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아는 소녀처럼 수줍음을 타면서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눈빛을 알고 있다. 저 눈빛은...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내 앞에서는 순수한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여왕님의 애처로운 애정이 담긴 눈빛이다. 소녀스럽지 않은 속살을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으면서도 이미 안에서부터 부풀어오른 속마음이 껍질을 넘어 흘러넘치려는 모순적인 그녀를 향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진격을 멈추지 않으면...


결국 귀여운 소녀는 점점 모습을 감추고 음담패설에 의해 마음이 동해버린 사랑스러운 음란처녀가 태어난다. 남에게 티는 내지 않았어도 관심이 많았던 만큼 지식도 풍부하고, 느긋한 성격과 연륜의 힘이 합쳐져서인지 나의 공격에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고 부드럽게 받아쳐오는 레아의 야한 목소리를 들으며 티키타카 하는 재미가 있다. 그렇게 어느새 마음이 맞아 야한 이야기를 하던 우리 둘은 좀 더 화끈하게 야한 것을 위해 입 뿐만이 아니라 몸까지 섞게 된다.



티타니아는 방어기제가 심해서 부끄러움을 화로 숨기는 특징이 있다. 야한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 부끄러워할 타이밍에 버럭 화를 내면서 내 말을 끊으려 하지만 내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 레아는 이런 말도 잘 받아준다는 말을 슬쩍 흘리면 승부욕이 도는지 무리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나만의 일방적인 공격 시간이 이어진다. 화로 부끄러움을 속이지 못하게 된 그녀는 가끔씩 움찔거리며 얼굴을 붉히지만 자신이 내뱉은 말이 있으니 쓰러지지 않고 끊임없이 버티려고 노력한다. 갑자기 더워졌는지 홀짝이던 와인을 마시는 양이 점점 늘어가고 정신과 몸이 모두 야한 이야기에 무너져가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결국 티타니아와의 무언의 내기는 내가 졌다. 뭐...내 품에 안겨서 침대 위에 쓰러진 티타니아도 동일하게 생각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본인이 야한 것에 내성이 없다는 것을 알고 나름대로의 노력을 많이 했던 리제는 내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스스로를 발전시켰다. '나와의 야한 이야기'는 한 마디도 버티지 못하지만 '야한 이야기'에는 나름대로 망상을 위한 자료로서 접해왔던 그녀다. 서로 야한 이야기를 하자는 나의 제안을 들은 그녀는 반쯤 폭주한듯이 숨쉴틈없이 야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한다. 내게 공격순서가 오면 어떻게 될지 뻔히 알고 있으니까.


리제의 노력은 가상하고, 그녀의 아이디어는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근본적인 원인과 마주하지 않은 이상 한계도 명확하다. 결국 속사포같이 쏟아지던 자신의 음담패설이 끝나자 리제는 '내게' 야한 이야기를 잔뜩 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는 그대로 졸도해버린다. 가끔은 이렇게 새로운 모습을 즐기는 것도 즐겁다. 기절한 리제를 죽부인처럼 끌어안고 눕는 것도 기분 좋으니까.



다프네도 야한 이야기에는 내성이 매우 부족하다. 리제와의 차이점이라면 다프네는 본인이 버틸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으면 도망치려고 한다는 점이다. 다프네를 품에 안아 도망갈 수 없게 만들고 귓가에 음담패설을 속삭이면 볼이 더 이상 붉어질 수 없을만큼 새빨갛게 변해서 수줍음 많은 소녀의 정수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다프네 역시 내가 그녀의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하는 장난이라 생각하고 가벼운 앙탈을 부리면서도 품 속을 벗어나지 못하지만...야한 다프네의 모습이 보고 싶었다는 나의 한 마디에 태도가 반전된다.


평소의 하얀 피부는 찾기 힘들 정도로 새빨갛게 변한 얼굴. 하지만 다프네의 태도는 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필사적이다. 스스로가 가슴에 품고 있는 커다란 애정을 조금이라도 더 말로 풀어낼 수 있도록 단어를 골라가며 힘껏 야한 이야기를 속삭여오는 다프네. 항상 자신보다도 나를 우선시하는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힘겹게 말을 잇는 그녀의 입을 입술로 막고 침대 위로 몸을 던진다.



페어리 전체에서 가장 야한 것을 좋아하는, 그리고 나와의 야한 행위를 너무나 사랑하는 드리아드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레아처럼 소녀같은 모습으로 나에게 환심을 사는 것 보다도, 본인이 얼마나 나를 애타게 원하는지를 직접적으로 어필하는 그녀와의 음담패설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평범한 음담패설로 시작하지만 분위기에 맞물려 점점 나의 분신이 고개를 들고 나면 드리아드의 시선이 에너지가 되어서 어딘가로 끊임없이 쏟아져간다. 귀로는 드리아드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목소리에 걸맞지 않는 과격할 정도로 야한 내용이, 눈으로는 얼굴 전체로 야함이 무엇인지 알려주겠다는 듯한 녹아내리는 표정을 보여주는 드리아드의 모습이, 좆으로는 어마어마한 애정과 관심이 담긴 드리아드의 눈길이 쏟아져 나를 덮쳐온다. 그렇게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얌전히 백기를 올리고 그녀가 그토록 원하는 경작지에서 함께 파종에 힘쓰게 된다.



"야한 거? 그거 먹는거야? 주인님! 그런 얘기 하지 말고 내가 만든 사탕 같이 먹자!"

"응...맛있네. 아쿠아도 솜씨가 많이 늘었는데."

"헤헤. 그치? 많이 있으니까 더 먹고 싶으면 말해~ 냠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