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한심하기 그지없사옵니다."


신랄한 비판과 싸늘한 시선이 가슴에 꽂혔다. 심란했던 내 기분과는 별개로 아무것도 모른 채, 갑자기 남겨졌던 그녀들로써는 충분히 저럴 수 있다 생각하면, 저런 반응은 충분한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 오히려 놀라울 정도로 자비로운 반응이 아닐까.


"소첩이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시옵니까? 갑자기 지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도 않고 말입니다."

"미안해.."

"적어도 언질은 했어야 한다고 생각 하옵니다. 부군은 정말 생각이란 걸 하지 않으시나 봅니다? 소첩이 이렇게 말하지 않으면 잘 모르시겠사옵니까?"


처음의 가벼운 타박은 어느새 심장에 꽂히는 비수처럼 깊게 파고들었다. 스스로도 그녀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음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나 역시 한 명의 인간이라서 그럴까, 가슴으로는 사과하고 고개를 숙여야 한다 생각 하면서도 목을 꽂꽂하게 세우고 그녀에게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야! 소완! 너, 말이 좀 심하잖아! 나도 충분히 힘들었어!"

"부군..."

"너 따위가 내 속을 알기나 해? 만들어진 주제... 아!"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져 해서는 안될 말을 쏟아버렸고, 당황한 마음에 입을 틀어 막았지만 쏟아져 나간 말들을 주워 담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이미 입 밖으로 내뱉어진 말은 화살이 되어 소완의 심장을 꿰뚫었을 것이다.


"그렇지요.. 소첩은 그저 만들어진 인형이나 다름 없사옵니다."


소완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어둡게 가라앉았지만 어느새 그녀는 살며시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정말.. 정말 다행이옵니다. 부군께서 소첩에게 화를 내시고, 기력이 쇠하지 않아 보여서..."

"소완..."


이런 상황에서도 그녀는 나를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며칠을 얼굴조차 보이지 않았기에 그만큼 걱정했던 것일까. 이제야 소완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자, 그녀의 얼굴이 무척 수척해지고 눈가는 붉게 충혈되고 부어서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그렇게 계속 소첩을 미워해 주시옵소서.. 화가 나는 것이 있다면 소첩에게 토해내어 주시옵소서.. 무엇이 부군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는지 몰라 부군을 슬프게 만든 이들을 없애지 못한 소첩을 탓해 주시옵소서.."


제 스스로가 미움 받더라도, 그로 인해서 그녀 스스로가 상처를 받더라도 그렇게 해서라도 내게 남아달라 호소하는 것 같은 모습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냉정하게 마음을 식히고 생각해 보면 지금 이 상황은 그녀의 잘못이 아니었다. 그저 외부의 잘못일 뿐, 어째서 아무것도 모른 채 내 곁을 지키고 있었을 뿐인 그녀가 잘못했단 말인가.


"미안해 소완.. 너의 잘못이 아니야."

"부군.."

"언제나 날 먼저 생각하는구나."

"소첩은... 다, 당연한 일을 했을.."


나는 소완의 말을 끊고 사뿐히 안아주며 그녀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울어도 돼, 그리고 정말 미안해.. 내가 널 울렸구나."


그것이 기폭제가 된 것인지 소완은 내 가슴에 파고들며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심란했던 마음에 잠시 내려놓았던 일들을 돌이켜 보면, 지금 내 품에 안겨서 울고 있는 소완 말고도 다른 아이들에게도 사과를 꼭 해야겠지.


"미안해.. 정말 미안해.."


잠시의 시간이 흐르고, 진정이 된 것인지 소완이 고개를 살며시 들어 내게 속삭였다. 잔뜩 붉어진 눈동자와 눈물 자국으로 엉망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얼굴로.


"돌아와 주셔서 감사하옵니다.. 오늘은 요리가 먼저입니다. 정말, 오늘은 식사부터..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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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하고 런각 잡기는 했었는데

그래도 앞으로 잘 풀렸으면 좋겠다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