이프리트 병장님?!


 그야 당연했다. 브라우니한테 이프리트의 전역이 걸려 있었으니까. 


 사람은 목숨이 걸렸을 때보다 생계가 걸렸을 때 더 잘 싸운다.


 그리고 이프리트는 목숨이 걸렸을 때보다 전역이 걸렸을 때 더 잘 싸우는 타입이었다.


 이프리트: 앞으로 일어나면 아침 점호 하지 마. 밥 먹고 일과 나가지 말고 바로 나한테 와. 


 이프리트: 그리고 저녁에 청소 하지 말고 바로 나한테 와. 저녁점호도 하지 말고 바로 나한테 와. 알았어?


 브라우니: 일병 브라우니, 아, 알겠습니다...


 그리하여, 브라우니 임관 대작전의 서막이 열린 것이었다...



  이프리트: 야! 팔굽혀펴기 똑바로 해! 너 자꾸 깔짝이지!


 브라우니: 헥... 헥! 죄송합니다!!!


 이프리트: 죄송합니다가 아니라, 내리라고! 더 낮춰!



 브라우니의 체력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아무리 체력이 모자라도 2분에 80회는 채울 줄 알았다. 하지만 2분에 겨우 60개밖에 못하는 처참한 체력을 보였다.  이프리트가 말년만 아니었으면 후임 관리 똑바로 하라고 레프리콘을 혼낼 생각이었다.


 이프리트: 야, 너 일어나.


 브라우니: 기상!!!


 이프리트: 내가 하는 거 잘 봐.


 몸 쓰기 싫었는데. 이프리트는 툴툴거리며 활동복을 벗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브라우니가 붙잡고 있던 철봉을 붙잡고, 모범적인 자세로 엎드려서 몸을 내렸다.


 브라우니: 67, 68, 69...!


 이프리트: 팔굽혀펴기도 똑바로 못하면서 어떻게 부사관을 하겠다는 거야! 간부가 체력에서 밀리면 뒤에서 얼마나 씹히는 지 알기나 해?


 브라우니: 81, 82...! 죄송합니다! 89! 90!


 이프리트는 팔굽혀펴기를 하면서도, 숨 한번 안 고르고 브라우니를 질책했다. 결과는 2분에 200회. 특급 기준을 50회나 넘긴 수치였다. 그럼에도 이프리트는 힘든 기색은커녕 땀 한방울 나지 않은 것 같았다.


 브라우니: 이게... 무슨...


 이프리트: 해보고 안 된다고 해야지. 해 보지도 않고 무슨...



 이프리트 병장은 먹고 자기만 바빠서, 실제 체력은 딸릴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착각은 완전히 깨지다 못해, 사라져버렸다. 


 브라우니는 입을 쩍 벌리고, 이제 이프리트가 자신에게 무엇을 시킬지 경악했다.


 이프리트: 뭐 해? 빨리 철봉 안 잡고!


 브라우니: 예! 알겠습니다!!!




 할 수 있다. 안 되면 되게 하라.


 마리 대장의 이번 달 훈시가, 브라우니의 머릿속을 두들기는 것 같았다.


 저녁밥을 먹고 나서도 훈련은 끝나지 않았다. 


 청소가 거의 다 끝나갈 때쯤, 실키가 생활관에 후다닥 들어왔다.


 레프리콘이 부탁한 물품들을 책상에 내려둔 실키는, 사과부터 했다.


 실키: 늦어서 미안! 전투휴무 때문에 PX에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 몰렸어.


 레프리콘: 괜찮습니다. 오히려 못 도와드린 게 죄송하죠.


 실키: 그런데, 올 때 보니까 이프리트 병장님이 브라우니한테 얼차려 주던데 무슨 일 있어?


 노움: 아, 그거... 아직도 하고 있었어요? 브라우니 부사관 시켜준다고 훈련하고 있다던데.


 실키: 뭐라고?


 생활관 문을 열고 바깥을 보았다. 점호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인데도, 브라우니의 체력단련은 끝이 없었다. 


 실키: 와... 근무도 아닌데 깨웠어도 저 정도는 아니겠는데.


 레프리콘: 우리는 점호를 준비하는 게 좋겠습니다.



 브라우니와 이프리트는 체력단련을 하게 내버려두고, 레프리콘은 점호를 준비했다.


 레프리콘: 1소대 1생활관 저녁점호 인원보고!


 레프리콘: 총원 11명! 열외 2명! 현재원 9명! 열외내용 특별단련 2! 이상 1소대 1생활관 저녁점호 준비 끝!


 하베트롯: 으, 응... 쉬엇!


 레프리콘: 쉬어!


 하베트롯은 꼼꼼하게 생활관을 점검했다. 물론 생활관은 전날 강박적으로 청소한 터라 더러운 부분은 없었다. 그리고 마음이 여려서, 지적 사항이 있어도 쉽사리 말하지 않고 넘어갔다. 


 하베트롯: 음... 총기 보관 상태... 이상 무... 생활관 기물 상태 이상 무... 그런데, 이프리트랑 브라우니는 아직도 그러고 있는 거야?


 레프리콘: 취침 시간 전에는 들어올 예정입니다.


 하베트롯: 그래... 그렇구나.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어. 내일도 잘 부탁해.


 차렷, 경례! 레프리콘의 쩌렁쩌렁한 말소리가 울려 퍼져서, 이프리트와 브라우니만 있는 곳까지 들려왔다.


 이프리트는 겨우 100회밖에 하지 못하고 퍼져버린 브라우니를 보며, 레프리콘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들으며 탄식했다.


 브라우니: 죄송함다... 더 이상은... 정말로 못하겠슴다... 으윽...


 이프리트: 얘가 아니라 레프리콘이 부사관 한댔으면 내가 교육할 필요도 없었는데...


 이프리트는 한숨을 쉬고 누워있는 브라우니를 내려다보았다. 아무래도 오늘은 여기까지가 한계인 것 같았다. 


 그래도 잠은 재워야 한다. 이프리트는 브라우니를 들쳐 메고, 생활관으로 올라갔다.


 브라우니: 으으으...


 이프리트: 군대 많이 좋아졌다. 진짜...


 생활관에 들어가서, 이프리트는 브라우니를 침대에 눕히고, 모포를 덮어주었다. 


 브라우니: 으으... 이프리트 병장님... 편히 주무십... 시오...


 이프리트: 그래.



 이프리트는 브라우니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도 조금은 들었다.


 나름 열심히 해보려고는 하지만, 현실의 벽에 막히는 모습.


 이프리트: 역시 내가 심했나...



 ...라고 생각한 이프리트는, 자신의 군복에 박히는 꺾인 갈매기를 상상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이프리트: 아냐, 안 심해! 절대로 안 심해! 하나도 안 심해!



 지금보다 더 가혹하게 굴려야 한다. 안 그러면, 이프리트가 민간인(진)에서 하사(진)이 된다. 그런 운명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해야 했다. 


 이프리트: 나는 병장 이프리트가 될 거야. 예비역 병장 이프리트가 될 거라고...!



 다음 날. 5시 55분.


 5시 55분. 정말로 애매한 시간이다. 5분은 푹 자기에는 너무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그렇다고 눈을 뜨고 곧 찾아올 "기상"이라는 운명을 받아들이기에는 아까운 시간이었다.



 푹 쉴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일어날 수도 없다.


 그에 생활관에 누운 병사들은, 하루가 시작되기 전 최후의 5분을 최대한 달콤하게 보내고자, 뒤척이며 온 몸에 잠기운을 섞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벌써부터 일어나서 일과를 준비했다.


 솔선수범하는 레프리콘은 아니었다. 분대원들을 가족처럼 챙기는 노움도 아니었다. 행여 PX 재고물품에 발이라도 달려 도망다닐까 두려운 실키도 아니었다...


 이프리트: 정각 전에 깨어나는 게 얼마만이더라...



 처음 태어났을 때도, 자느라 바빴는데. 이프리트는 옛날 생각이 나서 웃었다.


 생각해보면 참 오래도 있었다.



 사령관이 오기 전부터, 스틸 라인의 한 축을 담당했다.


 브라우니는 전부 다 일등병인 줄 알았던 이프리트 앞에, 브라우니 원사가 나타나 호탕하게 웃었다. 장교로 진급한 레프리콘을 보면서 경외심을 느꼈다.


 마리 대장을 150년간 모셨다는 브라우니, 맡은 임무는 아무리 위험해도 전부 성공하던 레프리콘 소위, 스틸 라인을 거쳐간 물건이라면 모르는 게 없던 실키 준위. 


이프리트의 지난 군생활은 그랬다. 신화를 직접 보고 들었고, 전설들 사이에서 군생활을 했고, 이제는 평범한 이들 사이에서 살고자 발버둥쳤다.


 이프리트는 입에 붙어, 말버릇이 된 단어를 떠올렸다.


 레프리콘: 죄송합니다! 다시 하겠습니다!


 이프리트: 나 때는 참호 깊이며 사선이며, 교통호 동선이며, 굳이 지정 안해도 다 잘 했는데...


 노움: 죄송합니다...


 이프리트: 나 때는 노움이 세 시간이면 콘크리트 벙커 하나를 만들었는데...




 나 때는. 나 때는. 이프리트가 그리워하던 옛날이 참 멀게도 느껴졌다.


 그리고 실제로도 멀었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현실이 점점 망가져간다고 느끼는 사람. 그 망가져가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나 때는..."만 외치는 사람은, 하루 빨리 군대에서 나가야 한다.


 그러니까, 이프리트는 전역해야 했고, 전역하고 싶었다.


5분.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 금방 지나고, 이프리트는 자고 있던 브라우니를 흔들어서 깨웠다.


 이프리트: 2056! 2056! 빨리 일어나!


 브라우니: 음... 으엑?! 이프리트 병장님?!



 행복한 꿈을 꾸고 있던 브라우니는, 이프리트라는 현실과 조우하고는 경악했다. 이프리트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안부 인사를 전했다.


 이프리트: 표정이 왜 그래? 눈 앞에 익스큐셔너라도 나타났니?


 브라우니: 비, 비슷한 거... 아닙니다! 



 이프리트: 나가자. 오늘도 해야 할 일이 많아요.



 참호 좀 못 파면 어쩔 건가? 벙커 좀 못 만들면 어쩔 건가? 어쨌든 시간만 지나면 이프리트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이야기다. 이프리트 하는 거 보면서, 선임들도 저렇게 하면 다 죽는다고 혀를 차지 않았는가.


 그렇게 불안하면, 브라우니를 옛날의 유명했던 사람들처럼, 영웅으로 만들면 될 일이다.


 다음. 데드리프트. 브라우니는 120mm 무반동포를 붙잡고, 낑낑대며 들어올렸다.


 브라우니: 으아악! 이프리트 병장님! 죽을 거 같습니다!


 이프리트: 안 죽어! 내가 해봤거든!



 실제로 브라우니는 죽지 않았다. 이프리트는 먼지 먹은 교범에 적힌, 브라우니의 한계 적재중량을 확인했다. 그리고 지금 브라우니가 데드 리프트로 들고 있는 무게는 그것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이프리트: 정말, 엄살도. 너 그거보다 두배로 들어도 안 죽어.


 브라우니: 잘 못 들었슴다?! 여기서 30kg만 더 얹어도 팔이 뜯겨나갈 거 같습니다!


 이프리트: 흠...




 이프리트는 브라우니의 표정을 보았다.브라우니는 확실히 힘들어하고 있었다. 만약 이게 연기에서 나오는 표정이라면, 부사관을 시킬 것이 아니라 D-엔터테인먼트에 보내야 하리라. 


 게다가, 훈련이 너무 가혹해서 그런지,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하베트롯이 불안해하는 것 같았다.


 하베트롯: 그... 레프리콘. 보통 저걸... 가혹행위...라고 하지 않아?


 레프리콘: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프리트는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브라우니에게 하사 계급장을 달아주기 전에 이프리트가 영창에 가는 게 먼저일 것 같았다.


 브라우니도 하사가 되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있지, 진지한 동기는 부족한 것 같았다.


 부족한 건 동기다. 이프리트는 어떻게 동기를 부여할까 생각하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이프리트: 야, 브라우니.


 브라우니: 예!!! 일병 브라우니!!!


 이프리트: 너 부사관 되잖아? 그러면 완전 부대가 거꾸로 뒤집어지는거야.


 이프리트: 레프리콘, 노움, 실키, 그리고 나까지 너한테 존댓말 쓴다?


 그 이야기에, 브라우니의 눈이 크게 떠졌다. 


 레프리콘: 브라우니 하사님!


 노움: 브라우니 하사님!


 실키: 브라우니 하사님!



 무슨 일이건 못 시켜서 안달인 선임들이다.


 항상 잘못을 지적하던 선임들이다.


 그런 선임들이, 나한테 존댓말을 쓴다고?


 너무 무거운 철봉에 벌벌 떨리던 팔에 힘이 들어갔다.


 브라우니의 근육 속에 가둔 힘이, 동기라는 자물쇠를 만나 풀렸다.


 브라우니: 브, 브라우니... 하사님?



 이제 필요한건 쐐기다. 이프리트는 브라우니 앞에 서서, 방실방실 웃으며 경례했다.


 이프리트: 승리! 브라우니 하사님! 오늘 무슨 작업 하면 되겠습니까?


 브라우니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선임이랑 후임이 말 놓는 것도 큰일나는 게 군대다.


 그런데, 한 술 더 떠서 하늘같은 병장이 땅 같은 일병에게 존댓말을 한다니.


 하지만 실제로 가능한 일이다.


 브라우니가 하사를 단다면.


 이프리트: 브라우니 하사님! 할 수 있습니다! 한번만 더 하면...!


 브라우니: 우, 우오오오옷!!!!


 브라우니가 무반동포를 번쩍 들어올렸다.


 한 번 들어올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내렸다가 한번 더 들어올렸다.


 브라우니: 하사 브라우니! 하사 브라우니!


 이프리트: 그래. 그렇게만 하라고.


 브라우니의 눈에 불이 붙었다. 이프리트는 뒤에서 우려 섞인 눈빛을 보내는 하베트롯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


 이프리트: 얘가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이프리트: 낙엽 떨어지는 것도 조심하는 게 병장인데, 설마하니 제가 그런 심한 일을 강요하겠습니까?


 부족하다면 강요할 생각이었지만. 이프리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하베트롯을 설득했다.


 하베트롯: 응, 확실히 그건 그렇네...


 하베트롯: 열심히 해!


 하베트롯이 뒤로 물러나고, 이프리트는 브라우니를 바라보았다.


 브라우니와 이프리트는 서로를 바라보더니,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브라우니: 특급 전사가 되고 싶슴다.


 이프리트: 물론이지.


 선임들에게 존댓말을 듣고 싶은 브라우니.


 하사는 죽어도 달고 싶지 않은 이프리트.


 브라우니의 동기와 이프리트의 절박함이 만나서, 진정한 지옥 훈련이 시작되었다.



 브라우니: 가스! 가스! 가스!


 이프리트: 내가 하는 걸 잘 봐! 방독면은 이렇게 써야 빨리 쓸 수 있어!



 그 날 오전. 브라우니는 방독면을 수천 번이나 뒤집어쓰고, 방호복을 수십 번 갈아입었다. 


 브라우니: 하나! 둘! 셋! 넷!


 이프리트: 야! 너 배에 힘 주고 걸어! 군장 매고 그렇게 걸으면 무릎 망가진다고!


 오후에는 브라우니가 스틸라인 표준 완전군장을 메고, 양 손에는 50구경 탄통을 든 채 오르카호 한 바퀴를 돌았다.


 레오나: 저건 뭐 하는 거야?


 베라: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 본데요?



 그 둘이 다른 부대의 눈에 띄기도 했지만, 둘 다 신경쓰지 않았다.


 그 다음 날이 되어도, 브라우니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레프리콘: 불침번 말번도 끝나가네요.


 레프리콘은 마지막으로 생활관을 돌며 총기 보관상태를 확인했다.


 잘 하겠지, 잘 됐겠지, 그런 식으로 안심하다가 큰코 다친다.


 이프리트가 총기 분실 사건을 수습하고 나서 강조했던 말.


 처음에는 잠만 자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런 면을 보면 짬을 괜히 먹은 게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레프리콘: 그러고 보니...


 어디선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소리의 근원을 찾아 생활관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레프리콘은 참으로 기막힌 광경을 마주했다.


 이프리트: 할 수 있다. 하사 할 수 있다!


 브라우니: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기상 시간까지는 30분도 넘게 남았는데, 이프리트와 브라우니가 침대에서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었다. 


 초번을 서고 꿈나라로 들어간 노움도, 옆에서 일어나는 일이 신기한지 눈을 뜨고 기상 30분 전에 이프리트가 일어나 있는 기괴한 광경을 보고 있었다.


 노움: 이게 무슨...


 레프리콘: 세상에 이런 일이...


 레프리콘은 생활관 창 밖을 바라보았다. 오르카호 유리 너머에 비추는 태양이, 오늘은 동쪽이 아니라 서쪽에서 뜰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6시가 되자마자...


 이프리트: 가자!


 브라우니: 악!!!


 하사가 되고 싶은 자와, 하사가 되기 싫은 자가 훈련에 매진했다.


 브라우니는 며칠 만에 특급을 얻었다. 정말로 어려운 독도법도, 이프리트의 설명으로 금방금방 익혔다.


 이프리트: 줘 봐. 그런거 생각하면 언제 위치 알 거야? 일단 북쪽이 어딘지 확실하게 확인해. 


 이프리트: 그리고 네가 있는 곳에서 300도 방향에 슈퍼마트, 90도 방향에 동상이 서 있으면, 여기 지도에서 슈퍼마트 기준으로 120도... 동상에 270도... 


 이프리트: 이러면 네 위치가 나오잖아.


 브라우니: 오, 오오! 그렇습니다! 확실히 그렇습니다!


 동기부여가 된 브라우니는 완벽한 제자였다. 잔머리만 좀 돌아가지 공부머리는 나쁘다고 자조하던 브라우니가, 공부에 재미를 붙였다.


 이프리트: 자, 이 나이트 칙은 몇 m 거리에 있을까?


 브라우니: 음... 나이트 칙 전면 너비가 4000mm에, 쌍안경으로 보면 10밀이니까 400m입니다.


 이프리트: 그럼 이 지도 기준으로, 내가 어디를 쏴야 맞출 수 있지? 좌표로 말해봐.


 브라우니: 찰리 5781  7754!


 이프리트: ...정답.



 브라우니는 신이 나서 크게 웃었다. 이프리트는 하사가 그렇게 달고 싶엇나 신기해하면서도, 자기가 어리버리한 병사 한명 갱생시키고 나간다는 생각에 뿌듯해졌다.



 그래서, 브라우니에게 잠시 쉬는 시간을 주기로 했다. 


 이프리트: 브라우니. 지금부터 2시간은 쉬자.


 브라우니: 예 알겠... 잘 못 들었습니다?


 이프리트: 2시간 쉬자고. 그러다가 근육에 문제 생겨서 입원하면...


 이프리트: 훈련 못 하는 건 기본에, 지금까지 한 거 다 무의미해질 수도 있어.



 이프리트가 그렇게 말하며, 브라우니를 생활관으로 데리고 갔다.


 생활관의 다른 병사들은 전부 일과를 하러 나가서, 텅 비어 있었다.


 브라우니: 정말 누워서 쉬어도 되겠습니까?


 이프리트: 그래.



 브라우니는 머뭇거리며 생활관 침대에 누웠다. 이프리트도 그 옆 침대에 누웠다. 


 생각해보면, 브라우니 덕분에 한동안 시간이 잘 갔다.


 이전까지는 자다가 깨면, 잠이 또 올 때까지 자기 바빴는데.


그리고 이제 보니, 교관 역할도 꽤나 재미있는 것 같았다.


 일주일 하고도 며칠만 더 지나면 끝이지만.


 감상에 젖어 지난날을 생각해보는데, 눈을 감고 있던 브라우니가 물었다.


 브라우니: 이프리트 병장님.


 이프리트: 응? 왜.


 브라우니: 사실 제가 하사를 달고는 싶은데... 제가 잘 할 수 있을 거라 보십니까?


 이프리트: 그게 뭔 소리야?



 브라우니를 돌아보았다. 브라우니의 표정에 수심이 보였다. 



 브라우니: 이프리트 병장님은 할 때는 진짜 엄청 잘하시고, 레프리콘 상병님도 열심히 잘 하는데... 전 열심히는 하는데 잘은 못하지 않슴까. 


 이프리트: 아... 그러냐.



 이프리트는 옛날을 생각했다. 부대에 처음 배치받을 때는 두려운 것 투성이였다. 태어나자마자 단 병장이 무슨 병장이냐고 무시받을까 무서웠다.


 하지만 이프리트는 어떻게든 해냈다.


 잘 해냈는지 못 해냈는지는 모르겠고, 이프리트는 어떻게든 했다. 그 때마다 어떻게든 넘기다 보니, 그녀는 몇십년을 살아남았고 이제는 말년 병장이 되어 있었다.


 브라우니도 그럴 것이다. 엄청나게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도 밑에 후임들을 받게 될 것이고, 한 계단 한 계단 진급하겠지. 


 이프리트: 솔직히 나도 그랬어.


 이프리트: 어떻게 이걸 다 하지. 어떻게 이런 힘든 걸 견뎌내지.


 이프리트: 하지만, 다 이겨내는 방법은 있더라. 



 이프리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브라우니의 손을 잡았다.



 브라우니: 이프리트 병장님...


 이프리트: 그러니까, 긴장은 해도 너무 두려워하지는 마.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무심해보이던 이프리트는, 간만에 미소를 지으며 브라우니를 격려했다.


 이프리트: 잘 할 수 있을 겁니다. 브라우니 하사님.



 누가 아는가. 전역하고 나서 몇십년 뒤에, 브라우니 원사를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프리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2시간의 달콤한 휴식을 누리는 브라우니 옆에 누웠다.



 훈련은 계속 이어졌다. 쉬는 시간도, 자는 시간도, 작업 시간도 전부 훈련에만 투자했다. 명확한 동기부여를 받은 브라우니는, 이프리트의 가혹한 훈련을 잘 따라왔다.


사실 가혹하기보다는 무식한 훈련이었지만, 동기 부여의 무식한 효과가 지옥 훈련의 무식한 후폭풍을 상쇄할 수 있었다.


 이프리트: 더 할 수 있겠어?


 브라우니: 할... 수... 있습니다악!



 그런 가혹한, 또는 무식한 훈련이 다 끝나고...



 임펫이 이야기한 2주가 다 되기도 전에, 이프리트는 결과를 만들어 왔다.


 임펫: 어디 보자... 특급, 특급, 특급, 특급...


 임펫: 특급만 세다가 시간 다 가겠다. 특급 아닌 병기본 항목 얘기해봐.


 이프리트: 없습니다. 전부 특급입니다.


 임펫: 대단한데. 이거...


 임펫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사무실 바깥 창을 바라보았다. 창 너머에는, 이프리트의 특별 훈련을 받은 브라우니가 서 있었다. 그냥 서 있지도 않았다. 


 임펫: 오...


 상의를 탈의한 채 창문을 등진 브라우니가, 조립된 무반동포를 든 채로 데드리프트를 하고 있었다. 


 임펫은 그새 부풀어오른 근육을 감탄하며 바라보다가 말했다.


 임펫: 근데 쟤 다음부터는 저런 거 하지 마라. 사령관님 보시면 성군기 문란이라고 지적 들어온다.


 이프리트: 아, 알겠습니다...


 어쨌든, 임펫은 이프리트가 보고한 성과를 믿게 되었다.


 이 성적을 부사관 심사 때 그대로 보여준다면, 브라우니는 하사 진급은 물론이고 최우수 자원으로 포상도 받을 것이다.


 임펫: 하지만 부족해. 


 이프리트: 잘 못 들었습니다?


 임펫: 이게... 위에서 갑자기 추가 전달사항이 내려왔어.


 임펫은 공문을 뽑아서 이프리트 앞에 내놓았다.


 공문에는, "부사관 지원자는 병장 이상을 대상으로 하되, 상병 이하는 특별한 공로가 있을 경우 지원 가능." 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말은...


 이프리트: 이, 이러면, 제가...


 벌벌 떠는 이프리트 앞에, 임펫이 지도를 내밀었다. 오르카호의 현재 위치에서 북동쪽으로 200km 떨어진 섬이었다.


 임펫: 이번에 새로 발견한 섬이 있어. 평범해보이지만... 이 섬에 철충들이 꽤 많아.


 임펫: 다행히도 이 근처는 연결체가 없어서, 대부분이 활동을 정지한 상태야. 게다가 움직이고 있는 것들도, 다들 지휘체계도 없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모양이야.


 이프리트 앞에 이번에는 패널이 놓였다. 드론이 촬영한 영상에서는, 나이트 칙 여러 대가 무질서하게 움직이거나, 아예 멈춰 있었다.


 이프리트: 그러면, 이걸 저에게 보여주시는 이유는...


 임펫: 브라우니가 가서 여기를 다 쓸어버리는 거야. 혼자서 철충들이랑 싸웠다는 걸 강조하고, 그 철충들 대다수가 활동도 못 하는 상태라는 건 적당히 묻는 거지.


 이프리트: 어...



 이번 건 일이 좀 많이 커질 것 같다. 이프리트는 이래도 되나 고민이 들었다. 


 하지만, 임펫은 이프리트에게 망설일 시간 따위는 주지 않았다.


임펫: 판 한번 짜 보자고. 하사 달기는 싫잖아?


이프리트: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프리트와 브라우니는 군장을 매고 상륙정에 탔다. 두 명이 타고 남는 빈 자리에는 탄약, 화기, 통신장비, 감시장비가 잔뜩 실려 있었다. 


 이프리트는 조건을 달았다. 이프리트 자신도 브라우니와 함께 간다고.


 이 경우 이프리트에게 공이 분산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브라우니가 훈련을 잘 받았어도 혼자서는 무리다.


 아무런 지원도 못 받는 상태에서 독자 작전을 성공하는 건, 버뮤다 팀이나 080기관의 요원들에 더 가깝다. 


 이프리트는 스틸 라인이라는 큰 그림 속 작은 점 하나였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잘 알고 있었다. 


 떼놓고 보면 별 것도 아닌 개개인이 모이고 모여, 다른 부대의 개개인들의 집합보다 훨씬 강력한 부대가 탄생한다는 것을.


 이프리트가 훈련시킨 게 브라우니가 아니라 정보기관 출신 토모였다면 모르겠지만, 브라우니는 절대 혼자 보낼 수 없었다.


 브라우니: 으으... 떨립니다. 저 혼자 작전이라니.


 이프리트: 난 저 섬에 휴가 나가냐 임마.


 브라우니: 하지만, 이프리트 병장님이 지원을 해주시더라도, 결국 제가 좌표도 따고, 철충들도 다 죽여야지 않습니까?


 브라우니가 벌벌 떨었다. 이프리트는 그것을 보고, 브라우니의 어깨에 손을 올려 격려했다.


 이프리트: 야, 브라우니.


 브라우니: 일병 브라우니?


 이프리트: 다 잘 될 거야. 항상 그래왔잖아.


 이프리트: 정말로 정신 나간 작전이었으면 윗선에서 짤랐겠지. 



 이프리트는 웃어보였고, 브라우니의 잔뜩 긴장한 표정도 조금은 풀렸다.


 이프리트: 사령관이 온 이후로 누구 죽은 적이 한 번도 없어. 정신만 차리면 너도 살아서, 하사를 달 수 있을 거야.


 이프리트: 약속할게. 너 진급하면 너 무시하는 애들 내가 책임지고 다 밟을게.



 이프리트는 그렇게 약속했다. 사실 아무 의미도 없는 약속이었다.


 어차피 브라우니가 하사로 진급해서 돌아오면, 그 때는 이프리트가 전역해서 이미 떠났을 거다.


 하지만 이제 와서 브라우니가 못 하겠다고 포기하면 곤란하니 적당히 맞출 생각이었다.


 브라우니: 이, 이프리트 병장님...!


 브라우니는 감동해서 울먹였다. 이프리트는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못 울게 막았다.


 이프리트: 야, 하사 달고 싶다는 애가 고작 그런 걸로 질질 짜냐?


 브라우니: 아닙니다!



 브라우니와 이프리트가 만담 같은 대화를 나누며, 작전 지역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잠시 후...


 수백 년 동안 사람은커녕 원숭이 한 마리 구경해보지 못한 섬.


  파도 속에서 두 사람이 걸어나와 새 발자국들을 이리저리 찍었다. 


 키가 큰 사람이 앞서 나가고, 키가 작은 사람은 뒤에서 따라갔다.


 둘은 해변을 둘러보다가 숲 속으로 들어갔다. 숲 속에 나무들이 쓰러져 생겨난 공터가 보였다. 이프리트는 그 곳에 박격포를 설치했다.


 이프리트: 이 주변에서 활동하는 녀석들은 없는 거 같아.


 브라우니: 그건 다행임다. 그러면...


 브라우니가 탑돌이를 근처에 설치하고, 이프리트는 신호 중계기를 설치했다.


 탑돌이들이 숲 속에 숨었을지도 모르는 적을 찾아 빙빙 돌아갔다.


 신호 중계기에 꽂힌 패널이, 섬에 있는 철충들을 감시하고 있는 드론의 카메라와 연결해주었다. 멀리서 보면 작아보이는 섬이었지만, 이렇게 보니 두 명이서 처리하기에는 좀 넓어보였다.


 이프리트: 천천히 움직여. 시간은 많으니까.


 브라우니: 예. 알겠슴다.


 브라우니는 고개를 끄덕이고, 숲 속으로 들어갔다. 그동안, 이프리트는 브라우니의 이동 경로를 따라 박격포를 다시 정렬했다. 


 이건 브라우니가 해내야 할 일이지만, 만약이라는 게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만약 철충이 매복했다면, 철충들이 깨어난다면...


 이프리트는 고개를 저었다.


 이프리트: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걱정할 필요는 없어...


 마음을 다잡으며, 이프리트는 무전기를 잡았다.


 하지만 그렇게 말했는데도... 이프리트의 다리는 벌벌 떨리고 있었다.



 브라우니는 생각보다 잘 했다.



 브라우니: 폭탄을 끼워넣고... 스위치!


 비활성화된 철충에 다가가서, EMP 폭탄을 끼워넣었다. 몸 속에 EMP가 퍼진 철충들은 자기가 어떻게 죽는지도 모른 채 고철더미가 되었다.


 브라우니: 나이트 칙의 약점은... 허리 구동부!


 활동하고 있는 철충이라도 운명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석궁으로 점착 EMP 탄을 날려서 동작이 봉쇄된 사이, 소음기가 달린 대물 소총으로 허리 구동부를 쏴서 두 조각을 냈다. 


 조용하고, 천천하지만, 확실하게.


 그렇게 다섯 번째 철충을 제거한 브라우니.


 숲 속으로 더 들어가니, 가만히 앉아 있는 나이트 칙 디텍터가 보였다.


 평소 하던 대로, 브라우니는 무전기를 들어 이프리트를 불렀다.


 브라우니: 여기는 리가. 현 위치에서 북동쪽 30m 지점에 비활성화 상태  칙 디텍터 발견. 인근 200m에 적 없다고 알림.


 이프리트: 여기는 코스트. 주변에 접근하는 철충 미확인. 주의해서 제거하도록. 이상.



 나이트 칙 디텍터.


 이프리트는 일어나서, 박격포탄을 들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행동이었지만, 그러고 싶었다.


 사령관이 오기 전에는, 나이트 칙 하나도 정말 목숨을 걸고 잡아야 했다.


 디텍터 칙은 정말로 짜증나는 존재였다.


 다 된 작전이 그놈 하나 때문에 망하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번에도 그럴 모양이었다.



 브라우니: 조심... 조심... 


 

 조심히 다가간 브라우니가, EMP 폭탄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전선을 끌고 가서 스위치에 연결했다.


 브라우니: ...스위치!


 

 그 순간, 충격파가 브라우니의 등을 강타했다.


 브라우니: 으아악!


 EMP 폭탄은 제대로 터졌다.


 하지만 디텍터 칙은 얌전히 부르르 떨면서 쓰러지지 않았다. 그 대신 자신이 공격받았다고, 처절한 전파로 비명을 질렀다.


 정제되지 않은 전파가, 모든 대역폭으로 퍼져나갔다. 너무나도 강한 출력이, 이프리트의 무전기까지 덮쳤다.


 이프리트: 이게 무슨 소리야?


 이프리트: 이런 젠장, 설마 디텍터가...


 주변에서 기계가 가동되는 소리가 들렸다.


 새 소리, 파도 소리만 울리던 곳에 몇 톤짜리 쇳덩이가 깨어나는 소리들이 들렸다.


 전기 동력으로 움직이는 모터 소리가 귀를 긁었다.


 오랜만에 깨어나는 내연 기관의 폭발음이 귀를 때렸다.


  이프리트는 머리를 싸매고 이곳에서 일어날 일을 생각했다. 그 일을 생각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쾅! 콰쾅! 폭발음이 들리자, 이프리트는 무전기를 붙잡았다.


 이프리트: 여기는 코스트. 리가 응답바람! 리가!


 브라우니: (칙ㅡ 치치칙ㅡ) 으악! 여기는 리가! 사방이... 사방이 철충이다!


 이프리트: 리가! 제대로 응답 바람! 야! 브라우니!!!


 이프리트는 드론을 브라우니가 있는 곳으로 이동시켰다. 브라우니가 디텍터의 잔해에 숨어 있었고, 주변에는 온갖 공격이 쏟아지고 있었다.


 이프리트: 젠장... 젠장...!


 이프리트는 지도를 꺼냈다. 브라우니가 멀쩡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프리트라도 정신을 차려야 했다.


 이프리트 주변에는 탑돌이가 있으니, 브라우니보다는 사정이 훨씬 나을 것이다.


 이프리트: 여기가... 875밀, 1.2km...! 


 즉석에서 사격 제원을 산출한 이프리트가, 포탄을 포구에 넣었다.


  쿵! 무거운 폭음을 내뿜으며, 포탄이 저 하늘 위로 날아갔다. 그리고...



 브라우니는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 잔해 사이에 숨어서 겨우 버티고 있었지만, 기관포와 포탄이 잔해를 꿰뚫는 소리가 들렸다.


 퍽! 퍽! 소리가 들리는 것이, 조금만 더 피격당하면 엄폐물로도 못 쓸 잔해가 될 게 뻔했다.


 브라우니: 으으... 이 작전은 망했어...!


 이대로 가면 죽을 수도 있는 건가? 정말로 끝인가? 후회하는데, 옆에서 익숙한 폭발음이 들렸다.


 브라우니: 어... 이건...?



 머리만 빼꼼 내밀어, 폭발음이 들린 곳을 보았다. 철충들 사이에 포탄이 떨어지고, 폭압에 철충들이 비틀거리고 일부는 넘어졌다. 


 브라우니는, 그제야 자기가 이 섬에 혼자 오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전기가 울려서, 귀를 가져다 댔다.


 이프리트: 리가! 당소 코스트! 리가! 당소 코스트!


 이프리트: 리가... 야! 브라우니!



 이프리트의 호통 소리가 브라우니를 깨웠다. 이프리트는 브라우니에게 명령했다.


 이프리트: 당장 철충들 좌표 날려. 숲이 우거져서 철충이 제대로 안 보여! 


 이프리트: 맞았으면 맞았다고 보고하고, 빗맞았으면 좌표 다시 부르고!


 두려움 가득하던 눈에 생기가 돌아왔다. 브라우니는 훈련받은 대로, 포격을 유도했다. 


 브라우니: 우로 하나백! 철충 3대!


 이프리트: 후욱, 후욱!



 이프리트는 박격포탄을 계속 밀어넣었다. 이 끔찍한 상황에서, 그나마 다행인 건 박격포탄이 많다는 것을 빼면 아무것도 없었다.


 이프리트: 제기랄...


 차라리 그 때 손가락을 찍을 걸 그랬다.


 그러면 브라우니가 죽을 위기에 처하지는 않았을 거다.


 그 제안을 거절했어야 했다.


 하다못해 그 작전 난 반대라고 반대라도 해야 했다.


 브라우니: 당소 리가! 당소에서 1200밀, 거리... 으악!


 무전기 너머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이프리트: 브라우니! 야!


 브라우니의 무전이 끊기기 직전, 이프리트는 마지막으로 들은 것을 확인했다.


 브라우니의 말소리 뒤에 들려오던 기계음.


 아무래도 철충이 브라우니를 밟아 죽일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잠깐 고민한 이프리트는 위험한 도박을 하기로 했다.


 드론을 브라우니 머리 위로 이동시키고, 브라우니가 있는 곳을 향해 포신을 돌렸다.


 이프리트: 미리 미안해. 브라우니.


 

 브라우니: 으... 으악! 오지 마!


 칙 실더가 점점 다가왔다. 대물 소총도 두껍고 단단한 방패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EMP 수류탄을 터뜨려도 움찔거릴 뿐이었다.


 브라우니: 아, 으아아...


 이렇게 깔려 뭉개지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는데,


 칙 실더의 정수리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브라우니: 으악?!


 눈을 떠 보니, 칙 실더가 멈춰 있었다.


 그 상태 그대로, 하늘을 찢는 소리와 함께 정수리에 박격포탄 두 발이 더 꽂히고, 칙 실더가 쓰러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철충들의 머리에도 박격포탄이 꽂혀서 하나 둘 쓰러졌다.


 브라우니는 아주 익숙한, 하지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정말 멀게 느껴졌던 이름을 불렀다.


 브라우니: 이프리트 병장님...?


 

 작전은 위험천만한 수준까지 갔지만, 어떻게든 성공했다. 


하지만 이프리트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프리트: 생각해보면 이상하단 말이야.


 브라우니: 왜 그러십니까?


 이프리트: 브라우니랑 이프리트 단 둘만 보내놓는다고? 이렇게 위험한 곳에?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프리트의 도박이 먹혔기에 망정이지, 만약 실패했다면 브라우니는 그대로 사망이었다. 


 대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기본 방침대로라면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이프리트: ...아니.아니야.


 이프리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오르카호로 돌아갔다. 일단 지금은, 브라우니가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이프리트: 응?



 그녀의 앞에는, 레드후드와 임펫이 서 있었다.


 레드후드는 멀쩡히 살아 돌아온 둘을 보고, 호탕하게 웃으면서 박수를 쳤다.


 레드후드: 하하하! 아주 잘 했네! 이프리트 병장!


 이프리트: 승리! 병장 이프리트...


 레드후드는 이프리트가 뭐라 말할 새도 없이, 그녀의 가슴팍을 밀치듯 봉투를 건넸다.


 조심스레 확인해 본 이프리트는, 눈을 크게 떴다.


 오르카호 전 부대 및 전 직렬에서 사용할 수 있는 30일 휴가권, 간부급 인원 전용 개인실. 


 이프리트: 이, 이걸 저한테 왜...?


 레드후드: 그리고 여기 인사 명령서일세.


 이프리트는 인사 명령서를 받아들었다.


 인사 명령서에는...


 병장 이프리트가, 하사 이프리트로 진급한다고 쓰여 있었다.


 이프리트: 응...?!


 그리고 그 순간, 임펫이 크게 웃었다.


 임펫: 사령관님이랑 마리 대장님이 네 성과를 높이 사셨어.


 임펫: 우리 이프리트 같이 할 땐 잘 하고, 쉴 땐 잘 쉬는 이쁜이가 스틸 라인에 필요해서, 내가 연대장님이랑 마리 대장님한테 이야기를 좀 했지.


 레드후드: 병사! 병사처럼 완벽한 부사관 자원이 부사관 복무를 자진 지원하지 않고 전역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탈영일세!


 레드후드: 다음 번에도 이런 탈영을 시도하면 각오해야 할 것이야.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굳은 이프리트 옆에, 시라유리가 나타났다.



 시라유리: 정말 잘 싸우셨어요.


 시라유리: 브라우니 씨가 밟히기 직전까지 갔을 때는, 개입할까 생각했는데...


 시라유리: 직접 목표물을 눈에 담는 것도 아닌데다가, 곡선 탄도를 그리는 박격포탄으로 그런 명중률이라니...


 시라유리: 임펫 씨가 080기관까지 찾아와서 협조를 구할 때는 무슨 소린가 의아했는데, 그럴 법도 했네요.


 시라유리는 이프리트를 칭찬했다. 하지만 이프리트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임펫: 하하! 고맙습니다! 시라유리 씨. 이번 주말에 동침 잡혔는데, 콘스탄챠 선생이랑 얘기해서 바꿔두겠습니다.


 시라유리: 약속, 지킬 거라 믿어요?


 시라유리가 사라지고, 레드후드와 임펫이 남아서 이프리트의 어깨를 툭툭 쳤다.


 임펫: 나랑 하베트롯 소위님이 미쳤다고 너희 둘만 그 섬으로 보냈겠니?


 레드후드: 설령 그런 작전을 건의했다고 해도, 내 선에서 결재를 거부했겠지.


레드후드: 이프리트! 브라우니! 너희가 죽는 사고는 애초에 고려에 없었다. 그런 가능성은 없었으니까.


브라우니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하지만 조금 더 있다가, 상황을 확인하더니 물개박수를 쳤다.


 브라우니: 만세! 이프리트 병장님! 하사 진급 축하드립니다! 만세!


 이프리트: ........


 레드후드: 그러고보니, 저 브라우니도 병기본이며 체력이며, 전부 특급이라지?


 레드후드: 저 브라우니도 휴가 5일 정도는 받아야겠구만. 그렇지 않습니까? 임펫 상사?


 임펫: 물론입니다. 바로 휴가증 만들라고 애들한테 말하겠습니다.



 이프리트는 정신을 잃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눈치도 없이, 자신에게 하사 진급 축하한다며 속을 긁는 브라우니를 두들겨 팰까.


 선진병영 행동강령 한번 무시해볼까.


 그런 생각만 할 뿐이었다...


 이프리트: 이건 꿈일 거야...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이프리트는 하사가 되어 부대에 나타났다.


 레프리콘: 전역하려는 병장이, 하사가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노움: 상상도 하기 싫은데요.


 실키: 무서워. 그런 말 하지 마.


 하지만 그건 현실이었다. 눈치란 게 있는 병사들은, 이제는 스틸 라인의 유령이 되어 복도를 떠도는 '하사'가 무슨 일을 벌일지 두려워했다.


 하지만 눈치가 없는 이가 있었다.


 브라우니: 아, 이프리트 하사님 오셨습니까?


 레프리콘: 브라우니?


 브라우니: 이프리트 하사님!!!!


 브라우니는 미리 준비해둔 케이크를 가지고 이프리트 앞으로 뛰어갔다.


 사실 제대로 된 케이크는 아니었고, PX에서 파는 초코파이를 여러 개 탑 모양으로 쌓고 그 위에 촛불을 올린 야매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모습을 맞춘 것이 제빵의 ㅈ도 모르는 사람이 만든 것치곤 꽤나 애썼다는 게 느껴졌다.


 브라우니: 이프리트 하사님! 진급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이프리트는 초코파이 케이크를 받아들었다. 그 죽은 것 같은 표정에, 머리만 빼꼼 내민 상병들은 경악했다.


 레프리콘: 저, 저, 저...


 노움: 브라우니. 대체 왜 그런 짓을...


 실키: 쟤가 아까 PX에서 초코파이 박스채로 살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이프리트는 초코파이 케이크를 한참 보더니,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리고는 감사를 표하려 했지만, 한숨이 멈추지 않았다.


 이프리트: 그래... 후우... 정말 고맙다... 후우... 이런 것도... 후우우우.... 다 준비해주고... 후우우우우우우...



 이프리트는 머리만 빼꼼 내민 상병들을 쳐다보았다. 


 병사 짬킹에서, 부사관 짬찌가 되었다.


 그러면 짬찌답게 열심히 해볼 생각이었다.


 이프리트는 죽일 듯한 눈빛으로 브라우니에게 지시했다.


 이프리트: 나 이거 먹고 있을 동안 애들 다 불러모아.



 그 다음에는, 이프리트가 군대다운 군대를 만들기 위해, 병사들과 함께 '단합'하여 '철저'한 훈련을 더욱 '철저'하게 실행했고, 중대의 전 병사가 특급을 받았다.



 이러한 소식에 어찌 아니 기쁠 수 있으랴! 경사로세! 경사로세!


 하면 된다! 안 되면 되게 하라!


 거침없이! 끊임없이! 쉼없이! 3무 공격정신이여! 영원하라!


 그렇게, 스틸 라인이라는 기계를 탈출하고자 했던 나사 하나가, 너무 성능이 좋다는 죄목으로 영원히 갇히게 된 것이었다...


2편 작성이 늦어서 미안.

이프리트 진짜 매력적인 캐릭터인데

외전이 없는게 안타까워서 한번 써봄.


응애 스마조 1주에 외전 한편씩 "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