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왔어?"


무거웠던 문이 열리고 나는 눈치를 보고 들어갔다.


내 양 옆으로 서있는 컴패니언 경호원들. 옆에서 서류들을 확인하고 있는 노란빛의 소녀. 그리고 내 시선 저 멀리 익살스런 표정을 하며 인사하는 남자를.


"병장. 이프리트 ----번. 사령관. 왜 불렀어. 흐아아암..."


잠도 아직 미처 다 안 깬 채로 호출받아온 나로선 그가 오늘따라 얄밉다. 늘 그래왔지만 오늘은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에이. 너 보고 싶어서 부른건데 이렇게 퉁명스럽게 말하기 있어?"

나왔다. 저 능글맞고 버터흐르는 여심홀리기. 언제나 자기가 조금 불리할거 같으면 구렁이 뱀 넘어가듯이 화제를 바꿔버린다.

"그래서, 이렇게 자고 있던 날 부른 데엔 분명 중요한 일이 있던거지 사령관?"

그는 헛기침을 몇 번 하고, 자세를 바로 하고 나에게 이야기를 걸어왔다.

"그래. 이프리트 병장. 요즘 부대 내 큰 일 없는가?"

"옙. 저희 XXXX소대 전원 열외, 부상없습니다."

"그렇군. 자네도 이제 오르카호에 온지 벌써 X년 지났지."

"그렇습...아니 그 이야기를 왜 하는거야."

불길하다. 오랜 짬으로 궂은 일들에서 도망쳐 온 나에게 좋지 않은 감이 느껴진다.

뒤를 돌아봐도 이미 문은 닫혀있고, 열리지 않도록 경호원 둘이서 문 앞에 서있다.

어디로도 도망가지 못하고 그저 눈 앞의 호랑이를 어떻게든 이겨내야한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고 하지 않았는가.

"슬슬 마리랑 임펫으로부터 보고서 받는거에서 우리 이프리트가 임관을 할 때가 온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나 맨날 짬때리고 도망갔는데 평가를 받는다는건 이상하지 않아? 이거 고로시야 고로시."

어떻게든 지금만 벗어나면 영원한 말년병장으로서 짬 때릴 수 있어. 지금만. 지금만 버티자.

"그래서. 사실 아까 너 들어오기 전에 너의 계급을 올려뒀어!"

결국 답정너였다. 그가 책상 아래에서 뭔가를 찾아서 날 보여주었다.

광이 날 정도로 빛나는 하사계급관이 붙은 군모. 양옆으로 모자를 수평으로 가로지르는 꿩깃털은 매끄러워보였다.

"제발 사령관. 지금이라도 돌릴 수 있어. 우리 어제까지 좋았잖아."

분명 어제까지 분위기가 좋았다. 부관도 해주고. 몰래 빠져서 라면도 같이 끓여먹고. 서류도 같이 봐주고. 같이 자고. 아 그래서 망했을까.

"하하. 어림도 없지. 이프리트 병장. 아니, 이프리트 하사."

그는 일어서서 날 향해 조금씩 웃으며 걸어온다. 웃으며 걸어오면서 빛이 그의 뒤를 밝힐 때, 그의 얼굴에 조금씩 그림자가 드리워져 나는 조심히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어어 다가오지 마 사령관. 나 울거야. 나 울고 시티가드 부를거야."

어떻게든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도망가고 싶다. 진짜 하사가 되면 그 후의 내 진급과 나의 짬때리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기어코 나는 스타를 달겠지. 그런 암울한 미래는 보고 싶지 않아.

"히히 못 가. 넌 이대로 하사가 되는거야...!"

나와 사령관의 실랑이는 계속 이어졌다.

여름이었다.
.
.
.
.
.
.
.
.
.
.



"녹음파일 1번 종료되었습니다."

추덕추덕 내리는 비를 맞으며 이어폰 사이로 잡음 가득한 음성파일을 듣고있다.

그 날은 정말 별 거 아닌 하루였다.


언제나 월요일이면 늦잠자던 사령관이 일어나서 오드리의 샵을 구경하고 새롭게 찾은 작전구역을 실행한다.

언제나의 루틴에서 그 날만 달랐다.

갑자기 불이 나기 시작한 오르카 호는, 소방 바이오로이드가 불을 끄려 했지만 겉잡을 수 없을 속도로 불 붙었고.

내가 자원탐색 하러 나가서 돌아오는 그 날. 오르카호는 내 눈 앞에서 거대한 굉음과 함께 터졌다.

그저 우리 자원탐색 팀들은 폭풍에 휘말려 저 멀리 날아가고, 정신을 차리고 그 곳을 봤을 땐 새까만 연기만 자욱했다.

내가. 우리 모두가 사랑하던 그의 뇌파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 안에서 있던 바이오로이드의 생사는 알지도 못 한 채 바다로 가라앉았다. 그 곳엔 오직 떠오르던 오르카호의 외피와 몇몇 나무 가구들의 흔적들 뿐이었다.

망연자실 하던 우리 말단 자원탐색 팀들은 그저 모든 것이 가라앉아버린 그 항구를 하릴없이 바라보았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렀다.

여기저기서 펙스의 찌라시가 여기 저기 붙어있고, 마리오네트들의 수색이 여기저기서 이행되었다.

오르카호 폭파사건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회장들이 부활하고, 본격적인 지배의 손길을 뻗쳐나아갔다.
 
과거 저항군이었던 바이오로이드들은 차례차례 수색되어 끌려갔다. 

어느 날 밤. 식량을 챙기고 돌아가던 길, 펙스에게 끌려가던 폐급이었던 브라우니가 보였다.

그녀의 눈엔 더이상 장난기가 아닌 허망만이 남아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총성 소리 한 번이 울리고 까마귀가 날아올랐다.

이 곳은 어둑한 벙커 안.

더 이상 내 후임들의 생존소식조차 들리지 않는다. 언젠간 이 곳도 그 놈들에게 발견되겠지.

이 곳엔 나 혼자 뿐이다. 듣다 질린 음악들을 지우니 그 때 녹음했던 추억만이 남았다. 그마저도 내가 하사가 되던 그 날의 녹음 하나 뿐이었다.

나는 오늘도 그 날 즐거웠던 그 시절을 다시 떠올려본다. 몇 번이고. 다시금 몇 번이고.

-------------------------------------------------

난 젖뷰섹이 좋아서 이 겜 왔고, 접을 생각 없음.

진짜 짧막하게 소설 쓰던게 낙인데 그거 없으면 뭐 하고 삶

타이타닉에서 키보드 치면 나라고 생각해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