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메타발언 그만하고 설명이나 해줘요.”

 

나이트 앤젤이 짜게 식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리마토르는 헛기침을 몇 번한 후 설명을 시작했다.

 

논리학은 문자 그대로 사고 흐름인 논리를 체계화하기 위해 연구된 학문입니다. 쉽게 말해 제시한 주장에 어떻게 근거를 대는가를 연구하는 것이죠.

 

이 학문이 발달함에 따라 근거를 대는 공식이 만들어졌으며, 공식에만 맞아떨어지면 타당하다는 결과 값이 도출됩니다. 커넥터 유미 씨가 통신망을 설정할 때 코드가 맞더라도 고통 받는 이유이기도 하죠.”

 

“공식에만 맞으면 타당하다는 게 말이나 되나요? 그럼 공식에만 들어맞으면 사령관님이 여자인 것도 가능하겠네요.”

 

나이트 앤젤은 택도 없는 소리를 한다며 그의 말을 비꼬았으나 리마토르는 역으로 그녀의 말을 논리적으로 증명했다.

 

“네, 그렇습니다. 한 번 증명해보죠.

 

유일한 인간은 여자다. 

사령관은 유일한 인간이다. 

따라서 사령관은 여자다.

 

논리적 흐름에 문제는 없지 않나요?”

 

“어...?!”

 

또 다시 생각이 꼬이기 시작하자 나이트 앤젤은 분명 논리에 중대한 하자가 있으리라고 생각하며 구멍을 찾으려고 했다. 그런 그녀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리마토르는 공식에 맞는 논리는 타당하다는 말을 덧붙이고 설명을 이어갔다.

 

“다시 말하지만 논리학은 추리 내지 추론의 학문입니다. 주어진 정보를 가지고 사람들이 어떻게 설득력 높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죠. 그러기 위한 방법으로 전제에서 결론을 이끌어내는 방법각각의 사례에서 결과를 이끌어내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을 각각 연역귀납이라고 합니다.

 

제가 사용한 방법은 모두 연역법입니다. 전제에서 결론을 이끌어내는 방법인 연역법에는 대표적으로 4개의 추론 공식이 있습니다. 전건긍정, 후건부정, 조건삼단, 선언삼단논증이죠. 일종의 공식이라 생각하면서 하나씩 살펴봅시다.

 

전건긍정앞에 오는 조건을 긍정함으로써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사례를 한 번 볼까요?

 

나는 밥을 먹으면 배가 부르다. 

나는 밥을 먹었다. 

따라서 나는 배가 부르다.

 

이 논증이 전건긍정입니다. ‘밥을 먹다’라는 조건 1과 ‘배가 부르다’라는 조건 2가 제시되어 있는 게 첫 번째 문장이죠. 두 번째 문장에서는 조건 1인 ‘밥을 먹다’를 긍정했고, 결과적으로 마지막 문장에서 배가 부르다는 조건 2가 성립합니다.

 

두 번째 공식인 후건부정뒤에 오는 조건을 부정함으로써 결론이 성립하는 공식입니다. 아까 그 문장으로 다시 알아보죠.

 

나는 밥을 먹으면 배가 부르다. 

나는 배가 부르지 않다. 

따라서 나는 밥을 먹지 않았다.

 

어때요? 논리의 흐름이 성립하죠? 이런 식으로 논리적 흐름이 성립하는 경우에 우리는 ‘타당하다’라는 말을 합니다.”

 

“잠깐, 그럼 내용이 틀려도 공식에만 맞으면 타당한 건가요? 논리적인 것과 거리가 멀어지는데요?”

 

“뒤에서 더 자세하게 말하겠지만, 일단은 맞습니다. 우리는 타당하다는 개념이 철저히 공식의 준수 여부에만 해당한다는 걸 확실하게 알아야 합니다. 내용이 틀려도 논리적 흐름이 성립하면 그건 타당한 거에요.

 

조건삼단을 보도록 하죠. 흔히 말하는 3단 논증이라는 것이 이겁니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 

소크라테스도 인간이다. 

따라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앞에 있는 전제 2개가 퍼즐처럼 짜 맞춰지는 조건을 갖고 있어 하나의 결론이 도출될 때 우리는 조건삼단논증이 성립했다고 합니다.

 

 

선언 삼단논증은 이 조건삼단을 살짝 비튼 구조입니다. 사례를 보면서 설명하죠.

 

사령관은 커피나 녹차를 마셨다. 

사령관은 녹차를 마시지 않았다. 

따라서 사령관은 커피를 마셨다.

 

이 경우에도 조건삼단처럼 각 조건이 퍼즐처럼 접점이 있지만, 2개의 조건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형식으로 제시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는 이때 두 조건 중 하나를 부정하는 형식으로 다른 하나가 맞다는 결론을 도출하죠.

 

이렇게만 보면 이 공식들이 왜 맞는지 긴가민가하실 겁니다. 그럼 이 공식들에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를 확인해봄으로써 공식이 들어맞는 이유를 알아보도록 하죠.

 

전건긍정논증의 오류는 전건부정오류입니다. 앞에 나오는 조건을 부정함으로써 논리적인 성립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죠. 이번에도 예시를 봅시다.

 

오늘 비가 오면 우리 집 앞마당 땅이 젖는다.

오늘 비가 오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 집 앞마당 땅이 젖지 않았다.

 

이 경우는 잘못된 논증입니다. 연역논증은 전제가 옳다면 100% 들어맞는 결론이 나와야 하는데, 이런 경우는 비가 안 와도 땅에 물을 뿌리는 식으로 젖게 만들 수 있는 예외 사례가 발생하니 100% 들어맞는 연역이라고 볼 수 없죠.

 

후건부정논증의 오류인 후건긍정오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비가 오면 우리 집 앞마당 땅이 젖는다.

우리 집 앞마당 땅이 젖었다.

따라서 오늘 비가 왔다.

 

전제가 모두 참이어도 비가 오지 않고 땅이 젖을 수 있는 예외 상황이 존재합니다. 그런 경우가 있으면 100% 들어맞는 연역 논증의 원리에 위배됨으로 부당한 논증이라 하는 것이죠.”

 

나이트 앤젤은 리마토르의 말을 들으며 머리를 싸매 쥐었다. 메이 대장이 철학이라는 학문을 무시했고 자신 또한 그의 강연을 들었을 때 말장난에 지나지 않은 학문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남자가 하는 말은 철저한 논리퍼즐로 자신의 사고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지끈거리는 두통 사이로 철학에 가졌던 선입견이 무너지며 서서히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요. 그럼 조건삼단선언의 경우에는 오류가 없는 건가요?”

 

그녀의 질문을 들은 리마토르는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네. 조건삼단선언에는 오류가 없습니다. 조건삼단은 3개의 전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방식이라 하나의 전제에 문제가 생기면 처음부터 논증이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당한 형식으로 완성될 수가 없는 것이죠.

 

대신 선언 삼단논증에는 오류가 있습니다. 선언지긍정의 오류라고 하는데, 두 개의 조건 중 하나를 긍정해버리는 오류입니다. 한 번 보도록 하죠.

 

사령관은 커피나 녹차를 마셨다. 

사령관은 녹차를 마셨다. 

따라서 사령관은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이런 논증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사령관이 커피‘나’ 녹차를 마셨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앞에서 저와 사령관님의 키를 가지고 말한 논증처럼, ‘~나’라는 표현은 ‘둘 중 하나만 옳다’라는 의미를 내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녹차를 마시는 시점에서 이미 조건이 충족되기에 그 후로는 아무것도 먹지 않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그 어떤 조건이 와도 옳은 논증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사령관님이 마신 걸 전부 파악하지 않는 한,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고 100% 단정 지을 수 없어서 전제가 옳다면 무조건 결과도 옳아야 하는 연역에 위배됩니다.”

 

“끄음.... 이거 지나치게 어려운데...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도 이해가 안 되어서 넘길 것 같네요.”

 

그녀의 말에 리마토르는 공감을 표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맞습니다. 모든 철학도는 논리학을 한 번씩 겪고 가야하는데 그때가 고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걸 교양이랍시고 말하고 있는 제가 다 죄송할 지경입니다.

 

그래서 간단히 요약해드리죠. 논리학이라는 건 공식에 따라 자신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학문으로, 전제에서 결론이 100% 맞아떨어져야 하는 연역이 있습니다. 연역의 방법으로는 앞에 나오는 조건을 긍정하는 전건긍정뒤에 나오는 조건을 부정하는 후건부정, 세 개의 논증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조건삼단, 두 개의 조건 중 하나를 부정함으로써 다른 하나가 옳다는 것을 보이는 선언지 삼단이 있습니다.

 

아, 중요한 내용을 빼먹을 뻔했군요. 제가 앞에서 공식에만 맞으면 타당하다고 했죠? 나이트 앤젤 씨가 말한 대로 공식에 맞더라도 내용이 그릇된 논증도 있습니다. 그 점을 논리학에서는 ‘건전하지 않다’라고 부릅니다. <타당하지만 건전하지 않은 논증=공식은 맞지만 내용이 잘못된 논증>인 것이죠.”

 

“역시. 내용이 잘못된 걸 무시하고 넘어가지는 않군요. 그럼 역으로 부당하지만 내용은 건전한 논증도 있죠?”

 

“그렇지 않습니다. 논증이 타당하냐 마냐가 1차 조건이고, 건전성은 2차 조건이에요. 처음부터 논증이 성립하지 못하면 2차 조건은 따질 필요가 없어지죠. 마치 가슴을 키울 수 없는데 미리 헐렁한 옷을 입고 온 것처럼요.”

 

“...리마토르 씨, 정말 오래 살기 싫어요?”

 

하필 예를 들어도 자신의 속을 긁는 예시였기에 나이트 앤젤은 도끼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리마토르는 능구렁이가 담을 타넘듯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말을 이었다.

 

“이렇게 전제와 공식으로 증명하는 게 연역입니다. 이런 연역의 한계는 전제 하나가 잘못되었다는 걸 밝혀내면 도미노처럼 모든 게 다 넘어가죠. 그래서 연역법은 잘 쓰이지 않아요.

 

많이 쓰이는 방법은 귀납입니다. 귀납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를 들어 주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주장과 다른 사례가 발견될 수 있기에 주장이 사례가 100% 맞다고 담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타당하다 부당하다의 개념이 없고, 개연성이 높냐 낮냐를 따지죠. 간단한 예시를 들어봅시다.

 

지금까지 알비스가 훔친 물건은 초코바였다. 따라서 알비스는 다음에도 초코바를 훔칠 것이다.

 

여태까지 벌어진 사례를 근거로 삼아 다음에도 그럴 거라고 일반화를 하는 것이 대표적인 귀납입니다. 이런 귀납은 연역처럼 특정한 공식이 있다고 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비슷한 속성을 들어 모르는 부분을 추론하는 유비 논증처럼 귀납에 해당하는 논증방법이 있지만, 모두 ‘사례를 들어 결과를 생각한다’라는 귀납의 기본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거든요.”

 

“그럼 뭐 적당히 알아두면 되겠네요.”

 

“그럴까요? 실생활에서는 귀납을 훨씬 더 많이 사용합니다. 그러니 말싸움에서 이기고 싶으면 귀납을 잘 공부하면 좋겠죠. 저희가 지금 도착한 코헤이 교단 같은 종교 역시 귀납을 이용해 자신들의 주장을 강화하기도 하니, 제가 오면서 말씀드린 걸 잘 곱씹어보면서 기도해보세요.”

 

“아.”

 

그의 말에 정신이 들어 주변을 살펴보니 나이트 앤젤은 어느새 코헤이 교단의 예배실 앞에 도착해있었다. 닥터가 종교와 과학을 가까이 두지 말아달라고 사령관에게 부탁해서 공방과 예배실 간의 거리는 꽤 먼 편이었는데, 생각하는 것만으로 시간이 빨리 흘렀음을 체감한 그녀는 리마토르를 처음과는 달라진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 오면서 말해줘서 고마워요.”

 

“아닙니다. 저도 생각해볼 여지가 많아서 좋았어요.”

 

“이제 들어가실 건가요?”

 

“그래야겠죠? 저는 종교를 안 갖고 있으니까요.”

 

리마토르가 그렇게 말하고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나이트 앤젤은 손을 뻗어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저도 종교는 갖고 있지 않아요. 그러니 같이 기도드리고 갈래요?”

 

그녀의 제안에 리마토르는 순간 당황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0.2초 정도 생각해보니 오르카호 내부에서 꽤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코헤이 교단에게 자신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고 판단하여 그녀의 제안에 응했다.

 

“그럴까요? 들어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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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참.... 점점 월간 연재가 되어가네. 이러면 곤란한데 말이지....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개강하자마자 논문 리서치하고 과제에 자격증 시험 여러 개 준비하느라 글을 쓸 짬을 못냈어. 그래도 이걸로 전체 이야기가 한 45% 정도 진행되었으니 코헤이 교단 에피소드 이후로 리마토르와 오르카호 내부의 갈등이 불거지며 50% 이후의 이야기로 진입할 거야.


가급적이면 글 올라오는 기간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할게. 부족한 글이지만 읽어주는 모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올린다.